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767. 새출발(7)

오늘의 쉼터 2014. 10. 9. 11:12

767. 새출발(7) 

 

 

 

(2113)새출발-13

 

 

 “자, 그럼 주위를 둘러봐.”

젓가락을 내려놓은 신영선이 말했으므로 조철봉이 방안을 둘러보았다.

 

인사동의 한정식집 방 안이다.

 

단 둘이 한정식상을 받아놓고 먹는 중이라 방 안에는 둘 뿐이었다.

 
풀석 웃은 신영선이 말을 잇는다.

“주위에서 도와줄 사람이 있느냐는 거야. 운동권에서는 동지라고도 하지.”

“글쎄.”

애매한 표정이 된 조철봉이 신영선을 보았다.
 
사부 신영선에게 어제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함께 나눈 이야기를 해주고 조언을 받는 중이다.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개혁당 박 대표는 어때?”

“박준수씨는 대놓고 나설 입장이 아냐. 중도 입장을 취할 거야.”

“그럼 대통령이 도와줄까?”

“그건 더 어렵고.”

“남북의원협의회 멤버들은 어때?”

“그건 모래알이야. 잘 알면서.”

“통일연구소 모임의 의원들은?”

했다가 조철봉이 먼저 손을 젓는다.

“그냥 한 말이야, 취소.”

“없지?”

정색한 신영선이 물었으므로 조철봉이 먼 초점의 시선으로 앞을 보았다.

“별로 그러네.”

“잘 나갈 때는 많았지?”

“그렇구만.”

“지금같은 경우, 생사를 같이 할 만한 동료를 찾으려니 없지?”

“내가 특보가 되었다는 소문을 들었다면서 오늘까지 의원 열세명이….”

“그래서 어쨌다고?”

불쑥 말을 자르며 신영선이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어깨를 늘어뜨렸다.

“연락해 왔더라구.”

“정치는 살벌해, 알아?”

“알 것 같아.”

“사람을 모아야돼.”

“글쎄, 지금도 꼬인다니까?”

“이 바보야.”

눈을 흘긴 신영선이 혀를 찼으므로 조철봉도 상반신을 세웠다.
 
신영선이 말을 잇는다.

“뜻이 맞는 사람이면 제일 좋고 두 번째는 서로 주고 받을 만한 입장인 사람,
 
세 번째는 능력을 살 수 있는 사람까지다.”

“내가 대선에 나갈 것도 아니고.”

“대통령을 도우려고 해도 힘이 따라줘야 한다구, 이 바보야.”

“바보라고?”

눈을 치켜뜬 조철봉을 무시한 채 신영선이 한마디씩 내놓는다.

“그래야 세력이 되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거야.
 
그것은 스스로가 만들어야 돼. 대통령이 그것까지 해줄 수는 없어.”

“어렵군, 말이.”

“저 혼자 이리저리 부딪쳐서 깨지기만 한다면 대통령께 누만 되는 거야.
 
차라리 없던 것보다 못하지.”

“큰일났는데.”

“세력을 만들어. 그래서 대통령을 도와. 그것도 티가 나지 않게.
 
반감을 사지 않으면서 말야.”

“제기랄.”

마침내 조철봉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게 어디 사람이냐? 공자님도 그렇게 못하겠다.”

“당연히 공자님도 21세기인 지금은 어림도 없지. 하지만 조철봉은 해야 돼.”

“내가 두 시간 반 동안 일곱번 기록까지 세운 인간인데.”

“오정문과 최성환이 뭔가 터뜨린다는 소문이 있어.”

목소리를 낮춘 신영선이 똑바로 조철봉을 본다.

“소문이 난 걸 보면 협상을 원하는 것 같기도 해. 술수를 쓰는 인물들이거든.”

 

  

(2114)새출발-14

 

 

그러나 조철봉이 세를 모으기도 전에 또 대통령의 호출을 받았다.

 

지난번 독대를 하고 나서 닷새 만이다.

 

이번에는 대통령실장 유세진이 직접 연락을 해 왔는데 목소리가 은근했다.

“대통령께서 요즘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에 대한 조언을 들으시고 싶답니다.”

 

그것에 대한 보고 준비를 갖추고 오라는 말이었다.

 

긴장하고 있는 조철봉의 귀에 유세진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요즘 나라 안 정국이 어수선한 판에 대북 관계도 막혀 있어서 여간 걱정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통화를 끝낸 조철봉이 길게 숨부터 내쉬고 나서 앞쪽에 앉은 김경준에게 말한다.

 

“양 부장을 바꿔.”

“예?”

하고 물었다가 정신을 차린 김경준이 와락 긴장했다.

“북한 통전부장 말씀입니까?”

“그럼 누구겠어?”

조철봉의 기색의 심상치 않은 것을 본 김경준이 더 긴장하더니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김경준은 지금 북한 통전부장 양성택의 핸드폰으로 통화를 시도하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양성택에게 이렇게 직접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조철봉 하나뿐일 것이다.

 

입을 꾹 다문 조철봉은 김경준을 바라보고 있다. 양성택과의 통화는 도청이 될 것이었다.

 

그래야만 하고 그렇게 하라고 일반 전화기를 쓴다. 이윽고 송수화기를 귀에 붙이고 있던

 

김경준이 질색을 하더니 말한다.

“저는 조철봉 의원님. 아니. 사장님의 보좌관 김경준입니다.”

양성택이 나온 모양이다. 그러더니 김경준이 상기된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조철봉 사장님께서 양 부장님과 통화를 원하십니다.”

다음 순간 눈을 부릅뜬 김경준이 전화기를 내밀었으므로 조철봉은 받아 귀에 붙인다.

“저, 조철봉입니다.”

“아이고, 조 의원. 아니. 이제는 특보신가?”

하고 양성택의 밝은 목소리가 귀에 울리자 조철봉이 어깨를 늘어뜨렸다.

“오랜만에 전화 드립니다. 부장님.”

“그렇군요. 바쁘셨지요?”

양성택이 웃음띤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저도 전화를 드릴까 했는데 잘 되었습니다.”

“오늘밤 대통령님을 만나게 되어서요.”

“아아, 그러시군요.”

“제가 양 부장님하고 이런 라인을 갖고 있으니까 특보가 된 것 아닙니까?”

조철봉이 마음속에 있던 말을 내놓았다.

사실이다. 그것을 아는 사람은 대통령과 정보기관 관계자 몇명뿐일 것이다.

 

조철봉의 이용가치 중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조철봉이 목소리를 낮췄다.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있지 않습니까?

 

저를 통해서 말씀해 주실 것이 있으신지요?

 

그럼 대통령께 전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두 시간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정색한 양성택이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보이지도 않는 상대에게 머리를 끄덕인다.

“예, 기다리겠습니다.”

그러고는 전화 통화가 끝났을 때 조철봉이 길게 숨을 뱉으며 송수화기를 김경준에게 건네주었다.

“내 역할은 이거야.”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일을 하실 분이 특보님 한 분뿐이십니다.”

정색한 김경준이 말했으므로 조철봉이 쓴웃음을 짓는다.

“내가 연락책으로 이용하기 좋다는 것을 양쪽 지도자가 간파한 것이지.”

“그것만 해도 영광이지요.”

김경준은 아직도 긴장이 풀리지 않은 얼굴이다.

 

하긴 조철봉도 흥분된 상태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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