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4. 전향 (13)
(1912)전향-25
그리고 일주일 후에 한국당은 비례대표 의원의 순위를 통보했는데
언론에서 발표하기 몇시간 전에서야 조철봉은 제가 몇번인지 알았다.
잠자코 갑중이 내민 복사지를 바라본 조철봉이 어깨를 늘어뜨렸다.
“34번.”
조철봉이 혼잣소리처럼 말하자 최갑중은 입맛을 다셨다.
“이건 지지율이 47.5% 정도가 되어야 당선 가능성이 있다는군요.”
“47.5%”
다시 조철봉이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현재 한국당의 지지율은 42%를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시간이 갈수록 내려가는 중이었고 가장 높았을 때도 46% 정도였다.
“형님, 어디 여행이나 다녀오시지요.”
하고 최갑중이 말했으므로 조철봉은 혀를 찼다.
“얀마, 선거가 낼모렌데 어딜 가라는 거야? 정신 나갔어?”
“아, 안될 거 뻔히 알면서 애태우는 거 보기 싫으니까 그렇죠.”
“그러는 게 아냐.”
“34번이 뭡니까? 차라리 순위에 넣지나 말지.”
한국당은 비례대표 후보를 50위까지 발표한 것이다.
조철봉보다 오히려 최갑중이 더 열을 받고 투덜거렸다.
“선거날 지지율 예상은 35% 정도이고 비례대표는 20위까지는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형님은.”
최갑중이 힐끗 조철봉에게 시선을 주고나서 말을 이었다.
“20명 중에서 14명이 사고로 의원직을 잃어야 의사당에 들어가시게 됩니다.”
“으음. 14명.”
쓴웃음을 지은 조철봉이 소파에 등을 붙였다.
“비례대표 후보들이 버스를 타고 가다가 뒤집히면 되겠다.”
“이제 할 만큼 하셨고 국회의원이 되는 방법도 알 만큼 아셨으니까
이젠 미련 접으시지요. 형님.”
“야, 그래도 34번이 어디냐?”
탁자 위에 놓인 복사지를 들고 다시 순위를 보면서 조철봉이 정색했다.
“비례대표 지원자가 452명이었고 그중에서 34번이 되었단 말이다.
내 평생에 이런 좋은 점수를 받은 적이 없다.”
“형님, 34번이나 340번이나 안되는 건 같은 겁니다.”
최갑중의 표정이 꼭 미친 사람을 바라보는 것 같았으므로 조철봉은 다시 혀를 찼다.
정색한 최갑중이 말을 잇는다.
“제가 누구한테 들었는데 정치는 2등이 없답니다.
정치처럼 비정한 데가 없다는 겁니다.
어제의 원수가 오늘은 전우가 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일어난다는 겁니다.”
“들었지?”
“예. 저도 요즘 정치하는 사람들 많이 만나지 않았습니까?
그 작자들한테서 들었지요.”
“네가 읽었을 리가 없지. 그래서 물은 거야.”
그러자 최갑중이 힐끗 머리를 들었다가 조철봉이 딴 데를 보고 있는 것을 보고는 눈을 흘겼다.
“난 읽었다.”
조철봉이 다시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정치는 기다린다는 거, 칠전팔기, 와신상담, 전화위복, 새옹지마, 이런 말들을.”
문자에 약한 최갑중은 입을 다물었고 그후로 조철봉에게 두번 다시 34번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리고 총선날이 되었고 그날밤 자정에 결과가 발표되었다.
방송국의 예상은 다 틀렸는데 한국당은 지지율 47.6%를 받고 비례대표 34번까지 당선이 되었다.
34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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