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661. 전향 (10)

오늘의 쉼터 2014. 10. 5. 13:29

661. 전향 (10) 

 

(1906)전향-19

 

 

 

그로부터 10분쯤 지났을 때 방 안으로 웨이터가 들어섰다.

 

부르지 않았으므로 눈만 크게 뜬 조철봉에게 웨이터가 물었다.

“다른 팀을 물색해 볼까요?”

“무슨 말이야?”

조철봉이 이맛살을 찌푸리고 웨이터를 보았다.

“다른 팀이라니?”

“저기, 아까 그 아가씨를 내보내셨지 않습니까?”

그 순간 조철봉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나 입은 꾹 다물었다.

 

웨이터가 말을 이었다.

“방금 들어온 두 명이 있는데 괜찮습니다.

 

단골은 아니지만….”

“아까 걔들은 갔나?”

“예, 바로 돌아갔습니다.”

그 순간 이강준이 조철봉을 보았다.

 

놀란 표정이었다.

 

그때 조철봉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그런데 걔들이 뭐래?”

“사장님 파트너가 저한테 그러더군요.

 

두 분이 말씀 나눌 것이 있으니까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고 하셨다구요.”

“그래?”

“말씀 끝내셨으면 여자들 부를까요?”

그 순간 심호흡을 한 조철봉이 웨이터에게 말했다.

“5분만 있다가 들어와.”

“예, 사장님.”

웨이터가 나갔을 때 이강준이 먼저 조철봉에게 물었다.

 

정색한 표정이다.

“조 사장님. 어떻게 된 겁니까?”

“당했는데요.”

대답하기 전에 다른 핑계를 대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지만 너무 뻔했다.

 

이실직고하는 것이 낫다고 조철봉은 판단했다.

 

조철봉의 말을 들은 이강준이 쓴웃음을 지었다.

“아까 얼핏 보니까 뭘 주시는 것 같던데, 괜찮습니까?”

조철봉의 얼굴에도 쓴웃음이 번졌다.

 

제 파트너한테 귓속말을 하는 것 같던데 볼 건 다 본 것이다.

 

하긴 정보요원이 그쯤 눈치는 보통일지도 모른다.

“괜찮습니다.”

그래 놓고 조철봉은 저도 모르게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긴 숨을 뱉었다.

“이거, 저도 한물 간 모양인데요.”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집니다.”

이강준이 웃지도 않고 말했다.

“백발백중 다 성공하는 인간은 없죠. 기계도 실수를 하는데요.”

“고 기집애가 고수라 당한 것이 아닙니다.

 

아주 평범했어요. 그래서 당한 겁니다.”

그렇게 말해놓고 조철봉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맞다. 너무 평범했다. 그래서 뿅 가버린 것이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정색한 이강준이 묻자 조철봉은 눈까지 치켜뜨고 말했다.

“제가 선수들만 상대하다 보니까 맹한 기집애가

 

그냥 뱉은 말에도 괜히 감동을 받은 겁니다.

 

그래서 오버를 한 거라구요.”

이강준은 눈만 꿈벅였고 조철봉의 말이 이어졌다.

“걔는 제가 돈을 주기 전까지는 그런 마음이 없었을 겁니다.

 

그러다가 돈을 받고 나니까 정신이 번쩍 든 거죠.

 

그래서 들고 튄 겁니다.”

“돈 주셨습니까?”

“예. 한 달에 세 번 만나는 조건으로 150, 선불로 줘 버렸죠.”

“허어.”

“기집애는 돈을 딱 받고 보니까,

 

야, 이놈이 보통 놈이 아니구나.

 

튀자. 이렇게 된 거죠.

 

걔한테 맞추려면 세 번 다 만나고 줬어야 했습니다.

 

이건 제 잘못이죠.”

이강준은 가만히 듣기만 했다.

 

제 돈 잃고 제 탓만 하는데 뭐라고 하겠는가? 

