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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4. 거인 탄생(12)

오늘의 쉼터 2014. 10. 9. 09:55

724. 거인 탄생(12)

 

(2029)거인 탄생-23

 



비밀로 추진했지만 소문이 안 날 리가 있겠는가?

 

그것을 조철봉도 예상은 했다.

 

소문이 나면서 언론에서도 슬슬 연기를 피웠고 인터뷰 요청이 꼬리를 이었지만

 

조철봉이 누구인가? 시치미를 뚝 떼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것은 신영선이 코치를 하지 않아도 몸에 밴 짓이라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가칭 평화공론회, 줄여서 평공회의 구성은 급속도로 진행되었다.

 

조철봉이 운을 뗀 지 일주일 만에 한국당과 민족당 현역의원 중에서 35명이 가입시에

 

서명을 했으며 18명은 고문으로 위촉되었다.

 

이쪽에서 먼저 대상을 선별하고 나서 가입 의사를 타진했던 터라

 

선택되지 않은 의원들의 반발, 또는 모략까지 일어났지만 크게 번지지는 않았다.

 

일을 크게 벌일수록 망신만 더 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18명의 고문은 여야의 거물들이다.

 

신영선은 고문으로 영입할 거물들 명단을 작성해 주었는데 김경준이 보더니

 

혀를 내두르며 감탄했다.

 

김경준은 그 명단을 조철봉이 작성한 줄로 아는 것이다.

 

그리고 그 18명의 거물중 단 한 명도 고문 위촉을 거절하지 않았다.

 

평공회가 공식 모임으로 발족되던 날에 사무실로 정해진 여의도 일성빌딩 입구부터

 

수백개의 화환이 놓여졌다.

 

두 개의 대형 화환이 놓여졌고 사진기자 수십명이 엎어지고 자빠지면서

 

 그놈의 화환을 찍느라고 난리였다.

 

한국 대통령과 북한 국방위원장이 보낸 화환이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정당도 아닌 의원 모임에 북한의 최고 통치자가

 

축하 화환을 보낸 역사가 없는 것이다.

“조 회장, 축하합니다.”

한국당 대표가 되어 있는 안상호가 현판식을 마친 후에 흰 장갑을 낀 손으로

 

조철봉에게 제일 먼저 악수를 청하면서 말한다.

 

안상호도 평공회 고문이다.

 

조철봉은 두 손으로 안상호의 손을 잡는다.

 

하객은 5백명도 넘었는데 국회의원이 많았다.

 

선택되지 않은 의원들도 다가와 조철봉과 악수를 하고는 사진을 찍었으므로

 

주위에 사람이 떨어지지 않았다.

“정치란 이런 거요.”

옆으로 다가선 한국당 원내총무 이대동이 앞쪽을 본 채 말한다.

“힘이 있는 곳에는 사람이 모이지. 부르지 않아도 꼬이는 거요.”

이대동도 평공회 고문이다.

 

겨우 몸을 빼어 안쪽 회의실로 들어간 조철봉이 겨우 숨을 돌렸을 때였다.

 

바지에 넣은 핸드폰이 진동했다.

 

핸드폰을 꺼내든 조철봉이 발신자 번호를 보고는

 

서너번 눈을 껌벅이고 나서 귀에 붙였다. 모르는 번호였다.

“예. 조철봉입니다.”

“조 의원님, 저 양성택입니다.”

수화구에서 사내의 밝은 목소리가 울렸다.

 

북한 통전부장 양성택이다.

“아이고, 부장님. 웬일이십니까?”

“아, 제가 축하를 드려야지요.”

목청을 높인 양성택이 말을 잇는다.

“화환 잘 받으셨습니까?”

“예. 감사합니다. 위원장님께 감사 말씀을 전해 주십시오.”

그러자 양성택이 목청을 낮추더니 말한다.

“잠깐 기다리십시오. 장군님이십니다.”

긴장한 조철봉이 침을 삼켰을 때 곧 수화구에서 위원장의 목소리가 울린다.

“조 의원. 축하하네.”

“예. 위원장님.”

저도 모르게 몸을 반듯이 세운 조철봉의 귀에 위원장의 말이 이어진다.

“이제 조 의원은 거물이 되었어. 아니, 거인인가?”

조철봉은 심호흡을 한다. 맞다.

 

그러나 왠지 조금도 기쁘지가 않다.

 

무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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