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제왕벌

제59장 제왕벌의 마지막 신화, 제왕무(帝王舞) [종결]

오늘의 쉼터 2014. 10. 5. 10:06

 

제59장 제왕벌의 마지막 신화, 제왕무(帝王舞) [종결]

 

 

 

대륙의 최북단.
그곳에 버려진 대산맥 하나가 존재해 있음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아미태산(阿彌泰山)!
대륙의 중앙에 있었다면 능히 중원오악과 견줄 수 있는 정도의 대산맥!
하나,
지난 일천 년 간 아미태산은

인간의 역사에서 거의 지워지다시피한 상태였다.
그 이유는 아무도 알지 못한 채.
그렇게 천 년의 시공이 흐른 것이었다.
스으스으-
휘류류류-
그것은 피의 안개였으며,
악마의 숨결이었으며 혈요(血妖)의 요곡성이었다.
악마 지력과 천마역도였으며 아수라의 절규였다.
혈사의 저주가 일렁이고

지독이 아지랭이처럼 대기를 녹여 내렸다.그리고,
그 모든 것을 조화있게 포괄하고 있는 것은 지옥 혈령기였다.
닿는 모든 것을 파멸시키는 지옥의 저주가 담겨 있는 파괴혈령저주기!
바로 그것이 천 년의 세월을

아미태산 전역을 휘어감고 있는 것이다.
절대사역으로서....
한데,
문득,
츠팟-
그 지옥혈령기의 권역 밖에서 한 줄기 창영이 날아 내렸다.
"으음, 이곳에 있단 말이지? 제왕벌... 그 공포의 제국이..."
하후린은 밖에서 완전히 차단되어 보이지 않는

아미태산의 정면을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이제 지옥의 파멸행이 시작되리라!

그 전에 천 년의 잠에 든 제왕벌을 깨워야 한다.

늦으면 천하는 핏물에 잠기리라!"
하후린은 침중히 중얼거리며 내력을 끌어올렸다.
순간,
고오오오우우웅-
그의 전신에서 십색의 서기가 피어오르고,
그것은 이내 거대한 수강으로 변모해 갔다.
쿠쿠쿠-
일 장... 십 장...
오오... 무려 일백 장의 크기로 확대되는 제왕의 손!
"으하하하핫, 십천이 하나가 되어 제왕의 손으로 탄생시키니

지옥이여, 파멸되리라! 제왕인!"
콰콰콰콰-
저 미증유의 폭파력을 내재한 제왕벌의 손이

거침없이 지옥 저주혈령기를 파괴시키며 전진하고.
쿠쿠쿠쿠-
아미태산의 거봉들이 미친 듯 떨리기 시작했다.
오오... 그것은 차리리 장관이었다.
일천 년의 긴긴 시공을 아미태산의 모든 것을 감싸

죽음의 산으로 만들어 놓았던 지옥의 저주혈령기!
악마의 역도가 무참히 으스러지고,
콰아작-
천마지력이 박살나 흩날리고,
콰콰콰쾅-
혈요의 악정이 으스러지며 분쇄되고,
그리고,
최후의 지옥혈령기가 산산히 으스러진다.
콰콰콰쾅-
콰르르르르-
태초에 천지가 개벽하듯

아미태산의 전역은 미친 듯한 광란의 도가니로 빠져들어 갔다.
폭풍의 핵이 터져오르듯.
대폭발을 일으키며

그 지옥의 저주스런 망령들은 대기 중으로 흩날려갔다.
"어엇, 이... 이것은..."
하후린은 돌발적인 괴변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능히 일천 장은 진입했으리라!
그런데 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암흑의 동굴은 끝이 없었으니...
칠흑 같은 암흑의 대기...
하나, 그것에는 형언할 수 없는 빛무리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것은 혼돈의 세계였다.
태초 이전에 존재해 있었던 모든 만상의 일원세계!
하후린은 그 미지의 세계로

한없이 빨려 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힘과는 상관 없는 미증유의 제 사차원의 초상 감각류에 의해...

-십천(十天)이 하나가 되어 제왕의 손이 출현할 때
진정한 제왕...

십전제왕이 탄생하리라! 펼치시라!
온 누리에 제왕의 춤을...

