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682. 떴다, 조철봉 (6)

오늘의 쉼터 2014. 10. 8. 09:36

682. 떴다, 조철봉 (6)

 

 

(1947)떴다, 조철봉-11

 

 

 

조철봉은 청와대에 두번째 온 셈이다.

 

지난번 당선자 환영회에서 대통령은 단 한번의 코멘트로 조철봉을 궁지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조철봉은 지금도 기억한다.

“아이구, 조 의원. 내가 진작 뵈었다면 카바레 데려다 달라고 했을 텐데.”

이 말에 시중의 비판 여론이 쑥 들어갔고 인터넷에도 ‘야, 그만 해둬라. 지겹다’는 댓글이

 

무수히 달리는 바람에 조철봉이 살아난 것이다.

 

대통령은 의도적으로 그렇게 말했다고 조철봉은 믿는다.

 

시중의 무조건 반대 세력에게 ‘야, 어지간히 해라’는 메시지를 농담처럼 던진 것이다.

 

그리고 이번 두번째 방문은 조철봉의 위치가 달라졌다.

 

한국당 대표 서윤석, 부대표 안상호에다 당 정책위의장 이대봉,

 

원내총무 박재식에 대변인까지 포함된 당의 거물들과 함께 방문하게 된 것이다.

 

거기에다 조철봉은 오늘 모임의 주역이다.

 

명분은 남북의원협의회 구성에 대한 보고였지만

 

조철봉은 김정일 위원장과 만난 이야기까지 대통령께 할 예정이었다.

 

대통령은 조철봉의 이야기를 잠자코 듣는다.

 

조철봉은 보좌관 김경준을 시켜 내용을 요약했기 때문에 보고는 2분도 안 되어서 끝났다.

 

다 아는 사실을 잘난 척 떠벌리면 효과가 반감되는 것이다.

 

보고가 끝났을 때 대통령 옆에 앉은 비서실장 유세진이 말했다.

“그럼 소회의실에서 잠깐.”

다시 회의를 하자는 말이었는데 회의실로 입장하는 인원은 제한되었다.

 

조철봉과 당대표 서윤석, 부대표 안상호까지 셋만 뽑힌 것이다.

 

당대표 하나만 입장시키려다

 

조철봉이 부대표 안상호 인맥이라 안상호를 챙겨준 느낌도 들었다.

 

회의실에는 국방장관과 외교장관, 통일장관에다 국정원장까지 와 있었는데

 

청와대측에서는 비서실장과 수석 세 명이 포함되어서

 

둥근 원탁에 대통령을 중심으로 둘러앉았다.

 

조철봉은 대통령의 맞은편 자리다.

“조 의원님, 김정일 위원장과 꽤 오래 밀담을 나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위원장이 한국측에 비공식 라인으로 바라는 것이 있던가요?”

하고 먼저 비서실장 유세진이 입을 열었으므로 조철봉은 심호흡부터 했다.

 

이것은 비공식 회의이며 비밀 회의이기도 하다.

 

회의 참석 전에 청와대 쪽에서 언질도 받았기 때문에 준비도 했다.

 

조철봉이 입을 열었다.

“전언은 없었습니다. 다만….”

10여쌍의 시선이 조철봉을 주시했고 회의실은 숨소리도 나지 않는다.

 

대통령도 조철봉을 향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저한테 북진통일도, 적화통일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말은 했습니다.”

머리를 든 조철봉이 대통령을 보았다.

“제가 짧은 시간 동안 직접 위원장을 만난 소감입니다만 현실적인 분이었습니다.”

“당연하지.”

대통령이 혼잣소리처럼 말했지만 다 들렸다.

 

머리를 끄덕인 대통령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현실 감각이 없으면 지도자가 아니지.”

“혹시 정상회담 이야기는 않던가요?”

하고 외교장관이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머리를 저었다.

 

그때 통일장관이 이어서 물었다.

“경제 지원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습니까?”

“저한테는 안 하셨습니다.”

“한미동맹 관계에 대한 언급은 하던가요?”

이번에는 국방장관이 물었고 조철봉은 머리부터 저었다.

