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734. 외도(10)

오늘의 쉼터 2014. 10. 9. 10:02

734. 외도(10)

 

(2049)외도-19

 

 

다음 날 조철봉이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두 보좌관 김경문과 최갑중에게 일본 출장 이야기를 했다.

 

아예 통보해 버린 것이다. 둘 다 놀랐지만 반응은 각각 다르다.

“지금처럼 중차대한 시기에 한 달씩이나”하면서 놀란 것은 김경문이었고,

“아, 예.”

하고는 따라갈 생각에 당장 얼굴이 펴진 것은 최갑중이다.

 

그래서 조철봉이 김경문에게 말한다.

“김 보좌관이 나 대신 여기 남아 있어 줘야겠어.

 

이 사람은 잘 알다시피 그럴 능력이 없으니까 말이야.”

턱으로 최갑중을 가리키며 말하자 김경문이 정색을 했다.

“아니, 제가 무슨. 최 보좌관이 어떻다고 그렇게 대놓고 말씀하십니까?”

“남 뒷조사나 하라면 잘 하지만 정치는 뭐 아나?

 

나하고 같이 사업하면서 사기나 쳐왔는걸 뭐.”

“겸손하신 말씀입니다.”

했지만 김경문은 시선을 내렸고 정작 당사자인 최갑중은 얼굴을 들고는 멀뚱거렸다.

 

회의를 끝내고 나서 조철봉은 곧 출장 준비를 했다.

 

마침 회기가 끝나갈 무렵이라 당장 내일 출발하기로 계획을 세웠고 명분은

 

자민당 나카무라 의원의 초청을 받아 떠나는 것으로 했다.

 

신영선을 통해 나카무라와 통화가 오전 10시에 이뤄졌는데 11시에 초청장이 팩스로 날아왔다.

 

그 팩스를 갖고 당 원내대표와 당대표한테까지 가서 인사를 하고 났을 때는 오후 3시 반이다.

 

그야말로 일사불란하게 진행된 출장계획이다.

 

오후 4시경이 되었을 때 조철봉은 재경위원장 이용찬의 전화를 받았다.

“아니, 갑자기 일본 출장을 가신다고 들었는데 웬일이십니까?”

“아, 초청을 받아서요.”

마침 옆에 김경문이 있었으므로 조철봉이 쓴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한다.

 

이용찬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들었습니다. 나카무라씨 초청을 받으셨다고요?”

“예, 공부도 할 겸 해서요.”

“여기 일도 바쁘실 텐데. 언제 돌아오실 계획입니까?”

“좀 걸릴 겁니다.”

당대표한테는 열흘로 말해 놓았지만 당직에 있는 것도 아니고 남북의원협의회나

 

다른 모임은 큰 행사도 없다.

 

한 달 동안 나가 있어도 얼마든지 전화나 화상통신으로도 일 처리가 가능한 세상인 것이다.

 

이용찬이 입맛 다시는 소리를 내더니 말했다.

“그럼 잘 다녀오시지요.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위원장님.”

해놓고 조철봉이 핸드폰을 김경문에게 건네주었다.

 

앞으로는 김경문이 조철봉의 핸드폰을 관리할 것이었다.

 

조철봉은 김경문에게도 이성미와 신영선이 한 이야기는 털어놓지 않았다.

 

아무리 심복이라고 해도 필요없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 조철봉의 습관이다.

 

주고받는 것이 세상사다. 줄 것도 없으면서 받기를 기대하면 안 된다.

 

이것은 수십년을 심복으로 지낸 최갑중한테도 적용된다.

 

조철봉이 김경문에게 봉투 하나를 내밀며 말했다.

“내가 없는 동안 이곳저곳 경비 들어갈 데가 많을 거야.

 

나 대신 김 보좌관이 알아서 처리해 줘.”

김경문이 봉투를 받고 내용물을 보더니 눈을 크게 떴다.

“이게 1억입니까?”

“아니, 10억이야.”

“예에? 1억도 많은데 10억이라니요?”