가기 세 곳에서 울려 퍼져오는 기이한 떨림을...
"누... 누구십니까?"
하후린은 아연하며 물음을 던졌다.
순간,
휘리리링-
하후린의 전면으로 한 줄기 빛무리가 어리고.
"헉! 반인반룡(半人半龍)!"
하후린은 그 빛의 정체를 일별하고는 헛바람을 삼켰다.
용이었다.
그것도 평범한 용이 아닌 반인반룡.
-허허... 우리들은 황제와 복희... 신농이라 하네!
"전설의 삼황께서..."
하후린은 아예 정신이 없었다.
-허헛, 태초에 혼돈이 있어 지옥과 제왕이 공존하였으니
음양이 갈리며 둘의 격돌은 불가피 하였네!
결국 본 삼황이 힘을 합하여 지옥을 만장 지저에 가두었으나...
아득한 시공이 흐른 후 지옥혈이 현세하리라!
저주의 지옥혈령기가 아미태산의 제왕혼을 뒤덮으리니..
제왕의 손이 현세하여 부수리라.
그대에게
진정한 제왕의 권능,

십전제왕의 왕중왕위를 부여하리니.
떨치시라!
제왕의 춤을...

떨림음은 점차 사리지고.
콰우우우우-
수천, 수만 마리의 대창룡이 혼돈의 암흑계를 뒤덮으며 춤춘다.

'제왕무! 제왕벌의 마지막 신화..."
하후린의 손과 발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춤을 추고 있었다.
일수에 거악이 붕멸되고
일족의 발길질에 대지가 폭멸된다.
오오... 제왕의 춤!
그것은 지상에 존재하는 마지막 신화였다.

일천의 숫자,
그들에게 사실 숫자란 무의미한 일이었다.
아미태산의 정상에 있는

드넓은 분지는 그대로 세외 선경이었다.
그곳에서 일천 년을 살아온 제왕혼들은

모두 부복하여 대지에 입맞추고 있었다.
새의 제왕, 꽃의 제왕, 얼음의 제왕, 유령의 제왕...
도의 제왕, 창의 검의 궁의 번(幡)의......
하나하나가 곧 그대로 제왕이라 불리운 일천 명의 제왕혼들...
그것은 엄숙한 신색으로 부복해 있었다.
그리고,
문득,
콰콰콰쾅-
창천이 붕멸될 듯 광란의 굉음을 토하고,
쩌쩌쩡-
창천의 일각이 산산히 부숴져 내린다.
청천의 벽력,
그리고,
고오오오우우우우-
칠채의 서기로운 대창룡을 타고,
한 위대한 초인이 날아내렸다.
순간,
"오오... 천황을 뵈오이다."
"왕중왕...십전제왕이시여..."
"삼가, 제왕제국의 가신이 지존을 알현하오이다!"
쿵쿵-
일천 명의 제왕혼이 그대로 지면으로 오체복지하며

최대의 경의를 표했다.

십전제왕 창룡왕 하후린!

그 위대한 현신이었다.
쿠쿠쿠쿠-
혈륜 천하!
대지가 피로 물들고,
창천이 지옥혈로 뒤덮인다.
대지는 매케한 혈향으로 진동하고,
죽음의 지옥혈가가 천하를 축복하고 있었다.
파멸의 지옥혈천하로...

일천 백골유령군단!
사후 세계를 관장하는 유령의 흐느낌.
그 백골의 공포는 천지를

무생 지옥으로 초토화시키고 있었다.

이천 사사혈령인(邪邪血靈人)!
돌연 지저로부터 돌출되어
환우천하를 피의 사혼으로 뒤덮는다.

오천 혈염미요군(血艶美妖軍)!
아내가, 어머니가 시어머니가, 누나가,
그 모든 여인들이 돌연

공포의 미요후를 터뜨리며 옷을 벗어 던졌다.
천하의 양기를 모조리 흡수한 듯.
하늘마저 눈을 돌릴 천추 미염우물들은

미친 듯이 요라의 천세를 외쳤다.

팔천 아수라자객군단(阿修羅刺客軍團)!
암흑의 공포,
어둠이 있는 곳에서 빛보다 빠른 아수라의 손길이 뻗어오르고.
툭툭툭-
인간의 목은 힘없이 꺾어져 대지로 나뒹굴었다.

일만 악인마령(惡人魔靈)!
악마의 숨결이 일렁일 때

환우천하는 스스로의 목을 졸라야 했다.
그것도 거부될 수 없는 죽음의 손길이었기에...

