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제왕벌

제51장 천불지존(天佛至尊)이 되다. 꿈의 정염(情炎)

오늘의 쉼터 2014. 10. 5. 09:47

 

제51장 천불지존(天佛至尊)이 되다. 꿈의 정염(情炎)

 

 

 

일순,
무엇인가가 허공을 응시하던 하후린의 불정이 스며들고

전신에서 갑자기 칠채성광이 뿜어지는 것을 본 사아라...
그녀의 추수 같은 봉목이 휘둥그레졌다.
그럴 수밖에...
그녀에게는 금불천안공도 없었고

사라천기문자도 보이지 않았으니

당연히 모든 현상이 갑작스런 우연으로 보일 수밖에.....
사아라가 깜짝 놀라는 순간

이미 칠채성광은 천불지존각을 휘감고 있었다.
쓰쓰쓰쓰-
푸스스스-
잠시 후,ㅡ
찬란했던 칠채성광이 하후린의 몸 안으로 갈무리되고

하후린이 눈을 떴다.
"....'
금광은 이미 간 데도 없이 사라지고

하후린의 성목은 담담해져 있었다.
한데,
자세히 보니 검은 동공 안쪽 깊숙한 곳에

칠채성광이 은은히 일렁거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새로운 기우를 얻으셨군요. 축하해요!"
사아라의 만월같이 화사한 얼굴에는

마치 자신의 일인 듯 환희가 감돌았다.
"그렇소, 누님!"
사아라가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보니

하후린도 티없이 맑은 웃음을 보냈다.
하후린과 사아라.
지난 십 일 동안 두 사람의 사이는 무척 가까와졌다.
천혜성모 사아라가 어떤 여인인가?
하늘조차 시기할 변황(邊荒) 최고의 지혜를 지닌 여인이 아니던가?
이제까지 그누구에게도 의지할 필요가 없었던 여자이며,
바로,
그녀에 의해서야 겨우 존망의 위기에 빠진 대전여황국이

최후의 불꽃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닌가?
한데,
지금,
사아라는 태어난 이후

처음으로 듬직한 사내의 곁에서 보

호받고 있다는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사내에게서 보호받는 기쁨.
그것은 여인만이 즐길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이며,
아무리 강하고 뛰어난 여인이라도

한 번 느끼면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지략인 것이다.
'이 분...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말 대단해!'
하후린을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는 사아라는

내심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최소한 지혜에서는 나를 따를 사람이 없는 줄 알았더니...'
사아라는 가슴 저 밑에서 알 수 없는 열기가

은은히 치솟아 오름을 느꼈다.
'무공도, 어머니이신 혈전황모보다 더욱 강하시고...'
그것은
분홍빛으로 찬연한 사랑이었음을

그녀 자신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었으니....
'아아...저 분의 대해같은 가슴에 파묻힐 수만 있다면...

어머! 내가 무슨 망측한 생각을...'
순간,
사아라는 화들짝 놀라며 목덜미까지 새빨개졌다.
그 순간에도 가슴을 손으로 살포시 누르며

하후린의 얼굴을 훔쳐보는 그녀의 눈.
"...."
"....."
한데,
때마침 하후린도 그녀의 얼굴을

사랑스런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사아라는 그만 못된 짓을 하다가 들킨 아내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그녀의 옥용은 잘 익은 사과빛으로 물들어 어쩔 줄을 몰랐다.
'후훗, 정말 사랑스런 여인...'
하후린의 입가로 편안한 미소가 감돌았다.
누나 같은 따스함.
어머니 같이 자상한 사아라의 부드러운 손길.
하후린은 붉게 물든 사아라의 목덜미를 바라보며

한없이 푸근한 느낌에 젖어들었다.
문득,
슷-
하후린이 사아라의 뼈도 없는 듯

부드럽고 통통한 교수를 잡았다.
"누님..."
"린..."
남과 여,
아무도 없는 한적한 이곳.
더구나,
남자와 여자는 피끓는 청춘이었다.
하나,
두 사람은 다 천고에 다시 없을

