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732. 외도(8)

오늘의 쉼터 2014. 10. 9. 10:01

732. 외도(8)

 

(2045)외도-15

 

 

모르는 번호가 떴지만 조철봉은 핸드폰을 귀에 붙였다.

“여보세요.”

“저, 이성미인데요.”

맑은 목소리, 어젯밤에는 손도 잡지 않고 헤어졌지만 파트너라는 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아쉬운 느낌은 들지 않았다.

 

계산도 박정주가 해서 소문난 곳 공짜 구경간 기분은 되었다.

“아, 웬일이야? 내 전번은 어떻게 알고?”

목소리를 높인 조철봉이 묻고는 앞에 앉은 최갑중에게 눈을 크게 뜨고

 

귀에 붙인 핸드폰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인다.

 

알아챈 최갑중이 긴장했다.

 

그러자 이성미가 말했다.

“오해하고 계실 것 같아서요.”

“으응? 무슨 오해?”

했지만 조철봉의 표정이 굳어졌다.

 

최갑중도 눈동자가 흔들렸다.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때 이성미의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울려나왔다.

“박 회장님이 가게에 나와 조 의원님 관상 한번 봐 주시라고는 했지만

 

제가 조 의원님한테 관심이 없었다면 나가지 않았습니다.”

이성미의 차분하고 빈틈없는 말이 이어진다.

“박 회장님은 조 의원님한테 뭔가 부탁을 하신 것 같았고

 

과연 믿을 만한 분이신가를 알고 싶으신 것 같더군요.”

“흐음, 그래?”

겨우 그렇게 되물은 조철봉은 입안에 고인 침을 삼킨다.

 

과연 이 점술가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이며 어느 선까지 진실을 말할 것인가?

 

이성미의 맑은 목소리가 다시 귀를 울린다.

“조 의원님은 재운도 있으시고 관운도 좋으세요. 그리고 물론.”

이성미가 잠깐 쿡쿡 웃고 나서 계속했다.

“색운도 넘치시구요. 그런데 이번에는 외도를 하지 마셔야겠네요.”

“외, 외도라니?”

하고 묻자 최갑중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조철봉은 물론이고 최갑중도 외도라면 당연히 그것이다.

 

여자하고 그것, 그때 이성미가 말했다.

“재물 유혹이 심하구만요.

 

물론 조 의원님은 넘어가지 않으실 작정이지만요.”

“으으음.”

“어제 박 회장님이 저한테 조 의원님 관상을 묻길래 좋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믿고 일 맡길 만한 분이냐고 물으시더군요.

 

 어느새 조 의원님 생년월일에 시까지 다 알아와 저한테 주시면서요.”

“으으음.”

“박 회장님하고 맞춰 보았더니 어떻게 나온지 아세요?”

이성미가 제가 묻고는 제가 대답한다.

“안 좋아요. 깨지게 되어 있어요.

 

하지만 박 회장님한테는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고 좋은 인연을 만들어야

 

박 회장님 운에 도움이 된다고 했어요.

 

해코지를 하면 덮어쓰게 된다구요.”

“…….”

“제가 왜 이런 줄 아시죠?”

하고 불쑥 이성미가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다시 긴장한다.

 

마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물어온 것이다.

 

방금 왜 이 여자가 이렇게까지 해주나 하는 의문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제가 성적 매력도 없죠?”

그렇게 이성미가 다시 물은 순간 조철봉은 머리끝이 쭈뼛 일어난 느낌이 된다.

 

방금 또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성미가 성적 매력은 별로다’하고,

조철봉이 헛기침을 하고 말한다.

“아니, 무슨 그런 말을, 난 그런 생각은….”

“오늘밤 시간 있으세요?”

하고 이성미가 물은 순간 조철봉은 침을 삼켰다.

 

그러고는 생각을 안 하기로 했다. 