우우... 공포와 전율!
피... 피... 피...
지옥이 도래하는가?
천하여 광명의 빛을 다오!

빛은 십지에서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제왕십로군단이라 개칭된 우주십극천패세!
그들은 천하를 횡행하는 제왕의 이단혈에 철퇴를 가하기 시작했고,
그 제왕의 이단혈은 쫓기면서도 한 곳으로 집중되고 있었다.
죽음의 대지로...

사사흑사평(死死黑死平)!
한 포기의 잡초조차 자라지 못하는 척박한 대지...
그곳은 죽음의 땅이었다.
그리고,
그곳으로 환우천하의 모든 이목이 집중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보라!
"크아악!"
"캐액!"
파츠츠츠츠-
쾅콰르르르-
쿠쿠쿠쿠-
"으하핫 지옥의 개들... 죽어랏!"
"감히 제왕혼에 반격하다니... 아주 씨를 말리리라!"
제왕십로군단 대 제왕의 이단혈들!
그 피의 쟁투는 점차 막바지로 치달리고 있었다.
물론 많은 출혈은 하고 있지만

제왕십로군단의 압승이 단연 돋보이고 있었다.
한데,
"아아... 지옥의 신이시여..."
"우우... 저희들을 버리시나이까? 지오대혈황이시여!"
죽어가면서도 그들은 하나의 주문을 외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한 순간,
스스슷슷-
오오... 피의 폭풍!
사사흑사평을 가득 잠식해 들며

해일같이 밀려드는 지옥혈령기!
아울러,
"크카카카캇, 제왕벌, 그 최후를 보리라!"
한 소리,... 가공할 지옥혈룡후가 터져오르고.
"캇, 지옥전사들아, 모조리... 모조리 죽여라!"
예의 지옥마음이 재차 들리고,
"끼끼끼"
"끙으으... 피... 피를 마시고 싶다!"
섬뜩한 지옥혈사음이 대지를 공포로 물들이며

제왕십로군단의 제왕전사들에게 덮쳐들었다.
"캑!"
"으으... 지옥인... 인간이...아니...큭!"
쿵쿵-
소리도 없었다.
제왕 전사들은 검붉은 지옥혈령기에 닿는 순간

그대로 피골이 상접해지며 죽어가고 있었으니...
한데.,
어느 한 순간,
"하하핫, 제왕의 전사들이여 지옥을 파멸시켜라!"
한 소리
거창한 대창룡후가 터져나오고,
"훌훌, 감히 제왕벌을 가두었겠다?"
"클클 모조리 지옥으로 보내 주지!"

슷-
피잉-
일천 명,
진정한 제왕혼이 출현한 것이었고,
"끄으으... 지옥의 천적... 제왕대정혼(大正魂)이..."
"끼이익!"
"끄르르르"
칠채의 서기를 흩뿌리며 마주쳐가는 일천제왕혼의 앞에

지옥혈사인들은 그대로 목줄기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했다.
순간,
"카카카캇, 놈 감히 본황의 일을 방해하다니..."
쐐액-
돌연,
지면으로부터 한 줄기 혈룡이

빛살같이 창천 속의 하후린에게 쏘아져 올라갔다.
"오라! 지옥대혈황! 네게 제왕의 춤을 보여 주리라!"
고오오-
하후린은 쌍수를 교차시키며 회전시켰고,
일순 그의 신형은 빛무리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용,
한 마리 대창룡으로 변환된 그의 몸은 한바탕 춤사위를 벌이니,
"제왕무!"
쿠쿠쿠쿠-
천지가 파열되며 뒤흔들리고,
"가랏! 지옥혈룡무!"
휘류류류류-
핏빛의 혈룡이 괴성을 지르며 대창룡을 덮쳐들었다.
순간,
콰앙-
단 한 번의 벽력음이 천공을 찢어발기고,
"끼아아아악!"
처절한 악마의 울부짖음이 대기를 떨어울렸다.
그리고,
후드드득-
조각조각난 육편이 우박처럼 대지 위로 흩날렸다.

"와아, 십전제왕 만세!"
"우우, 창룡왕이시여!"
쿵쿵
오오...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지상에서 가장 위대한 초인은 탄생되었다.
제왕벌.
그 공포의 제왕집단에서도.
진정한 왕중왕으로 천세 군림할 그이름은
십전제왕 창룡왕 하후린!
그것이었다.
영원히 누리에 추어질 제왕무의 시전자는...