놀란 김경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것도 조철봉의 특기다.

 

돈으로 감동을 시키는 것. 

 

(2050)외도-20

 

 

오후 5시 반, 퇴근준비를 하던 조철봉은 이성문의 전화를 받았다.

 

물론 김경문이 먼저 받고 바꿔준 것이다.

“너, 지금 어디냐?”

하고 이성문이 대뜸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입맛부터 다셨다.

“그건 알아서 뭐하게 인마? 나, 오늘은 시간 없다.”

“나 좀 만나야겠는데, 30분만.”

“뭐하러?”

“나, 지금 와이프 하고 같이 있다.”

그순간 조철봉이 긴장한다.

 

놈은 지금 마누라, 또는 여편네라고 부르지 않은 대신 와이프라고 했다.

 

옆에서 듣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런데 왜?”

다시 조철봉이 짜증난 말투로 물었을 때 이성문이 대답했다.

“그냥 한번만 만나주라. 우리 내일 이혼하기로 했거든.”

놀란 조철봉이 가만 있었고 이성문의 말이 이어졌다.

“이혼하기 전에 너 한번만 만나달라고 내가 와이프한테 부탁했거든.”

“얀마, 날 만나서 뭐하게?”

눈을 치켜뜬 조철봉이 묻자 옆에 서있던 김경문이 슬슬 방을 나갔다.

 

그러자 이성문의 목소리가 귀를 울렸다.

“그냥, 문득 너 생각이 나길래.”

“그랬더니 너 마누라가 만나겠대?”

“그래서 이렇게 같이 나왔다니까?”

“지금 너 여편네가 옆에 있는 거냐?”

“그래.”

“네가 한 말은 다 듣고 있겠구먼.”

“그렇다니까?”

“나한테 무슨 말을 듣고 싶은데?”

“내가 와이프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네가 말해주면 돼.”

“아이고.”

그순간 비명을 지른 조철봉이 손바닥을 뺨에 붙였다.

 

그러고는 마침 앞에 붙여진 거울을 보았다.

“아이고, 내 얼굴 빨개진 것 좀 봐. 아이고, 낯뜨거워.”

“너, 지금 어디냐?”

하고 이성문이 시치미를 딱 뗀 얼굴로 물었으므로 조철봉이 어금니를 물었다가 떼었다.

“의원회관이다. 이 시발놈아.”

“내가 거기로 갈게.”

“여기가 어디라고 좆도 안 서는 놈이 온단 말이냐?”

엄숙하게 말한 조철봉이 잠깐 거울에 비친 제 얼굴을 보면서 말을 잇는다.

“여의도 서울호텔 라운지로 와. 한 시간 후까지.”

“알았다. 6시 반까지 갈게.”

“이 자식아. 무슨 짓을 해도 안 돼.

 

네가 그 지랄을 할수록 여자는 더 정이 떨어지는 거다. 그걸 몰라?”

“응. 바쁘다고? 알았어. 30분이면 돼.”

“매달리면 매달릴수록 더 만정이 떨어진단 말야. 이 병신아.”

“라운지라고 했지?”

“너 마누라가 따라와 주기는 했지만 지금 속으로 진저리를 치고 있을 거다.”

“서울호텔 내가 잘 알아. 그럼.”

“길을 막고 물어봐라. 아니면 인터넷에 다 올려보든지,

 

좆도 안 서는 놈이 마누라한테 같이 살자면서 매달린다고 말야.

 

아마 댓글이 1만개는 달릴 거다.”

“그럼 6시 반에 보자.”

하고는 이성문이 먼저 통화를 끝냈으므로 조철봉은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리면서

 

길게 숨을 뱉었다.

 

그러고는 그순간 결심을 했다.

 

조철봉이 서울호텔 라운지로 들어섰을 때는 6시20분이다.

 

의원회관에서 엎어지면 코가 닿을 만한 거리여서 6시15분에 출발했는데도

 

5분 만에 도착한 것이다.

 

이성문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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