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733. 외도(9)

오늘의 쉼터 2014. 10. 9. 10:02

733. 외도(9)

 

(2047)외도-17

 

 

그러자 이성미가 정색하고 조철봉을 보았다.

“꼭 하고 싶으시면 제가 언제든 해 드릴게요.”

“지금은 꼭이 아니라는 말씀인가?”

“그렇습니다.”

눈도 깜박이지 않고 응시한 채로 이성미가 말했다.

“지금은 그냥 떠보신 말씀이었어요.”

순간 불끈 솟았던 욕망이 가라앉으면서 이성미의 말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성미의 얼굴에 부드러운 웃음이 떠올랐다.

“봐요, 가라앉으셨죠?”

“다시 한 번 일으켜볼까?”

“억지로 하시면 병됩니다.”

금방 차분한 표정이 된 이성미가 달래듯이 말을 잇는다.

“과하거나 내키지 않을 때, 또는 승부욕으로 일을 벌이면 화를 입습니다.”

“내가 그 세 가지 해당 사항이 안 될 때 꼭 해준단 말이지? 언제 어디서라도 말이야.”

“약속 드렸어요.”

“내가 말 안 해도 척 보면 알 테니까 바로 해준단 말이지?”

그러자 이성미가 입을 열었다.

“곧 정치권에 대변동이 있을 겁니다.

 

조 의원님은 그 폭풍에서 한발 물러나 계시는 것이 이롭습니다.”

“변동이라니?”

놀란 조철봉의 얼굴도 굳어졌다.

 

정권이 바뀌고 나서 여야 모두 후유증은 있었지만 이제 제각기 탄력을 받아 나가려는 참이다.

 

그런데 대변동이라니, 전쟁이라도 일어난단 말인가?

 

그때 정색한 이성미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한다.

“저도 어떤 기운이라고는 말씀 드릴 수가 없네요.

 

하지만 당분간은 모든 일에 나서지 마시고 한 발짝 물러나 계시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그럴 수가 있나? 매일 회의다,

 

모임이다 해서 스케줄이 시간당으로 짜여 있는데 어떻게 빠진단 말야?”

“외국에 나가 계시든지요.”

“외국?”

긴장한 조철봉이 똑바로 이성미를 보았다.

 

그 생각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이성미가 말을 잇는다.

“한 달만 나가 계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어, 어디로?”

“가까운 일본 같은 곳이 좋지 않을까요? 중국이나 미국은 맞지 않네요.”

맞지 않다는 것은 역학적으로 그렇다는 말이었다.

 

이성미를 바라보면서 조철봉이 3초쯤 고민했다.

 

먼저 스폰서를 자처하고 있는 신영선의 얼굴이 떠올랐다.

 

신영선에게 이 말을 한다면 미쳤다고 할지 모른다.

 

지금처럼 중차대한 시기에 한 달 동안 외국에 나가 있는다면

 

지금까지 쌓아놓은 것들을 다 잃을 수도 있다고 할지 모른다.

 

보좌관 김경문과 최갑중하고도 상의해 봐야 되지 않을까?

 

그때 이성미가 말했으므로 조철봉은 생각에서 깨어났다.

“도와주시는 여자분이 계시지요?”

이때는 조철봉이 정말 놀랐다.

 

머리 끝이 쭈뼛하면서 일어서는 느낌까지 들었다.

 

조철봉의 표정을 본 이성미가 흰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상의해 보세요. 아마 그분도 반대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러고는 덧붙였다

“이렇게 한마디만 하세요. 이제는 숨을 고를 시기가 되었다고요.”

“숨을 고른다.”

혼잣소리처럼 조철봉이 복창했을 때 이성미가 웃음 띤 얼굴로 말한다.

“나가셔선 맘껏 즐기셔도 되겠네요.”

 

 

 

 

(2048)외도-18

 

 

“숨을 고를 때가 되었다고?”

되물은 신영선이 3초쯤 움직이지 않고 조철봉을 똑바로 보았다.

 

두 눈이 반짝이고 있다.

