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715. 거인 탄생(3)

오늘의 쉼터 2014. 10. 9. 09:50

715. 거인 탄생(3)

 

 

 

(2012)거인 탄생-5

 

 

만족한 섹스를 마친 후의 여자 얼굴을 보면 조철봉은 행복해진다.

 

바로 이때를 위해 별 지랄을 다했지 않는가 말이다.

 

조철봉은 제 팔을 베고 누운 신영선을 본다.

 

신영선은 아직 알몸이다. 몸이 다 드러났는데도 이제 아무 곳도 가리려고 하지 않는다.

 

가쁜 숨이 가라앉고 차츰 상기되었던 얼굴빛도 원래 색깔로 돌아오면서

 

신영선의 눈동자에 초점이 잡혀졌다.

“나 이런 느낌 처음이야.”

신영선이 상반신을 붙이면서 소곤소곤 말한다.

 

입김이 가슴에 닿아 식은땀의 촉감이 느껴졌다.

“너무 좋았어. 자기야.”

그러고는 신영선이 조철봉의 가슴에 볼을 붙였다.

 

긴 숨을 뱉는 것도 느껴진다.

“거봐.”

조철봉이 신영선의 엉덩이를 움켜쥐며 말했다.

“30초로 끝냈다간 귀쌈 맞을 뻔했지 않아. 안 그래?”

“어머.”

침대 옆, 탁자에 부착된 디지털 시계를 본 신영선의 눈이 둥그레졌다.

 

한 시간 반이 지난 것이다.

 

같이 시계를 보았던 조철봉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한 시간 반 동안에 신영선은 네 번 절정에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물론 지금까지 조철봉의 대포는 발사되지 않았다.

“한 시간 반이나 지났네.”

혼잣소리처럼 말했던 신영선이 문득 하반신에 닿은 조철봉의 철봉을 느끼고는

 

퍼뜩 눈을 크게 뜨고 묻는다.

“또?”

곤두선 철봉이 찌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냐. 안 돼. 그럼 나 죽을 것 같애.”

제 말에 제가 대답하는 꼴로 머리까지 저은 신영선이 엉덩이를 뒤로 빼었다.

 

다시 신영선의 얼굴이 상기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만. 응?”

신영선이 달래듯이 말하더니 정색하고 조철봉을 본다.

“자기야. 지금부터 자기는 개인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돼.

 

만나는 사람도 신중하게 골라야 되고 언론 관계도 신경을 써야 된다구.”

조철봉은 잠자코 손을 뻗어 신영선의 맨 엉덩이를 어루만진다.

 

엉덩이를 비튼 신영선이 말을 이었다.

“안티도 많이 생길 테니까 대응책도 마련해야 돼. 특히 인터넷에서.”

“나는 뭐가 된다는 생각이 없는 놈이니까 괜찮아.”

자르듯 말한 조철봉이 신영선의 엉덩이를 바짝 당겨 안았다.

 

그러자 곤두선 철봉이 신영선의 다리 사이에 정통으로 끼었다.

 

신영선의 입이 저절로 닫혀졌고 조철봉이 말을 잇는다.

“자기는 내 처신에 대한 코치나 해주면 돼. 오늘처럼 말야.”

조철봉이 철봉을 흔들어 샘을 찾는 시늉을 하자

 

신영선의 숨소리가 가빠지기 시작한다.

 

철봉이 골짜기를 스치고 지나는 순간,

 

조철봉은 그곳이 다시 젖어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

 

닦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이다.

 

조철봉이 상반신을 일으키자

 

신영선이 초점 없는 시선으로 올려다보았다.

“내가 나설 곳, 나서지 않을 곳, 그리고 내가 피해야 할 정치인,

 

내가 꼭 나서야 할 일들을 챙겨주면 돼.”

내려다보면서 말하고 난 조철봉이 다시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신영선의 샘 안으로 철봉을 진입시켰다.

“아아아.”

탄성이 울리면서 신영선이 조철봉의 어깨를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러더니 헐떡이며 말한다.

“이번에는 그냥 해. 30초 안에. 자기야.”

