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722. 거인 탄생(10)

오늘의 쉼터 2014. 10. 9. 09:54

722. 거인 탄생(10)

 

(2026)거인 탄생-19

 

 

별관에서 5시10분 전에 돌아온 조철봉이 출발 준비를 마쳤을 때

 

응접실로 종대소 여직원이 들어와 말했다.

“부장 동지께서 오셨습니다.”

조철봉이 서둘러 일어섰을 때 방 안으로 양성택이 들어선다.

“준비 다 하셨습니까?”

웃음 띤 얼굴로 물은 양성택이 먼저 자리에 앉았으므로 조철봉도 마주 보고 앉는다.

 

양성택이 들고 온 알루미늄제 가방을 조철봉 앞의 탁자 위에 놓았다.

“안에 장군님께서 백대통령께 보내는 밀서가 들어있습니다.”

그러고는 눈으로 가방을 가리킨다.

“열어 보시지요.”

조철봉은 가방을 열고 금빛 봉투가 넣어진 것을 확인했다.

 

겉 표지에 대통령 이름이 적혀 있는 것도 보았다.

 

그리고 안 쪽에 보석상자 같은 물체가 넣어진 것을 보고는

 

눈을 크게 떴을 때 양성택이 말한다.

“의원님께 드리는 장군님 선물입니다.”

조철봉은 상자를 꺼내 뚜껑을 열었다.

그 순간 번쩍이는 시계가 드러났다.

 

‘오래가’시계. 명품이다.

 

말만 들었지 구경도 못해본 시계. 수천만원이 넘는다고 했다.

“시계, 차 보시지요.”

양성택은 선물이 뭔지 알고 있었다.

 

재촉을 받은 조철봉이 시계를 손목에 차 보았더니 딱 맞았다.

 

미리 맞춰온 것이다.

“아니, 이거 웬.”

그때서야 조철봉이 우물쭈물 말했을 때 양성택이 얼굴을 펴고 웃는다.

“장군님께서 호의로 드리는 것이니까 사양하시면 결례가 됩니다. 차시지요.”

“고맙다고 전해주십시오.”

“그 시계는 훈장이나 같습니다.”

시계에 시선을 준 양성택이 정색하고 말을 잇는다.

“그 시계는 제가 알기로 서너명밖에 받지 못했습니다.

 

저도 받지 못했단 말씀입니다.”

“이거, 영광입니다.”

그러자 머리를 끄덕인 양성택이 생각이 났다는 얼굴로 조철봉을 본다.

“이혜정이 만나셨지요?”

“예, 만났습니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양성택이 빙긋 웃었다.

“신분이 확실하고 영리한 애니까 문제가 없을 겁니다.”

그러더니 덧붙인다.

“애인 삼으셔도 됩니다.”

“아이구, 제가 어디.”

“그래야 자연스러울 테니까요.”

“어쨌든 알겠습니다.”

“자, 그럼 가실까요.”

하면서 양성택이 손목시계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비행기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양성택은 공항까지 배웅을 하겠다면서 승용차 뒷자리에 조철봉과 나란히 앉았다.

 

최갑중과 김경문 등은 뒤쪽 차에 탄 것이다.

 

차가 공항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달릴 때 양성택이 다시 입을 열었다.

“조의원님, 당을 하나 세우시지요.”

조철봉은 눈만 크게 떴다. 건물 한동을 세우라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그러자 양성택이 다시 또박또박 말한다.

“정치세력 말씀입니다.

 

지금 집권당인 한국당에서 일부 중도 개혁세력을 모아서

 

북남 평화공존을 지향하는 당을 하나 세우는 것입니다.

 

아마 야당인 민족당에서도 오려는 동지들이 많을 겁니다.”

“…….”

“조의원님은 전면에 나타나지 않으시고 거물급 대표를 세우고는

 

뒤에서 조종만 하시면 됩니다.

 

우리 계산이지만 현역의원 1백명은 충분히 모을 수 있을 겁니다.”

조철봉은 소리죽여 숨을 뱉는다.

