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739. 외유(4)

오늘의 쉼터 2014. 10. 9. 10:10

739. 외유(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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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유명하신 분이세요?”

하고 서유진이 물었으므로 조철봉이 발등에 붙였던 입을 떼었다.

 

오랜만에 듣는 아저씨 호칭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런 거 아냐. 근데 누가 그래?”

“나카무라 의원님.”

서유진이 조철봉의 눈앞에 놓인 발가락을 꼬물거렸다.

“접대 잘해야 된다고 말씀하셔서 긴장했다고요.”

“어떻게 하는 게 접대 잘하는 건데?”

“기분 맞춰드리면 되겠죠.”

그러자 서유진의 발을 내려놓은 조철봉이 정색했다.

 

어느덧 열기는 식어 있다.

 

그러나 걱정은 되지 않는다.

 

아직도 얼마든지 때맞춰 끌어올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조철봉이 마침내 묻는다.

“넌 이런 경험이 많니? 예를 들면 이런 접대 말이다.”

“네. 여러 번.”

그러더니 잠깐 생각한 후에 다시 말을 잇는다.

“나카무라 의원님의 한국 손님 접대에 주로 불려나왔죠.”

“응. 그렇구나.”

“수입이 만만치 않으니까요.”

“그럼 여기도 여러 번 왔겠군 그래.”

이 빌라를 찾는데 서유진은 조금도 헤매지 않았다.

 

마치 제 집에 가는 것처럼 곧장 들어왔던 것이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서유진이 머리를 끄덕였다.

 

머리를 비닐 덮개로 가려놓아서 목이 길게 드러났다.

 

젖가슴이 절반만 물 밖으로 나와 있었다.

“네, 여러 번. 이 집 분위기가 아주 아늑해요. 그렇게 생각되지 않으세요?”

다시 손바닥으로 물을 떠 얼굴에 끼얹으면서 서유진이 물었다.

 

조철봉이 가늘고 긴 숨을 뱉었다.

“그런 것 같구나.”

“한번 접대할 때마다 15만엔씩 받으니까요.

 

한달에 두 번만 나오면 제 한 달 용돈하고 생활비가 되죠.”

“참, 네 직업이 뭐랬지?”

“묻지도 않으셨어요.”

“그렇군. 직업이 뭐냐?”

“관광 안내원.”

“한국 관광객?”

“그래요.”

그러더니 서유진이 조철봉의 얼굴에 물을 뿌렸다.

 

웃지도 않고 화난 것 같다.

“이렇게 이야기만 하실 건가요?”

“재미있는데. 난.”

“침대로 가시지 않을래요?”

다시 물을 뿌린 서유진이 조철봉이 얼굴에 묻은 물을 손바닥으로 씻어 내리는 사이에 일어섰다.

 

다시 풍만한 하체가 조철봉의 눈앞에 펼쳐졌다.

“제가 먼저 침대에 가 있을게요.”

몸을 돌린 서유진이 수건을 집어들고는 욕실을 나갔다.

 

조철봉은 어느덧 술이 다 깨어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불끈거리던 욕망도 식어 있어서 가슴은 차분했다.

 

그러나 가라앉은 기분은 아니다.

 

서유진 말마따나 아늑한 상태였다.

 

거침없이 숨기지 않고 대답해준 서유진에 대해서는 오히려 더 호감이 간다.

 

조철봉이 욕실에서 나왔을 때 서유진은 침대에 반듯이 누워 있었는데 볼이 붉었고 눈이 반짝였다.

 

똑바로 시선을 보내면서 이를 드러내고 웃는다.

“남자 스타일은 다 달라요. 전 그것이 재미있더라고요.”

서유진이 다가오는 조철봉을 향해 말을 잇는다.

“아저씨는 자신만만한 스타일 같군요.

 

여자를 많이 만족시켜준 경험이 있으신가 보죠?”

그러자 옆에 눕던 조철봉이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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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신음은 조철봉에게 천상의 음악처럼 들린다.

 

여자와의 섹스 상황을 녹음한 적은 한번도 없지만 재탕 삼탕을 해서 들어도

 

싫증이 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서유진의 신음은 특별했다.

