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제왕벌

제54장 지옥의 암계(暗計), 새로운 풍운(風雲)

오늘의 쉼터 2014. 10. 5. 09:55

 

제54장 지옥의 암계(暗計), 새로운 풍운(風雲)

 

 

 

"흐흐흐, 내가...

나 음세흔이 그까짓 창룡왕이란 놈에게 쫓겨오다니...

그것도 모든 수하들을 잃고서..."
우우웅-
죽음의 묵성 전역이 떨어 울렷다.
혈해잠룡, 음세흔!
그는 치욕에 몸을 떨고 있었다.
그런 그의 전면.
츠으으-
스으스으-
죽음의 기운이었다.
산 자의 생기라곤 한 점도 없는 완벽한 죽음의 지옥인들......
그들의 수효는 정확히 칠십팔 인이었다.

선두엔 삼 인의 묵인이 무릎을 굻은 채 단좌해 있었다.
그들 외의 인물들은 모두 핏빛의 혈포를 걸치고 있었다.
"삼대지옥혈조!

그대들이 딸려보내 준 지옥십이혼과 지옥십혈룡은 병신들이었다!"
부르르...
선두의 삼 인은 신형을 가늘게 떨었다.
"본령들의 잘못된 가르침을 사죄하오이다! 혈해잠룡 소종사!"
한 묵인이 그대로 허리를 굽혔다.
검은 묵의에
흰자위 하나 없는 검은 동공,
거기에
그의 피부는 먹물을 담은 듯 시커먼 묵색이었고,
전신에 어린 기운은 무(無)...

한 점의 흔들림조차 찾을 수 없는 만년거암이었다.
이런 유의 인물은 결코 존재할 수 없었다.
초인적인 인간 한계의 극을 열 번은 넘나들어야

이룰 수 있는 초극무심지경에 이른 자.
"흐흐, 지옥제일령!

한 달 후면 위대하신 지옥대혈황께서

십만 지옥혈인을 이끄시고...

저 유부의 지옥에서 나오신다!"
"....."
"그 분께서 지옥성을 따로 세우시고...

지옥일백혈령(一百血靈)을 키운 목적이 무엇인가?"
"지옥 천하의 대업에 선봉이 되고자 함이오이다!"
무감각하게 묵의인은 입을 열었다.
지옥제일령!
이것이 그의 이름이었다.
"아는군! 본좌가 먼저 제국에서 나와 그대들을 찾은 이유는?"
"소종사를 도와 지옥제국의 교두보로 만드시라는 것이오이다!"
지옥제일령은 여전히 무감각한 어조로 대꾸했다.
아마도,
지금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낸다는 것은 신도 불가능할 것이다.
"훗, 그렇다. 그런데...

난데없이 창룡왕이라는 놈이 돌출했고,

놈은 악인마교에서 처치했다 했거늘.....

버젓이 살아서 본존의 일에 방해를 놓았다!"
츠으-
혈해잠룡의 혈안에서는 무서운 광망이 번뜩였다.
"놈은 지옥 제일적이다!

혈황께서 오시기 전... 천하를 정리하는데 있어

우선시 하여 제거해야 할 놈이다! 지옥제일령!"
"하명을..."
지옥제일령은 허리를 반쯤 굽히며 명을 기다렸다.
"미끼는... 본좌가 준비하겠다!

그대는... 나머지 지옥칠십칠령을 이끌고 이곳을 철옹성으로 만들라!"
"그 어떤 것이라도 일단 지옥성에 발을 들여 놓으면

빠져 나가지 못하오이다.

설사...신이라 할지라도..."
"좋아. 믿겠다!"
스윽-
혈해잠룡 음세흔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대창룡을 낚을 미끼...
그것은 과연....


