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718. 거인 탄생(6)

오늘의 쉼터 2014. 10. 9. 09:51

718. 거인 탄생(6)

 

(2018)거인 탄생-11

 

 

그날 밤 조철봉은 혼자 잤다.

 

위원장과 술을 꽤 많이 마신 데다가 원체 중대한 국가 대사를 논의한 후여서

 

여자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 분위기를 읽었는지 이번에는 위원장이 조철봉을 숙소인 초대소로 혼자 보낸 것이다.

 

그러나 다음날 오전 10시쯤 되었을 때 초대소로 양성택이 찾아왔다.

“가십시다.”

응접실에 앉아 있는 조철봉에게 다가온 양성택이 웃지도 않고 말한다.

 

조철봉은 위원장하고 아침을 같이 먹기로 했기 때문에 물만 마시고 기다리던 중이었다.

 

대기시킨 벤츠에 올랐을 때 양성택이 웃음 띤 얼굴로 말한다.

“조 의원님 같은 귀빈은 북조선 역사상 처음이란 말입니다. 알고 계십니까?”

“모르겠는데요.”

조철봉이 의아한 표정을 짓고 말하자 양성택은 정색했다.

“어떤 귀빈도 이렇게 저녁, 아침 식사를 연달아서 같이한 경우가 없었단 말입니다.

 

오늘 아침 식사는 장군님과 조 의원님 두 분이서 하시는 겁니다.”

말하자면 독대다. 진짜 독대란 이런 것이다.

 

이런 독대에서 권력이 생성된다고 조철봉도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믿기 때문에 주위를 물리치고 단 둘이만 있으려고 하는 것 아니겠는가?

 

조철봉은 양성택의 표정에서도 시기와 함께 어려워하는 분위기가 벌써부터

 

풍겨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과연 주석궁의 아담한 방 앞까지 안내한 양성택은 사라졌고 조철봉은 혼자 남았다.

삼면이 유리로 싸인 방에서 창 밖의 잔디밭과 건너편의 숲이 보였다.

 

여러번 와봤지만 이곳 주석궁의 방이 몇개인지 조철봉은 알 수가 없다.

 

오늘은 어제 저녁을 먹은 방하고 분위기가 다르다.

 

밝고 깨끗하다.

 

작은 원탁에는 의자가 둘뿐이었으므로 그 중 하나에 앉아 있던 조철봉은

 

위원장이 들어서자 자리에서 일어선다.

“자, 해장하자구.”

위원장이 머리를 숙여 인사하는 조철봉에게 그렇게 말했을 때

 

쟁반에 음식을 받쳐든 아가씨들이 들어선다.

“어제 혼자 자니까 적적했지?”

물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위원장이 묻자 조철봉은 정색했다.

“아닙니다. 잘 잤습니다.”

“오늘밤에는 즐기라구.”

“감사합니다, 위원장님.”

그러자 위원장이 웃음 띤 얼굴로 조철봉을 본다.

 

이제 식탁에 음식은 다 놓였고 방안에는 둘이 남았다.

“북남 평화공존시대가 되면 북조선의 2백만 군대가 당장 실업자가 돼.”

조철봉은 눈만 크게 떴고 위원장의 말이 이어졌다.

“그렇다고 히데요시가 했던 것처럼 남은 군대를 중국이나 일본으로 보내

 

전쟁을 일으킬 수도 없고 말이야. 그렇지 않나?”

“그, 그렇긴 합니다.”

“북조선 군대는 우리 정권의 기둥인 동시에 위험요소야.”

심호흡을 한 조철봉이 숨을 죽이고 위원장을 본다.

 

식탁에는 콩나물 해장국이 더운 김을 피워 올리고 있었지만

 

아직 아무도 수저를 들지 않는다.

“이번 출국자와 군 귀순자 송환에도 군의 일부에서 반발이 일어났네.

 

내가 수습했지만 공화국에 대한 충성심에서 일어난 반발이지.”

“……”

“군은 적당한 긴장상태를 유지시켜 놓는 것이 좋아.

 

그리고 서서히 적응시켜 나가는 것이지.”

