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753. 결단(5)

오늘의 쉼터 2014. 10. 9. 10:58

753. 결단(5)

 

(2086)결단-9

 

 

 

 

“그, 신당 문제 말씀입니다.”

하고 양성택이 말을 이은 순간에 조철봉은 숨을 삼켰다.

 

도청을 염려한다고 했지만 이미 양성택은 도청을 했던 것이다.

 

아침에 박준수 의원과 통화한 내용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조철봉의 표정을 본 양성택이 쓴웃음을 짓는다.

“놀라신 것 같군요. 예. 제가 박준수 의원하고 상의하신 내용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더니 덧붙였다.

“우리가 알고 있을 정도니 한국 기관도 이미 들었겠지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지난번 도청이 문제가 된 사건을 떠올린 조철봉이 머리를 저었지만 양성택에게

 

반발하는 비중이 더 컸다.

 

그때 정색한 양성택이 말을 잇는다.

“조 의원이 박준수 의원을 내세워 신당 세우시는 것을 적극 후원하겠습니다.

 

그 말씀을 드리려고 이렇게 날아온 겁니다.”

“…….”

“북남의원연합회에 가입한 의원들은 다 따라나오지 않겠습니까?

 

거기에다 민족당의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을 더하면 제2당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양성택이 벙긋 웃는다.

“북남통일을 원하는 인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게 될 겁니다. 또한 새 당의 당수는.”

말을 그친 양성택이 두 눈을 번들거렸다.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이 틀림없거든요.

 

북남관계 진전에 이런 경사가 없고 그 대통령의 집권기간에 한반도는 통일이 될 것입니다.”

조철봉은 옆에 앉아있는 최갑중이 양성택의 말이 끝나는 동안 침을 네 번 삼키는 소리를 들었다.

 

그만큼 방 안은 조용했으며 한편으로 굳어져 있었던 것이다.

 

조철봉이 계속해서 입을 열지 않았으므로 양성택의 말이 이어졌다.

“저희들이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북남 간의 평화가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민들이 알게 할 테니까요.

 

친북 신당이 아니라는 증거를 위해서 민노총이나 전교조, 한총련 해체를 당령으로

 

내걸어도 됩니다.

 

그럼 보수 우익의 절대적인 호응을 얻고 의심을 받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양성택이 눈을 가늘게 뜨고 웃는다.

”그 사람들은 겉으로는 반발하는 시늉을 하겠지만 비밀리에 신당을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탁자 위에는 이미 요리와 술이 가득 차려져 있다.

 

술은 양주에 한국산 소주까지 준비되어 있었는데 양성택이 종업원들의 방해를 받지 않으려고

 

미리 차려놓은 것이다.

 

잔에 소주를 따른 조철봉이 한모금에 삼키자 최갑중은 서둘러서 잔을 채웠다.

 

긴장으로 굳어진 최갑중은 머리를 들지 않는다.

 

다시 소주잔을 든 조철봉이 양성택을 보았다.

“핵은 어떻게 하고요?”

불쑥 조철봉이 묻자 양성택의 표정이 금방 굳어졌다.

 

그러고는 서너번 눈을 껌벅이더니 되묻는다.

“핵까지 내놓아야 할까요?”

“당연하죠.”

정색한 조철봉이 양성택을 똑바로 본다.

“신당 당령에 북한 핵 폐기까지 넣지요.

 

완전한 핵 폐기, 그리고 핵 폐기가 끝난 후에 신당 창당으로.”

이번에는 양성택이 입을 다물었고 조철봉의 말이 이어졌다.

“민노총이나 전교조 폐지는 국민이 안 믿을 겁니다.

 

폐지했다가 5분 만에 다시 만들 수도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핵은 핵사찰을 받고 깨끗이 없앨 수가 있겠지요.”

그때 최갑중이 소리죽여 숨을 뱉는 소리가 났다.

 

이제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2087)결단-10

 

 

별장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한동안 반대편 창 밖만 내다보던 최갑중이 불쑥 묻는다.

“어떻게 하실랍니까?”

조철봉은 앞쪽에 시선을 준 채로 입을 열지 않는다.