 

눈의 물기 때문이겠지만 두 눈을 빤짝이는 여자의 모습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

 

특히 성에 대한 기대감을 품은 대상이라면 그 감정은 배가 된다.

 

이윽고 신영선이 입을 열었다.

“하긴 그럴 만해. 이쯤 해서 어디론가 떠났다가 돌아오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그러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조철봉을 본다.

“그러고 보면 동생은 용의주도해. 이런 때 한걸음 물러날 생각까지 하다니.

 

나도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말야.”

조철봉은 소리 죽여 숨을 뱉는다.

 

여기서 이성미가 그렇게 충고를 했다고 말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신영선이 머리까지 끄덕이며 말을 잇는다.

“하긴 이번 박정주의 제의에 대한 대답도 해줘야 될 테니까 다녀와서 보라고 할 수도 있지,

 

여기 있으면서 미루기는 힘들 테니까 말야. 잘 생각했어.”

“일본으로 갈 계획이야. 공부도 하고 의원들도 만나봐야겠어.”

“일본?”

눈을 동그랗게 떴던 신영선이 다시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일본이 낫겠네. 내가 자민당 간사장을 지낸 나카무라 의원을 좀 알아.

 

연락을 해놓을 테니까 가서 만나봐. 그 사람도 만나고 싶어 할 테니까.”

이성미의 예상이 그대로 적중했기 때문에 조철봉은 그 이유가 알고 싶어졌다.

 

신영선은 이성미와는 다르게 현실적인 이유를 말해줄 것이었다.

“그런데 말야.”

심호흡을 하고 난 조철봉이 신영선을 보았다.

 

밤 11시 반이다.

 

이성미하고는 이번에도 손도 안 잡고 헤어져서 곧장 이곳 ‘타임’으로 온 것이다.

 

밀실 안은 조용했다.

 

이곳에서도 신영선과 섹스를 해본 적이 있는 터라 꼭 안방 같다.

“내가 외국에 나갔다 와야 할 구체적인 이유를 말해줄래?

 

내가 일본에 가야겠다고 생각한 건 그냥 감이었어.

 

그런데 누님이 생각한 이유를 듣고 싶어.”

그러자 신영선이 정색하고 말한다.

“첫째, 동생 일이 요즘 너무 잘 풀려. 그래서 잠깐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거야.

 

동생의 감하고 비슷한 느낌이지.”

 

그러더니 신영선이 눈웃음을 쳤다.

“동생은 확실이 감이 뛰어나, 이번 박 회장 건을 해결하는 것도 외국에 나가는 것으로

 

처리할 수가 있겠어.”

“당분간 매스컴에서 멀어지겠군. 그렇지?”

“당연하지.”

“좀 놀 수 있겠다.”

“조심은 해야 돼. 동생은 유명인사니까 말야. 놀러갔다는 인상을 주면 안 돼.”

“그거야.”

“두 번째 이유는.”

목소리를 낮춘 신영선이 주위를 둘러보는 시늉을 하더니 말을 이었다.

“곧 정치권 전반에 사정 작업이 시작될 것 같아. 여야 가리지 않고 말야.

 

그것이 집권 주도층의 결심인 것 같아.”

놀란 조철봉이 숨을 죽였고 신영선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나한테도 주파수가 잡히지 않는 이 정도 경우라면 엄청난 거야.

 

동생은 전혀 그 범위 내에 들어가지 않지만 괜히 이곳에서 어물거리다가 유탄을 맞을 수도 있지.

 

그러니까 떠나. 내일이라도 당장.”

그러더니 어깨를 늘어뜨린다.

“동생은 하늘이 보낸 사람 같아. 어떻게 감을 그렇게 잡지?”

조철봉은 다시 심호흡을 하고 신영선을 보았다.

 

신영선에게는 직접 말로 해야 한다.

“누님, 오늘도 팬티만 내리고 하지.” 

 

 

 

'소설방 > 강안남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735. 외도(11)  (0) 2014.10.09
734. 외도(10)  (0) 2014.10.09
732. 외도(8)  (0) 2014.10.09
731. 외도(7)  (0) 2014.10.09
730. 외도(6)  (0) 2014.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