지혜와 이성을 지닌 기재들이 아닌가?
그들은 인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진정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누님은 정말 아름답고!"
"아이... 린은..."
칭찬에 몸둘 바를 모르고 부끄러워하는 사아라.
하후린은 부드럽게 그녀의 두 볼을 감싸며 대소를 터뜨렸다.
"하핫, 나갑시다. 새로 얻은 것을 보여드리겠소."
사아라가 기대감 어린 눈초리로

하후린을 우러러 보며 앵두 같은 입술을 달싹거렸다.
"대체 무슨 기우를 얻으셨기에..."
"하핫, 보시면 압니다."
하후린은 한 눈을 찡긋하며

장난을 주체치 못하는 어린 악동처럼 한 눈을 찡긋했다.

휘이잉-
휘이이이-
눈...

눈...
한없이 펼쳐져 있는 눈부신 은세계.
뼈를 에일 듯한 만년빙풍이 천지를 휩쓸 듯 불고 있었다.
"...."
"...."
하후린은 사아라의 손을 따스하게 움켜쥔 채

태산같이 우뚝 서 있었다.
한데.
"으응?"
하후린의 눈에 기광이 스치며 서천을 직시했다.
휘이이이잉-
서천의 아득하게 먼 곳,
대설풍을 뚫고 무엇인가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그것은 처음에는 작은 점이더니

점차 확대되어 다가오고 있었다.
오오...

그것은 바로 사람이었다.
"어멋! 저기에..."
남천을 바라보던 사아라가 뾰족한 교성을 터뜨렸다.
남쪽만이 아니었다.
동천, 북천에서도 똑같이 인영이 날아들고 있지 않은가?
점은 점점 확산되어 분산되고 있었다.
열... 백...
오오... 일천!
천불지존각을 그물처럼 옭아매어

사방에서 다가드는 일천 신비인.
대체,
"으음...

하나하나가 지옥십혈룡만한 고수들이군!"
하후린은 침음성을 삼켰다.
오오...
그럴 수가?

-지옥십혈룡(地獄十血龍)!
철혈여전사들의 대지.

대전여황국!
그곳을 피로 씻은 혈룡들...
천혜성모 사아라를 대전사신모의 호위 아래 도주해 오게 하지 않았던가?
한데,
그들만한 고수자들이 일천이나 된다니...
사아라의 옥용은 그만 새파랗게 질려

그만 하후린의 등뒤로 신형을 숨겼다.
천하제일 재녀인 그녀도 이 순간만큼은

한 남자의 보호를 갈구하는 여자일 뿐이었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쐐애액-
스스스-
일천 인!
그들은 모두 승인들이었다.
흡사 금빛 광구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금광에 휩싸인 채

백 장 이내로 다가온 그들은 일시에 손을 쭉 뻗었다.
순간,
콰우우우웅-
콰콰콰콰-
오오...
거대한 강기의 해일이여!
동서남북 사방에서

천비사혈신만한 절정고수들 일천 인이 일으키는 역도는

이미 인간의 힘이 아니었다.
천 년 동안 잠자던 화상이

그 동안 모았던 모든 힘을 일시에 대폭발시키듯

엄청난 대파멸의 역도(力道)!
일천 금라승인들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대위기였다.
"으음,...."
하후린은 그들이 백 장밖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신이 터져나갈 듯한 충격을 느꼈다.
사아라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이때 문득,
"후후, 인간을 상대로 무공을 시험해 보는 것도 괜찮겠지?"
하후린의 입가로 음산한 살기가 어렸다.
이어,
스윽-
하후린은 신형이 허공 일 장 위로 둥실 떠오르더니

두 손이 합장하는 자세로 마주쳤다.
일순,
츠츠츠-
쿠와아아아-
하후린의 전신에서 칠채성광이 분출되더니

순식간에 십 장 방원을 뒤덮었다.
사아라는 칠채성광에 접하자

이제까지의 압력이 모두 사라짐을 느꼈다.
이때.
"하하, 누님 보십시오!

