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747. 외유(12)

오늘의 쉼터 2014. 10. 9. 10:16

747. 외유(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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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여자는 유교적 문화권의 영향을 받아 어른을 공경하고 감성도 한국인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그래서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 여자들이 잘 적응하는 편이라고 한다.

 

조철봉은 일찍부터 베트남 여성의 장점을 파악하고 꽤 자주 들락거렸는데 근래에 들어서는

 

뜸했다. 거의 1년만에 방문한 셈이다.

 

호찌민시는 옛 사이공의 화려함을 다시 찾아가고 있었다.

 

그때는 환락과 소비의 도시였지만 지금은 기업과 경제 중심으로 변신하는 중이다.

“대사관에서 연락이 왔는데요.”

가방을 들여놓고 겨우 방안 소파에 앉았을 때 최갑중이 말했다.

“불편하신 점 없느냐? 일정을 알려주시면 참고하겠다.

 

필요하시면 대사관 직원을 보내겠다고 합니다.”

“됐어. 고맙다고만 전해.”

조철봉이 말하고는 은근한 표정으로 최갑중을 본다.

“박 사장한테 연락해서 오늘 밤 준비를 해 놓도록.”

“그거야 당연히.”

해놓고는 최갑중이 목소리를 낮췄다.

“별장으로 가셔야겠지요?”

“그래야겠지.”

베트남에서도 여자를 데리고 호텔 방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포착된다면 이번에는

 

헤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날 밤, 저녁 식사를 일찍 마친 조철봉 일행은 호찌민시 중심부에 위치한 미나미 호텔 지하층의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

 

미리 예약을 한 터라 말쑥한 양복 차림의 30대 사내가 일행을 맞는다.

 

카페의 사장 후앙, 미국 유학까지 다녀온 인텔리 월남인, 미국 대학에서 금융을 공부했다는

 

후앙은 조철봉과도 구면이다.

“잘 오셨습니다.”

후앙은 한국어도 제법 한다. 느리지만 발음이 분명하다.

 

방으로 조철봉을 안내하면서 후앙이 말을 잇는다.

“한국어 공부가 유행이어서 한국어 잘하는 애들로 준비했습니다.”

“고맙군, 후앙.”

안으로 들어선 조철봉이 고향 집에 돌아온 것처럼 안을 둘러보며 웃는다.

“여전하구먼.”

오늘 손님은 조철봉과 최갑중, 현지법인 사장 박기태와 자금담당 부사장 유익수까지 넷이다.

 

소파에 둘러앉았을 때 곧 방문이 열리더니 종업원들이 술과 안주를 갖다 놓고 물러갔다.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조금도 동작의 낭비가 없다.

 

엇갈려 겹치지 않고 두 번 움직이지도 않는다.

 

조철봉은 종업원들의 동작을 보고 그 업소의 효율성, 나아가 미래까지 예측하는 버릇이

 

들었는데 대부분 맞았다.

 

후앙이 경영하는 이 ‘사이공’ 카페는 5년째 성장을 거듭하는 중이다.

 

그때 다시 방문이 열리더니 이번에는 후앙이 직접 아가씨들을 인솔하고 들어왔다.

 

아가씨들은 모두 다섯 명, 인원보다 한 명이 많다.

 

후앙이 조철봉에게 묻는다.

“제가 정했습니다. 괜찮겠습니까?”

조철봉이 머리를 끄덕이자 후앙의 눈짓을 받은 아가씨 둘이 먼저 움직였다.

 

둘이 조철봉의 좌우에 앉는 것이다.

 

그리고 후앙이 나머지 셋을 셋의 옆에 앉히고는 머리를 숙였다.

“필요하신 것 있으시면 부르십시오.”

한국인보다 두 배는 시간 걸려 말했지만 발음이 정확해서 오히려 신뢰감이 더 우러난다.

 

후앙이 방을 나갔을 때 조철봉의 오른쪽에 앉은 여자가 말한다.

“지엔입니다.”

한국어, 긴 생머리에 흰 아오자이, 허벅지가 다 드러났고 검은 눈동자가 고혹적이다.

