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749. 결단(1)

오늘의 쉼터 2014. 10. 9. 10:20

749. 결단(1)

 

(2078)결단-1

 

 

별장에는 최갑중도 따라갔다.

 

물론 제 파트너와 함께, 그러니까 남자 둘에 여자 셋이 별장으로 온 것이다.

 

오래 전에 조철봉이 구입한 이 별장은 프랑스가 월남을 지배했을 때 지은 저택으로

 

이층 건물에 방이 12개나 된다.

 

관리인 셋이 상주하고 있었으므로 아침에 나갔다가 돌아온 집 같은 느낌이 들었다.

 

관리인의 인사를 받은 조철봉이 지엔과 하를 데리고 이층 계단을 올라가면서 말한다.

“그럼 내일 아침에 보자.”

“예.”하면서 조철봉의 뒷모습에 대고 절을 하고난 최갑중이 문득 묻는다.

“몇시에 전화 드릴까요?”

“8시.”

“안녕히 주무십시오.”

왕도 이런 호사는 안 할 것이다.

 

돈으로 해결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지만 쓰기 나름으로 적당한 힘이 생성된다.

 

이른바 권력이다. 이층 방은 6개, 조철봉은 방 2개를 지엔하고 하에게 배정시켜 주고 나서

 

제 방으로 들어가 샤워부터 했다.

 

밤 11시반, 욕실의 창 밖으로 도시의 야경이 내려다 보였다.

 

별장이 언덕에 세워져서 야경이 유별나게 좋다.

 

샤워를 마친 조철봉이 가운 차림으로 응접실로 들어서면서 얼굴을 펴고 웃는다.

 

지엔과 하가 이미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둘은 방 옷장에 있던 가운으로 갈아 입었다.

 

가운 밑으로 맨살이 드러났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지엔이 말하더니 하와 함께 냉장고에서 안주와 얼음을 꺼내 탁자에 내려놓고

 

선반의 양주를 고른다.

“뭘 드시겠어요?”

하가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마침 들고 있는 술을 가리키며 머리를 끄덕여 보였다.

“너희들 둘, 손발이 잘 맞는구나.”했다가

 

그 말 뜻을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조철봉이 해석했다.

“일을 함께 잘 한다는 뜻이야.”

“알아요.”하면서 지엔이 오른쪽에 앉더니 조철봉의 잔에 양주를 따른다.

“침대로 같이 갈까요?”

왼쪽에 앉으며 하가 그렇게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쓴웃음을 지었다.

“방도 많은데, 뭘.”

“그럼 방으로 하나씩 부르시려고요?”

지엔이 묻더니 이를 드러내고 웃는다.

“부끄러우세요?”

“그런 것 없다.”

“그럼 쇼 해드려요?”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지엔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전히 웃음띤 얼굴이다.

“벗을까요?”

가운 자락을 두 손으로 쥔 지엔이 말만 떨어지면 좌악 벌릴 기세로 묻는다.

 

조철봉이 머리를 돌려 하를 보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하도 소리없이 웃었다. 밝은 표정이다.

“됐다. 그냥 마시자.”

그러자 둘의 표정이 금방 굳어졌다.

 

다시 자리에 앉은 지엔이 이번에는 조심스럽게 묻는다.

“저같은 스타일 싫어하세요?”

만일 지엔같은 수준의 한국 여자라면

“저같은 스타일 싫어하시는 거 아니죠?”하고

 

한마디 더 넣고 더 부드럽게 말을 꾸몄을 것이다.

 

지엔의 시선을 받은 조철봉이 머리를 저었다.

“천만에, 난 너희들이 좋아.”

조철봉이 두 팔을 벌려 지엔과 하를 한꺼번에 안았다.

“난 너희들 둘을 데려왔지만 한 사람만 있는 것처럼 행동할 거다. 무슨 말이냐면.”

한마디씩 조철봉이 정성스럽게 말한다.

