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751. 결단(3)

오늘의 쉼터 2014. 10. 9. 10:56

751. 결단(3)

 

(2082)결단-5

 

 

다음날 아침,

 

벨 소리에 눈을 뜬 조철봉은 옆자리가 비어 있는 것을 보았다.

 

전화기를 귀에 붙이며 침대에서 일어나 앉은 조철봉은 곧 최갑중의 목소리를 듣는다.

“형님, 여자들이 간다고 해서 찰스한테 데려다 주라고 했습니다.”

“그래?”

오전 8시5분이다. 창밖은 이미 환한 햇살이 덮여진 오전, 그러나 별장 안은 조용하다.

 

그때 최갑중의 말이 이어졌다.

“하란 아가씨가 봉투를 주었더니 받을 수 없다고 했지만 그냥 줬습니다.”

“어, 잘했다.”

조철봉이 머리까지 끄덕이며 칭찬했다.

 

전화상으로 이럴 정도면 대단한 칭찬이다.

 

어젯밤에 지엔하고 길게 끌다 보니까 하를 부르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까지 데려와서 그걸 안 했다고 안 주는 놈자가 있겠는가?

 

하 입장에서 보면 안 했으니 받기가 거북해서 사양을 했겠지만 경우로 봐서도 받아야 된다.

 

전화기를 내려놓은 조철봉이 침대에서 나와 창가로 다가가 섰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이다.

 

2층에서는 정원의 잔디와 그 건너편 정원까지 환하게 내려다 보였다.

 

잔디는 잘 손질되어서 잡풀 하나 끼어 있지 않았고 배합이 잘된 정원수는 그려다 붙인 것 같다.

 

그때 다시 전화벨이 울렸으므로 조철봉은 몸을 돌렸다.

 

아래층에서 걸려온 인터폰이다.

“형님, 이용찬 의원 보좌관한테서 방금 연락이 왔는데요.”

긴장한 조철봉이 전화기를 고쳐 쥐었을 때 최갑중의 말이 이어졌다.

“이곳 시간으로 12시 정각에 이 의원이 전화를 하시겠답니다.”

“왜?”

“아마 그 일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국제산업이 응찰한 관광특구 건설에 대한 일일 것이다.

 

알고 있었지만 조철봉이 물은 것은 심기가 불편했기 때문이다.

 

국제산업 박정주 회장은 며칠 전에 일본에서 지사장을 보내 50만불을 건네주려다가

 

조철봉이 직접 사양한다는 전화까지 하게 만들었다.

“당장 김 보좌관한테 연락해서 나한테 전화하라고 해.”

조철봉의 분위기를 알아챈 최갑중이 서둘러 전화를 끊는다.

 

김경준의 전화가 온 것은 그로부터 10분쯤 후였다.

 

최갑중한테서 내막을 들은 김경준이 바로 본론을 꺼내었다.

“의원님, 그쪽에서 그렇게 적극적으로 나오는 건 이미 물려 있다는 증거가 되겠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정색한 조철봉이 말을 잇는다.

“내가 거부하면 아예 적으로 돌아서겠다는 분위기까지 보여.”

“그렇습니다. 그런데 거물급 몇 명이 포섭되어 있습니다.”

그러더니 김경준이 덧붙인다.

“전화상으로 말씀드리기가 좀 그렇구먼요.”

“도대체 이게 뭐야? 지저분하게.”

눈을 치켜뜬 조철봉이 창밖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창밖은 대조적이다. 맑고 깨끗하다.

 

 투명한 햇살이 너무 밝게 비치고 있다.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정치한다는 놈들이 돈에는 왜 이렇게 얽혀 있는 거지?”

“국회의원 선거에서부터 돈이 엄청 들거든요.”

김경준의 목소리에 비웃음기가 섞여졌다.

“그때부터 돈으로 된 올가미가 목에 걸쳐지는 것입니다.”

“어쨌든 이번 일에는 내가 말려들지 않을 테니까.”

