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760. 결단(12)

오늘의 쉼터 2014. 10. 9. 11:04

760. 결단(12)

 

(2010)결단-23

 

 

이윽고 얼굴을 뗀 신영선이 상기된 표정으로 조철봉을 보았다.

“박준수 의원.”

그 순간 조철봉은 숨을 멈췄다.

“박준수 의원?”

“그래, 시치미 떼지 마.”

신영선이 조철봉의 목을 두 팔로 감아 안은 채 똑바로 시선을 준다.

 

두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

“그 사람 외에는 없어.”

“왜? 다른 사람도 많은데, 저기.”

“그만!”

조철봉의 입을 손바닥으로 막은 신영선이 말을 잇는다.

“갑자기 난데없이 나타나는 신인에 대해서는 이제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가 되어 있어.

 

국민들의 의식이 성숙된 것이지. 학습 효과가 나타난 거야.”

신영선은 가운 차림으로 욕조 안에 들어간 꼴이 되었지만 전혀 의식하지 못한 것 같다.

 

젖은 가운 밑으로 맨 살이 다 드러나서 검은 젖꼭지가 선명했다.

 

신영선이 상기된 얼굴로 조철봉을 본다.

“신당이 떼어져 나가면 지금 여당의 두 개 조직도 다시 정비가 될 거야.

 

김정훈 의원이 파벌에서도 분명히 이탈자가 있을 테니까.”

맞는 말이다. 지금 여당은 두 개 파벌로 나누어져 있다.

 

대통령은 당무에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고, 실제로 일절 상관하지 않았지만

 

당은 대통령 지지파와 김정훈 의원 지지파의 두 그룹으로 나누어져 있다.

 

김정훈 의원은 일절 당직을 맡고 있지 않은데도 막강한 영향력이 있다.

 

지난번 대통령 후보 경선 때 현 대통령에게 간발의 차이로 밀렸으나 곧 승복하고 선거를 도왔다.

 

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당 안의 두 파벌은 합심하여 거대 여당의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국민은 실망했다. 특히 갑자기 어려워진 경제 상황에 정치권의 일사불란한 행동을 기대한

 

지지자들은 배신감을 느꼈고 지지도가 곤두박질친 것이다.

 

조철봉이 신영선의 엉덩이를 당겨 안으면서 묻는다.

“그럼 한국당은 김정훈 의원이 장악하게 될까?”

“아니.”

간단하게 부정한 신영선이 몸을 붙이면서 말을 이었다.

“이번 신당 창당으로 한국당의 파벌이 사라질 거야.

 

김정훈 의원이 한국당에 남을지 또는 다시 창당해 나갈지는 알 수가 없지.”

그러고는 신영선이 풀썩 웃는다.

“이건 내 추측이야. 연쇄작용이라는 게 있으니까.

 

남은 사람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고. 자신들도 껍질을 벗고 다시 태어나려는

 

의욕이 일어날 수도 있지.”

“당이 사분오열되겠군.”

“좋은 현상이야. 국가를 위해서나 정치계를 위해서도.

 

여당도 순수해질 것이고 야당도 마찬가지지.

 

신당 창당으로 정치권의 일대 혁신이 이뤄질 것은 분명해.”

“빌어먹을, 내가 한마디 한 것이….”

“응? 뭔데?”

하고 신영선이 되물었으므로 침을 삼킨 조철봉이 헛기침부터 했다.

“아냐, 근데 박준수 의원이 당대표가 될 것이라고 소문이 났어?”

“대충 정치권에서는.”

해놓고 신영선이 손을 뻗쳐 조철봉의 철봉을 건드렸다.

“이렇게 세워놓고만 있을 거야?”

신영선의 두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 다시 신영선이 상기된 얼굴로 묻는다.

“걔는 아까부터 성이 나 있던데.”

“그렇군.”

머리를 끄덕인 조철봉이 심호흡을 했다.

“이제 정치권에 난데없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모양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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