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729. 외도(5)

오늘의 쉼터 2014. 10. 9. 09:59

729. 외도(5)

 

(2039)외도-9

 

 

다음날 저녁,

 

타임의 마담 신영선이 조철봉의 이야기를 듣고 나더니 먼저 긴 숨부터 뱉고 말한다.

“자기는 행운아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정색한 조철봉도 심호흡을 한다.

 

밤 10시, 타임의 제일 안쪽 내실 안이다.

 

이곳은 주인 신영선의 개인 공간이어서 지금까지 남자 출입은 조철봉이 처음이라고 했다.

 

이런 말은 그냥 믿어줘야 옳다.

 

의심하고 캐는 놈은 오래 못 산다.

 

여자가 베푼 호의는 그저 말뿐이라도 본인에게 해가 되지 않는 한 조철봉은 감사히 받는다.

신영선이 열두 명한테 같은 말을 한 것이 드러나더라도 못 들은 척할 것이다.

 

방구석에는 침대가 있고 둘은 작은 탁자를 사이에 둔 소파에 마주보고 앉았다.

 

오늘은 신영선이 조철봉을 불러낸 것이다.

 

국회 회기가 끝나 지역구 의원들은 다 제 지역구로 내려갔고, 일부는 외유를 떠났다.

 

조철봉도 시찰 명목으로 남미 7개국을 12박13일 동안 돌자는 제의를 받고 솔깃했다가

 

신영선의 충고를 듣고 그만두었다.

 

와이프 이야기가 끝났을 때 신영선이 입을 열었다.

“자기가 내일 오후 2시에 국제산업 박 회장하고 약속이 있지?”

조철봉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가 곧 머리를 끄덕였다.

“그걸 어떻게 알아?”

“어제 여기서 박 회장이 이용찬 의원하고 술 마셨어.”

긴장한 조철봉이 시선만 주었다.

 

이용찬은 3선으로 국회 재경위원장이다.

 

전직 재경장관 출신인 데다 대통령의 신임도 높아서 총리 기용설이 항상 흘러나오는 거물.

 

그러나 평공회나 남북의원연합회 등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아서 오히려 조철봉은

 

존경심을 품고 있었다.

 

신영선이 말을 잇는다.

“이번에 개성 관광지에 건설하는 시설물 말야.

 

그거 북한 당국에 신청서를 낸 곳이 여섯 곳이라면서?”

“그런가?”

“여섯 개야.”

그렇게 말한 신영선이 입맛을 다시더니 금방 쓴웃음을 짓는다.

“자기야, 이번에 그 공사를 따내려고 얼마나 물밑 경쟁이 치열한지 알아?”

“신문을 보았더니 그런것 같더구먼.”

조철봉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한다.

 

북한과 한국은 개성관광특구에 2백만평 규모의 바닷가 부지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부지에 세울 호텔과 카지노, 백화점에다 식당가, 국제 수준의 대형 병원에다

 

상가, 유흥가, 아파트 단지에다 바닷가 시설까지 6년간 15조 가까운 건설 비용이 예상되었다.

 

한국에 건설 붐이 일어날 만했다.

건설 경기가 일어나면 어쨌든 경제가 탄력을 받는 것이다.

 

그때 신영선이 조철봉을 빤히 보았다.

“자기는 뭘 모르는 거야?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거야?

 

지금까지 건설사에서 로비를 안 했을 리 없는데 말야.”

“모르는 척했던 거지.”

쓴웃음을 지은 조철봉이 말을 잇는다.

“내가 돈 먹는 도사였는데 그걸 모르겠어? 하지만 이제는 아냐.”

“연락 많이 왔지?”

“보좌관들이 다 잘랐어. 내가 단단히 이야기해 놓았거든.”

“그런데 국제산업 박 회장은 왜 만나?”

“그 사람이 이번에 평양 다녀오면서 고위층이 전해주라는 물건을 갖고 있다고 해서 만나는 거야.”

