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730. 외도(6)

오늘의 쉼터 2014. 10. 9. 10:00

730. 외도(6)

 

(2041)외도-11

 

 

장충동의 ‘민트’ 클럽 이야기는 조철봉도 진즉 들었다.

 

초특급 룸살롱, 모모 대선후보가 자주 들르던 곳, 어지간한 중소기업 사장이나 기관장,

 

또는 강남에서 빌딩 부자인 수 천억 부동산 재벌 따위는 손님으로 받지도 않는 곳,

 

재벌 2세로 돈을 수표로 뿌리는 젊은 놈이 찾아갔다가 엉덩이를 차여 쫓겨난 곳 등등,

 

 소문이 너무 많아서 다 기억도 못한다.

 

그런데 조철봉은 그곳이 초특급이 아니라 초자가 10개 들어간 특급이라고 해도

 

애당초 관심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이유는 단 하나, 이차가 안 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집에 눈이 다이아며 이가 순금으로 만들어진 여자가 와 있다고 해도 전혀 무관심했다.

 

절대로 이차가 안 되는 곳이라는데 가서 기어코 이차 나가려고 애쓰는 놈이 있다면

 

그놈은 미친 놈이다.

 

그리고 조철봉 관점에서 보면 이차 없는 술집은 다 헛짓이다.

 

그럴 바에 벽에 여자 그림 붙여놓고 술만 빠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것이

 

조철봉의 의식 구조인 걸 어쩌겠는가? 제 수준에 맞추는 행태인 걸 말이다.

그 ‘민트’에 오늘밤 조철봉이 들어섰다.

 

가게 외관이나 장식, 로비에서 맞는 의식 따위는 신영선의 ‘타임’이나 박영복의 ‘한양’보다

 

나을 것도 없다. 1차선 도로 안의 수수한 2층 건물인 것도 그렇다.

“어서 오세요.”

역시 수수한 여자 하나가 조철봉을 맞았는데 대리석이 깔린 복도 안쪽의 방으로 안내해 가면서

 

제 이름만 밝혔을 뿐이다.

 

방 안에는 국제산업 회장 박정주가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으므로 곧 떠들썩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아이고, 어서 오십시오.”

박정주는 60대 중반쯤의 나이였지만 붉은 얼굴에 머리칼도 검다.

 

얼굴을 활짝 펴고 웃는 박정주가 조철봉의 손을 쥐고 말한다.

“이렇게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조 의원님.”

“아이고, 제가 오히려.”

조철봉도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별로 거북하지는 않았다.

 

박정주와는 오늘이 초면이다.

 

그러나 박정주가 자수성가한 기업인이며 국제산업을 모기업으로 16개 기업군을 거느린

 

재계 서열 13위의 재벌 그룹이라는 것은 진즉부터 알고 있었다.

 

인사를 끝낸 둘이 자리잡고 앉았을 때 박정주가 아직도 서 있는 마담에게 말한다.

“술상 봐오고 아가씨들은 나중에.”

그러자 여자는 소리없이 방을 나간다.

‘민트’에서 만나자고 한 것은 물론 박정주였다.

 

박정주는 ‘민트’의 단골인 것 같았다.

“요즘 조 의원님 명성이 북한에서도 자자 하시더군요.”

하고 박정주가 먼저 운을 떼었으므로 조철봉은 시선만 주었다.

 

신영선이 들려준 녹음기에서 흘러나왔던 박정주의 말이 마침 그 순간에 떠올랐다.

“천하의 이 의원이 뒤를 봐 주시는데 조철봉같은 얼뜨기가 당해 내겠습니까?” 했다가

“어쨌든 이틀 후에 그놈 만나서 알게 되겠지요”

 

하고 자신만만하게 말했었다.

 

조철봉은 웃음만 띠었고 박정주의 말이 이어졌다.

“제가 지난주에 북한에 다녀왔습니다.”

그러고는 박정주가 정색한 얼굴로 조철봉을 보았다.

