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제왕벌

제55장 공포의 신위, 제왕십로군단의 합일

오늘의 쉼터 2014. 10. 5. 09:56

 

제55장 공포의 신위, 제왕십로군단의 합일

 

 

 

-환영종(幻影宗) 아유빈(亞柔彬)!
-천해제왕(天海帝王) 어등린(魚騰鱗)!
-폭풍천황(暴風天皇) 벽라패극(碧羅覇剋)!
-천세사왕(千世邪王) 사우령(査羽令)!

이들 사 인.
대해에서,
유계(幽界)에서,
용권(龍拳)의 폭풍 속에서.
천사도(天邪道)에서......
각기
환우사상 최강이라 일컫는 무적의 고수자들!
그들 사 인은 원탁자에 둘러 앉은 채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모두 한 곳의 비어 있는 좌석을 향하고 있었다.
흐으으...
그들 사 인이 은연중에 폭출해 내는 기도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정적 속에 감춰져 있는 이 심령을 파괴시켜 버릴 듯 가공할 기도...
"....."
"....."
그들 사 인의 시선이 파란을 일으켰다.
보라!
스스스-
그들의 시선이 머물러 있던 빈 좌석,
그곳엔 어느 사인가 한 명의 육중한 체구의

창의 미청년이 좌정해 있는 것이 아닌가?
곧이라도 등천할 듯한 창룡이 수놓여진 창룡보의를 걸치고.
단정히 긴 머리결을 청건으로 즈려 묶은

환상적인 미안을 지닌 인물.
이런 인물들이 하후린 외에 또 있을 수는 없었다.
"음... 어느 새..."
"눈치도 채지 못했거늘..."
사 인의 절대종사들은 묵직한 침음성을 토했다.
백 장 이내의 모든 자연음마저 놓치지 않는 청력을 지닌 그들이었건만...
그런 그들조차도 누구 한 명

하후린이 나타나는 것을 감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휘류류류-
아지랭이 같이 일렁이는 백무 속에 흐릿한 신형만을 보이는 환영종 아유빈,

그 환신술의 대가도 절로 신음성을 발하고 있었으니...
"으음... 소공께서 불사전황 각하의 후예시라 들었소만..."
"그렇소이다!"
하후린은 천연덕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데, 어인 일로 네 분이 한꺼번에 회동하셨는지..."
하후린은 말끝을 흐리며 좌중을 돌아보았다.
폭풍천황 벽라패극!
폭풍십로군벌의 대벌주!
그의 나이는 불과 이십팔 세였다.
하나, 누구도 그의 말을 대막 일원에서 거역할 수 없었다.
한 쌍의 폭풍신륜으로 떨치는 가공할 파괴력 앞에

적이란 존재할 수 없었기에...
일 장 이척에 달하는 거구를 지닌 초거한!
그의 사자지안(獅子之眼)은 감탄의 기색이 역력했다.
'하늘... 이다! 소문만으로 오히려 모자라는 인물...'
이것이 그가 내린 결론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뿐만 아닌 모두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능히... 제왕십로군단의 지존이 될 만한 자다!'
'으음, 대전여황궁 뿐 아니라

나머지 오패세도 이 사람의 손에 들었다 해서 믿지 않았거늘...

오히려 소문 이상이군!'
그들의 눈에는 점차 감탄의 기색이 확연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젊은 용,
하나 고수만이 고수를 알아본다.
이미, 일무류의 극점을 정복한 그들이기에

이 서생 같은 하후린의 잠재력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문득,
스윽-
신선풍의 은염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약간 마른 듯한 체구에.
새하얀 백의를 걸치고 있는 팔순 가량의 노인.
옷만큼이나 하얀 백발에 탐스런 은염에서 풍기는 기도는

서당의 훈장쯤으로 친숙해 보였다.
하나... 아는가?
천세사왕 사우령!
바로 그인 것을.
천사(天邪)의 제왕 잠혈사왕전(潛血邪王殿)!
신강을 근거지로 하여 천 년 군림해온

그 절대의 사왕이 바로 그였던 것이다.
"소공사선... 제옹십천무의 완성을 바라는 것이오!"
천세제왕 사우령의 말에 하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사우령은 그의 말을 받았다.
"노부 등은 이미...

천하의 정세가 우주십극패천세로부터 떠났음을 인식하고 있소이다!"
"....."
"해서 노부 등은 과거의 제옹십로군단의 일원으로 되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오!"
"으음..."
사우령의 말에 하후린은 뜻모를 신음을 흘렸다.
"조건이 있을 것 같소만..."
그의 말에 폭풍천황 벽라패극이 거구를 일으키며 하후린을 직시했다.
"그렇소! 소공과의 일전을 원하오이다!"
"나와 일전을?"
짐작했었다는 듯 하후린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그 댓가는?"
"만일 우리들이 진다면 무조건 복종과 함께

우리 사패세의 천년 정화를 내놓겠소! 제왕사대청극정을..."
"만일 본좌가 진다면?"
"그땐 우리가 제왕벌을 열어

영원히 환우천하를 십지로 분열하여 군림할 것이오!"
폭풍천황 벽라패극의 어조는 칼로 끊은 듯 분명했다.
"후훗, 좋아. 본인의 수고를 덜어주려 왔으니...