 

그때 왼쪽 여자가 말했다.

“전 하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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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엔과 하, 이 꽃 같고 꿀 같은 두 미인을 좌우에 거느린 조철봉의 에너지는 상승한다.

 

둘 다 한국어를 배운 대학 졸업생. 지엔은 스물셋, 하는 스물넷이니

 

그야말로 막 피어난 꽃 같은 나이다.

 

그러나 조철봉은 순진하게 감동만 하지는 않는다.

 

후앙도 사람 보아가며 이야기 수준을 정하는지라

 

조철봉에게 지엔과 하가 가게에 나온 지 사흘째이며 지금 첫손님을 받는다는 따위의

 

소개는 안 했다. 세련되게 그냥 옆에 앉히고만 나갔다.

조철봉이면 금방 판단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지엔이 먼저 제 소개를 한다.

“고향은 붕타우, 바닷가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죠.”

지엔의 긴 머리칼이 등을 덮고 있다.

잘록한 허리, 흰 아오자이 안의 몸매가 드러났다.

 

가늘고 유연한 몸, 작지만 탄력있는 가슴, 젖꼭지는 어떻게 생겼을까?

지엔의 말이 이어졌다.

“마을의 집에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세 동생까지 여섯이 살아요.

 

저만 호찌민에서 일하고 있죠.”

“아버지 직업이 뭐냐?”

조철봉이 묻자 지엔이 금방 대답했다.

“농사를 짓죠.”

“농사 지어서 널 호찌민으로 유학 보내기는 힘들었을 텐데.”

“어머니는 제가 대학 졸업할 때까지 붕타우에서 생선을 팔았죠.”

“그렇구나.”

“학비는 어머니가 다 냈어요.

 

물론 나도 기숙사에 들어가 학비를 줄이면서 장학금도 타고 아르바이트도 했지요.”

“아르바이트?”

“네, 한국인하고 결혼시켜주는 중개소에도 다녔죠.”

“한국 남자하고 결혼하려고?”

“아뇨, 소개서에 제 사진 실리게 하고 찾아온 한국 남자 한번씩 만나 선을 보는 시늉을 해주면

 

건당 1백불을 받았거든요.”

놀란 조철봉이 지엔을 보았다.

 

지엔의 검은 눈동자가 똑바로 조철봉에게 향해져 있다. 진지한 표정이었다.

“그럼 사기를 친 것이군.”

조철봉이 한마디씩 힘주어 말하자 지엔이 머리를 끄덕였다.

“나중에 절 미끼로 돈을 뜯어냈다는 말을 듣고 경찰에 고발했더니 그 여행사 대표가 잡혀갔어요.”

“넌 무사했어?”

“그럼요.”

“그 중개소에는 얼마 동안 다녔는데?”

“반년 정도? 한달에 한두번 나갔어요. 내 사진은 중개소 팸플릿에 쫙 깔려 있더군요.

 

그 사진값으로 한달에 2백불 받았지요.”

“너 장사에 소질 있구나.”

“무역과를 나왔어요. 그래서 앞으로 무역업을 하려고 해요.”

“뭘 팔게?”

“이것저것 다.”

그러자 조철봉이 다시 지엔의 몸을 위에서부터 훑어보았다.

 

테이블 밑으로 보이는 두 발이 가지런하게 놓여 있다.

 

엄지보다 두번째 발가락이 약간 긴 발의 모양새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만큼 아름다웠다.

 

약간 햇볕에 그을린 발이었지만 소중하게 다룬 흔적이 드러났다.

발톱도 잘 다듬었고 윤기가 난다.

 

조철봉의 시선을 느낀 지엔이 발가락을 오므렸다.

 

그러자 발가락 세마디 부분이 분명하게 드러나면서 발톱 부분은 샌들에 더욱 붙었다.

 

조철봉의 입에서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

 

절정에 올랐을 때 이 발가락이 어떤 모양이 될 것인가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발가락도 표현을 한다.

 

그 귀한 장면을 놓치면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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