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731. 외도(7)

오늘의 쉼터 2014. 10. 9. 10:00

731. 외도(7)

 

(2043)외도-13

 

 

“이성미라고 합니다.”

옆에 앉은 아가씨가 말했다.

 

웃지도 않아서 긴장한 줄로 알았는데 차분하다.

 

시선이 제대로 옮아 다닌다.

 

조철봉이 눈만 끔벅이고 있었지만 아가씨는 말을 잇는다.

“옷 벗으시겠어요?”

머리만 저은 조철봉이 소파에 등을 붙이고는 박정주를 보았다.

 

박정주는 제 파트너에게 저고리를 벗기게 하는 중이다.

 

그때 아직도 서 있던 마담이 조철봉에게 묻는다.

“파트너 바꿔 드릴까요?”

“아니.”

처음으로 조철봉이 말하고는 마담을 흘겨보았다.

 

그러나 말을 잇지는 않았다.

 

그림만 바꿔 붙이면 뭐 할 거냐고 묻고 싶었던 것이다.

 

마담이 방을 나갔을 때 박정주가 말했다.

“조 의원님 모신다고 특별 맞춤으로 파트너를 준비시킨 것 같은데 마음에 안 드십니까?”

그러자 조철봉이 이성미의 위아래를 훑어보는 시늉을 했다.

 

기가 막히다는 표정은 차마 못 짓고 행동으로 표시만 냈다.

 

이성미는 이른바 쇼트커트한 머리에 단정한 투피스 양장 차림을 했다.

 

둥근 얼굴, 쌍꺼풀 없는 눈, 코는 반듯했고 입술은 약간 도톰하다.

 

중간 키, 체격도 중간이다.

 

뚜렷하게 잘난 곳이 하나도 없다.

 

조철봉이 입을 열었다.

“아니, 오해하지 마십시오. 제가 본래 여자한테는 붙임성이 없어서요.”

“넌 어디 있다고 했지?”

박정주가 이성미에게 묻는다.

 

조철봉이 둘을 번갈아 보았을 때 이성미가 대답했다.

“네, 아현동에 있습니다.”

“상호가 뭐야?”

“그냥 제 이름으로 문패만 붙여 놓았습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한 조철봉이 이맛살을 찌푸렸을 때 박정주가 말했다.

“이 친구가 요즘 유명한 역학자죠.

 

지난번 총선 때 아마 백명은 이 친구한테 찾아갔을 겁니다.”

놀란 조철봉이 이성미를 보았다.

 

시선을 받은 이성미가 쓴웃음을 짓더니 외면했다.

 

눈을 가늘게 뜬 조철봉이 이성미에게 묻는다.

“아니,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 이런 데서 나 같은 놈 파트너나 하면 되겠어?”

그러자 이성미가 똑바로 조철봉을 보았다.

 

그러고 보니 눈빛이 강하다.

“만나뵙고 싶었거든요.”

“관상을 보려고?”

“실물이 더 낫네요.”

뜬금없이 말한 이성미가 얼굴을 펴고 웃는다.

“곧 운이 트이시겠어요.”

“허, 그래?”

심호흡을 한 조철봉이 얼른 외면했다가 다시 이성미를 본다.

“돈 좀 모으겠어?”

그러자 앞쪽에 앉은 박정주가 긴장하는 것이 느껴졌다.

 

이성미가 정색하고 조철봉을 보더니 머리를 끄덕인다.

“네, 재운이 좋아요. 끊기지 않겠어요.”

“색운은?”

“넘치는군요.”

그러더니 빙긋 웃었다.

“너무 좋네요.”

“그거, 가장 마음에 드는 말이구먼.”

했지만 조철봉은 소리 죽여 숨을 뱉는다.

 

아마 박정주는 나중에 이성미한테 저놈이 과연 돈 먹고 일해 줄 놈인지

 

아닌지를 물을지도 모른다.

