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744. 외유(9)

오늘의 쉼터 2014. 10. 9. 10:14

744. 외유(9)

 

(2069)외유-17

 

 

어떻게 정보가 새 나갔는지는 알 수도 없고 안다고 해도 늦었다.

 

이미 터뜨려진 일이다.

 

다음날 아침,

 

조철봉이 호텔 근처의 커피숍에 도착했을 때는 8시반쯤 되었다.

 

커피숍 앞까지 데려다준 수지가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떠났으므로 조철봉은

 

혼자 안으로 들어섰다.

“여깁니다.”

손님이 두어명뿐이어서 금방 찾을 수 있는데도 자리에 앉아있던 최갑중이 빽, 소리를 질렀다.

 

다가가는 조철봉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최갑중은 호텔로 오지말고 이곳으로 오라고 했던 것이다.

 

심상치 않았다.

 

조철봉이 앞에 앉았을 때 최갑중이 탁자 위에 놓인 신문을 보기 좋도록 앞으로 밀어 놓았다.

 

한국신문 그리고 사진. 얼굴은 흐리게 만들었지만 여자하고 식당 앞에 서 있는 사진

 

그리고 타이틀, J 의원이라고 표시했지만 J가 조인 줄 금방 알 것이다.

 

“외유중 여자와 관광”이라는 부제목도 붙였다.

 

나카무라와 요릿집에서 술 마시고 서유진을 데리고 나왔을 때 찍힌 것이다.

 

대충 훑어본 조철봉이 머리를 들고 최갑중을 보았다.

 

덤덤한 표정이다.

“그래서?”

조철봉이 묻자 최갑중은 먼저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한숨부터 뱉었다.

“지금 호텔에서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취재하려고 말입니다.”

“뭘 취재해?”

“이 사진의 실제 인물이 맞느냐는 것이죠. 이 여자는 누구냐, 어디 갔느냐 하고 묻겠지요.”

“다 알 텐데 뭘 물어?”

“집까지 따라가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그때 택시가 잘 나가더라. 신호에 몇번 걸리지도 않았어.”

“어떻게 하시렵니까?”

“뭘 어떻게 한단 말이냐?”

“김보좌관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무조건 오리발을 내밀라고 하던데요.”

조철봉은 외유를 나오면서 핸드폰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

 

와이프 이은지한테는 최갑중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최갑중이 핸드폰을 꺼내더니 버튼을 누르고는 조철봉에게 건네주었다.

“김보좌관하고 통화해 보시지요.”

“나, 원, 참.”

하면서 조철봉이 핸드폰을 받고는 귀에 붙였다.

 

그러자 신호음이 두 번 울리고 나서 곧 김경문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아, 난데, 어떻게 된 거야?”

그 순간 김경문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의원님, 절대 기자들 만나지 마십시오.

 

여기서도 기자들이 저한테까지 난리를 치는데 만나시면 안됩니다.”

“왜?”

“글쎄, 기삿거리를 주시면 안 된단 말씀입니다.

 

시간 지나면 잊게 되니까 어디로 피하십시오.”

“내가 무슨 죄 지었나?”

“외국 나가서 여자하고 같이 있는 장면이 찍힌 건 안 좋습니다.”

“나도 신문 봤는데 다 틀리더구만.

 

여자도 화류계 종사자도 아니고, 여행사에 다니는 여자인데….”

“아, 글쎄. 그런 말씀 저한테 하실 필요도 없고 말씀입니다.”

서둘러서 말을 자른 김경문의 목소리가 절실해졌다.

“의원님, 이 기사는 악의로 쓴 것이 분명합니다만 대응하시면 함정에 빠지게 되십니다.

 

그러니까 일단 누가 물으면 모른다고 하십시오.

 

얼굴이 다 나오면 명예훼손이 되니까 저쪽도 망설이게 될 테니까요.”

조철봉은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리면서 숨을 뱉는다.

 

그러나 표정은 담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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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나야.”