여인...
어떤 사내든,
이런 유의 여인을 거부한다는 것은 죄악이리라.
여인은 우선 특이했다.
저녁 노을을 연상시킬 듯 타오르는 적발에,
그것만큼이나 붉은 적미.
거기에 은은히 혈광이 감도는 혈목,
여인의 피부 또한 홍옥을 연상시키듯 붉었으며 매끄러웠다.
그대로 터져버릴 듯,
농밀한 육체를 지닌 환상적인 염녀(艶女).
-사왕혈모!

바로 그녀가 아닌가?
악인마교의 제 이인자로 뱀을 항시 두르고 다니던 여인,
한데,
지금 그녀는 화사한 홍의를 차려 입고 있었다.
물론,
그런 옷가지로 그녀의 터질 듯 물오른 육체를 가릴 수는 없었다.
한데,
"까르르..."
그녀의 앞가슴.
그곳엔 비단의 강보가 안겨져 있었으니..
그 안엔 물론 갓 백 일이나 지났음직한 아기가 들어 있었다.
사왕혈모를 연상시키듯 타오르는 적발을 지닌 아기.
하나, 그것 뿐,
아기의 모든 것은 정상인과 같았다.
투명하리만큼 희디흰 피부에,
은하의 물결을 보는 듯 반짝이는 성목,
천진스레 웃는 아기의 두 손은

고집스레 꼬옥 쥐어져 있었다.
흡사,
누군가를 보는 듯한 얼굴.
"흑, 아가야... 이 엄마는..."
사왕혈모는 강보에 머리를 묻으며 왈칵 눈물을 쏟았다.
"아가야... 이 엄만 어쩌면 좋으냐?

네 아빠를 죽이려 했던 독부..."
오오,.. 이 무슨 소린가?
그렇다면
사왕혈모가 아기를 가진 어머니가 되었단 말인가?
"한데, 어쩌면 또다시 네 아빠에게 몹쓸 짓을 하게 되는구나."
사왕혈모는 아기의 뺨에 볼을 비비며 서러운 듯 흐느꼈다.
그때
쾅!
내실의 문이 거칠게 열리고,
뚜벅뚜벅,
육중한 걸음걸이가 내실을 울렸다.
"...."
순간, 사왕혈모는 흠칫하며

본능적으로 강보를 바짝 끌어안았다.
"소종사님..."
그렇다!
그녀의 앞에 서 있는 자는 혈해잠룡 음세흔이었다.
"흐흐, 좋아... 좋아..."
음세흔은 무엇이 좋다는 것인지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강보 속의 아기를 잡아먹을 듯이 주시하고 있었다.
"흐흐, 자고로...

세상에서 제일 좋은 여자는 과부라고들 하지."
무슨 궤변인가?
"여자는 남자의 모든 것을 알고,

그 여자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내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까..."
"....'
그의 말에 사왕혈모는 불길한 예감에 교구를 떨었다.
"설마, 그 분이 다시... 돌아가셨을 리는..."
"흐흐, 놈은 살아 았지!

감히 본좌가 점찍은 계집을 먼저 건드린 놈!"
츠으으-
음세흔의 눈은 변태적으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
그럴수록 사왕혈모는 아기를 안은 강보에 힘을 주어 끌어안았고,
"하나... 놈은 죽는다!

제 자식의 부름으로... 함정인 줄 알면서도 와 죽으리라!"
"그... 그런..."
그의 말뜻을 알아차린 사왕혈모는

반사적으로 교구를 일으켰다.
"후후, 그리 되면... 과부가 생기겠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여자가 말이오. 크하하하핫-"
음세흔은 미친 듯이 광소를 터뜨렸다.
"흐흐 놈의 지옥행을 완벽히 하기 위해선 준비가 필요하겠지. 혈모?"
그의 시선은 음악스럽게 번들거리며

사왕혈모의 젖가슴을 쓸어보고 있었다.
아울러,
"흐흐,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본좌 또한 여자 다루는 데는 일가견이 있으니..."
그는 비릿한 음소를 흘리며 실내를 빠져나갔다.
"아... 비록 단 한 번의 만남이었지만..."
주르르-
사왕혈모는 눈물을 흘리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저는 당신을 사랑하고 말았어요.