지상 최강의 지존천불무를..."
하후린의 호쾌한 대소가 뇌성벽력처럼 터지고,
"사라금륜천불강!"

츠츠츠츠-
하후린의 정수리에서 직경 일 장이나 되는

거대한 금륜강이 솟구치고,
푸호악-
불꽃이 작렬하듯 금륜강이 폭발했다.
순간,
고오오오오-
오오...

갈라진다.
하나의 대금륜강이 두 개, 네 개, 여덟개....
급기야
일백팔 개로 갈라지며 천지를 휘황한 금광으로 물들였다.
금륜천하(金輪天下)!
방원 백 장 이내가 완전히 금륜강으로 뒤덮였다.
순간,
콰콰콰쾅-
콰르르르릉-
대파멸폭음!
혼돈 천하의 개벽대폭음이 이러할까?
천지종말의 대파멸음이 이러할까?
지상 최고봉이라는 희마랍아대산 전역이 송두리째 뒤흔들리고

만년빙지가 거북이 등껍질처럼

쩍쩍 균열되는 천지 파멸의 대격동!
"크흑,"
"아미타... 우욱!"
쿠쿵-
쿠웅-
잠시 후,
장내의 폭설과 굉음이 가라앉고 일목요연하게 드러났다.
아아... 보라!
방원 일천 장 이내가 완전히 초토화되어 버렸으니.
그들의 격돌에 백 장 높이의 천불존각마저

형체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신비의 일천 금라승인.
그들은 모조리 일백 장씩 날아가 눈 속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들 중에 성한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한데,
가볍지 않은 부상을 입고

피를 흘리고 있는 그들의 표정에는 기이하게도

패배자의 분함이나 격노의 기색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닌가?
어찌된 일인지 그들에게는

기쁨과 환희의 표정이 어려 있으니...
그렇다면,
이들은 패배한 것이 오히려 즐거워하고 있단 말인가?
"....."
하후린은 오연히 대지를 밟고 우뚝 섰다.
그의 입가로 가느다란 핏줄기가 흐르고

안색은 밀랍같이 창백했다.
아마도 가볍지 않은 내상을 입었으리라!
하나,
하후린은 그에 아랑곳도 않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이때,
그의 눈가로 가볍게 스치는 경이의 눈빛!
"사라... 금륜... 천불강!

이 정도일 줄이야..."

-사라금륜천불강!
지옥혈뇌룡이 하후린을 죽이려고 던진 벽력굉천뢰는

오히려 그에게 절대의 천복을 안겨다 준 것이다.
천 년 불정을 얻어 천하만불 대조종이 되었고,
사라금륜천불강이라는 가공할 초절무예마저 터득했으니...
인생사 새옹지마라...

하후린은 사라금륜천불강의 엄청난 위력에 감탄하여

망연히 사방을 바라보고 있을 때.,
문득,
스슷-
열 명의 승인이 다가왔다.
피투성이가 된 그들은

자신들의 상처에는 아랑곳도 않고 입을 열었다.
"과연... 천불지존이십니다!":
"아미타불... 천불지존이시여!"
여덟 승인은 격동하고 있었다.
하나,
"....."
하후린은 의아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것을 보며 한 승인이 앞으로 나섰다.
눈같이 하얗고 탐스런 은염을

가슴까지 드리운 팔순 가량의 노승...
두 귀는 턱가지 축 늘어질 만큼 커다랗고,
팔순 나이에도 불구하고 얼굴은 대추빛이었으며

어린애처럼 해맑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두 눈은 너무도 맑고 깨끗해

마치 투명한 유리구슬 같았다.
온 몸에서 은은히 번져나는 인자한 노승의 기도.
진정 노승은 세사를 초탈해 득도한 활불이었다.
"아미타불...