 

그때 조철봉의 시선이 국정원장에서 멈췄다.

 

국정원장은 그냥 웃음띤 얼굴로 바라보고만 있었다. 

 

 

(1948)떴다, 조철봉-12

 

 

인원이 또 축소되었다. 엑기스를 만들어 내듯이 다 솎아내고 모인 인원은 네 명,

 

대통령과 비서실장, 그리고 국정원장 김광덕과 조철봉이다.

 

소회의실의 회의가 끝났을 때 비서실장이 조철봉을 데리고 나와

 

이곳에 넷이 모여있게 된 것이다.

 

작은 원탁에 둘러앉은 넷의 분위기는 부드러웠다.

 

특히 대통령은 웃음띤 얼굴로 조철봉을 본다.

 

그것이 조철봉한테는 어렸을 때 난데없이 100점짜리 성적표를 받아왔을 때

 

어머니가 짓던 표정 같았다.

 

이번에는 먼저 국정원장 김광덕이 입을 연다.

“김정일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남북의원협의회를 구성시켰지만

 

화해 제스처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북한 측 대의원이란 한국 국회의원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사람들이니까요,

 

노동당 대의원들은 통전부장의 지시를 받는 꼭두각시에 불과합니다.

 

한국 국회의원 같은 기능이 없어요.”

김광덕이 조철봉을 향하고 말했지만 대통령도 들으라고 한 소리다.

 

김광덕의 말이 이어진다.

“하지만 대화 채널이 다양화된 데다가 조 의원이 김정일 위원장과

 

직접 연결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봅니다.”

“그렇군.”

대통령이 정색하고 머리를 끄덕였다.

“유사시에 조 의원을 통해 위원장하고 직접 연결될 수도 있겠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대통령님.”

김광덕이 대통령에게 말한다.

“김정일 위원장은 대통령께 그 메시지를 전한 것 같습니다.”

“조 의원을 통해 현안을 처리하라는 메시지라는 겁니까?”

“예, 대통령님.”

정색한 김광덕의 시선이 다시 조철봉에게로 옮겨진다.

“조 의원님, 아까 회의에서 하시지 못한 말씀이 있습니까?”

“다음에는 저한테 꼭 여자를 소개시켜 주신다고 했습니다.”

“여자를?”

하고 대통령이 되물었을 때 먼저 눈치를 챈 비서실장 유세진이 헛기침을 했다.

이맛살이 조금 찌푸려져 있다.

 

그때서야 감을 잡은 대통령이 쓴웃음을 짓는다.

“아아, 여자를.”

대통령이 혼잣소리처럼 말했지만 조철봉은 말을 이었다.

“제가 핵 문제를 꺼냈습니다.”

“핵?”

대통령이 놀랐다.

 

그래서 핵? 하고 되물은 것이 헤엑? 하고 놀란 외침처럼 들렸다.

 

김정일 위원장이 지른 소리하고 비슷했다.

 

세 명의 시선이 모여졌으므로 조철봉은 헛기침부터 했다.

 

위원장은 아마 이 이야기를 한국 대통령한테 보고하리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갑자기 터트릴 수 있을 만한 문제가 아니다.

 

위원장은 다음번에 이걸로 고를 부르라고 했지만

 

패가 한참 돌고 나서 고를 불러야 효과가 크다.

 

그것도 단 한방짜리 고는 다 만들어 놓고 불러야 옳다.

 

조철봉이 입을 연다.

“제가 핵을 나눠 갖자고 했거든요.

 

남북한이 나눠 가지면 어떻겠냐고. 그랬더니.”

“잠, 잠깐만, 핵을 나눠 갖자구요?”

얼굴이 하얗게 굳어진 국정원장이 조철봉의 말을 자르고 묻는다.

“북한 핵을 말이죠?”

“예, 그랬더니 다음번에 저한테 알려주시겠다고,

 

그런 생각도 아직 해보지 않았지만 고려해 보겠다고 하셨습니다.”

“으음.”

대통령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뱉어졌다.

그러나 얼굴 표정이 어둡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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