 

곰 피해서 다른 길로 갔더니 아나콘다가 기다리고 있는 꼴이라고 할까,

 

옛말로 혹 떼러 갔다가, 혹 하나 더 붙여왔다는 말도 어울렸다.

 

그때 최갑중이 혼잣소리처럼 말한다.

“형님이 잘 하면 대통령이 될 수도 있겠는데요.”

“뭐야?”

목소리가 높아서 운전을 하던 베트남인 찰스도 놀라 백미러를 보았다.

 

조철봉이 이미 시선을 내린 최갑중을 노려보았다.

“이 자식이 미쳤구먼.”

“제가 잘 하면이라고 했지 않습니까? 운이 좋으면.”

“이게 끝까지.”

“아, 대통령은 날 때부터 이마에 도장이 딱 찍혀서 나옵니까?”

머리를 든 최갑중이 기를 쓰고 시선을 맞추더니 말을 잇는다.

“형님도 그러셨지 않습니까? 대통령이 되려면 대운이 트여야 한다고.”

“그건 이 자식아,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놈들을 기준으로 한 말이지

 

아무나 운이 붙는다고 대통령이 된다는 소리가 아냐, 이 빌어먹을 놈아!”

말이 길어진 것에 부아가 난 조철봉이 끝에 욕설을 붙였다.

 

조철봉의 기세가 사나웠으므로 최갑중은 다시 입을 닫는다.

 

차 안에 무거운 정적이 덮여졌다가 이번에는 조철봉이 깨뜨렸다.

“이거 잘못하다가는 내가 역적이 되겠는데.”

“왜요?”

금방 깨진 것을 잊고 최갑중이 대뜸 묻는다.

 

이래서 조철봉은 최갑중을 길게 나무라지 못한다.

 

최갑중의 시선을 받은 조철봉이 말을 잇는다.

“양 부장 말대로 했다가는 신당은 그야말로 조선인민공화국의 제2중대가 돼.”

“형님이 그걸 역이용하실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쯤 능력은 있으십니다.”

하고 최갑중이 끼어들자 조철봉도 머리를 젓는다.

“양 부장도 내가 그런 꿈을 갖고 있기를 바라겠지.”

“뒤통수 치는 겁니다. 형님, 대통령 되시고 나서 입 싹 씻으면 영웅된다고요.”

“지랄하고.”

쓴웃음을 지은 조철봉이 의자에 등을 붙이더니 길게 숨을 뱉는다.

 

그러고는 한동안 어둠에 덮인 창 밖을 내다보다가 머리를 돌려 최갑중에게 말했다.

“너는 내일 아침에 한국으로 돌아가.”

“예, 그러지요.”

“오늘 밤에 전화해서 김경문을 내일 아침 첫 비행기로 나한테 오라고 해.”

“지금 당장 전화를 하지요.”

“넌 서울에 가서 김 원장을 만나.”

목소리를 잔뜩 낮췄으므로 눈을 가늘게 떴던 최갑중이 몇초 후에야 알아들었다.

 

되묻지 않고도 잠깐 집중하면 조금 전의 말을 떠올릴 수가 있는 것이다.

 

김 원장이란 바로 국정원장 김광준을 말한다.

“어떻게 만나야 하는 건 알지?”

“예, 조심할 테니까 염려 마십쇼.”

그러자 조철봉이 목소리를 더 낮춘다.

 

위성에서 도청할 수도 있고 찰스 모르게 차 안에 도청 장치를 넣어 두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네가 들은 대로 다 말해.”

“알겠습니다.”

그러자 조철봉이 길게 숨을 뱉는다.

“아무래도 오늘 한잔 마시고 자야할 것 같은데.”

핸드폰을 꺼내든 최갑중을 바라보며 조철봉이 입맛을 다신다. 

 

 

 

'소설방 > 강안남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755. 결단(7)  (0) 2014.10.09
754. 결단(6)  (0) 2014.10.09
752. 결단(4)  (0) 2014.10.09
751. 결단(3)  (0) 2014.10.09
750. 결단(2)  (0) 2014.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