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653. 전향 (2)

오늘의 쉼터 2014. 10. 5. 13:22

653. 전향 (2) 

 

(1890)전향-3

 

 

 

김옥희의 몸은 기대 반, 두려움 반의 상태였다.

 

미숙하다는 건 익숙하지 않다는 뜻이지 몸이 덜 숙성되었다는 의미로 지금 사용되지 않았다.

 

조철봉은 오래 끈다고 해도 이 상태에서 별 진전이 없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이런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에 조철봉이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조철봉이 상체를 일으키고는 자세를 잡자 김옥희의 표정이 굳어졌다.

 

가쁜 숨을 뱉고는 있었지만 두 눈에 초점이 잡혀졌고 두 손은 어중간했다.

 

조철봉의 팔에 닿아 있었지만 쥐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떼지도 않는다.

 

조철봉은 상반신을 세운 자세로 김옥희를 내려다보았다.

 

김옥희는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다.

그때 조철봉은 불쑥 웃음이 터지려고 했으므로 어금니를 악물고 참았다.

 

바로 이것인 것이다. 몸은 잔뜩 익어 있었어도 김옥희는 본능이 움직이는 대로 나서지 못한다.

 

겁도 나겠지만 다음 과정은 어떻게 하라고 책에 써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 다음은 무엇인가? 어떤 놈은 경험 없는 여자의 이런 행태가 좋아서

 

동남아 원정까지 떠나 추태를 부린다지만 조철봉으로서는 피곤한 노릇이었다.

 

심호흡을 한 조철봉은 철봉을 샘끝에 붙였다.

 

그러자 김옥희가 움칫했다.

 

그러더니 저절로 다리가 오므려졌다가 정신을 차린 듯이 다시 벌려졌다.

 

두 눈이 크게 떠져 있었다. 이제는 불안한 표정이다.

 

조철봉은 입을 열었다.

“아프면 아프다고 해. 참지 말고.”

진심이다.

 

이 멘트는 이제 말로 즐기려는 의도가 조금도 섞여있지 않았다.

 

걱정이 된 것이다.

 

출입한 경험이라고는 제 중지의 반토막뿐인 샘에

 

이제 그 일곱 배는 되는 철봉이 진입하려는 것이다.

 

그때 김옥희가 다시 크게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괜찮아요. 해요.”

마치 핵실험을 하라는 것처럼 비장한 말투였고 조철봉은 천천히 철봉을 진입시켰다.

“어머.”

철봉이 마악 진입할 때 김옥희의 입에서 터진 외침이다.

 

놀랐다.

 

김옥희는 지금까지 조철봉의 철봉 규모를 파악하지 못했다.

 

손에 대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애무할 때 철봉이 김옥희 무릎쪽에 붙여져 있었지만

 

그게 다리인지 발목인지 아리송했을 테고 그때 철봉 위치를 찾을 형편인가?

 

철봉이 1센티쯤 밀고 들어갔을 때 김옥희가 두 손으로 조철봉 어깨를 움켜쥐었다.

 

악력이 세었다.

“아구야.”

했다.

 

 ‘아이구야’가 급하다 보니까 줄어든 것 같았다.

 

조철봉은 다시 1센티쯤 안으로 들어갔다.

“아악, 아퍼.”

김옥희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그러나 조철봉의 느낌으로는 철봉이 닿은 부분이 꽈악 조이는 느낌이 들었지만

 

용암의 분출 덕분에 딱딱하지는 않았다.

 

그때 김옥희가 허덕이며 소리쳤다.

“아파요!”

그러자 조철봉이 그 자세 그대로 움직이지 않으면서 물었다.

“그만할까?”

“아뇨!”

김옥희가 다시 어깨를 쥔 손에 힘을 주었는데 악력이 아까보다 더 세어졌다.

“계속해?”

조철봉이 묻자 김옥희가 소리쳤다.

“더! 더!”