일초식을 양보하도록 하지. 나가실까?"
하후린은 빙그레 미소를 머금으며 신형을 일으켰다.
자신감이 충만한 그의 행동에

사대종사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혼자 신형을 일으켰다.

"세상에..."
사아라의 말 그대로였다.
일 대 사!
하후린을 가운데 둔 채 사 인이 포위해 있는 형세였다.
하나, 그 숫자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누군가?
지닌 일천 년간...
환우천하를 십지로 나누어 군림해 왔던

우주십극패천세 중의 사대종사가 아닌가?
이미.
자신이 속한 무류에서 더 이상 갈 수 없는

초극 지경에 이르른 절대 초강자들...
한데.
하후린은 그들 모두를 한꺼번에 상대하겠다고 공언한 것이었다.
그것을 보는 사아라의 마음은 좌불안석 그것이었다.
그러나.
'흐흐, 저 콧대 높은 늙은이들이 스스로 찾아오다니...

신화 중의 신화,

십전제왕의 신화가 탄생하는 것이 빨라지리라!'
혈전황모!
그녀의 시선은 조금의 걱정도 없는 듯 잔잔했다.
그녀는 직접 목격하지 않았던가?
하후린의 그 가공절륜한 무위를...
혈전황모는 누구보다도

제왕 십로군단주들의 무위 정도를 잘 알고 있었다.
자신과 비슷비슷한 무공을 지니고 있음을...
그래서
지난 천 년의 시공 동안 우주 십극 패천세는

균등한 힘의 균형으로 유지되어 오지 않았던가?
그런 그녀일지라도 결코 하후린의 전력을 다한

일초반식이라도 받아낼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그래서,
혈전황모는 느긋하게

이 불합리한 대결을 관전하고 있는 것이었다.
"자. 출수해 보시오!"
하후린은 우뚝 선 채 좌중을 둘러보며 조용히 말했다.
그러자
까깡-
폭풍천황 벽라패극이 자신의 독문병기인

폭풍신륜을 마주치며 포권의 예를 취했다.
"본인이 먼저 하리다!"
이어 그의 쌍수가 거대한 폭풍신륜을 비껴쥐며 천지로 갈라졌다.
순간,
"폭풍 파멸비!"
쩌엉-
쿠쿠쿠쿠-
오오...

대기를 양단시키며 무서운 회전력으로 짓쳐드는 폭풍신륜.
그것은 그야말로 폭풍의 해일이었다.
뿐인가?
스스스스-
환영종 아유빈!
그의 신형이 갈라지고 있었다.
둘... 넷... 여덟... 열여섯...
그리고 삼십이!
정확히 서른두 개의 분영된 환영종의 환형은

또한 각기 다른 자세를 취하며

하후린에게도 쇄도해드는 것이 아닌가?
더욱 가공할 현실은?
그 서른두 개의 환영은 허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삼십이... 환상신류품!"
파츠츠츠츠-
피피피핑-
오오... 하늘과 땅.
삼십이 방위에서 쇄도해드는 저 가공할 예기!

스으스으-
천세사왕 사우령!
일천 년의 천하무세 중 가장 걸출한 절대사왕!
그의 신형에서 아지랭이 같은 백무가 솟아오른 것은 실로 순간적인 일이었다.
휘류류류류-
그리고
그것은 이내 그의 신형을 가리웠고,
츠으으-
오오... 백안!
천사백령무의 사이로 드러난 것은

한 쌍의 섬뜩한 백색동공이었다.
검은 동공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
그리고,
"백사(白邪)의 천안(天眼)이 나타나면 만상이 붕멸한다! 백사천안만파기!"
번쩍-
새하얀 빛줄기가 번개처럼 벽안에서 폭출되어 오고...
"광해(狂海) 속에 노룡(怒龍)이 등천하니 사해가 광란하리라!"
스윽-
천해제옹 어등린!
그의 쌍수가 들려지고,
펄럭-
그의 소맷자락에서 하나의 깃발이 솟구쳐 올랐다.
그것은 이내 일 장에 달할 정도로 확장되면서

그것만큼이나 거대한 기폭을 드러냈다.

<천해수왕번(天海水王幡)>
대해무계의 지존신번이자 최강의 병기!
그것이 출현한 것이었다.
아울러,
부우우웅-
그 거대한 기폭이 휘돌며 대기를 휘말아 올리고,
쿠쿠쿠쿠-
그것은 이내 거대한 파멸해일강력으로 변모되어 대지를 휩쓸었다.
"크하하하핫, 광룡비폭섬(狂龍飛爆閃)!"
천해제왕의 앙천광소가 떨어 울림과 동시.
콰콰콰콰쾅-
대천산 전역을 울릴 정도로

굉렬한 폭풍해일이 하후린을 뒤덮었다.
오오...