 

 

 

(1907)전향-20

 

 

 

그날밤, 집에 들어선 조철봉을 보더니 이은지가 이맛살을 찌푸리고 물었다.

“술 많이 마셨어?”

“응.”

건성으로 머리를 끄덕인 조철봉이 이은지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놔.”

했지만 이은지의 저항은 강하지 않았다.

 

조철봉의 가슴에 두손을 붙이고 미는 시늉만 했다.

 

늦은 시간이었고 응접실에는 둘 뿐이다. 이은지가 다시 묻는다.

“대전에서 온 거야?”

오늘은 외박할 가능성이 많았으므로 대전 출장을 간다고 했던 것이다.

“응, 저녁 먹고 술 한잔 마신 후에 출발했더니….”

조철봉이 저고리를 벗으면서 말했다.

 

오지현에게 당하고나서 조철봉이나 이강준도 여자하고 노닥거릴 의욕이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곧장 집으로 돌아와버린 것이다.

 

옷을 갈아입은 조철봉이 욕실에서 대충 씻고 나왔을 때 침실의 의자에 앉아있던 이은지가

 

정색했다.

“무슨일 있어?”

“응? 아니? 왜?”

술을 많이 마셨지만 오늘은 별로 취하지가 않았다.

 

눈을 크게 떠보인 조철봉이 이은지의 앞쪽 의자에 앉았다.

 

오전 1시반이 되어가고 있었다.

“뭐가 잘 안돼?”

하고 이은지가 물었을 때 조철봉은 쓴웃음을 지었다.

 

조철봉의 경험에 의하면 여자의 육감은 남자보다 더 예민하다.

 

시내에서 버벅대는 차 뒤를 꼭 쫓아가서 운전사가 여자라는 것을 확인한 다음

 

그럼, 그렇지, 하는 못된놈이 많다고 한다.

 

말도 안되는 남성 우월의식에 사로잡힌 나쁜놈이다.

 

이은지가 아직도 시선을 주고 있었으므로 조철봉이 정색했다.

“내가 좀 생각한 것이 있어서 그래.”

그러자 이은지가 아연 긴장했다.

“뭔데?”

조철봉이 다시 이은지를 보았다.

 

카바레에서 나와 집까지 오는 차 안에서 여러가지 생각을 했던 것이다.

 

물론 그것을 이은지가 알리는 없다.

 

그저 표정이 예전과 다르고, 또는 자고 올줄 알았던 작자가 기어들어 오는 것도 이상하다

 

보니까 그렇게 물어봤을 것이다.

 

심호흡을 한 조철봉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나, 정치를 하면 어떨까?”

“뭐어어?”

하고 이은지가 목청을 높였으므로 놀란 조철봉이 바로 앉았다.

“어, 조용히 해.”

“지금 뭐라고 했어? 정치 한다구?”

“그래. 어쨌든 조용 조용.”

이맛살을 찌푸린 조철봉이 손까지 저었다.

 

그렇다. 중국의 남북합자 사업에도 손을 떼었으니

 

다시 사업에 매진해야 되겠지만 각 업종별로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놓은 터라 시간이 많다.

 

그렇다고 그 많은 시간을 카바레나 돌아 다닐 수는 없지 않겠는가?

 

물론 난데없이 감동을 먹고 그야말로 보통 기집애한테 돈을 떼인 오늘밤의 충격이

 

그 생각에 일조는 했다.

 

이은지가 이제는 입을 딱 벌린 채 조철봉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뭔가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그냥 생각해 본 거야. 총선도 다가오고 해서 말야.”

“국회의원 되려고?”

다시 이은지가 물었는데 이번에는 목청이 높지 않았다.

 

눈빛도 가라앉았다.

 

그래서 조철봉도 차분하게 말했다.

“비례대표.”

“당신이?”

그러자 조철봉의 눈썹이 곤두섰다.

“왜? 민주화 운동해야 국회의원 되냐? 나같이 성실한 사업가도 한번 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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