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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8. 외유(13)

오늘의 쉼터 2014. 10. 9. 10:17

748. 외유(13)

 

(2077)외유-25

 

 

인연없는 인간이 어디 있겠는가?

 

전생의 인연을 믿을 필요도 없이 지구상 인간은 10대쯤만 조상을 추적해보면

 

다 인연이 얽혀져 있다고도 한다. 지엔의 말이 끝났을 때 이제는 하가 나선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나선 것이다. 신통하다.

“전 이곳 호찌민 출생이에요.”

하는 머리를 묶어 올렸다. 그래서 동그란 얼굴이 더 드러났고 목도 더 길어보인다.

 

역시 검은 눈동자, 또렷한 코, 입술은 도톰하다. 하가 말을 잇는다.

“아버지는 제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돌아가셨고 전 어머니가 키웠죠.”

최갑중과 일행 둘은 제각기 제 파트너하고 이야기를 하느라고 이쪽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하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어머니는 학교 교사였다가 생활비가 모자라 호텔에서 피아노를 쳤대요.

 

그러다가 남자들의 애인이 되었죠.”

“오, 그렇군.”

조철봉이 얼렁뚱땅 맞장구를 쳤지만 하는 정색하고 말을 잇는다.

“어머니는 영리했어요. 아름답기도 했구요. 한 남자한테만 집중하지 않았어요.

 

둘, 또는 셋, 어떤 때는 넷까지 넣고 있었지요.”

넣고 있었다는 표현에 조철봉은 가슴을 때리는 감동을 받는다.

 

하의 한국어도 유창했다.

 

그러나 한국 여자 같았다면 소유하고, 또는 데리고, 끼고, 달고 등등으로 표현했을 것이다.

 

넣고라니, 어디에다 넣는단 말인가?

 

설마, 아마 주머니에 넣고 있다는 의미로 그럴듯하게 말했으리라.

 

이제는 조철봉도 정색하고 하의 말을 듣는다.

“제 위로 언니 하나, 오빠 하나가 있는데 다 대학 졸업했죠. 어머니 덕분으로요.”

“훌륭하신 분이다.”

조철봉이 감탄하자 하가 머리를 끄덕였다.

 

여전히 웃음띤 얼굴이다.

“그래서 이젠 제가 어머니한테 해 드리려고 해요.”

“어떻게?”

“먼저 교외에 집을 한 채 사드리고, 지금 살고 있는 집도 너무 낡고 좁거든요.”

“그렇군, 그리고?”

“결혼도 시켜 드리겠어요.”

“한국 남자하고?”

하면서 옆에 앉은 지엔을 바라보며 조철봉이 웃었다.

 

그러자 하가 따라 웃었다.

“제 어머니는 아직 나이 50도 안되었어요. 그리고 저보다 미인이라구요.”

“한국어 잘 하셔?”

“영어, 불어, 중국어까지 잘 하시지만.”

“한국 스타일이 아닌데.”

그러고는 조철봉이 길게 숨을 뱉는다.

“너희들, 열심히 사는구나.”

두 팔을 벌린 조철봉이 지엔과 하의 어깨를 당겨 안았다.

 

그 순간 가슴이 편안해지면서 문득 지금까지 왜 그렇게 쫓기듯이 살아왔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철봉이 술잔을 쥐자 지엔이 술을 따르고 하는 물잔을 준비했다.

 

한 모금 술을 삼킨 조철봉이 하가 건네준 얼음물로 입안을 헹궜다.

 

욕심을 부렸기 때문일 것이다.

“욕심을 버려야 돼.”

혼잣소리처럼 말했지만 지엔과 하는 다 알아들은 것 같다.

 

둘의 시선을 받은 조철봉이 빙그레 웃는다.

“하지만 너희들 둘은 다 욕심이 나는데 말야. 어떻게 할래?”

조철봉이 좌우를 번갈아 보면서 묻자 먼저 지엔이 대답했다.

“별장으로 가신다면서요? 방이 많을 텐데 무슨 걱정이세요?”

그러자 하가 머리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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