이은지의 목소리는 보통때하고 다르지 않았지만 조철봉은 긴장을 풀지 않았다.

 

사건이 터지고 김경문과 연락을 하고 나서 한국으로는 두번째 통화가 되겠다.

“저기, 그, 오늘.”

하고 조철봉이 말을 꺼내려고 했을 때 이은지가 잘랐다.

“신문? 응, 읽었어.”

“그것이 말이야.”

“파파라치가 찍은 거야?”

“응?”

했다가 조철봉은 눈을 껌벅였다.

 

앞에 앉은 최갑중은 시선이 마주치자 얼른 외면했다.

 

파파라치라니, 난데없다.

“글쎄, 그건 모르겠고, 나는 저기….”

“그 여자, 데리고 잤어?”

“그, 그럴 리가.”

질색을 한 조철봉이 최갑중을 향해 눈을 부릅떴다가 몸을 반쯤 돌렸다.

“이건 순 악의로 날 모함하려는….”

그 순간 눈앞에 몇몇 야당 의원들의 얼굴과 여당 이용찬 의원,

 

국제산업 박정주 회장의 얼굴까지 순식간에 스쳐갔다.

 

그때 이은지의 목소리가 귀를 울렸다.

“그거, 끼고 했지?”

“뭘?”

했다가 조철봉이 다시 어깨를 부풀렸다.

“글쎄, 오해라니까? 그거, 소설이야.”

“꼭 끼고 해.”

“저기, 영일 엄마.”

“난 당신을 믿어.”

그 순간 조철봉은 가슴이 미어터지는 느낌이 왔으므로 입을 딱 벌렸다.

 

앞에 앉은 최갑중은 외면한 채 시치미를 딱 떼고 있었지만 다 듣는다.

 

이쪽 말만 듣고도 내용을 99% 짐작하는 놈이다.

 

다시 이은지의 말이 이어졌다.

“참, 너무해, 그지? 외국 나가면 접대 받을 수도 있는 거 아냐?

 

술좌석에는 여자가 있는 것이 동서양 수천년간 내려온 버릇이고,

 

그리고 국회의원은 남자 아닌가?

 

자비로 외유 나간 사람한테 도대체 뭘 원하는 거야?”

목이 멘 조철봉은 눈만 껌벅였으며 이은지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졌다.

“짜증나. 내가 당신 역성 들려는 건 아니지만 국회의원이면

 

무슨 초인, 도인의 기준에다 끌어다 붙이는 세상 사람들이 싫어.

 

당신 국회의원 안 하면 안 돼?”

하고 이은지가 물은 순간 조철봉은 심호흡을 하고 나서 말했다.

“고마워, 믿어줘서.”

“했어?”

“천지신명에 맹세코 안 했어.”

그러고는 조철봉이 힐끗 최갑중을 보았다.

 

시선이 마주친 최갑중이 질색을 하고 머리까지 돌렸다.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눈까지 부릅뜨고 있었다.

“내가 진짜 했다면 성을 갈겠어, 정말이야. 돌아가신 아버님을 걸고 맹세해.”

“그래, 믿어줄게.”

“고마워.”

통화를 끝낸 조철봉이 핸드폰을 최갑중에게로 던졌다.

 

최갑중이 몸까지 비스듬히 돌리고 있었지만 눈이 귀에도 붙어 있는지

 

얼른 두손을 내밀어 핸드폰을 받았다.

 

심호흡을 한 조철봉이 말했다.

“이젠 됐다.”

“예?”

놀란 듯 눈을 크게 뜬 최갑중을 향해 조철봉이 웃었다.

“이젠 무서운 거 하나도 없다.”

“무슨 말씀입니까?”

“호텔로 가자.”

“예?”

놀란 최갑중이 입까지 딱 벌렸지만 조철봉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은지의 말이 다 맞는 건 아니다.

 

일방적인 면이 있긴 하다.

 

그러나 이젠 겁날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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