이 가공하면서도 완벽한 합격술!
그것은 신조차도 전율할 정도로

미증유의 파괴력을 동반한 채 하후린을 덮어 씌우고 있었다.
"......"
하후린은 낯빛을 딱딱하게 굳혔다.
'이 정도라니...'
그렇다!
그는 상대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이제껏 거쳐왔던 여섯 세력,
그 어느 지존들보다 이들 사 인의 무공은 발군이었다.
기실,
하후린은 몰랐으나

제왕의 이단혈들이 이들 사패세를 공략지 않은 것은

그들이 다른 육패세보다 막강했기 때문이었다.
하나,
'우선은 하나하나 분쇄해야겠군.'
하후린은 평정을 되찾으며 공력을 끌어올렸다.
오직 그만이 부릴 수 있는 여유.
그러나,
그것도 극히 짧은 순간이었을 뿐이다.
이내,
촤앙-
하후린의 좌수에서 태양천도가 뽑혀지고...
쩌쩡-
그의 우수엔 지존왕검, 대륙지존검이 쥐여져 있었다.
"차앗! 제왕검풍무! 태양천폭파황류!"
쩌쩌쩡-
푸화악!
폭풍 같은 검세는 폭풍신륜을 마주쳐가고,
극열화강기를 내재한 태양천도기는

천해제왕 어등린의 천해수왕번을 막아갔다.
아울러,
촤라락-
어느 새 하후린의 손에는 백색의 부채가 펴져 있었으며...
"유종(儒宗)의 뜻이다! 백전비폭류!"
버언쩍-
백색의 번개가 열두 줄기로 갈라져

천세사왕 사우려의 백색 동공으로 쇄도해 들고...
"그림자가 많다 하나... 빗물에는 옷깃이 적셔지리라! 초우비섬폭!"
츠와아아아-
풀들
지천으로 깔린 잡초들이 선풍에 휘말리어 허공으로 솟구치고,
쐐애액-
그 수천, 수만 개의 풀잎들은 가공할 살인예병이 되어

삼십이 개의 환영들을 뚫어버릴 듯 폭사해드니......
콰콰콰콰-
콰쿠쿠쿠-
오오...

이 대천산을 쪼개 버릴 듯 굉렬하게 폭발하는 파멸폭음!
"크흑!"
"으음..."
그 사이로 고통스런 소음이 흘러나오며

사대 종사가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모습이 보였다.
확실히 제압해야 한다!'
하후린은 들끓는 기혈을 억누르며 재차 신형을 떠올렸다.
'창룡비익술(蒼龍飛翼術)!"
용제 제우가 남긴 비룡무가 펼쳐지고,
쐐애액-
하후린의 신형은 등천하는 대창룡과도 같이

삼백 장 허공으로 비상해 올랐다.
이어,
우우우웅-
그의 좌수로부터 핏빛의 혈룡이 폭출되며 하후린의 신형을 가리고,
콰우우우우-
그 적룡은 괴성을 토하며

지면의 사대 종사들을 덮쳐 올랐으니..
"으하핫, 불사적룡  파천 수폭강!"
노룡이 울부짖듯 거창한 대창룡후 앞에
"오오... 지존이시여!"
"아아... 전황이시여!"
쿵쿠쿵-
사대 종사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오체투지!
바로 그것이었다.
천 년을 군림해 왔던 우주십극패천세!
그것이 굴복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금

저 위대한 공포의 신화를 재현시키는 것의 첫걸음일지니.....
"아... 린...'
사아라는 감격에 교구를 떨었다.
여인,
그녀는 자신이 하늘을 섬기고 있음에 감격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짐작은 했지만 저렇게 간단하게...'
혈전황모를 비롯한 일단우 철혈여전사들도 격정에 휩싸여 있었다.
"일어나시오!"
하후린은 오연한 신색으로 사대종사를 일으켜 세웠다.
폭풍천황 벽라패극,
그의 거대한 체구는 미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전황 각하께... 충성을..."
그는 두 손을 마주 잡으며 깊숙이 포권하였고,
그것을 시작으로.
"신 사우령, 백색의 천사종주를 뵈오이다!"
"사해의 이름으로 대전황께 영광이..."
"이제부터 대전황 각하의 그림자가 될 것을 천명하오이다!"
그들은 완벽히 굴복한 것이었다.
'후후, 막강한 힘을 얻었다.

이들이라면... 능히 제왕의 이단혈쯤은 박살낼 수 있으리라!'
하후린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제 제왕십천무를 완성시키고

제왕벌... 그 공포의 신화를 열리라!

연후... 지옥혈을 부수고... 흐흐...'
창공을 올려보는 그의 눈가로 득의의 미소가 번져갔다.
'아버지, 철혈대공작을 남작으로 강등시켜

어머니의 묘소 앞에 무릎을 꿇리리라!'
그렇다!
그것이 그의 진정한 목적이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게 빛나고 있었다.

십전제왕(十全帝王)-
그렇게 불리울 날이 멀지 않았음을 하후린은 확신하고 있었다.
지상에서 가장 강한,
위대한 철혈초인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