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782. 조특보 (9)

오늘의 쉼터 2014. 10. 9. 11:33

782. 조특보 (9)

 

(2142)조특보-17

 

 

 

조철봉이 한마디씩 씹어내 듯 말한다.

“얀마, 차라리 벼룩의 간을 빼 먹는 게 낫겠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체한테서 수수료를 먹어?”

그러고는 입술을 부풀리며 말을 잇는다.

“사내자식이 좀 굵게 놀아야지. 그따위 잔돈푼이나 챙기다니,

 

차라리 남북 정상회담을 주선하고 뒷돈 챙기는 게 낫겠다.”

했다가 조철봉이 문득 말을 멈춘다.

 

인간은 가끔 생각보다 말이 먼저 나간다.

 

스스로도 놀란 조철봉이 입을 다물고는 눈동자만 굴렸고 최갑중은 더했다.

 

몸을 굳히고는 숨도 쉬는 것 같지가 않다.

 

로비스트도 여러 등급이 있겠지만 정상회담을 주선하고 수수료를 챙기는

 

수준이야말로 최상급일 것이었다.

 

고금을 통털어서 처음일 것이 분명했다.

“그냥 한 말이고.”

잠시 후에 조철봉이 겨우 그렇게 말을 덮었지만

 

제 말에 제가 충격을 받은 흔적이 최갑중한테도 다 보였다.

 

그때 옆에 놓인 휴대폰의 벨이 울렸으므로 둘은 화들짝 놀란다.

 

긴장하고 있다가는 가끔 이렇게 된다.

 

운전사 미스터 윤도 놀란 모양인지 처음으로 백미러를 보았다.

 

휴대폰을 집어든 조철봉이 발신자 번호를 보더니 머리를 기울였다.

 

길다. 중국번호 같기도 했다.

 

그러나 곧 휴대폰을 귀에 붙였다.

“예, 조철봉입니다.”

“조 특보, 납니다.”

양성택의 목소리였으므로 조철봉은 휴대폰을 고쳐쥐었다.

“예, 제가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아, 그래요? 그럼.”

잠깐 말을 멈췄던 양성택이 묻는다.

“전화 통화로 하실랍니까? 아니면 만나실까요?”

“만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그러십시다.”

선선히 대답한 양성택이 말을 잇는다.

“그럼 옌지에서 만나 뵐까요?”

“옌지 말씀입니까?”

놀란 듯 조철봉이 되묻자 양성택이 짧게 웃었다.

“거기서 한잔 하십시다. 내일 저녁 6시에 옌지에서 다시 연락 드리지요.”

“알겠습니다.”

6시까지는 옌지에 도착해 있으면 되는 것이다.

 

통화를 끝낸 조철봉이 머리를 돌려 최갑중을 보았다.

 

옆에 붙어 앉아 있었으니 수화구에서 나온 목소리도 다 들었을 것이었다.

“내일 오후 6시까지는 옌지에 가 있어야 된다.”

“알겠습니다. 제가 모시고 가지요.”

“김 실장한테 연락을 해.”

“예, 바꿔 드릴까요?”

그러자 조철봉이 손목시계를 보고 나서 머리를 끄덕였다.

 

오후 3시 반이다.

“김 실장입니다.”

잠시 후에 최갑중이 휴대폰을 내밀며 말하자 조철봉은 받아 귀에 붙인다.

“김 실장, 내가 내일 중국으로 가는데.”

대뜸 그렇게 말하자 김경준이 긴장한 듯 낮은 목소리로 묻는다.

 

“어디로 가십니까? 그리고.”

“옌지로, 그런데 김 실장도 같이 가야겠어. 중요한 일이야.”

“예, 모시고 가지요.”

“그런데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에 정상들이 협의할 내용이 뭔지,

 

그리고 양국 관계에 미치는 영향, 여론, 국내 단체의 반응에 대한 자료가 있을 거야.”

“예, 많습니다. 그동안 많이 논의를 해왔으니까요.”

