소설방/강안남자

785. 조특보 (12)

오늘의 쉼터 2014. 10. 9. 11:49

785. 조특보 (12)

 

(2148)조특보-23

 

 

 

여자 이름만 들어도 조철봉은 출신을 구분할 수 있을 만큼은 되었다.

남북한의 여자를 말한다.

나이든 여자들은 남북한이 비슷하지만 젊은 여자는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특히 어린애들은 더 그렇다. 요즘 한국에서 30대 미만의 여자 이름으로

복순, 옥자, 순희 같이 예쁜 이름이 눈을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 이름을 만나면 예쁘지 않더라도 칭찬해 주고 싶을 만큼 귀하다.

그러나 북한이나 조선족 여자들은 아직 덜 변했다.

그 선하고 고향 생각나는 이름들을 아직도 갖고 있는 것이다.

지금 조철봉의 좌우에 앉은 이정옥과 윤선주도 그렇다.

모델 뺨 치게 날씬하고 예쁜 애들이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틀림없이

외국인 비슷한 이름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그래서 조철봉이 확인하듯 묻는다.

“너희들, 조선족인가? 아니면.”

“평양에서 왔습니다.”

이정옥이 먼저 대답하고는 눈웃음을 쳤다.

 곱다. 한쪽 볼에 송곳으로 찌른 것처럼 보조개가 파인 것을 본 순간

조철봉의 가슴이 찌르르 울린다.

머리를 돌린 조철봉의 시선을 이번에는 윤선주가 받았다.

윤선주의 검은 눈동자 안에 조철봉의 얼굴이 볼록하게 박혀 있다.

“베이징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윤선주가 말했을 때 앞쪽에서 아가씨들과 이야기를 하던 양성택이 불쑥 묻는다.

“마음에 드시오?”

“물론입니다.”

정색한 조철봉이 양팔을 벌려 이정옥과 윤선주의 허리를 감아 안았다.

“감사합니다.”

“나한테 감사하실 건 없습니다. 마담이 미리 손을 쓴 것이지.”

“그래도 부장님 덕분 아닙니까?”

그러자 양성택이 소파에 등을 붙이더니 지그시 웃는다.

“누구를 데리고 나가시겠소?”

“저는 둘 다 마음에 듭니다만.”

좌우를 둘러보며 조철봉이 정색하고 말하자 양성택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럼 둘을 다 데려가시든지.”

조철봉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럴 마음은 애시당초부터 품고 있지 않았다.

전에 그런 적이 있었지만 객기다.

과욕을 부린 것이었다.

그러나 이정옥과 윤선주는 둘 다 데려가라는 말에 긴장한 것 같았다.

행동이 부자연스러워졌고 이정옥은 술을 엎지르기까지 했다.

긴 머리의 이정옥은 마른 체구에 예민하게 보인 반면에 윤선주는

짧게 파마한 머리에 피부색이 진했고 윤기가 났다.

탄력이 있어 보이는 몸이다. 둘 다 끌린다.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차라리 가위바위보를 시키든지 해야 될 것이었다.

그때 빈 잔에 술을 따르던 이정옥이 물었다.

“선생님, 정말 저희들 둘을 다 데려가시겠습니까?”

양성택의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물은 것이다.

그러나 옆쪽 윤선주도 긴장한 채 조철봉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조철봉이 쓴웃음을 지었다.

“왜? 그게 싫은가?”

“아닙니다.”

놀란 듯 얼굴을 굳힌 이정옥이 머리까지 젓더니 말을 이었다.

“저는 따라가겠습니다.”

조철봉이 머리를 돌리자 시선을 받은 윤선주가 묻지도 않았는데 대답했다.

“저도 갑니다.”

그 순간 조철봉은 마음을 굳혔다.

둘 다 데리고 나가되 호텔방 안에서 그냥 돌려 보낼 작정을 한 것이다.

국가대사를 논한 마당에 섹스가 자극이나 될 것인가?

양성택의 성의를 받아들여 둘을 다 데리고 나가되 방에서 돌려보내면 될 것이다.

그것도 팁까지 두둑하게 준 후에. 