마침내 조철봉이 마음먹은 말을 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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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창가로 다가간 조철봉이 이제는 의자에 앉아 창밖을 내다본다.

 

알몸에 가운만 걸친 차림으로 아직 세수도 하지 않았다.

 

국회의원이 된 지 6개월, 비례대표 끝번으로 웃음거리가 되면서 국회에 들어갔지만

 

조철봉만큼 두각을 나타낸 인물도 없을 것이다.

특히 대북사업에서 북한 최고위층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납북자와 국군포로 송환,

 

남북간 의원 교류 등 관계 진전에 엄청난 업적을 이뤘다.

 

지금은 그 열풍이 잠잠해졌지만 그 당시 조철봉이 대선에 출마했다면 압도적으로

 

당선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의원 생활도 여타 사회적 인간관계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사회는 국민을 대표한 의원에게 일반인과는 다른 기준을 설정해 놓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일반인에게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똑같은 일이 국회의원에게 발생한다면

 

그것은 뉴스감이 되고 여론의 질타를 받아 정치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을 감수해야만 한다. 언론을 잘 이용하는 정치인이 성공했다.

 

그래서 조철봉이 보기에 언론과의 활동에만 목을 매다는 정치인도 여럿이었다.

 

열심히 노력해서 그 성과가 자연스럽게 언론에 보도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시쳇말로 카메라만 쫓아다니는 정치인이 많았다.

발언 한번 제대로 못하고 있다가도 카메라 렌즈가 비치면 말하는 시늉으로

 

입을 벙긋거렸는데 그 꼴을 보고 웃는 사람이 있어도 태연했다.

 

속으로는 기를 쓰고 있을 것이다.

 

유명 정치인 또는 대통령과 함께 있는 사진을 박으려고 목을 매는 사람도 여럿이었다.

 

물론 그 짓을 받아들이는 유권자가 있으니까 한다.

 

그러고 보면 그 짓을 하는 자와 그 짓을 믿고 찍어준 유권자도 같은 수준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같은 맥락인데 국회가 대체로 그런 분위기에 젖어 있는 상황에서 혼자 고고한 척했다가는

 

왕따다. 악화, 양화 따질 것도 없다. 도태되는 것이다. 수준에 맞춰서 놀아야 한다.

 

초짜가 처음 몇 달 날뛰었다가 곧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가 되는 것도 그 때문이고,

 

고집을 부렸다가 4년 내내 같은 당에서도 따돌림을 받고는 공천을 받지 못한 사람도 보았다.

 

이윽고 생각에서 깨어난 조철봉은 전화로 최갑중을 부른다.

“김 보좌관 바꿔.”

“예, 의원님.”

분위기를 눈치챈 최갑중이 이제는 의원님이라고 부른다.

 

최갑중은 지금 아래층에서 대기하고 있다.

 

김경문하고 연락이 된 것은 5분 후, 김경문도 대기하고 있었던 듯 목소리가 긴장되어 있다.

“예, 의원님.”

“한국시간 9시 반에 박준수 의원하고 통화하도록 해줘.”

“박준수 의원 말입니까?”

놀란 듯 김경문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박준수는 한국당 의원으로 3선이지만 파벌이 없다.

 

자수성가한 기업가 출신으로 재산이 많은 때문인지 돈 문제도 깨끗했다.

 

당의 중책을 거의 맡지 않다가 이번에 국방위원장이 되었는데 보수 우파의 대표적

 

인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난데없는 일인지라 잠깐 망설이던 김경문이 조심스럽게 묻는다.

“저기, 어떤 일 때문이라고는 말씀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그건 그렇다. 박준수와는 지금까지 한번도 접촉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남북한 의원 연맹이니 납북자 국군포로 관계로 의원단과 함께 북한을 방문하면서

 

설쳐댈 때 조철봉에게 연락해오지 않은 몇 안 되는 의원 중 하나가 박준수였다.

 

조철봉이 심호흡을 하고 나서 말했다.

“중요한 일이라고만 말씀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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