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774. 조특보 (1)

오늘의 쉼터 2014. 10. 9. 11:23

774. 조특보 (1)

 

(2126)조특보-1

 

 

조특보 ?

한모금 위스키를 삼킨 조철봉이 잠자코 앞쪽 벽을 보았다.

 

윤미정은 따라준 술잔을 두 손으로 쥔 채 움직이지 않는다.

 

신영선이 공연히 이런 선행을 베풀 이유가 없다는 생각부터 든 것이다.

 

윤미정이 미인인 건 맞다. 하지만 제 가게에만 해도 쓸 만한 재목이 수십명 쌓였는데

 

난데없이 주방일을 부탁한 여자를 붙여주고 1000만원을 주라니 아무래도 이상했다.

 

1000만원 받아서 둘이 반타작할 리도 없고 윤미정이 신영선의 친인척인 것 같지도 않다.

 

그러나 윤미정은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신영선이 어떤 모략을 꾸몄건 간에 윤미정은 돈이 궁했고 어떤 일도 감당할 각오가

 

되어 있는 것은 분명했다. 그렇다면 문제는 신영선이다.

 

어떤 심보로 이런 작업을 구상했단 말인가?

 

머리를 돌린 조철봉이 윤미정을 보았다.

“남편이 사고를 당했다고 들었는데, 맞아요?”

“네.”

윤미정이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윤미정이 말을 잇는다.

“조그만 개인사업을 했는데 차 사고를 내고 보상비를 못내 자살했어요.

 

보험을 들지 않아서 집 전세금을 빼내 갚아도 모자랐거든요.”

“아아.”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는데 사업이 부도 직전이었고 사고까지 나니까 살기 싫어진 것 같아요.”

“그렇군.”

“빚이 많이 남아서 고생했죠. 돈버는 가장 쉬운 방법은 오래 전에 알았지만 안 했어요.”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윤미정이 입술 끝을 조금 올리면서 웃는다.

“그때마다 쉽게 죽은 애 아빠가 생각나더라고요.

 

그렇게 쉽게 벌다가 안 되면 나도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 그럼 내 아이는 어떻게 되게요?”


“으음.”

조철봉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정색하고 묻는다.

“그럼 이번 제의를 승낙한 이유는?”

그러고는 금방 덧붙였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돼요.”

“말씀 드릴게요.”

이제는 윤미정이 조철봉을 향해 돌아앉았다.

 

시선이 마주친 순간 조철봉은 저도 모르게 또 심호흡을 한다. 미인이다.

“사장님은 오늘 선생님이 절 데리고 가시지 않아도 돈 가불해 주신다고 했어요.”

“허어.”

“제가 제의를 승낙한 이유는 1000만원을 받고 이 가게에서 한 달 150만원씩 계산을 해서

 

7개월 일해주기로 했기 때문이죠. 물론 돈은 선생님한테 받지만요.”

“그것 참 복잡하군.”

입맛을 다신 조철봉이 곧 쓴웃음을 짓는다.

 

신영선이 큰뜻이 있었던 건 아니다.

 

신영선과 윤미정이 둘 다 좋은 방법을 택한 것이다.

 

물론 조철봉을 이용한 방법이다.

 

그때 조철봉의 기색을 살핀 윤미정이 입을 열었다.

“선생님이 물어보시면 다 말씀 드리라고 했어요.”

“그럼 다 털어놔 봐.”

술잔을 쥔 조철봉이 지그시 윤미정을 노려보았다.

“둘이 꼭 식칼을 들고 생선 토막내려는 것 같단 말이야. 난 도마에 놓인 생선이고.”

그러자 윤미정이 비시시 웃는다.

 

웃으면서 흰 이가 드러났으므로 조철봉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 상황에서도 감동을 받다니. 조철봉은 스스로가 한심스러웠다.

 

그때 윤미정이 말한다.

“사장님은 제가 돈 받으면 선생님한테 돈을 드린다고 했어요.

 

그럼 선생님도 득이죠.” 

 

 

(2127)조특보-2 

 

 

윈윈(win win)이 서로 좋다는 의미만은 아니라고 조철봉은 생각하고 있다.

 

장사꾼 출신이라 셈에 밝은 조철봉이다.

 

장사나 일상에서도 양쪽 다 좋은 거래는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엄밀하게 계산하면 거래에는 득실이 분명히 있다.

 

따라서 윈윈은 양보를 전제로 해야 성립이 된다.

 

서로 양보한다는 또다른 표현이 윈윈인 것이다.

 

그런 자세로 나서지 않으면 윈윈의 맛을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이번 윤미정과의 삼자 거래, 즉 조철봉, 윤미정, 신영선과의 거래에 있어서도

 

가장 베풀어준 사람을 꼽으라면 신영선이 되겠다.

 

물론 신영선이 돈을 조철봉에게 되돌려 줬을 경우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신영선이 제일 득이고 조철봉은 바지 한번 내렸다가

 

천만원을 던진 꼴이 된다. 몇초도 안되는 순간에 계산을 끝낸 조철봉이 입을 열었다.

“역시 신사부가 나를 또 깨우쳐 주시는군.”

“네?”

영문을 모르는 윤미정이 되물었을 때 조철봉이 정색했다.

“하자.”

“네?”

했다가 윤미정의 얼굴이 대번에 붉어졌다.

 

얼굴이 붉어지면서 눈이 번들거린다.

 

눈의 물기와 붉어짐에 상관이 있는 것 같다.

 

조철봉이 결연한 표정으로 윤미정을 보았다.

“여기서.”

이제 윤미정은 붉어진 얼굴로 시선을 내렸지만 얼굴까지는 돌리지 않는다.

 

조철봉이 목소리를 부드럽히며 묻는다.

“자, 하기 전에 필요한 과정이니까 묻는 말에 대답해봐.”

윤미정이 시선을 십센티쯤 올렸다 내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참고로 시선은 조철봉의 가슴부터 목 사이까지 오르내린다.

 

조철봉이 물었다.

“거기, 섹스는 좋아하는 편인가?”


그러자 윤미정이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리더니 입을 열었다.

 

얼굴이 붉어진 채 굳어져 있다.

“네, 조금요.”

“내 질문에 집중해. 그래야 성의를 보이는 거야.”

조철봉이 역시 부드럽게 말했지만 윤미정은 굳어진 채 머리를 끄덕인다.

 

다시 조철봉이 묻는다.

“가장 최근에 섹스한 적이 언제야?”

“오래 됐어요.”

했다가 이맛살을 모았다 푼 윤미정이 말을 잇는다.

“5년쯤, 그이 죽고나서 안 했습니다.”

“섹스하고 싶은 생각 안 났어?”

“났습니다.”

“그땐 어떻게 처리했지?”

“손으로.”

그때 시선을 든 윤미정이 조철봉을 똑바로 보았다.

 

여전히 두 눈이 번들거린다.

“저, 달아오르게 만드시려고 이러죠?”

“그 말도 맞아.”

“지금 하셔도 돼요.”

“달아올랐단 말인가?”

“그건 잘 모르지만.”

“손가락으로 한번 넣어 봐.”

”싫어요.“

했다가 윤미정이 조철봉의 시선을 받더니 상체를 옆으로 기울였다.

 

테이블이 배꼽 위 부분에 놓여져서 확인할 수는 없다.

 

외면한 채 꼼지락거리던 윤미정이 이윽고 상체를 펴더니 말한다.

“네, 조금.”

“젖었단 말야?”

“네.”

“그럼 지금 넣어도 되겠어?”

얼마든지 말로도 상대를 젖게 만들었던 조철봉이다.

 

이제 분위기 조성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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