“위원장님을 만났더니 조 의원님 말씀을 하시더군요.

 

귀국하면 찾아가 만나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요?”

놀란 표정이 된 조철봉이 박정주를 보았다.

 

위원장하고 만나는 사이라면 박정주는 거물 중의 거물이다.

 

그때 박정주의 말이 이어졌다. 

 

 

(2042)외도-12

 

 

“까놓고 말씀드리지요.

 

위원장께서는 이번 개성관광특구 공사를 우리 국제산업이 따내도록 조 의원께

 

부탁해 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거침없이 말한 박정주가 길게 숨을 뱉고 나서 조철봉을 보았다.

“위원장께서는 국제산업이 공사를 맡기를 원하고 계십니다.”

“아아.”

우선 머리를 끄덕여 알아들었다는 표시를 한 조철봉이 박정주를 똑바로 보았다.

“제가 어떻게 해드리면 됩니까?”

그러자 박정주가 상반신을 앞으로 기울였다.

 

얼굴이 굳어졌고 콧구멍이 희미하게 벌름거렸다.

“이번 공사 입찰은 통일부 주관하에 건교부, 문화부까지 낀 공동 평가단에 의해 선정이 됩니다.

 

하지만 잘 아시다시피 국회 재경위와 통일위의 승인을 받아야지요. 그러니까.”

호흡을 고른 박정주가 말을 잇는다.

“조 의원님께서 통일부 책임자인 차관 이병재한테 전화 한 통 해 주시면 제가 뒷마무리는

 

하겠습니다.”

“그것뿐입니까?”

“아마 이병재 차관하고 저하고 셋이 모여서 한잔 해야 되겠지요.”

그러고는 눈웃음을 치면서 방안을 둘러보는 시늉을 한다.

“여기서 해야 될 것 같군요.”

“그러면.”

어깨를 폈다 내린 조철봉이 다시 똑바로 박정주를 보았다.

“저한테는 뭐가 돌아옵니까?”

그러자 박정주가 얼굴을 활짝 펴고 웃는다.

 

그러나 소리 없는 웃음이다. 박정주가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그렇게 물어주시니 제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말씀드리지요.”

“… ….”

“입찰 가격은 대략 15조가 될 것 같습니다.

 

저희가 낙찰을 받으면 전체 금액의 20%인 3천억을 드리겠습니다.”

“… ….”

“낙찰 즉시 그 반인 1천5백억을 외국 은행에 입금시켜 드리지요.

 

이건 쥐도 새도 모릅니다. CIA도 찾지 못하는 방법이 있으니까요.”

“나머지는?”

“올해 말까지 입금시켜 드립니다. 제가 각서라도 써 드릴 테니까요.”

조철봉은 소리내어 긴 숨을 뱉는다.

 

엄청난 금액이다.

 

3천억이라니, 3억불이 아닌가? 더구나 세금도 안내는 돈이다.

 

이걸 먹으면 단숨에 세계적인 갑부가 되지 않겠는가?

 

박정주가 바라보고 있었으므로 조철봉은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지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계신다고 믿고 있겠습니다.”

조철봉한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박정주가 말한다.

“위원장께도 그렇게 보고 드리지요.”

“그러시지요.”

그러자 박정주가 다시 얼굴을 펴고 웃더니 테이블 끝에 놓인 벨을 누른다.

“이곳 처음이시죠?”

박정주가 묻더니 조철봉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애들이 괜찮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런데.”

조철봉이 쓴웃음을 지어보인다.

“이차 안 나간다면서요?”

그때 방문이 열리더니 마담이 들어섰고 뒤를 아가씨 둘이 따른다.

 

조철봉은 소파에 등을 붙였다. 둘다 미인이다.

 

그러나 ‘타임’이나 ‘한양’에도 이보다 더 나은 미인이 많다.

 

이차 안 나간다는 것에 프리미엄이 붙는단 말이냐? 천만에. 그 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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