“그래야 너희들 둘을 제각기 머릿속에 넣을 수 있거든. 너희들 같은 미인을 말야.” 

 

 

(2079)결단-2

 

 

 

양주를 반병쯤 나눠 마신 조철봉의 컨디션은 최상이다.

 

몇년전에 괜찮은 파트너를 만났다고 술을 잔뜩 마시고 나서 호텔방으로 갔다가

 

큰 실수를 한 적이 있다. 철봉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후부터는 여자와 함께 있을 때 절대로 과음하지 않는다.

 

술을 적게 마셔서 좋고 즐거움을 나눌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아닌가?

 

과음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방으로 돌아온 조철봉은 침대에 누워 들뜬 기분으로 기다린다.

 

응접실의 술상을 대충 정리하고 나서 둘 중 하나가 먼저 들어올 것이다.

 

누구 먼저 들어오라고 하지도 않았으니 저희들끼리 순번을 정하지 않겠는가?

 

그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지엔이 말한다.

“내가 먼저 갈까? 네가 피곤하게 보여서 그래.”

“아니, 그보다 조 사장님이 더 피곤하게 보이던데.”

하고 하가 대답하자 지엔이 풀석 웃는다.

“그래도 우리 둘은 감당할 거야.”

지금 둘은 새가 지저귀는 것 같은 월남어로 말하는 중이다.

“그럴까?”

아직도 미심쩍은 표정의 하가 지엔에게 묻는다.

“지엔, 네 엄마가 붕타우에서 생선 팔았다는 거 정말이야? 너, 다낭이 고향이라고 했잖아?”

“거짓말이야. 엄마는 다낭에서 미장원을 해. 꽤 오래된 곳이라 유명해.”

그러고는 지엔이 활짝 웃는다.

“한국어 배우면서 생선장수 이야기 지어낸 거야, 멋있었지?”

“그래, 실감났어.”

“네 엄마가 여기 호찌민에서 피아노 치면서 남자들 꾀어냈다는 거, 그것도 소설이지?”

“당근, 우리 엄마는 아빠 외의 남자는 만난 적도 없어.”

그러고는 둘이 마주보고 웃는다.

 

그때 문이 열리면서 지엔이 들어섰으므로 조철봉은 생각에서 깨어났다.

 

지엔은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지만 시선을 마주치지는 않았다.

“어, 이리 와.”

어색함을 풀어주려고 조철봉이 밝은 목소리로 말한다.

 

지엔 어머니가 생선장수가 아니면 어떤가? 분위기 맞추려는 거짓말쯤은 문제될 것 없다.

 

다가온 지엔이 침대 시트를 들치고 들어와 옆에 눕는다. 다소곳하다.

 

조철봉은 지엔이 반듯이 누워 시트로 가슴을 덮을 때까지 지켜보고만 있었다.

 

마침내 지엔이 조철봉을 보았다. 얼굴이 조금 상기되어 있다.

“제가 먼저 왔어요. 괜찮죠?”

“그럼, 그런데 어떻게 결정한 거야?”

“제가 먼저 간다고 했어요.”

옳지, 생각한 것과 같구나 하고 조철봉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그러자 지엔이 묻는다.

“왜 웃으세요?”

“너하고 섹스를 할 생각을 하니까 기뻐서 그런다.”

“사장님은 이상해.”

그러더니 지엔의 얼굴에도 웃음기가 번졌다. 긴장이 풀린 것 같다.

“저, 벗을까요?”

상반신을 일으키며 물은 지엔이 조철봉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가운을 벗어 침대 밑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지엔의 알몸이 다 드러났다.

 

지엔은 가운 밑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것이다.

 

불빛을 받은 지엔의 몸은 윤기가 흘렀다. 단단하고도 탐스러운 젖가슴,

 

잘록한 허리와 아랫배.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지엔이 다시 웃는다.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

“저, 일어서서 보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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