일천 천불승의군이 천불지존을 뵈오이다!"
"아미타불... 천불지존을 배알하나이다."
노승을 필두로 일천 승인들이 우렁차게

하후린을 향해 합장배례하는 것이 아닌가?
"일천 천불의 승군! 이들이 왜?"
하후린이 당혹스런 표정을 보이자

은염 노승이 합장하며 입을 열었다.
"아미타불, 소승은 천라대선승이라 합니다. 지존."
"대체 나를 이유도 없이 공격하더니...

이제는 지존이라니..."
"의문이 많으실 줄 아옵니다."
천라대선승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비사...

천라대선승에 의해 밝혀지는 천년비사는 이러했으니...

-천불대성존!
천불사원의 원주이자,
천축의 십만불류의 대종주!
그는 천하를 천축 불종에 귀속시킬 야망을 품고 있었고

그 기회는 의외로 쉽게 찾아왔다.
제왕벌!
그 무적 제국의 휘하 군단 중의 하나에 불과했던 천불사원,
그것이 있는 이상 모든 야망은 신기루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는 지옥제국의 마수에

제왕벌이 가리워져 있음에도 결코

구원의 손길을 뻗치지 않았다.
그들은 제왕벌만 없다면

충분히 자신의 야망을 성취시킬 정도의

막강한 힘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만큼,
제왕벌은 무서운 천세였다.
하나,
그는 여전히 자신의 야망이 신기루임을 깨닫게 되었다.
천불사원을 제외한 나머지 구대제왕군단!
그들의 잠력은 결코

천불사원에 못지 않았던 것이었고,
지옥제국이라는 거대한 지옥혈이

미증유의 혈세를 만들고 있었으니......
현실의 답답함은 과거의 추억을 더듬는 법,
그는 제옹벌에의 배신을 후회하기에 이르렀다.
하나.
이미 엎지러진 물그릇이었으니..
그는 당시 자신을 따르던 일천 천불승의군의 고승들과 함께

희마랍아대산에 천불지존각을 세우고,
천불지존각에서 그들과 함께 열반에 들고 말았다.
그리고는
일천 천불승의군의 후예들로 하여금

천불지존의 왕림을 기다리게 하였으니...
그들이 바로 제 십대였던 것이다.
천 년 불정을 얻어 사라금륜천불강을 연성하면

칠채금령대성광이 일백 장을 휘감을 것이며,
일천 천불승의군단은

그가 진정한 천불지존인지를 시험해야 했다.
결국,
하후린은 그들을 물리쳤고,

천불지존으로 인정받은 것이었다.
"아미타불...

이들은 소승의 사제들입니다."
천라대선승이 자신의 주위에 둘러 선

아홉 승인을 소개했다.

<십대천불!>
-천라대선승(天羅大禪僧)!
-천기뇌불(天機雷佛)!
-오행천불(五行天佛)!
-벽력천승(霹靂天僧)!
-마마대존불(魔魔大尊佛)!
-무적패불(無敵覇佛)!
-고목존자(枯木尊者)!
-유리성모니(瑜璃聖母尼)!
-야불(夜佛)!
-혈요니(血妖尼)!

지난 천 년간 오직 한 방면으로 대를 물려오며

발전시켜 온 불문의 최절정 고수들!
"으음..."
이때 문득,
하후린의 신형이 휘청했다.
"린!"
사아라는 깜짝 놀라며 하후린을 부축했다.
그녀의 봉목에 가득 고이는 이슬방울,.....
'아아, 나를 보호하시려고 무리하개 공력을 사용하셨어!'
하후린이 수심에 잠긴 그녀를 보며 싱긋 웃었다.
"걱정할 것 없소, 누님."
이때
"지존께서 피곤하시다, 이놈들아!