 

 

 

(2046)외도-16

 

 

저녁 8시반, 인사동의 한정식집 ‘예원’의 홀은 시끌시끌했다.

 

맛이 있는 데다 가격도 적당한 음식점이 모여 있는 이 골목은 서울의 명소가 된 지 오래인 것이다.

 

‘예원’의 안방은 이른바 밀실이었는데 주인이 특별한 손님이 아니면 아예 보여 주지도 않는 방이다

 

 방이 본채와 떨어져 있기 때문에 식당의 소음도 들리지 않고 아예 다른 집 같다.

 

홀을 거쳐 뒷문으로 나온 조철봉은 손바닥만 한 마당을 건너 안방으로 안내되었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기다리던 이성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서 오세요.”

조철봉은 눈을 크게 뜨고는 건성으로 머리를 끄덕여 인사를 받는다.

 

이성미가 오늘은 한복차림이었던 것이다.

 

남색 저고리에 분홍색 치마를 입었는데 다른 사람 같았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이성미가 피식 웃는다.

“왜요? 좀 이상하죠?”

“이상하다기보다.”

조철봉은 이성미 앞에서 말을 조심한다.

 

그리고 생각을 안 하기로 했다. 전화상으로도 생각을 집어내는 것 같았는데 얼굴을 맞대고는

 

백발백중이 아니겠는가?

방에는 이미 교자상에 한정식이 차려져 있었는데 술이 든 주전자도 있다.

 

반찬 가짓수가 많은 걸 보면 이 집에서 가장 비싼 전주한정식 같았다.

 

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을 때 이성미가 묻는다.

“오시면서 여러가지 생각하셨죠?”

이성미의 시선과 마주친 조철봉이 입맛을 다셨다.

 

그렇다. 많이 생각했다. 쓴웃음을 지은 조철봉이 입을 열었다.

“내 이용가치가 뭔가부터 생각했지.”

이제는 이성미가 잠자코 기다렸고 조철봉이 말을 잇는다.

“다 그런 거 아닌가? 인간관계는 서로 주고받는 관계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사회에서 엮어진 관계는 다 그래. 줄 것이 없는 인간을 찾는 건 자선사업가뿐이야.”

“저한테 주실 게 뭐라고 생각하셨죠?”

낮지만 또렷하게 이성미가 묻자 조철봉은 바로 대답했다.

“섹스는 잘 해줄 수 있어.”

이성미가 바라보고만 있었으므로 조철봉이 말을 잇는다.

“내가 사업할 때는 사기를 제법 쳤고 순발력, 임기응변이 남 못지않았지만 정치는 그게 아냐.

 

그래서 지금 당장 이성미씨한테 이렇다 하고 내놓을 게 별로 없어서 그래.”

“섹스는 잘 하세요?”

“아니, 그것도 모르고 있었단 말야?”

“강하시다는 건 알아요.”

“강한 정도가 아니지.”

조철봉이 진지해진 얼굴로 말을 잇는다.

“난 여자를 쾌락의 끝까지 맛보게 해줄 수가 있어.

 

그 능력만으로는 내가 대통령 감이야.”

“제가 밀어 드릴게요.”

이성미가 불쑥 말을 이어줬으므로 조철봉의 머리가 후끈 뜨거워졌다.

 

그것이 꼭 후배위 자세로 허리를 밀어준다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성미가 다시 또박또박 말한다.

“제가 조 의원님을 보좌해 드리겠다는 말씀입니다.

 

저는 조 의원님만큼 큰 인물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 순간 조철봉은 또 머리에 열이 올랐다.

 

이성미가 자신의 철봉에 대해서 말하는 것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그때 이성미가 또 풀이를 한다.

“조 의원님이 어떻게, 무엇이 되실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큰 인물이 되십니다.

 

그래서 제가 도와드리겠다는 것입니다.”

그때 조철봉이 정색하고 묻는다.

“그렇다면 우리 한번 하는 게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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