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717. 거인 탄생(5)

오늘의 쉼터 2014. 10. 9. 09:51

717. 거인 탄생(5)

 

(2016)거인 탄생-9

 

 

숨을 들이켠 조철봉은 지금 위원장이 진심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해도 된다. 한국에 있을 때도 신문에서 그런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특히 북한 군부는 강경한 입장이어서 언제나 딴죽을 걸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협상 조건을 더 이롭게 만들려는 의도로 군부 핑계를 댄다고 비난했다.

 

위원장이 군부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군부의 반발은 말도 안된다는 것이다.

 

위원장의 시선을 받은 조철봉이 마침내 입을 연다.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제 생각에는 말씀입니다.”

그렇게 운을 떼고나서 조철봉은 헛기침을 했다.

 

배운 것도 변변치 않고 머릿속에 든 것도 적다.

 

책도 많이 읽지 않은 데다 시사문제나 정책토론 따위에는 진절머리를 내고 쳐다보지도 않았었다.

 

요즘 들어 보좌관 김경준한테서 겨우 들어서 머릿속에 넣는 중이다.

 

그러나 감(感)은 있다. 남북관계나 북한의 경제, 통치 방향에 대해서는 조철봉이

 

요즘 잠깐잠깐 생각을 해보았다.

 

그것을 지금 북한의 통치자인 위원장한테 말하려는 참이다.

“여기 내막은 자세히 모르지만 위원장님이 결심하시면 남북 아니,

 

북남 화해는 물론이고 통일도 됩니다.”

처음에는 주저주저했던 조철봉의 목소리에 차츰 열기가 띠어졌다.

“이 엄청난 과업을 해결하실 분은 위원장님뿐입니다.

 

한국 대통령은 안 됩니다. 어림없지요.”

대통령에 대해서 미안한 생각이 잠깐 들었다가 사라졌다.

 

 지금 한 말이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의 백 대통령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한다.

 

퍼준 대가가 어땠는가?

 

전보다 나아졌는가? 천만의 말씀.

 

실컷 퍼먹고 그 돈으로 핵폭탄까지 만들어 놓았지 않는가 말이다.

 

조철봉은 정치는 모른다.

 

그러나 사업은 해봤기 때문에 상대와 주고받는 관계는 빠삭하다.

 

북한이 핵폭탄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가장 입지가 굳어진 인간들이 있다.

 

그것은 북한과의 갈등이 생길 때마다,

 

“그럼 전쟁 하자는 말이냐?”

 

고 했던 부류들이다. 이제 전쟁이 나면 한국은 핵폭탄 몇발에 망하게 되었다.

 

그러니 전쟁 안 하려면 찍소리 말고 다 내놓아야 할 판이다.

 

그때 위원장이 말한다. 얼굴에 웃음기가 떠올라 있다.

“그래? 그럼 내가 없어져야 통일이 된다는 말인가?

 

남조선에서는 그런 말을 하는 놈들이 많더구먼 그래.”

그러고는 조철봉을 똑바로 본다.

“안 그런가?”

“아닙니다. 그 반대지요.”

정색한 조철봉이 머리를 젓는다.

“위원장님이 계셔야 됩니다. 만일 안 계시면 그야말로 개판 아니, 엉망이 될 것입니다.”

“아니, 왜?”

“위원장님 말씀대로 기득권 세력들이 그냥 넘어가겠습니까?

 

서로 대장노릇 하려고 싸우겠지요.

 

그럼 중국이 내려올 것이고 통일은 꿈도 못꾸게 될 겁니다.”

“그거 조 의원 생각인가?”

“제 보좌관하고 연구를 좀 했습니다.”

“내가 히틀러 이상 가는 악마라고 한다던데 남조선에서 말이야.”

“남조선에서는 대통령한테 상소리를 했던 인간들도 여전히 TV에서 잘나갑니다.”

“그거, 예의를 갖춰야지. 안 좋아.”

입맛을 다신 위원장이 갑자기 길게 숨을 뱉더니 말을 이었다.

“내가 백 대통령한테서 배울 점이 많아. 그 인내심말야.”

