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7. 외도(3)
(2035)외도-5
조철봉은 아내 이은지를 사랑한다.
사랑의 정의가 무엇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조철봉은 희생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여러 가지 해석이 있었어도 희생이 가장 마음에 닿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은지한테 어느 정도까지 희생해야 될지는 아직 그런 상황이 되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물론 간식 먹는 것처럼 하는 외도질에 대해서 이은지 하고 부딪친 적이 없지만 만일
그 경우가 도래했을 때를 상상해 보았다.
이은지가 길길이 뛰지는 않을 것이다.
그 대신 냉정하게 처신을 할 가능성이 많다.
그중 가장 유력한 가능성, 당장 갈라서자고 하는 경우인데 그땐 어쩔 수 없다.
빈다고 될 일도 아닐 뿐더러 당장에 버릇이 고쳐질 수도 없기 때문.
두 번째 가능성, 이은지가 모른 척 봐주는 경우인데 이것은 오히려 조철봉이 견디지 못한다.
모른 척 봐준다는 의미는 무관심이며 곧 둘 사이에 사랑은 개뿔이 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때는 조철봉이 무릎 꿇고 헤어지자고 사정해야 될 판이다.
그런데 감히 꺼내어 심판을 받아보지는 않았으나 조철봉이 주장하는 사안이 있다.
그것은 외도가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사랑하는 대상이 있어도 외도가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물론 말도 아닌 소리라면서 여기저기서 펄펄 뛰고 예의없이 교수들이 튀어나와(꼭 정신과도 낀다)
일장 설파를 하겠지만 조철봉의 의지는 굳세다.
지금까지 조철봉은 외도를 하면서 이은지에게 죄책감을 느낀 적이 거의 없다.
가끔 느꼈을 때는 거짓말을 하고 그 짓을 하기 때문이지 그 짓이 원인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외도는 나한테 배고플 때 그냥 밥 퍼먹는 것이나 같으며 숟가락을 놓는 순간에 잊고
오직 이은지 너한테만 내 심장, 내 머리가 가 있으니 염려 말라고 주장하지는 못한다.
만일 그랬다면 미친 놈 취급받는다.
50년쯤 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은 시대가 그렇다.
핵 문제도 있고, 참는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그놈의 외도는 그만두라고 이은지가
간곡하게 부탁하는 장면도 상상해 보았다.
눈물을 흘리면서 이은지가 부탁했다.
가정을 깨뜨리지 말라고, 가정을 위해서 당신이 그 좋아하는 짓을 참는 희생을 보여달라고,
그때 조철봉이 상상 속이지만 이은지에게 말했었다.
“나는 점심때 당신이 싸준 도시락만 먹으라는 소리를 듣는 것 같아.”
이은지가 눈만 크게 떴으므로 조철봉은 가슴을 펴고 말을 이었었다.
“그냥 도시락 안 싸주면 안 될까? 내가 땡기는 것 사먹을게.”
그러자 이은지가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럼 사먹어. 장화만 신고.”
그렇게 말하는 이은지를 상상하며 조철봉은 심호흡을 했었다.
그러나 물론 현실은 다르다.
조철봉은 결단에 영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희생을 끌어들여야만 될 것이었다.
“아아아.”
조철봉이 시선만 주고 있는 데도 입을 딱 벌린 여자가 테이블 건너 편에서 절정에 오르고 있었다.
붉은 얼굴, 거친 호흡, 이제는 분위기에 익숙해져서 소파에 비스듬히 상반신을 기댄 채
두 다리를 벌리고 있다.
물론 하반신은 보이지 않았지만 자세로 알 수가 있다.
여자의 손놀림이 거칠고 빨라졌으므로 조철봉이 머리를 젓는다.
“천천히. 그러나 강하게.”
여자가 천천히 움직였다.
“넣을 때는 천천히. 뺄 때는 약간 빠르게.”
“아아아.”
여자의 탄성이 방 안을 울렸다.
자, 어디까지가 외도이며 외설인가?
(2036)외도-6
“했냐?”
방으로 돌아왔을 때 이성문이 물었다.
여자의 얼굴도 신중하게 살펴보는 꼴이 꼭 둘의 채무관계를 청산했느냐고 묻는 것 같다.
“응.”
조철봉도 정색하고 대답했다.
여자 또한 마찬가지, 당당한 얼굴로 제 친구를 향해 머리를 끄덕여 보인다.
“우리도 했다.”
이성문은 둘의 행동에 자극을 받은 것 같았다.
묻지도 않았는데 말하더니 제 파트너의 어깨에 손을 둘러 안는다.
“아주 좋았어.”
“제대로 섰어?”
하고 조철봉이 묻자 이성문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제대로 되었어.”
“그럼 다시 오늘 밤에 시험해봐.”
그러자 이성문 파트너가 눈을 크게 떴다.
“안 돼요, 난 들어가야 돼.”
“누가 댁하고 시험하랬나?”
쓴웃음을 지은 조철봉이 턱으로 이성문을 가리켰다.
“이놈은 제 와이프 앞에서는 안 선대요. 그래서 오늘밤 다시 해보라고 한 거요.”
“세상에.”
이성문 파트너가 놀라 입까지 딱 벌렸다.
“아깐 잘만 하던데, 왜?”
“클났네.”
조철봉 파트너가 그러면서 웃었다.
그러더니 이성문 파트너에게 묻는다.
“어때? 물건은?”
“중짜야.”
“단단해?”
“그것도 보통.”
그제서야 제 물건 이야기인 줄 깨달은 이성문이 눈을 부라렸다.
“지금 뭐하는 거야?”
그러자 이번에는 이성문 파트너가 묻는다.
“네 건?”
“뭐가?”
되물은 조철봉 파트너가 시치미를 뗀 얼굴로 손을 들더니 제 둘째 손가락만 세워 보였다.
“딱 이만했어.”
“애걔걔, 그렇게 가늘어?”
“그래.”
“젓가락 들어가는 것 같았겠다.”
“하지만 너무 좋았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넌 몰라.”
몸을 비튼 조철봉 파트너가 웃는다.
“얼마나 자극이 있었는지.”
“그게 무슨 말야?”
마침내 이성문이 끼어들었다.
눈썹을 좁힌 이성문이 조철봉 파트너를 노려보았다.
“내가 저놈 철봉을 잘 아는데, 정말 하긴 한 거요?”
“쌌다니까요?”
했냐고 물었는데 쌌다고 대답했지만 이성문은 아직 그 차이를 모른다.
이성문이 다시 물었다.
“그 손가락만 하다니, 아무래도 거짓말인 것 같은데 이놈 건 거짓말 안 보태고 내 팔뚝만 해.”
하고 이성문이 제 팔뚝을 내밀고는 한쪽 손으로 팔꿈치를 쥐었다.
어렸을 때 이거 먹어라 하는 자세다.
그러자 조철봉 파트너가 눈을 치켜떴다. 입도 딱 벌리고 있다.
“정말요?”
그 순간 이성문은 물론이고 옆에 앉은 파트너도 허탈한 표정이 되었다.
이성문이 곧 쓴웃음을 짓는다.
“안 했구만.”
“우리 진짜로 한번 해요.”
하고 조철봉 파트너가 옆으로 붙어 앉는다.
그렇다. 아까는 안 했다.
바라보기만 했을 뿐 여자는 혼자 싸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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