철봉이 다시 2센티쯤 더 진입하자 김옥희의 비명이 높아졌다.

 

조철봉이 또 움직임을 멈췄을 때 김옥희가 손을 뻗어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소리쳤다.

“내가 아프다고 소리쳐도 상관 말아요! 그냥 해요! 절대로 빼지 마!” 

 

 

 

(1891)전향-4

 

 

다음날 오전 11시경이 되었을 때 조철봉은 회사에서 김성산의 전화를 받았다.

“조 사장님, 윤달수가 자백했습니다.”

김성산이 대뜸 그렇게 말했으므로 조철봉은 잠깐 멍했다.

 

그러나 곧 그것이 윤달수에게 장선옥의 구명 조건으로 준 300만불건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 그렇습니까?”

조철봉이 건성으로 그렇게 대답했을 때 김성산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장선옥이 말씀인데요,

 

윤달수가 제 구좌에 숨겨둔 돈을 게워냈기 때문에 장선옥의 구명 자금을

 

받은 것으로 인정했습니다. 그래서.”

잠깐 뜸을 들이고 난 김성산이 말했다.

“내일 저녁에 비행기 편으로 베이징에 도착할 겁니다.”

“내일 저녁에 말씀입니까?”

놀란 조철봉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빠르다. 하루 만에 확인과 조처가 끝난 것이다. 그때 김성산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울렸다.

“장선옥은 천리마무역 영업소장직을 맡아 앞으로 무역 업무를 진행하게 될 겁니다.”

“잘되었군요.”

“조 사장님과 얼마든지 자유롭게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아시겠지요?”

“압니다.”

조철봉은 심호흡을 했다.

 

그것은 이제 장선옥이 방면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조철봉과 만나도 의심을 받지 않게 된다는 뜻이며

 

곧 남쪽으로 넘어가도 상관하지 않겠다는 말이나 같다.

 

전화기를 내려놓은 조철봉이 인터폰을 눌러 최갑중을 불렀다.

 

이런 일을 상의할 상대는 최갑중이 적격이다.

 

조철봉의 말을 들은 최갑중이 정색했다.

 

기쁜 얼굴은 아니다.

“그럼 무역을 맡는다니 아직 저쪽 일은 맡고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러더니 제 말에 제가 대답했다.

“숙소는 저쪽에서 정해주겠군요.”

“당연하지.”

“다시 합치실 겁니까?”

“저쪽이 원하지 않을걸?”

“거금을 투자했는데 그 보상은 어떻게 받으실 겁니까?”

그렇게 물었던 최갑중이 조철봉의 시선을 받더니 ‘아차’하는 표정이 되었다.

“제 말은 무역관계에 대한 겁니다.”

하고 최갑중이 정정했으므로 조철봉은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얻은 소득은.”

조철봉이 차분해진 얼굴로 말을 이었다.

“저쪽하고 말이 통한다는 거야.

 

예전 같으면 이런 일이 불가능했단 말이다.

 

이젠 융통성이 생겼어.”

“그런가요?”

“이렇게 면역력이 붙으면 개방이 되어도 북한 정권은 만만세가 될 거다.”

“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장선옥을 돌려보낸 건 전향할 테면 하라는 뜻 같은데.”

길게 숨을 뱉은 조철봉이 정색하고 말을 이었다.

“내일 만나서 상의해봐야겠다.”

그러자 최갑중이 입맛을 다셨다.

“두당 300만불이면 한국 경제가 거덜나지 않겠습니까?”

“시끄러 인마.”

“그럼 내일 공항에 나가실 건가요?”

최갑중이 물었을 때 휴대전화가 울렸으므로 조철봉은 머리를 들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휴대전화가 울리고 있었다.

 

발신자번호를 보았지만 모르는 번호였으므로 조철봉은 휴대전화를 그냥 귀에 붙였다.

“여보세요.”

“조 사장님? 저 김옥희예요.”

김옥희다.

 

어젯밤 정사를 나눈 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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