금방 대답한 김경준의 목소리가 밝아졌다. 눈치를 챈 것이다. 김경준이 말을 잇는다.

“자료 모두 모아 놓겠습니다. 특보님.” 

 

 

(2143)조특보-18

 

 

 “아이고, 골치야.”

한영기의 보고가 끝났을 때 대통령실장 유세진이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말한다.

 

오전 10시반, 실장실 안에는 둘뿐이다. 어깨를 늘어뜨린 한영기가 외면했다.

 

한영기는 방금 조철봉이 어제 일성그룹 부회장 박동균을 만났다는 보고를 한 것이다.

 

이윽고 시선을 든 유세진이 한영기에게 물었다.

“오늘 옌지로 간다고?”

“예, 쉬러 간다고는 하는데….”

“무슨 꿍꿍이가 있군.”

“요즘같은 시기에 갑자기 옌지로 간다는 것도….”

“저쪽에선 다른 말이 없던데.”

저쪽이란 정보기관일 것이다. 조철봉이 요주의 인물이니만치 유세진이

 

감시를 붙인 것이 분명했지만 한영기는 모른다.

“그 작자가 지금까지는 운이 맞아서 이것저것 물꼬를 터 주었지만.”

유세진이 외면한 채 혼잣소리처럼 말을 잇는다.

“위험해. 점점 간덩이가 부어서 더 큰 사고를 칠 우려가 있어.”

“….”

“일성 부회장을 공공연히 만나 로비상황을 점검하는 모양인데 국민이 뭐라고 하겠어?

 

대통령이 시켰다고 할 수도 있지 않겠어?”

“그건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오늘 중국에 간다니 그동안 조치를 해야지.”

그러나 대통령실장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유세진이 결정권을 갖고 있다면 조철봉은 진즉 잘렸다.

 

아니, 특보로 임명되지도 않았다. 실장실을 나온 한영기가 계단을 걸어 내려갈 때

 

주머니에 넣은 휴대폰이 진동을 했다.

 

발신자 번호를 본 한영기가 서둘러 휴대폰을 귀에 붙였다.

 

조철봉이 직접 전화를 한 것이다.

“아니, 특보님 웬일이십니까?”

매일 보는 사이면서도 한영기가 반갑게 묻자 조철봉이 웃음띤 목소리로 말한다.

“지금 청와대에 계십니까?”

“예, 그렇습니다만.”

“저기, 제가 좀 궁금한 것이 있어서.”

“예, 말씀하시지요.”

이제 한영기는 계단가에 멈춰서서 통화에 열중한다.

 

카펫이 깔린 계단은 통행인이 없어서 조용하다.

 

그때 조철봉이 말을 잇는다.

“대통령님이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가 궁금해요.”

놀란 한영기가 숨을 참았고 다시 조철봉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만일 회담을 하실 용의가 있다면 시기는 언제가 좋을지,

 

그리고 북한측에 우리가 요구할 사항이 뭔지….”

“잠깐만요.”

참지 못한 한영기가 조철봉의 말을 끊고는 서두르듯 묻는다.

“저기, 죄송합니다만 오후에 옌지로 가시는 건 그 일 때문인가요?”

“아니, 꼭 그 일이 아니라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서 제가 알아두려고 합니다.”

“그건 제가 말씀드릴 사항이 아닌데요. 실장님을 통해서,

 

리고 정책 담당자들과 대통령님께서 충분히 논의를 하셔야 될 일 같은데요.”

 

“거기에다 여야, 시민단체, 여론조사까지 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비꼬는 내용 같았지만 조철봉의 말투가 너무 정중해서 그렇게 들리지는 않았다.

 

한영기가 대답했다.

“그렇게까지 완벽하게 준비한 후에 정상회담을 개최한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하지만.”

다 만족시키는 일이란 세상에 없다. 마음이 다급해진 한영기가 말을 잇는다.

“특보님, 그럼 제가 바로 연락드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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