그러고는 수저를 들더니 조철봉을 향해 웃어 보인다.

“그래, 조 의원 말대로 내가 해야 할 일이야. 내 책임이며 업보라구.” 

 

(2019)거인 탄생-12

 

 

해장국을 한 수저 떠 먹고 난 위원장이 머리를 들고 조철봉을 본다.

 

조철봉과 시선이 마주치자 위원장이 물었다.

“이봐, 조 의원, 당신이 내 입장이라면 어떻게 하겠나?”

“네?”

입안의 음식을 삼킨 조철봉이 긴장한다.

 

그러자 위원장이 다시 물었다.

“당신이 나라면 말야. 대남관계, 또는 어떻게 통치를 할 것이냐고 물었어.

 

 허심탄회하게 말해 보라구.”

그러자 얼굴을 굳힌 조철봉이 머리부터 젓는다.

“제, 제가 어떻게 감히, 저는 도저히.”

“말해봐.”

위원장이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난 남조선 보통 인간의 나에 대한 평가나 비판, 또는 바람을 듣고 싶었어.”

“위원장님, 저는.”

“조 의원은 때묻은 정치인도 아냐.

 

욕심이 없는 것도 내가 알아.

 

지금까지 내 앞에서 대놓고 비판하는 인간이 없었어.

 

모두 비위만 맞추고 아첨만 했어.”

그러고는 위원장이 절절한 표정으로 조철봉을 본다.

“조 의원, 부탁하네.”

“제가 무엇을 말입니까?”

이마에 땀까지 배어나왔으므로 조철봉은 냅킨으로 땀을 닦으며 묻는다.

 

그러자 위원장이 차근차근 말했다.

“남조선 인민 입장으로 날 보게. 내가 어떻게 해야 되겠나?

 

어떻게 해야 우리 북조선 인민이 잘 살게 될까?”

“저는 무식합니다. 그리고….”

“가장 현실적이지.”

금방 위원장이 말을 받는다. 정색한 위원장이 말을 이었다.

“가장 남조선 인민답고, 아마 남조선 국회의원 중에서 가장 자수성가한 사업가일걸?”

“위원장님, 저는.”

“말해보게, 부탁하네.”

수저를 내려놓은 위원장이 상체까지 반듯이 폈으므로 조철봉은 심호흡을 한다.

 

위원장은 진심으로 듣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위원장 앞에서 비판이나 잘못된 방침을 지적하지 않았다는 말도 사실 같았다.

 

위원장의 시선을 받은 조철봉의 가슴이 갑자기 내려앉았다.

 

문득 위원장이 외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이윽고 조철봉이 입을 열었다.

“예, 저 같으면 개방해 버리겠습니다.”

위원장은 잠자코 시선만 주었고 조철봉은 말을 이었다.

“그러면 중국보다 몇배나 경제발전 속도가 빨라질 겁니다. 그럼요.”

저 혼자 머리를 끄덕이면서 조철봉의 말에 열기가 띠어졌다.

“아마 남한 박 대통령의 경제발전 속도보다도 빠를 겁니다.

 

사람만 잘 쓰면 말이지요.

 

한국이 자금을 대줄테니 조건도 더 좋지요.”

조철봉의 얼굴이 상기되었고 눈까지 번들거린다.

 

물이 꽉 찬 저수지 수문이 열려진 것 같다.

“개방만 하면 이만큼 좋은 환경이 없지요.

 

인력 많지요, 수준 높지요, 인건비 싸지요,

 

위치는 오죽 좋습니까?

 

투자자는 돈만 마음대로 가져가게 하고 기업경영에 상관만 안하면 다 옵니다.”

“…….”

“정부는 간섭하는 놈들만 통제하고 부정부패만 단속하면 됩니다. 그리고.”

조철봉이 열기 띤 눈으로 위원장을 본다.

“관광 자원을 개발하는 겁니다.

 

서비스업을 말이지요.

 

저는 전부터 그것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조철봉은 그 관광이 금강산이나 개성 관광 따위가 아니라

 

룸살롱이나 카지노 등을 말하는 것이었는데 위원장이 잘 알아들었는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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