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637. 남북동거(11)

오늘의 쉼터 2014. 10. 5. 12:50

637. 남북동거(11) 

 

 

(1858)남북동거-21 

 

 

 

다음날 오전, 호텔에서 곧장 회사로 출근한 조철봉은 손님을 맞았다.

 

합자사업의 북한측 감독관인 윤달수였다.

 

윤달수는 한 시간쯤 전인 오전 9시반쯤에 방문해도 좋겠느냐는 연락을 해왔으므로

 

양측 고위층이 수시로 내왕하는 터라 결례는 아니었다.

 

그러나 조철봉은 긴장했다.

 

윤달수와는 초면이기도 했다.

 

어젯밤 외박을 했기 때문인지 동거하고 있는 북한측 부대표 장선옥한테서도

 

아무런 언질도 받지 못한 것이다.

 

더구나 방으로 들어선 윤달수가 조철봉과 둘만의 자리를 원하자

 

조철봉의 긴장은 더 고조되었다.

 

한국에선 윤달수 제거 작전까지 상의하고 돌아온 상황인 것이다.

 

둘 앞에 커피가 놓여졌고 분위기가 정돈되었을 때 먼저 윤달수가 입을 열었다.

“내가 조 사장님하고 우리 장 부대표하고 같이 살고 있는 거 알고 있습니다.”

조철봉은 시선만 주었는데 말을 들은 순간 별로 놀랍지도 않았다.

 

예의상 놀라는 시늉을 해보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내버려 두었다.

 

윤달수가 혼자서 찾아와 독대를 원한 이유가 바로 이것인 것 같았다.

 

그때 다시 윤달수의 말이 이어졌다.

“이미 짐작하고 계시겠지만 북남 양쪽에서는 두 분의 동거를 각각의 기준으로

 

시험하려는 의도가 있겠지요.

 

예를 들면 북남 통일에 대비한 북남 인민의 갈등이나 융화 과정 등이죠.”

조철봉은 계속 듣기만 했다.

 

말하기를 즐기는 자들은 그냥 내버려두는 게 낫다.

 

말하는 본인은 신바람이 나겠지만 도중에 많이 떨어뜨린다.

 

그래서 상대방을 설득하는 경우보다 약점을 잡혀 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때 윤달수가 정색하고 조철봉을 보았다.

“저에 대해서도 다 알고 계시겠지요?”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윤달수가 입술 끝을 올리고 웃었다.

“그런데 오늘 제가 찾아온 용건은.”

갑자기 정색을 한 윤달수가 말을 이었다.

“베이징 공사 현장의 한국인 소장 정기윤의 비리에 대한 제보가 들어와

 

조사를 했더니 사실입니다.”

“…….”

“중국인 잡부 숫자를 늘리고 소모품 숫자를 늘려서 한 달에 30만불 가까운

 

금액을 착복하고 있었습니다.”

“…….”

“남북 합자사업의 장래를 위해 드리는 정보입니다.

 

이건 현장에서 수집한 정보니까 틀림없을 겁니다.”

“고맙습니다.”

이윽고 조철봉이 굳어진 얼굴로 말했다.

“제가 조사를 하고나서 곧 조치하겠습니다.”

그러나 조철봉도 이 기회에 공사 현장의 북한측 공사감독 오대식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지만 참았다.

 

윤달수를 아직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달수의 정보력은 이것으로 증명이 된 셈이었다.

 

커피잔을 든 조철봉이 식어가는 커피를 한모금 삼켰다.

 

윤달수가 장선옥의 비리를 캐내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장선옥이 갑자기 사라지게 될 것이다.

“언제 우리 둘이서 한잔 하실까요?”

문득 조철봉이 묻자 윤달수가 눈을 껌벅이며 잠시 시선만 주었다.

 

그 시선을 받은 조철봉이 빙그레 웃었다.

“둘이 룸살롱에서 말입니다.”

이제 윤달수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탐색하는 것 같은 표정이다.

 

조철봉이 한마디씩 또박또박 말했다.

“나도 윤 감독관님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어서 그럽니다.

 

우리, 마시면서 탁 터놓고 이야기해 보시지 않을랍니까?” 

 

 

 

(1859)남북동거-22

 

 

점심식사를 마친 조철봉은 회사 근처의 마사지센터에 들러 발마사지를 받았다.

