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2. 외유(7)
(2065)외유-13
양주를 여섯 쌍이 네 병 마셨으니 조철봉 기준으로 보면 적당했다.
술좌석이 끝났을 때는 밤 10시 반, 시간도 적당했다.
이런 좌석에서는 누가 어떻게 끝내느냐가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지만
그것을 마담 오영순이 해결했다. 술병이 거의 비워졌을 때, 방안에 장치된 노래방 기계로
가장 떠들썩하게 논 후에 오영순이 나타나 조철봉을 먼저 내보내겠다고 선언해버린 것이다.
조철봉은 이 자리의 주빈 겸 초대한 인간이다.
이 인간을 여자 딸려서 먼저 내보낸다는 말만큼 적절한 마무리 선언은 드물 것이었다.
“그럼, 저희들이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옷을 갈아입고 나온 수지와 함께 조철봉이 인사하자 나카무라와 스즈키, 요시다는
똑같이 활짝 웃는다.
“잘 해보시오.”
하고 요시다가 말했다.
“어울립니다.”
그렇게 말한 건 스즈키.
“너, 잘 모셔야 한다.”
이토의 통역으로 수지에게 나카무라가 말했다.
노련한 그들은 방에서 작별인사를 하고 조철봉과 헤어졌다.
물론 최갑중도 조철봉을 따라 나왔다.
“차가 지하 차고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고 오영순이 말하더니 조철봉을 향해 웃어 보였다.
“호텔로 가시는 것보다 수지네 집이 편하실텐 데요.”
“그러지요.”
조철봉이 머리를 끄덕이자 오영순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인사를 했다.
“오늘 즐겁게 노셨기를 바랍니다.”
“좋았어요.”
엘리베이터 앞에는 오영순과 조철봉, 수지와 최갑중까지 넷이다.
최갑중의 파트너는 그들과 5m쯤 떨어진 복도 구석에 단정하게 서 있다.
조철봉이 엘리베이터에 오르기 전에 최갑중에게 말한다.
“넌 따라오지 말고 네 파트너 데려가.”
“아니, 저는.”
하고 최갑중이 어물거릴 때 수지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들어간
조철봉이 서둘러 닫힘 버튼을 눌렀다.
당황한 최갑중의 얼굴이 엘리베이터 밖에 잠깐 떠있다가 사라졌다.
“네 집까지 멀어?”
엘리베이터 안에는 둘뿐이었다.
조철봉이 묻자 수지는 눈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여기서 차로 30분 걸려요.”
“가깝군.”
“어머니가 얻어주신 아파트죠. 혼자 살고 있어요.”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리자 바로 문 앞에 대형 승용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제복 차림의 운전사가 뒷문 앞에 서 있다가 문을 열어준다.
“최고급 대우를 해주시는군요.”
차에 오른 수지가 웃음 띤 얼굴로 조철봉에게 말한다.
“저는 이 차를 처음 타요.”
“이게 최고위층 접대용인가?”
쓴웃음을 지은 조철봉이 차 안을 둘러보는 시늉을 했다.
이런 말을 듣고 기분 나쁜 인간이 있다면 정신병자다.
주차장을 나온 차가 번화한 거리 사이를 달릴 때 수지가 손을 뻗쳐 조철봉의 손을 쥐었다.
신선한 행동이다.
“좋으세요?”
“음, 편안해.”
그러자 수지가 엉덩이를 들더니 바짝 붙어 앉았다.
수지한테서 달콤한 향내가 맡아졌다.
“섹스에 대한 기대감이 인간에게 가장 활력을 준다고 하더군요.”
수지가 어깨를 붙이면서 말한다.
“그건 남녀 공통인 것 같아요.”
바로 조철봉의 주장을 수지가 말하고 있다.
(2066)외유-14
수지의 아파트는 한국식으로 말하면 20평형으로 방 두개에 작은 거실과
베란다가 딸려 있는 구조였는데 아담한데다 깨끗했다.