그리고... 다인을 죽인 죄책감에 소첩도 따르려 했으나...

어느덧 천첩의 배에는 당신의 씨가 뿌려져 있었어요."
여인은 서럽게 흐느꼈다.
아아... 사왕혈모!
지옥광풍탄에서 하후린을 유혹하여 죽이려 했던 악인마교의 여인!
그 사건 이후,
그녀는 밤마다 하후린에의 그리움으로 베개를 적셨으며,
그제서야 자신이 하후린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하나,
그녀는 죽을 수조차 없었다.
단 한 번의 관계로 인하여 그녀는 잉태를 한 것이었다.
모정의 힘은 무서운 것,
여인은 몰래 옥동자를 분만했다.
자신과 하후린의 모든 것을 닮은 아기.
여인은 그 아기에게 자신의 남은 생을 걸었다.
하나, 그 사실이 악마대혈황에게 알려졌고,
곧이어,
나타난 지옥 제국의 소종사인 혈해잠룡 음세흔에게 그녀는 바쳐졌다.
죽음보다 더한 치욕스러운 일들이 그녀에게 벌어졌으나
그녀는 목숨을 걸고 자신을 지켰다.
하나,
그것이 점차 한계에 부딪치고 있음을

그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하후린은 자신의 암계에서도 결코 죽지 않았고,
여인은 그것만으로도 생의 끈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흑, 아가야... 난... 어쩌면 좋단 말이냐? 흑..."
여인은 끝없이 오열하고,
"까르르....."
아기는 철없이 그런 그녀의 젖가슴에 매달리며 웃는다.
그 어떤 사내처럼,
과연?


대천산의 혈풍은 말끔히 걷혀졌다.
구역질 나는 피비린내 또한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리고,
이곳은 다시금 전과 같이

여인들의 아기자기한 모양대로 인해

수려하게 변모되고 있었다.
또 하나의 특기할 만한 사실,
지난 일천 년의 시공 속에서 남자의 발길을 철저히 거부했던 이곳에

한 사내의 숨결이 그대로 머물러 있다는 것이었다.
오직,
싸움과 전투, 무공일도에만 전념해 왔던 철혈의 여전사들.
그녀들은 요즘 난생 처음 느끼는

야릇한 춘정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 한 사내로 인하여 느끼는 감정이었다.

-창룡왕 하후린!
이 한 명의 사내로 인하여...
<여황전>

여황전은 깨끗이 보수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유일한 남성이 거주하고 있었다.
선택된 사내, 하후린.
그의 요즘 나날은 매상 즐겁기 한량없었으니...
"어멋! 또.."
사아라가 기겁하며 사내의 손길을 뿌리쳤다.
하나,
사내의 손길은 집요하게 여인의 옷 속을 파고들었고,
급기야,
물컹-
탐스러운 육봉이 사내의 우악스런 손길에 잡혔다.
"학! 아아.. 린...정말..."
여인은 짧은 비음을 토하며 무너지듯

하후린의 품 속으로 안겨들었다.
"후훗, 감히... 앙탈을 부려?

아라누님이 그래 봤자지..."
하후린,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사내를 안 여인이라면 어떤 상홍에서도

결코 그 자신의 손길을 피하지 않는다는 것을.
투툭-
여인의 옷자락이 찢듯이 벗겨지고
출렁-
빨갛게 손자국이 난 투실투실한 젖가슴이 고개를 내밀었다.
그 유실의 끝은 사내의 손길에 간질러지고 있었다.
그리고,
스윽-
사내의 다른 손은 점차 치마 속으로 파고들어