 

 

 

(2013)거인 탄생-6

 

 

꿈이 없는 정치인이 어디 있겠는가?

 

평범한 직장인도 나름대로 꿈이 있는 법이다.

 

꿈이라고 말하기 거북하다면 희망 또는 기대라고 불러도 좋다.

 

인간이라면 아침에 눈을 뜬 순간에 오늘의 스케줄이 떠올라야 한다고 조철봉은 생각한다.

 

그 빌어먹을 놈의 스케줄이 빚쟁이 만날 약속이라도 좋다.

 

작정없는 생활, 계획 없는 일상을 보내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가치가 상실된 것이다.

사기꾼으로 시작된 조철봉의 사고는 그렇게 굳어졌다.

 

시간과 공간의 유용하고 적절한 사용, 컴퓨터를 켜고 전원이 들어올 때까지 멍하니

 

기다리는 5초 동안 서랍을 열어 찾다가 말았던 명함을 찾아낸다든지,

 

응접실 끝에 놓인 신문을 가지러 가면서 신문 옆 쪽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릴

 

쓰레기를 챙긴다든지, 그런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된 시간, 공간의 적절한 사용이

 

몸에 밴 것이다.

 

 어쨌든 조철봉이 신영선에게 뭐가 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한 것은 거짓말이다.

꿈이 있다.

 

아직 추상적이긴 하지만 존경을 받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것,

 

그것을 위해서는 다 버려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럴 자신도 있는 것이다.

 

납북자, 국군포로가 북한 측의 일방적인 배려로 송환된 며칠간,

 

대한민국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언론은 연일 송환된 가족들과의 만남과 극적인 사연들을 보도했으며

 

대학교수들은 꼭 나와서 거들었다.

 

거기에다 이번 송환 협상에 들러리로 참석했던 여야 의원 모두가

 

언론에 나와 인터뷰를 했는데 어느 위인은 일주일간 32번이나 신문 방송에 보도되었다.

말 한마디 안 했던 야당 의원이었는데 들리는 말로는 본인이 적극 로비를 해서

 

뛰어다닌 덕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송환의 주역인 조철봉은 단 한번도 방송에 나가지 않았으며

 

신문과는 딱 한번 인터뷰를 했을 뿐이다.

 

그것도 전화 인터뷰여서 기사는 몇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났을 때 그 효과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32번 인터뷰를 했던 야당 의원은 불같이 안티가 일어나 지역구 주민들이

 

소환 서명을 시작했는데, 하루 만에 3만명이 되었다.

총선 때 그 위인은 2만6천표를 얻어 당선되었으니

 

소환 효과는 없을지라도 당사자는 정치적으로 죽은 것이나 같았다.

 

이것은 모두 매니저 신영선의 충고를 받아들인 덕분이다.

 

공은 세우되 나서지 마라.

 

신영선은 그렇게 충고했다. 언론을 이용하려고 들면 결국은 망한다.

 

신영선은 그 동안 수많은 정치인이 겪은 사례를 바탕으로 말해 주었다.

 

언론도 인간이 제작하는 것이니만큼 당연히 친소관계가 존속하지만

 

다 내편으로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 적으로부터도 존경을 받도록 처신하라.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았으나 신영선이 그렇게도 말해 주었다.

신영선은 공부를 많이 한 여자였다.

 

비록 그 경험은 일천했고 조철봉 덕분으로 40대 후반에 들어서야 극락 구경을 했지만

 

정치인의 출세 방법에 대한 잣대가 분명했다.

 

보좌관 김경준 등은 세부 사항에 강한 대신 긴 안목을 갖추지는 못했다.

 

조철봉에게 신영선은 꼭 필요한 존재였던 것이다.

“됐어.”

조철봉이 평양으로 떠나기 전날 저녁, 전화를 걸어온 신영선이 말한다.

“국민들은 자기가 겸손하고 능력까지 갖췄다고 믿고 있어.

 

천방지축 나섰던 여야 의원이나 이것저것 대안이랍시고 내놓은 교수들에 대해서

 

여론은 지겨워하고 있다구.”

그러더니 신영선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섞였다.

“이제 자기의 결점까지 장점으로 보이는 시기가 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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