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725. 외도(1)

오늘의 쉼터 2014. 10. 9. 09:56

725. 외도(1)

 

(2031)외도-1

 

 

조철봉의 친구 이성문은 술 마실 때만 만나는 사이였는데 우선 호흡이 맞았다.

 

어느 정도 사회에서 기반을 굳힌 40대 사내들이 일을 떠나 술 마시는 자리에서까지

 

거북한 상대방과 어울릴 필요는 없는 것이다.

 

조철봉은 이성문의 머리통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거의 모른다.

 

회사가 뭘 만드는지도 자세히 모른다.

 

이성문이 시쳇말로 좌파인지 우파인지도 모른다.

 

그런 이야기는 한번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은 고등학교 동창이지만 각각 기반을 굳힌 30대 후반까지 거의 낯빤대기도 보지 못했다.

 

둘 다 동창회나 동문들의 단합대회 따위는 참석하지 않는 성품이었기 때문이다.

 

서로 상부상조한답시고 부탁하고 추어주는 행태를 둘이 싫어한 것도 같다.

 

그러다 우연히 둘이 한번 만나게 된 후부터 찰떡 궁합이 되었다.

한번 이성문이 술을 사면 다음은 조철봉이 샀으며 분위기를 철저하게 즐겼다.

 

술자리에서는 안주는 없어도 여자가 있어야만 한다는 사고도 같다.

 

옆에 앉은 여자가 미인일수록 폭음하지 않게 된다는 정의에 대해서

 

서로 내가 먼저 수립했다고 주장하는 형편이다.

 

그리고 둘 다 여자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이른바 페미니스트라고 하는 것도 같다.

 

그런데 오늘밤, 바쁜 시간을 쪼개 둘이 만났을 때 이성문의 표정이 어두웠다.

 

그래서 조철봉이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너, 안서?”

둘 사이에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다.

 

그러자 머리를 든 이성문이 길게 숨부터 뱉고 대답한다.

“와이프하고 안돼.”

“외도할 때는 되고?”

“당연하지.”

조철봉은 잠자코 이성문을 보았다.

 

족집게처럼 문제를 집어냈다는 감동은 눈곱만큼도 일어나지 않았다.

 

조철봉도 한때 그런 적이 있었던 것이다.

 

전처 서경윤과 두번째 결합해서 살 때였다.

 

침대에서 서경윤의 벗은 몸을 봐도 조금도 욕망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누구한테 말한 적이 없다.

 

그리고 그 증세도 서너달쯤 계속되었다가 사라졌고 열심히 하고 나서 이젠 영원히 갈라섰다.

 

조철봉이 다시 묻는다.

“언제부터냐?”

“두달쯤 되었어.”

그때 웨이터가 들어왔다가 둘의 눈치를 살피더니 도로 나갔다.

 

이곳은 성남의 회원제 클럽 ‘아마론’ 안이다.

 

이성문이 개발해낸 곳으로 강남 사모님들을 다수 회원으로 확보해놓았다는 클럽이었다.

이성문이 말을 잇는다.

“와이프가 갈라서자고 했어.”

“당연하지.”

이번에는 조철봉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두달이나 안했다면 많이 참은 것이다.

“마누라 얼굴에다 다른 여자 사진을 씌워놓고 해볼까?”

이성문이 혼잣소리처럼 말했지만 조철봉은 정색했다.

“응. 그거 좋은 방법이다.”

그러고는 말을 이었다.

“고무로 가면처럼 만드는 곳도 있는 모양이더라.

 

하다못해 코라도 모양을 바꿔서 덮어씌우면….”

“시끄러.”

입맛을 다신 이성문이 소파에 등을 붙이더니 다시 길게 숨을 뱉었다.

“이것저것 다 먹어보았는 데도 안서.”

“안서려고 작정하면 방법이 없는 법이다.”

팔짱을 낀 조철봉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한다.