종장(후기)

천령삼인촌은 이십 년 이래,
또다시 수난을 겪고 있었다.
하나만으로도 능히 천하를 뒤집어 놓을

절세영삼만을 캐는 영삼채인들은 매일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 이유는 그들도 알지 못했다.
도대체가 캐오는 영삼들이 족족 실종되어 버리곤 했으니...
하나, 그들은 한 가지 사실만은 알고 있었다.
최소한 이십 년을 주기로 그런 괴사가 벌어질 줄을 ....
<천령삼고>
천령삼인촌의 모든 것이 집산되어 있는 곳.
지천으로 깔려 있는 것이 만년설삼이요
손에 쥐이는 것은 설령구지초라.
조금 희귀한 것이 만년에 한 번 꽃을 피운다는 설정령지화이니.
하나를 복용해도,
범인이라면 평생을 무병장수할 것이고,
무림인이라면 능히 백 년의 내공을 얻을 수 있는 희세의 영약들.
한데,
"이게 구지설령초인가?

어제 먹은 것보다 맛이 없는 것을 보니

구천 년밖엔 안 된 거잖아. 우적우적."
천령삼고의 구석,
한 소동이 연신 손을 뻗어 영삼을

닥치는대로 입 안으로 우겨넣고 있었다.
오 세 쯤 되었을까?
타는 듯한 붉은 적발을 둔부까지 드리운 채 단정히 묶은 미소년.
눈...
현공의 은하가 모조리 담겨 있는 듯

반짝이는 성목은 눈이 부실 정도이고...
소동의 피부는 눈처럼 희었다.
두 소으로 만년설삼을 잡고 집어 먹는

소동의 하는 양은 앙증스러울 정도로 귀여웠다.
문득,
"컥컥 물... 물..."
급하게 먹었는지 소동은 캑캑거리며

좌우를 둘러보다가 하나의 단지에 시선을 떨구었다.
"벌컥벌컥!"
소동은 단지를 통째로 들어 연신 들이켰다.
이윽고,
단지에서 얼굴을 내민 소동의 얼굴.
취기 어려 빨갛게 물든 소동의 볼은 그대로

선계의 미동을 보는 듯 아름다왔다.
"크윽! 이제보니 설원주였잖아!"
소동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입가를닦으며

또 하나의 영삼을 집어들었다.
설원주.
눈 속에서만 산다는 설원들이 추위를 이기기 위해 담근다는 천하명주!
하나,
그 독하기는 화주의 십 배나 되는

완전히 주정이나 다름없는 술이 아닌가?
'저... 저 녀석, 술까지!'
소동을 응시하는 한 쌍의 용안은 기가 막히는 듯 혀를 찼다.
이십오륙 세의 미장부,
긴 수발을 가지런히 묶어 늘어드리고,
창룡이 새겨져 있는 창룡보의를 걸친 채.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될 대창룡지기를 지닌 인물.
십전제왕 창룡왕 하후린!

바로 그가 아닌가?
한데 그의 등 뒤로부터 자애스러운 노인의 목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허허, 저 놈은 네놈보다 더 지독한 놈이로군!

설원주까지 거침없이 들이키니..."
미소를 간단히 머금고 있는 노인.
궁단무.
천령삼인촌의 촌장이자.
하후린에겐 외할아버지가 되는 사람이었다.
저... 빨간 머리의 조그만 도둑의 외증조부가 되는 인물이었고.
"원... 할아버님도..."
하후린은 멋적은 듯 뒷머리를 긁었다.
용의 아들은
그 아버지보다 최소한 주량이 배나 세었다.
"놈, 아예. 십 세가 되면 대황금성으로 보내야겠군!"
하후린은 기꺼운 시선으로 소동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런 그의 눈에는 따뜻한 부정이 어려 있었다.
물론,
그 위대한 철혈대공작 철무강이

무덤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은 옛날 일이었고.
이미.
하후씨의 괴이한 성씨를 지닌 아이들이

열이 넘는다는 것 또한 옛날의 일이었다.
앞으로 태어날 아기가 넷이 더 된다는 것도.
그리고
천세 하후제왕가(夏后帝王家)!
그 위대한 가문의 시조가 되는 인물은 바로 그였다.
대대로 최소한 백첩을 거느려야 인정되는

고금 제일의 색황가(色皇家)로도 불리우는......
 

- 大尾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