고의를 들추고 있었다.
까칠까칠한 밀림의 촉감이 손바닥을 간지르고,
"흐응... 아.. 아..."
고조되는 교성과 함께

사내는 여인의 신비문이 흥건히 젖어듬을 느꼈다.
그것은 기름이었다.
사내의 가슴에 불을 당기는...
사내는 치미는 열정을 굳이 억누르지 않았다.
새하얀 유방의 살집이 한 입 가득히 입 안으로 흡입되고,
그의 손은 여인의 치마를 벗기려 힘을 가했다.
한데, 바로 그 순간,
"대국황께 아뢰옵니다!"
한 소리
낭랑한 여인의 음성이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
"...."
두 남녀는 일순간 화들짝 놀랐고,
여인은 황급히 옷매무새를 단정히 고쳤다.
"쩝, 전모께서 본인에게 불만이 많으시구만!"
하후린은 음식을 먹다 뺏긴 강아지처럼

툴툴거리면서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무슨 일이지? 난 급하단 말야!"
"저... 손님이 찾아오셨사옵니다!"
사르륵-
문이 열리며 들어서는 여인은 대전사신모 중 전모였다.
그녀는 내실로 들어서자마자

사아라의 따가운 눈총에 얼굴을 붉혔다.
그제서야 그녀는 좀전에

무슨 일이 벌어지려 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쯧, 모모가 왜 여태 시집을 못 갔는지 짐작이 가오?"
하후린의 농담섞인 말에

전모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떨구었다.
"한데, 누가 찾아왔다고?"
하후린의 의혹어린 말에 전모는 고개를 들며 말문을 열었다.
"예, 우주십극패천세 중 사패세의 주인들이

국황 저하를 뵙고자 찾아왔사옵니다."
전모의 공손한 말에 하후린이 흠칫했다.
"사패세라... 어디 어디요?"
"예, 남해와 신강, 청해와 대막의 지존들이옵니다."
"으음..."
하후린은 묵직한 신음성을 흘렸다.
'제옹십로군단 중 거치지 않은 사로군단이 제발로 찾아왔다?'
그의 눈가로 빠르게 기광이 스쳐가고 있었다.
'후후, 그렇군! 연

이어 출몰하는 지옥의 숨결을 느낀 것이로군!'
그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실세를 가늠해 보고 대세를 증명하겠다 이 말이지!'
스윽-
하후린은 천천히 신형을 일으켰다.
"가 봅시다!"
이어 그는 앞장서서 성큼 내실을 빠져나왔다.
새로운 풍운!
그것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청해(靑海)- 환상밀림(幻像密林)!
빛보다 빠르고 아지랭이처럼 투명한
절대환인(幻人)들만으로 이루어진 환상의 집단.
그것은 인간의 발길을 허용치 않는 청해성의 밀림지대의

오지 깊숙이 자리해 있다 알려져 있었다.

남해(南海)- 사해천왕도(四海天王島)!
일명 대해무국이라 불리는 해계의 패왕!
그 어떤 세력일지라도
물이 있는 곳에선 사해천왕도를 이겨낼 수 없었다.
바다의 무적천!

대막(大漠)- 폭풍십로군벌(暴風十路軍閥)!
모래의 지배자들.
사풍이 있는 곳엔 어디서든지 존재하고

그것을 건드리면 곧 무서운 살인폭풍으로 변하여 천지를 쓸어 버린다.
십로에서 용권풍인 듯 휘돌며 휘몰아치는 죽음의 폭풍강력!
그 앞에 적수는 있을 수 없었다.

신강(新疆)- 잠혈사왕전(潛血邪王殿)
제왕사인집단!
사사천교가 제왕의 이단사혈이라면...
잠혈사왕전은 정통의 제왕혈사단이었다.
사사천교와의 피의 쟁투에서 살아 남았으며,
제왕벌로부터 천사(天邪)의 제왕으로 인정받은 무무적사천!
그들은 진정한 사도의 뜻을 따르고 있는 자들이었다.
피로서 이루어진 모든 것을 거부하는...
이들...
우주십극패천세 중 사패천세!
그들이 직접 하후린을 찾아왔다니...
과연?
그 이유는...?

이곳,
대륙의 지붕이라 일컫는 대천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