 

점점 수렁 속으로 끌려드는 느낌이 든 것이다. 

 

 

(2027)거인 탄생-20

 

 

북한에서 돌아온 다음날 저녁,

 

조철봉은 청와대 근처의 안가에서 백 대통령과 대통령실장 유세진,

 

그리고 국정원장 김광준까지 넷이 둘러앉았다.

 

이제 조철봉은 대통령이 바로 1미터 앞쪽에 앉아 있어도 얼지 않는다.

 

조철봉뿐만 아니라 인간은 모두 똑같다.

 

만날 같은 감동을 먹는다면 제 명에 사는 인간은 없을 것이다.

 

조철봉이 올린 밀서는 유세진이 겉봉을 뜯고나서

 

봉투 안에 독거미가 있는지 들여다본 후에 밀서만 대통령에게 넘겨졌다.

 

밀서는 흰 편지지 두 장이었는데 대통령이 다 읽는데 5분쯤 걸렸다.

 

그동안 방안에는 무거운 정적에 덮여 있었다.

모두 입을 꾹 다물고 대통령이 편지를 읽는 동안 딴전을 피운다.

 

이윽고 편지를 내려놓은 대통령이 먼저 국정원장에게 건네주었다.

 

국정원장이 다 읽은 시간은 4분 정도, 대통령보다 좀 빠르다.

 

국정원장이 편지를 돌려주자 이번에는 대통령실장이,

 

그 다음 순서가 조철봉이 되었으므로 편지를 받을 때 가슴이 뛰었다.

 

순서가 돌아오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밀서 내용은 간단했다.

 

한자가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 한글로 안부와 평화통일,

 

그리고 한민족의 장래를 염려한 글이었고 다만 마지막에 정상회담은

 

12월 중순쯤에 해보자는 말로 끝나 있었다.

 

이것이 요점이었다.

 

조철봉이 밀서를 유세진에게 돌려주었을 때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12월에 정상회담을 하자고는 했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아무것도 없구먼.”

 

그러고는 대통령의 시선이 조철봉에게로 옮겨졌다.

“조 의원, 김 위원장이 다른 말 없었습니까?”

“예. 다른 말은 없었습니다.”

말을 마치고나서 조철봉은 심호흡을 한다.

 

당을 하나 세우라는 양성택의 말을 입밖으로 내놓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때 대통령이 다시 묻는다.

“이산가족에 대해서는 다른 말 없었나요?”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대통령의 눈치를 살핀 조철봉이 말을 잇는다.

“위원장께서 곧 연락을 해오실 것 같습니다. 대통령님.”

“어쨌든 수고하셨습니다.”

어깨를 편 대통령이 밝은 표정으로 조철봉을 본다.

 

그때 유세진이 말했다.

“위원장이 12월 중에 방한을 한다니

 

그동안 구체적인 일정이나 계획이 잡혀지겠지요.”

대통령이 머리를 끄덕이자 김광준이 거들었다.

“조 의원이 아니면 해낼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저는.”

쓴웃음을 지은 조철봉이 뒷머리를 만졌다.

“운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래요. 운이 따라야지요.”

대통령이 말을 받았으므로 조철봉은 눈을 크게 떴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대통령이 말을 잇는다.

“그 운이 이제는 한민족에게 붙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방안에 잠깐 정적이 덮였다.

 

대통령은 개인의 운이 아니라 한민족의 운을 말한 것이다.

 

개인의 운으로 따진다면 대통령이 되는 운만큼 더 큰 운이 있겠는가?

 

조철봉이 안가를 나왔을 때는 밤 9시반쯤이었다.

 

국정원장은 대통령과 더 할 말이 남은 모양이어서 혼자 시내로 돌아오던 조철봉은

 

바지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전화가 진동했으므로 꺼내 보았다.

 

그러고는 눈에 생기가 띠었다.

 

신영선이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를 귀에 붙인 조철봉이 대뜸 말한다.

“어이, 누님. 웬일이야?”

조철봉의 눈앞에 신영선의 알몸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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