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773. 새출발-13

오늘의 쉼터 2014. 10. 9. 11:19

773. 새출발-13

 

 

 

(2125)새출발-25

 

 

 

 

새출발 ?

신영선의 눈짓을 받은 여자가 조철봉의 옆자리에 앉는다.

 

앉는 순간에 방안의 공기가 흔들리면서 옅게 향내가 맡아졌다.

 

향수냄새는 아니다. 비누와 로션 정도, 거기에다 체취가 약간 섞였다.

 

심호흡을 한 조철봉이 여자의 옆모습을 본다. 화장기가 없는 맨 피부, 볼에 솜털이 돋아나 있다.

 

그때 신영선이 말한다.

“이분은 내가 말했던 조 특보님. 그리고 여긴.”

그러자 여자가 조철봉에게 머리를 돌리더니 인사를 했다.

“윤미정이라고 합니다.”

“아, 반갑습니다.”

윤미정의 목소리는 약간 높았지만 비음이 섞여 있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윤미정이 다시 외면했다.

 

갸름한 얼굴형, 쌍꺼풀이 없는 맑은 눈, 눈꼬리가 약간 치켜 올랐고 코는 크지도 작지도 않고

 

윤곽이 뚜렷하다.

 

입술 또한 크지도 작지도 않고 넓거나 얇지도 않다.

 

적당한 규격, 다만 입끝은 단정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번도 보지 못한 분위기의 미인, 묘사는 다 같게 했지만

 

분위기는 모두 다른 것이다. 감동한 조철봉의 시선이 신영선에게 옮겨졌다.

 

신영선은 조철봉을 주시하고 있다가 시선을 받더니 빙긋 웃는다.

“어때? 미인이지?”

“과연 그렇구먼.”

조철봉이 거침없이 머리를 끄덕였을 때 신영선이 말했다.

“내가 주방일 하느니 조 특보 만나보라고 했더니 결심을 한 거야.”

눈만 껌벅이는 조철봉을 향해 신영선이 다시 웃었다.

“열심히 살려는 사람 한 명 구제해 준다고 생각해.

 

오늘밤 같이 있고나서 윤미정씨한테 1000만원 줘.”

“… ….”

“계속해서 만나는 건 둘이 알아서 하고 어쨌든 오늘밤 가격은 1000만원. 알았지?”

그러고는 신영선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문 앞으로 다가섰던 신영선이 머리만 돌리더니 다시 말했다.

“문 안에서 잠가도 돼. 누가 들어오지도 않을 테니까.”

신영선이 방을 나갔을 때 조철봉은 길게 숨을 뱉었다.

 

그러고는 등을 소파에 붙이고는 옆에 앉은 윤미정을 본다.

 

윤미정도 물잔에 얼음 냉수를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적당히 길고 건강한 손가락이 보였다.

 

손톱은 살색으로 윤기가 흘렀으며 손놀림이 자연스럽다.

 

조철봉의 시선을 느꼈는지 윤미정이 이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시선이 마주치자 윤미정의 눈밑이 금방 붉어졌다.

 

입술 끝이 가늘게 떨리고 있다.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조철봉은 문득 자신의 표정이 굳어져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입맛을 다셨다.

“그 제의를 말이요. 윤미정씨가 한 겁니까?”

불쑥 조철봉이 묻자 윤미정이 머리를 저었다.

 

조금 세게 세 번이나 젓는다.

“아녜요. 사장님께서 정하셨어요.”

“어떻게?”

“저기, 당장에 얼마 필요하느냐고 물어보시기에 750만원이라고 했더니….”


“1000만원으로 정했구먼.”

“안 주셔도 됩니다.”

그러고는 윤미정이 시선을 내렸다.

 

이제는 얼굴 전체가 다 붉어져 있다.

“너무 많아요. 그러니까.”

다시 시선을 든 윤미정이 조철봉을 똑바로 보았다.

“여기까지 왔는데 안 하겠다고 돌아가는 건 위선이죠.

 

당장 돈이 필요하니까요.

 

그러니까 마음 내키시는 대로 주셔도 돼요.

 

10만원이건, 20만원이건 다 받을게요.”

조철봉은 윤미정의 얼굴을 똑바로 본다.

 

이 여자는 정직하다.

 

눈을 보면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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