 

조철봉이 중국에 자주 들르면서 두가지 습관이 생겼는데

 

그것은 마사지를 받는 것과 룸살롱 출입이다.

 

딴 사람들이야 문화유산 답사나 하다못해 골프관광이라도 하겠지만

 

조철봉의 낙은 딱 이 두가지뿐이다.

 

마사지만 해도 발, 등, 머리, 전신으로 나누어졌고 기법이 서로 다르다보니 날마다 새롭다.

 

또한 분위기까지 천차만별이어서 호화로운 방 안의 침대에 홀랑 벗고 누워 TV를 보면서

 

역시 알몸의 미녀로부터 마사지를 받는 경우도 있다.

 

그 미녀가 하나일 때도 있고 셋까지 덤벼드는 경우도 있었으니

 

가히 백문이 불여일견, 아니 불여일행이라고 할만하다.

또한 룸살롱은 어떠한가?

 

초대형의 호화로운 방안에 버티고 앉아 방안이 미어터지게 들어온 미녀를

 

선별할 때의 희열은 말과 글로 표현이 잘 안된다.

 

그 순간은 그날 부도를 맞은 사장도, 실연을 당한 사내도 잠깐 모든 것을 잊게 될 것이다.

 

인해전술, 가끔 조철봉은 그말이 떠오른다.

 

6·25때 중공군이 지평선을 시꺼멓게 뒤덮은 채 밀려왔다는 것처럼

 

방 안으로 아가씨들이 미어터지게 들어온다.

 

마사지도 마찬가지. 이거냐, 저거냐,

 

수도 없는 방법과 상황을 제시하면서 압박해 들어오는 것이다.

 

조철봉은 그 다양하고 풍부한 조건을 즐기면서도 가끔은 무섭다.

 

몇년 전을 떠올리면 으스스해질 때가 많다.

8년쯤 전인가 조철봉이 농담으로 옆에 앉은 룸살롱 아가씨한테

 

한달에 얼마 받으면 동거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1만위안을 내라고 했다.

 

그런데 지난달 최갑중이 룸살롱에 갔다가 괜찮은 아가씨한테 한번 물었더니

 

4만위안을 불렀다는 것이다.

 

4만위안이면 한화로 560만원이다.

 

한국 중소기업의 부장급 월급인 것이다.

 

이젠 중국에 가서 돈자랑 했다가는 딱 병신되기 알맞다.

 

우선 도로에 꽉 차있는 외제차에 기가 죽어서 그러지도 못하겠지만

 

허세를 부렸던 분들은 각성해야 될 것이다.

 

하긴 실제로 있는 사람들은 허세 안부린다.

 

빈깡통이 요란하다고 하지 않는가?

 

발마사지를 받으면서 깜박 잠이 들었던 조철봉은 인기척에 눈을 떴다.

 

김해수가 옆쪽에 서 있었다. 시선이 마주치자 눈인사를 한 김해수가 옆쪽 의자에 앉았다.

 

어느새 마사지는 끝나 방안에는 그들 둘뿐이다.

“최사장님한테서 이야기 들었습니다.”

김해수가 낮고 빠르게 말했다. 최사장은 최갑중이다. 김해수가 말을 이었다.

“오늘 밤 약속을 모니카에서 하시지요.”

조철봉이 잠자코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자 김해수가 입을 조철봉의 귀에 붙였다.

“다른 건 조사장님한테 맡긴다고 하셨습니다.”

조철봉이 눈만 껌벅였고 김해수는 소리없이 일어서더니 방을 나갔다.

 

김해수는 국정원의 연락원이다.

 

최갑중한테서 윤달수와의 상황을 전해들은 김해수가 본부에 연락을 해서

 

지시를 받아온 것이다.

 

잠이 다 달아났으므로 조철봉은 기지개를 켜고 나서 뻗은 손으로

 

탁자 위에 놓인 핸드폰을 집었다.

 

천리마무역 사무실번호를 누르자 곧 여직원이 받았고 윤달수를 부탁했더니

 

조철봉을 확인하고 나서 곧 연결이 되었다.

“오늘밤 한잔하십시다.”

조철봉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7시에 이화원 옆의 모니카 어떻습니까? 모니카 아시지요?”

그러자 윤달수가 조금 망설이는 것 같더니 물었다.

“우리 둘입니까?”

“예, 둘입니다. 물론 여자까지 넷이지요.”

모니카는 최고급 룸살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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