이야기가 곁가지로 나갔지만 진지했다.

 

조철봉도 진지하게 다음 말을 기다린다.

 

 

 

 

(2017)거인 탄생-10

 

 

 

“나도 내 인민을 생각하는 사람이야.”

손에 쥐고 있던 술잔을 내려놓은 위원장이 말했으므로 그때까지 젓가락을 들고

 

깨작거리던 김동남과 양성택이 상체를 폈다.

 

젓가락을 내려놓은 둘은 경청한다. 위원장이 정색하고 말을 잇는다.

“그리고 내가 잘못한 것도 인정하는 인간이지. 나에 대한 오해가 많아.”

“그렇습니다.”

하고 양성택이 나섰다가 위원장이 말을 잇는 바람에 놀라 입을 다문다.

“백 대통령은 조만간 남조선을 방문해달라고 썼더군.

 

그리고 서울에서 둘이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자는 거야.”

긴장한 셋은 숨을 죽였다.

 

평양에 도착했을 때 조철봉은 대통령이 위원장에게 보낸 편지를 양성택에게 건네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뜯어보지 않아서 내용은 모른다.

 

위원장이 시선을 돌려 조철봉을 보면서 묻는다.

“남조선에서 요즘 내 인기가 높다지?”

“예, 그렇습니다. 특히 20대, 30대에서.”

10대는 조사하지 않았지만 10대도 높을 것이다.

 

그러자 위원장이 쓴웃음을 짓는다.

“내가 백 대통령보다도 높았다더군.”

“예, 그렇습니다.”

“도대체 그런 조사는 왜 하는 거지?”

“그건 국민의 뜻을 정책에 반영시킨다는 의도로….”

이것도 마침 보좌관 김경준한테서 들었던 터라

 

더듬대며 말했을 때 위원장이 코웃음을 쳤다.

“그런 조사에 동요하면 안 된다구.

 

옳다고 생각하면 설령 여론조사 지지도가 0퍼센트라도 밀고 나가야지.”

“그, 그렇지요.”

“정부는 강력한 힘이 있어야 돼. 그래야 인민이 믿고 따르는 거야.”

“그렇습니다.”

“선거까지 해서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으면 그냥 밀고 나가는 거야.”

조철봉은 소리 죽여 숨을 뱉는다.

 

지금 이 말을 한국의 대통령 지지자들한테 옮겨준다면 모두 똑같이 한숨을 뱉었을 것이다.

 

그리고 위원장하고 대통령하고 맞바꾸자고 나서는 인간들도 있을 것이다.

 

틀림없다.

 

그때 위원장이 또 묻는다.

“내가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여 서울에서 북조선에 있는 이산가족 전원을

 

남조선으로 보내준다고 하면 어떻게 될 것 같나?”

“예. 그렇게 되면.”

하고는 조철봉이 다시 침을 삼켰다.

 

벌써부터 얼굴이 상기되었고 머리에서는 열이 난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난리가 날 것이다.

 

TV는 대특집 방송을 시작할 것이며 눈물 바람, 콧물 바람, 환호, 광화문, 촛불,

 

그렇게 생각이 이어졌다가 조철봉이 겨우 눈의 초점을 잡아 위원장을 보았다.

“난리가 날 겁니다.”

“또 여론조사를 하겠지?”

위원장이 웃지도 않고 물었으므로 조철봉도 정색하고 대답한다.

“예. 지지도가 최소한 80%는 넘을 것입니다.”

“내가 한국 대통령에 출마해볼까?”

조철봉은 위원장이 여전히 정색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눈만 껌벅였다.

 

그때 위원장이 자신의 말에 대답했다.

“아마 한 달도 안 되어서 지지도는 반토막이 될 거야.

 

그리고 북조선 체제에 대한 비판이 송환된 이산가족한테서부터 터져 나오겠지.”

“…….”

“인민의 욕심은 끝이 없다네. 또 다른 것을 내놓지 않으면 안 돼.

 

그러다 보면 차라리 없었던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네.”

그러더니 위원장이 소리 없이 웃는다.

“자, 이제 술 마시고 좀 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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