어서 빨리 집을 지어라."
무적패불!
일 장에 달하는 거구를 흔들며

그가 버럭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닌가?
"집?"
"..."
하후린과 사아라의 눈에 의혹이 어렸다.
천기뇌불,
오척 단 구에 보통 사람들보다 두 배가 넘는 머리를 가진

일천천불승의군을 이끄는 최고이자......
하나,
두 눈 만큼은 잔잔한 대해를 보는 듯 유연하기 그지 없었다.
얼핏 보면 장난기가 가득한 소년같이 보이는 그가

머리를 뒤뚱뒤뚱 흔들며 말했다.
"흘흘. 인간이 집에서 생홀하기 시작한 것은 아득한 태고적부터입니다.

집이란 자고로 가까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질을 사용하는 바....."
"하지만 이곳엔 눈밖에....."
하후린의 고개가 갸우뚱했다.
"흘흘, 바로 눈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
주위를 둘러보던 하후린의 눈이 경이의 빛으로 물들었다.
보라!
눈의 궁전,
일천 인의 손으로 일시에 만들어지고 있는

가히 신기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현실...
한쪽은 눈을 바위보다도 단단하게 뭉쳐 거대한 벽돌을 만들고,
일부는 그것을 옮긴다.
몇몇은 빙벽을 수강으로 두부 썰 드시 쪼개고

십이연호불을 금강지로 조각하여 운치마저 살리니...
일천의 무적고수들은 한 식경 만에 기적을 창출해냈다.
대리석을 빚은 듯 새하얀 눈의 궁전.
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궁전은

신비지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아미타불, 지존께 바치는 첫 번째 예물이외다."
"훌훌, 황제라도 이런 곳에서 신방을 차리지는 못했으리라."
"아무렴!"
십대천불이 각기 한 마디씩 짖궂은 인사를 던졌다.
"아잉....."
그 바람에 사아라의 옥용은

그만 도화빛으로 물들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내심 그들의 말이 싫지 않은 이유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사람이 많다 보면 별별 재주를 가진 인간들도 다 있다지만

이것은 너무도 어이가 없을 지경이 아닌가?
섬뢰비천승!
일생을 경공에 미쳐 보냈던 그가 잠시 사라졌다 나타나더니

백호피 가죽을 무려 일 장이나 가져다 눈의 궁전에다 깔아 놓았고,
천약대활불이라는 괴의는

온 희마랍아 대산을 뒤져 숱한 기약, 영초를

잡초처럼 무더기로 쌓아 놓았다.
-구지선엽초,
-설담화.
-빙령설련실.

주광승이라는 주정뱅이 파계승은

설인이 먹는다는 전설의 설정빙로주를 훔쳐왔고...


밤,
침실,
푹신한 백호피 위엔 안색이 창백한 하후린이 누워 있었다.
일천 대 일,
하후린은 일천 명의 초절정 고수들의

합공을 막아내긴 했으나 내상이 심각했다.
사아라는 하후린의 옆에서 정성스럽게 간호하고 있었다.
그런 사아라를 바라보는 하후린의 눈.
뜨거운 사랑의 불길이 담겨 있었다.
눈물 흘리는 황촉불 아래

은은히 우유빛으로 빛나는 여인의 피부.
새하얀 학같이 긴 여인의 목덜미를 주시하는

하후린의 가슴 저 밑에서

뜨거운 불길이 치솟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욕망의 불길이었다.
일순,
"아라누님!"
하후린이 와락 사아라를 뜨겁게 끌어안자,
"어머, 린!"
사아라가 뾰족한 교성을 질렀다.
하나,
그녀는 말과는 달리 저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파고들고 싶은 마음은.....
'아아... 린!'
사아라는 일순 자신의 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공포감에 앞서 뭐랄까

이제가지 느껴보지 못했던 희열,
"아라누님! 사랑합니다."
하후린의 굳강한 팔이 사아라의 허리를 더욱 힘주어 껴안았다.
"린!"
마침내
사아라는 하후린의 품에 무저지듯 안겼다.
사아라는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지난 십 일간 느껴왔던 알 수 없는 자신의 마음......
그것은
바로 사랑이었음을...
'린... 저도 당신을 사랑해요!'
그녀의 진심은 수줍음에 겨워