“누구?”

“몰라. 고위층이래.”

국제산업 박정주 회장은 북한 고위층과도 안면이 많은 인사인 것이다. 

 

(2040)외도-10

 

 

신영선의 ‘타임’은 정치인들의 집합소나 같다.

 

정치인이 모이자 고위 공무원, 기업가들이 고리에 연결된 것처럼 따라왔는데 자연스러웠다.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 삼위일체가 되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유대의 강화가 될 것이며

 

부정적으로 발전되면 정경유착에다 부정부패의 음모 장소가 될 것이다.

“어제 이용찬이 박 회장한테 자기를 어떻게든 끌어들이라고 했어. 그

 

렇게만 되면 공사는 따내게 된다고 말야.”

신영선이 목소리를 낮추고 말한다.

“그리고 자기가 거부할 수 없는 조건을 내놓으라고 한 거야. 그것이 뭔지 예상할 수 있어?”

“글쎄.”

이맛살을 찌푸린 조철봉이 잇사이로 말했다.

“난 그것보다 이 의원이 그런 인간인지 몰랐는데. 박 회장한테 그런 말까지 하다니.”

“흥, 그 정도는 약과야.”

“그 말을 누님이 직접 들었어?”

“아니, 이거.”

신영선이 손가방에서 라이터 만한 녹음기를 꺼내더니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곧 사내의 목소리가 방을 울렸다.

“조철봉이 여자를 밝힌다고 여자를 미끼로 내세울 수는 없지.

 

아마 돈을 트럭으로 실어줘도 넘어가지 않을 거요.”

이용찬의 굵은 목소리다. 국회에서 여러번 들었다. 이용찬의 말이 이어졌다.

“조철봉이 거부할 수 없는 미끼를 내놓아야 해요. 그것이 관건이야, 아시겠습니까?”

 

“예, 압니다.”

다른 사내의 목소리다. 이것이 박정주 회장일 것이다.

“이틀 후에 만나기로 했으니까 그때 이야기가 될 겁니다.”

그러더니 사내가 웃음띤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천하의 이 의원이 뒤를 봐주시는데 조철봉같은 얼뜨기가 당해 내겠습니까?”

“그놈이 북한 지도부의 배경이 있어요. 물론 이용하기 쉬우니까 밀어주겠지만.”

“저는 없는 줄 아십니까?”

사내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지워졌다.

“어쨌든 이틀 후에 그놈 만나서 알게 되겠지요.”

그때 신영선이 버튼을 눌러 녹음기를 끄고 나서 조철봉을 보았다.

“봐, 이게 현실이야.”

“그렇군.”

“사람들 겉은 아름답지만 내면은 다 이래, 모두가 그렇다구.”

“누님.”

조철봉이 눈을 치켜뜨고 신영선을 보았다.

“나, 좀 열을 받았는데.”

“참아, 지금 이놈들을 팰 수는 없잖아.”

“아니, 이게 말야.”

하고 조철봉이 눈으로 바지 지퍼 쪽을 가리키자 신영선이 숨을 삼켰다.

 

그러더니 금방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미쳤어.”

목소리까지 떨린다.

 

그때 조철봉이 자리에서 일어나 서둘러 바지 혁대를 풀기 시작했다.

“누님도 밑에 팬티만 벗어.”

“미쳤어.”

했지만 신영선은 서둘러 일어선다.

 

허둥지둥 문으로 다가가 고리를 채운 신영선이 전등 스위치를 눌러 방의 불을 껐다.

“이거 안 보이잖아.”

갑자기 캄캄해지는 바람에 바지를 내린 조철봉이 투덜거렸다.

“누님, 어디 있는 거야?”

신영선은 대답하지 않았다.

“어디 있는지 알아야 넣을 것 아냐?”

그러자 갑자기 조철봉의 철봉을 뭔가 움켜쥐었다.

 

신영선이 두 손으로 움켜쥔 것이다.

 

가쁜 신영선의 숨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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