 

수백명의 여자를 겪었지만 서유진 같은 경우는 또 처음 보았다.

 

이래서 여자는 신비스러운 존재라고 부르는 것 같다.

 

3년 전에 3백명까지는 세었다가 그만두었으니 지금은 5백명 정도는 될지 모르지만

 

그 많은 여자를 겪는 동안에 단 한번도 같은 경우가 없었던 것이다.

구조는 물론이고 반응이 다 달랐다.

 

같은 여자도 그렇다. 몇년을 같이 살면서 이틀에 한번씩 했던 이은지하고도 그랬다.

 

할 때마다 다 다른 것이다.

 

와이프하고의 섹스는 매번 같다고 생각한 남편이 있다면 남편 노릇을 할 자격이 없다.

 

조철봉은 앞으로 30년간 이은지하고 매번 다른 분위기의 섹스를 겪을 것이었다.

 

그런 기대, 그런 자세로 섹스에 임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긴 해도 서유진의 반응은 유별났다.

조철봉이 처음 서유진의 집 안으로 들어섰을 때 야단스럽다는 느낌을 받기는 했다.

 

집 안은 흠뻑 젖었지만 탄력이 강해서 조철봉은 저절로 이를 악물어야 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많다.

 

처음 몇초간 어쩔 수 없이 이 느낌을 즐긴 후부터는 애국가를 거꾸로 부르거나

 

하다못해 폭락하는 주식시장을 걱정해야 될 테니까.

 

그러나 조철봉이 마악 고등학교 동창들 얼굴을 떠올리며 이름을 거꾸로 부르기 시작할 때였다.

 

물론 속으로 부르는 중이었는데 서유진의 요란스러운 신음이 집중력을 깨뜨려버렸다.

“아이고머니, 나, 어쩌면 좋아.”

처음에는 바락 이렇게 소리를 지르기에 침대에 뭐라도 싼 줄 알았다.

 

그래도 계속하는 조철봉을 향해 서유진이 연거푸 악을 썼다.

“너무해. 너무 크단 말야, 아저씨.”

이건 말이 되었기 때문에 조철봉은 열기가 가중되었다. 그러나

“이게 뭐야, 뭐, 이런 게 있어, 어머나.”

“아이구, 아저씨. 나 빨리 택시를 타야 한단 말야! 어서 비켜!”

“모리, 나 좀 살려줘. 모리, 날 빠져 나가게 해달란 말야. 여긴 지옥 같아.”

“너무 비싸. 너무해. 그 옷은 내 스타일이 아니란 말야! 색상도 맘에 안 들고!”

라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조철봉의 정신이 산만해져서 가장 최근에 만났던

 

동창 이성문의 얼굴만 떠오를 뿐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정신을 차렸더니 철봉에 강한 압박감이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그때 서유진이 다시 호들갑을 떨었다.

“어머나! 아저씨! 너무 뜨거! 너무 뜨거워 미치겠어! 나 만엔만 줘!”

그 순간 조철봉은 눈을 부릅뜨고 이를 악물었다.

 

이런 경우도 생전 처음이다.

 

바로 그때 철봉 끝까지 밀려온 포탄이 발사될 것 같았으므로 조철봉의 얼굴에서

 

진땀이 배어나왔다.

 

발사하고 싶은 욕망이야 굴뚝같았지만 그 후유증을 감당할 수가 없는 것이다.

 

세상에 내놓을 게 거의 없었던 인간 조철봉이 유일하게 어깨를 펴고 다닐 수 있게 만든

 

그 원동력이 무엇이었던가?

 

바로 이 능력 아니었던가?

 

여자를 절정에 올려놓고 느끼는 성취감 말이다.

 

겨우 포탄을 밀어넣은 조철봉의 머릿속에 그때서야 이성문의 이름이 떠올랐다.

 

그래서 이번에는 입 밖으로 내뱉는다.

“문성이!”

그때 서유진이 소리친다.

“네. 아침 식사는 호텔에서 하시고 나오시죠. 그럼 10시에 뵙겠습니다!”

“중갑최!”

이제는 최갑중이도 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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