“안되겠다. 너, 와이프, 바깥 세상으로 내보내 주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2032)외도-2 

 

 

그러나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

 

그놈이 영 서지를 않는다면 모를까 마누라 외의 엄한 여자의 궁둥이만 봐도

 

불끈 솟는 양물을 지닌 놈이 원통해서라도 내보내주지는 못할 것이었다.

“죄를 받는 거다.”

이때는 목사님 같은 표정을 짓고 조철봉이 말한다.

“하늘의 심판이라고 생각해라.”

“얀마, 난 불교 믿는다.”

“그럼 네 놈이 전생에 진 업보다.”

그때 다시 웨이터가 들어오더니 이제는 눈치도 보지 않고 말한다.

“사모님 두 분을 잡아 놓았는데요, 아주 아깝습니다.”

“데려와.”

업을 진 이성문이 먼저 말했다.

 

웨이터가 서둘러 나갔을 때 조철봉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묻는다.

“나, 요즘 매스컴 많이 탔는데 괜찮을까?”

“흥.”

코웃음을 친 이성문이 조철봉을 흘겨보았다.

“나도 신문 정치면 안 본 지 오래되었다. TV는 말할 것도 없고.”

그러고는 노골적으로 깔보는 표정을 짓는다.

“나도 그런데 여편네들이 널 알아볼 것 같냐? 이 자식이 순 왕자병 걸린 놈이구먼.”

조철봉은 이런 이성문이 좋다, 서로 덕 볼 마음을 먹지 않으니 꾸미지 않고 표현하는 것이다.

 

곧 문이 열리더니 웨이터의 안내를 받으며 두 여자가 들어섰는데 당당히 시선을 들고

 

조철봉과 이성문을 보았다. 여자들이 앞에 잠깐 서 있는 동안은 3초쯤 되었는데

 

거기서 인생이 판가름나는 것이다. 남자가 마음에 들면 앉고 시원치 않으면 돌아간다.

 

그러면 끝이다. 웨이터도 옆에 초조한 표정으로 서 있을 뿐이다.

그 3초 동안 이성문은 침 삼키는 소리를 내었으며 조철봉은 물잔을 들어 한 모금 물을 삼켰다.

 

천하의 조철봉도 이때만은 별수 없다.

 

전에 나이트에서는 일단 여자들이 옆에 앉고 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곳은 회원제 클럽이며 선택권은 쌍방에 공평하게 있다고 봐야 될 것이다.

나이트에서는 웨이터의 압력도 조금 통했지만 이곳은 어림없다.

 

이윽고 여자들이 발을 떼었다.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 순간 조철봉과 이성문은 똑같이 소리 죽여 숨을 뱉는다.

 

통과된 것이다.

 

이쪽의 입장은 물을 필요도 없다.

 

둘 다 평균 수준 이상의 미모에 늘씬한 체격이었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파트너까지 제멋대로 선택했다.

 

먼저 발을 뗀 파머머리가 그중 리더로 보였는데 거침없이 조철봉의 옆으로 다가와 앉은 것이다.

“어이구, 이거.”

반색한 조철봉이 여자 앞으로 술잔을 밀어놓으며 말한다.

“선택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은혜를 뭘로 갚아야 할지.”

“어디서 많이 뵌 분 같아요.”

여자가 머리를 기울이며 말하자 조철봉은 잔에 술을 채우면서 웃는다.

“평범한 얼굴이라 그런 말 자주 듣습니다. 누구는 사극에 나오는 엑스트라 닮았다고 하고.”

“뭘 하세요?”

“사업합니다.”

그러고는 덧붙였다.

“기계 부품 공장을 하지요.”

“오늘 저하고 같이 계실 수 있어요?”

불쑥 여자가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심호흡을 했다.

 

이 여자는 빠르다. 자신도 만만했고, 아마 거절당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에 어떤 놈자가 이런 여자의 제의를 거절하겠는가?

 

조철봉이 술잔을 들고 대답했다.

“저는 한번에 두 시간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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