 

 

 

 

 

(2149)조특보-24

 

 

호텔 방 안에 들어섰을 때 여자들의 처신에는 어느 정도 패턴이 있다.

다 다르긴 하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직업이나 관계에 따라 비슷한 행동을 취한다는 말이다.

먼저 가게나 나이트클럽 등에서 모셔간 여자 대부분은 방에 들어가자마자 씻는다면서 욕실로 간다. 그것은 빨리 일을 진행시키자는 양자의 뜻에도 부합되고 어색함도 가려지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조철봉이 모셔간 여자 7할 정도가 이 경우에 속한다.

두 번째 많은 경우는 씻기 전에 뜨거운 분위기를 바라는 여자.

이 대상은 대개 접객업 종사자가 아니다.

나이트에서 모셔온 대상 중에 많았다.

그 다음이 주춤거리며 눈치를 보거나 방에 들어올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문을 딱 닫자마자

기가 질려서 숨만 할딱거리는 여자, 앉아서 너스레를 늘어놓는 여자,

그냥 침대 위로 올라가 버리는 여자, 우는 여자까지 있었지만 이 둘 같은 경우는 처음이었다.

소파에 나란히 앉더니 상반신을 쭉 펴고 조철봉을 응시하고만 있는 것이다.

방에 오면 옷도 벗고 신발도 벗어야 하기 때문에 꾸물대던 조철봉이 그 모습을 보고는

오히려 행동이 어색해졌다.

“아, 그것 참.”

마침내 쓴웃음을 지은 조철봉이 바지에 셔츠 차림으로 둘의 앞에 앉았다.

밤 11시, 방에 일찍 들어온 셈이었다.

“너희들, 집에 들어가.”

조철봉이 말하자 둘은 와락 긴장한다.

그러나 눈만 크게 떴을 뿐 아직 입은 다물고 있다.

둘을 둘러본 조철봉이 웃음 띤 얼굴로 말을 잇는다.

“나, 처음부터 생각 없었다. 너희들 둘 다 예뻐서 방에 데려왔을 뿐이야.”

그러고는 지갑을 열고 백불짜리 다섯 장씩을 세어 앞쪽 탁자에 각각 놓았다.

“자, 따라온 보상으로 5백불씩 주마. 갖고 가서 맛있는 거 사 먹어.”

“안 됩니다.”

그렇게 말한 것은 예민한 이정옥이다.

 

얼굴을 더 햐얗게 굳힌 이정옥이 조철봉을 쏘아보았다.

“그냥 갈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돈까지.”

“맞습니다. 전 여기 있겠습니다.”

윤선주까지 나섰으므로 조철봉은 입맛을 다셨다.

 

둘의 열렬한 자세는 본의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굳이 거부한다는 것 또한 본마음이 아닌 것이다.

 

이렇게 둘의 반짝이는 시선을 받고 보니 몸에 열기가 오르는 것 같다.

 

둘을 번갈아 보던 조철봉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자고 가도 된다.”

자리에서 일어선 조철봉이 욕실을 향해 다가가며 말했다.

“내가 씻고 나올 동안 탁자에 술상 차려놔라. 양주에 마른안주면 된다.”

욕실 앞에 선 조철봉이 정색한 얼굴로 둘을 번갈아 보았다.

“그러고는 탁자 위의 돈을 갖고 돌아가도 돼. 난 너희들 둘하고 같이 잔 것으로 말할 테니까 말야.”

둘은 시선만 주었고 조철봉의 말이 이어졌다.

“둘이 어색하면 둘 중 하나만 남아 있어도 돼. 물론 남은 사람한테는 내가 따로 사례를 한다.

이런 말은 거북하게 들으면 안 돼. 내가 해줄 수 있는 보상은 그것뿐이니까.

안 받는다고 하는 것도 나한테 실례하는 거다.”

그러고는 욕실 문을 열면서 덧붙였다.

“자, 부담 없이 결정해라. 그것만 받고 가든지,

하나가 남든지. 남은 하나는 꼭 대가를 받아야 할 것이고, 빈손으로 가지만 않으면 된다.”

욕실 안으로 들어선 조철봉이 길게 숨을 뱉는다.

이건 양성택과 협상하는 것보다 어렵다.

상대를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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