베란다 밖으로 시내 야경이 내려다 보이는 위치여서 아파트 가격도 만만치 않을 것이었다.
“내일 아침 몇시에 깨워 드릴까요?”
방에서 조철봉의 저고리를 벗기던 수지가 묻는다.
“8시까지는 호텔로 돌아가야돼.”
조철봉이 말하자 수지가 바지 혁대를 풀어주면서 말했다.
“그럼 6시반에 깨워 드릴게요. 여기서 오리엔트 호텔까지는 차로 한 시간쯤 걸리거든요.”
“내가 오리엔트에 묵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니?”
금방 팬티 차림이 된 조철봉이 묻자 수지가 욕실 쪽으로 등을 밀면서 대답했다.
“엄마한테서 들었어요.”
“또 다른 말 들은 거 없어?”
욕실 안으로 들어서며 다시 물었을 때 수지의 목소리가 뒤에서 울렸다.
“저도 곧 들어갈게요.”
욕실은 아파트 규모에 비해서 큰 편이었다. 욕조가 컸기 때문인지 모른다.
둘이 나란히 들어가 누울 수 있을 만한 크기여서 욕조에 물을 틀어놓은 채 샤워를 하던
조철봉은 안으로 들어서는 수지를 보았다. 알몸이다.
손으로 음부만 가린 채 들어선 수지가 조철봉의 시선을 받더니 쓴웃음을 짓는다.
화장을 지우고 캡을 쓴 얼굴이 싱싱하게 느껴졌다.
“아유.”
다가온 수지가 시선을 내리더니 지른 탄성이다. 철봉을 본 것이다.
“굉장하네요.”
조금도 어려워하지 않고 수지가 철봉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 채 말했다.
수지가 샤워기의 물을 어깨로 받으면서 조철봉에게 묻는다.
“저, 만져봐도 돼요?”
“만지고 싶어?”
“가짜인지 확인하게요.”
“가짜를 붙이고 있는 놈도 있어?”
그러자 손을 뻗쳐 철봉은 움켜쥔 수지가 눈을 둥그렇게 떴다.
“진짜네.”
“너, 좀 웃기는 애구나.”
“혈관에 피가 흐르는 느낌도 오네.”
“그런 거 처음이냐?”
“처음이에요.”
어느덧 수지가 상기된 얼굴로 조철봉을 올려다 보았다.
아직도 두 손으로 철봉을 감싸안고 있다.
“저, 흥분돼요.”
“난 이미 되어있어.”
“이대로 한번 넣어 볼까요?”
“아니, 좀 씻고.”
조철봉이 눈으로 욕조를 가리켰다.
“욕조에 20분쯤 들어가 있고 싶다.”
“그러세요.”
이미 욕조에 절반쯤 물이 차 있었으므로 둘은 욕조로 옮겨가 나란히 앉는다.
“아저씨도 선수 같으세요.”
붙어 앉은 수지가 웃음띤 얼굴로 말한다.
조철봉은 잠자코 수지의 어깨를 한쪽 팔로 감아 안았다.
수지의 몸은 탄력이 훌륭했다. 운동으로 단련된 것 같다.
팔과 다리는 탱탱했고 볕에 탄 피부는 반들거렸다.
젖가슴은 알맞게 통통했으며 붉은 골짜기 주위의 숲은 무성하다.
“너,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알지?”
불쑥 조철봉이 묻자 수지는 키득 웃는다.
“알지만 모른 척해야 되죠. 그냥 아저씨라고 불러야 되구요.”
“너도 수지로 끝나고 말이지?”
“그럼요.”
그러더니 머리를 들고 조철봉을 보았다.
“알고 싶으시면 다 말씀 드리죠, 뭐.”
'소설방 > 강안남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744. 외유(9) (0) | 2014.10.09 |
---|---|
743. 외유(8) (0) | 2014.10.09 |
741. 외유(6) (0) | 2014.10.09 |
740. 외유(5) (0) | 2014.10.09 |
739. 외유(4) (0) | 2014.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