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2. 새출발(12)
(2123)새출발-23
개혁당 대표 박준수는 한국당 내의 양대 파벌에 속하지 않았던 인물이다.
그러나 이번에 대통령이 자파 세력을 대폭 개혁당에 참여시킴으로써 박준수는
명실공히 후계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대통령 임기가 5년인데 1년 만에 후계구도를 설정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세계정치사상 유례가 드문 일일 것이다.
고금을 통하여 제2인자는 권력자의 견제를 받아 제명에 못 산다는 것이 증명되어 왔다.
왕조를 창업한 후에 토사구팽 당한 개국공신의 수는 셀 수도 없다.
아무리 명군(明君)이라고 해도 2인자는 용납하지 않았던 것이다.
역대 대한민국의 대통령도 집권 말기에 가서야 가능하면 최대한 늦게 후보를 내세워
권력 누수를 막아왔다.
그래서 박준수의 등장은 그야말로 개혁적이었다.
집권세력이나 친여 성향의 정치권은 현재 대한민국의 의석 구도를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했다.
개혁당을 창당함으로써 야당을 분열시켜 세를 위축한 효과까지 얻은 것이다.
그들은 이 구도를 황금분할로 불렀다.
즉 보수성향의 박준수가 이끄는 중도파 집단인 개혁당,
이제 보수 집단을 표방한 한국당의 대표는 이번에 대통령의 경쟁자였던 김정훈 의원이
맡게 되었다.
그리고 야당이며 좌파로 분류되는 민족당과 극우, 극좌로 분리된 독립당과 노동자당까지
5개 정당으로 나누어졌다.
의석 구도를 보면 개혁당, 한국당, 민족당, 독립당, 노동자당 순으로 밝힐 때
100, 80, 70, 20, 15명 그리고 무소속이 15명이다.
개혁당이 제1당이 되었으며 한국당이 제2당이었는데 둘 다 여당으로 불려도 된다.
그리고 이른바 우파의 지분은 200명이었다.
개헌이 가능한 3분의 2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개혁당 안에 민족당 출신의 중도 세력이 포진하고 있었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이었다.
개혁당 대표실로 들어선 조철봉을 박준수가 맞는다.
“잘 다녀오셨지요?”
기다리고 있던 참이어서 박준수는 안쪽 응접실로 조철봉을 안내했다.
“현재로써는 북한에서 얻어 낼 카드가 없습니다.”
그러고는 조철봉은 위원장이 말한 이야기를 다 전달해주고 나서 친서 내용까지 털어놓았다.
“이번에 박 대표님께서 위원장 입장을 한번 살려 주시지요.”
“어떻게 말입니까?”
정색한 박준수가 묻자 조철봉이 쓴웃음을 짓는다.
“식량과 비료, 시멘트, 기름공급이 시급합니다.
“대통령의 뜻이겠지요?”
불쑥 박준수가 묻자 조철봉이 머리를 끄덕였다. 정색하고 있다.
“물론입니다, 대표님.”
웃지도 않고 박준수가 또 물었으므로 조철봉도 여전히 굳어진 얼굴로 대답한다.
“그럼요, 대통령 실장도 같이 있었으니까 확인해 보시지요.”
“알겠습니다.”
해놓고 박준수가 길게 숨을 뱉는다.
(2124)새출발-24
“요즘은 그것도 안 해?”
하고 신영선이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잠깐 어리둥절했다.
신영선의 가게 ‘타임’안이다.
밤 10시가 다 되어서 찾아왔는데도 신영선은 안쪽 특실 하나를 비워둔 채 기다리고 있었다.
신영선의 시선을 받은 조철봉이 곧 비죽 웃었다.
“했지. 어젯밤에 와이프하고.”
“내가 그거 물어봤나?”
“바빴어.”
그러자 신영선이 정색했다.
“기다려. 오늘밤 한번 하고 가.”
“젠장, 가게 끝나고?”
조철봉의 찌푸린 얼굴을 본 신영선이 눈웃음을 쳤다.
“아니, 자기 온다고 해서 내가 누구 하나 불렀어.”
“무슨 말이야?”
했지만 이번에는 대번에 알아들었다.
신영선이 조철봉의 잔에 위스키를 따르면서 말했다.
“영계가 좋아?”
“그건.”
말을 내놓기 직전에 조철봉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신영선은 중계축에 든다.
“날 잘 알잖아? 내가 어디 찬밥 더운밥 가렸어?”
“그럼 닥치는 대로 퍼먹었단 말이야?”
“그렇게 말하면 서운하지. 내가 기준은 있잖아?”
말은 그랬어도 신영선의 표현이 맞다. 닥치는 대로 퍼먹었다.
뚜렷한 기준이 없었다. 그 기준이란 것 자체가 여자를 무시한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처신이 맞았다. 만난 여자에 대해서 실망한 적이 드물었고 여자
또한 만족하고 떠났으니까. 성(性)에 대해서는 자유분방한 조철봉이다.
만일 신영선이 중계가 좋으냐고 물었어도 그렇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때 신영선이 말했다.
“가게 주방 일을 하겠다고 난데없이 찾아온 여자가 있었어.
불쑥 찾아와서 놀랐는데 첫눈에 와락 땡기는 거 있지?”
“뭐가 땡겨?”
“여자 눈에도 그런 게 보이는 여자가 있어. 특히 나 정도면 틀림없지.”
“그, 뭐시기.”
말을 잇지 못한 조철봉이 다시 심호흡을 했다.
샘이 꽉꽉 조이는 여자냐고 물을 뻔했던 것이다.
신영선이 말을 잇는다.
“30대 중반,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하나가 있고, 남편이 5년 전에 자살했대.
혼자 아들을 키웠는데 지금까지 편의점, 음식점 알바를 해서 살았다는군.”
“그 자살한 남편이 못난 놈이군. 그렇게 땡기는 와이프를 두고 말이야.”
“다 팔자지.”
“그래서 그 여자를 나한테 소개시켜 주겠단 말이지?”
저도 모르게 입맛을 다신 조철봉이 조급해진 바람에 본론을 꺼내었다.
그러자 신영선이 머리를 끄덕였다.
“내가 물어봤더니 하겠대.”
“그럼 데리고 나가야 하나?”
“마음대로.”
하더니 신영선이 눈을 흘겼다.
“이것봐, 벌써부터 들떠서 눈이 번들거리는구먼.”
그때 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렸다.
“어서 와요.”
신영선의 목소리도 먼 곳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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