입 밖으로 나올 수가 없었다.
사르륵-
하후린의 손은 이미 그녀의 껍질을

꽃뱀이 허물벗듯 하나씩 벗겨가고 있었으니.
툭 투툭-
"아아...'
어느 순간엔가 하후린의 입에서 탄성이 터졌다.
사아라의 몸은 허약한 겉모습과는 정반대로

풍염하기 그지 없는 것이 아닌가?
새하얀 우유빛 살결은 기름이 흐르는 듯하고,
여인의 가슴은 성모봉만큼이나 드높았다.
새하얀 설원을 연상시키는 듯

탄력 있게 넘실거리는 가슴 위로 파르르 떨고 있는 자주빛 열매......
일순,
"으음..."
하후린은 두 손을 뻗었다.
뭉클-
두 손으로나마 간신히 잡힐 풍염한 젖가슴이 가볍게 이지러지고,
순간,
사아라의 입술이 벌어지며 달뜬 교성을 터뜨렸다.
어느 새,

하후린은 위치를 바꾸어

연체동물 같이 부드러운 여체 위에 육중한 몸을 실었으니.....
"린...흡!"
달디단 입맞춤은 격렬했고,
사내의 뜨거운 입술은 점차 밑으로 내려가더니

성모봉 같은 봉우리를 등정하며

자그마한 자주빛 열매를 범했다.
"하하... 린..."
여인은 하얗게 눈을 치뜨며

꽃뱀인 양 하후린의 머리를 휘감았다.
사르륵-
허리에 걸려 있던 나의가 벗겨지고

드러나는 삼각의 분홍빛 고의.
투툭-
일고의 여지도 없는 듯 흥분한 사내의 손길에

고의는 우악스럽게 찢겨지고 말았다.
"....'
하후린은 절로 침이 넘어갔다.
오오...
천 년의 신비를 담고 있는 밀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촉촉히 물기에 젖은 방초는 안락한 구릉지대를 형성하고,
그 사이.
한 번도 열린 적이 없는 천녀비궁이 숨쉰다.
하후린은 갈증을 느꼈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어

달디단 감로수로 시원하게 목을 축였다.
하나,
그 시원함은 곧 활호산 같은 열기로 변해

그의 전신을 시뻘겋게 달구어 놓았다.
찌익-
하후린은 자신의 옷을 찢듯이 벗어던졌다.
구리빛 근육질로 뭉쳐진 사내의 건강한 동체...
이때
"어맛!"
사아라가 무엇을 보았는지

교성을 지르며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하나,
그녀의 옥용에는 공포감 뿐 아니라

알 수 없는 희열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어려 있었으니...
사내의 육중한 동체가 여인의 교구를 짓눌렀다.
그와 함께,
사내의 손은 거칠게 여인의 둔부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거대한 물체가 화룡인 양 뜨거운 불길을 뿜으며

서서히 아주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악... 아..."
마침내

천년밀궁은 굳강한 거물에 의해 여지없이 파괴되고,
여인의 두 눈은 파괴의 고통에 하얗게 치떠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내밀인 저 깊은 곳에서

모세혈관을 타고 전신으로 번지는 전율 같은 쾌감에

여인은 교구를 떨며 허리를 활처럼 휘었다.
'아아... 린... 사랑해요.'
여인은 주체할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
여인의 밀궁은 완전히 개문되어

모든 사랑을 흠뻑 맛보고 있었다.
.......
젊은 두 남녀,
뜨거운 청춘의 피는 끝없이 타오르고 있었다.
별빛 속에 아름답게 반짝이는 은세계.
두 남녀의 끝없는 사랑은 더욱 아름답게 타오른다.
뜨겁게... 뜨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