 

마담이 특별 맞춤으로 여자 관상가를 챙겼다는 것은 거짓말이고 박정주가 불러낸 것이 아닐까?

 

이만한 큰 공사에는 관상가는 말할 것도 없고 무당을 불러 굿판까지 벌일 수도 있는 것이다. 

 

 

(2044)외도-14

 

 

다음날 오후 3시경이 되었을 때 조철봉은 회사 사무실에서 최갑중과 둘이 마주앉아 있었다.

 

이것은 조철봉이 극비사건을 진행시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또 한 명의 보좌관 김경준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김경준한테까지 상의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최갑중이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거절한다면 틀림없이 역습을 해옵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형님도 예상은 되실 겁니다.”

최갑중이 이번에는 형님이라고 부르는 건 비밀의 농도가 더 깊다는 의미도 되겠다.

 

조철봉의 눈치를 살핀 최갑중이 말을 잇는다.

“돈 안 먹으면 국제산업 박정주는 말할 것도 없고 이용찬도 적이 될 겁니다.

 

거기에다 북한 위원장까지 끼어들었으니 이건.”

“위원장을 끼워 넣은 건 아무래도 수상하다. 박정주가 사기를 친 것 같다.”

불쑥 말한 조철봉이 최갑중을 노려보았다.

“직접 확인하기 곤란한 상대를 놓고 통 큰 거짓말을 하는 거야.”

“하긴 직접 확인하기 곤란하구만요.

 

누가 위원장한테 가서 국제산업 밀어주라고 하셨습니까? 하고 묻는단 말입니까?”

“박정주가 위원장을 만나긴 한 것 같다.”

“그러니까 그렇게 말을 한 거겠죠.”

“여기서도 그래, 대통령하고 1분쯤 이야기하고 돌아와서는 한 시간쯤 되는

 

이야깃거리를 풀어 놓는 놈들이 많아.”

그러더니 심호흡을 하고 나서 묻는다.

“이성미는 어때?”

“그 여자가 재미있습니다.”

자리를 고쳐 앉은 최갑중의 목소리에 활기가 띠어졌다.

“스물여덟에 부모 잃고, 여승 출신입니다.

 

어려서부터 절에서 자랐고 3년 전에야 속세로 나왔다고 합니다.”

“어디서 조사했어?”

“그건.”

입맛을 다신 최갑중이 말을 잇는다.

“인터넷 사이트에 나와 있더군요.”

“이자식이.”

조철봉이 눈을 부릅떴다.

“이자식이 이제는 꾀만 늘어서, 인터넷에 제가 올린 글을 믿으라고?”

“자료가 그것밖에 없어서요.”

“주민등록 떼어봤어?”

“그건 맞습니다. 스물여덟, 본적이 충청도의 작은 절로 되어 있었습니다.”

“계속해.”

“아현동 점집은 굉장히 유명합니다.

 

지난 총선 때 국회의원 후보가 백명도 더 다녀간 것도 확실합니다.

 

동네 사람들이 다 알고 있더군요.”

그러고는 최갑중이 정색했다.

“국제산업 박 회장이 그집 단골입니다.”

“그럼 그렇지.”

“민트 웨이터 한 놈한테 1백만원 쑤셔주고 물었더니 이성미는 어제 처음 나왔다고 합니다.

 

마담이 섭외한 것도 아닌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렇군.”

쓴웃음을 지은 조철봉이 최갑중을 보았다.

“그 기집애가 내 관상을 보고 벌써 박정주한테 일러바쳤겠다.”

“어떻게 말씀입니까?”

최갑중이 궁금한 표정을 짓고 물었으므로 조철봉이 입맛을 다셨다.

“3천억이 아니라 3조를 줘도 먹을 생각이 없었거든.”

“하지만.”

이맛살을 찌푸린 최갑중이 똑바로 조철봉을 보았다.

“형님 표정이 어디 아마추어입니까? 프로 아닙니까? 그게 알아맞혔을까요?”

그때 조철봉의 핸드폰이 진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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