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제왕벌

제50장 천불의 기연(奇綠), 천불지존각(天佛至尊閣)

오늘의 쉼터 2014. 10. 5. 09:46

제50장 천불의 기연(奇綠), 천불지존각(天佛至尊閣)

 

 

 

'크크크!'
지옥혈뇌룡!
죽은 줄 알았던 그의 신형이 꿈틀거리는 것이 아닌가?
'크크... 놈들...

나 혼자만 죽을 줄 알았더냐? 모조리 죽여 주마!'
스윽-
지옥혈뇌룡이 악독한 살광을 흘리며

품 속에서 주먹만한 검은 구슬을 꺼내는 것이었으니...
".....?"
갑자기 느껴지는 살기에 돌아선 하후린의 몸이 흠칫했다.
"저것은 벽력굉천뢰!"
하후린은 흑구가 무엇인지 한 눈에 알아본 것이다.

-벽력굉천뢰(霹靂宏天雷)!

화문의 제일지존보로서,

천하에 오직 세 개 밖에 없는 지상 최강의 화기(火器)...
한 번 터졌다 하면

방원 일천 장이 초토화되어 버린다.
"크흐흐,

이것을 알아보는 것을 보니

우력이 어떤지도 잘 알겠군. 죽어랏!"
휘익-
지옥혈뇌룡이 공인처럼 괴소를 터뜨리며 벽력굉천뢰를 던지자

하후린도 소홀히 할 수가 없었다.
"창룡비익술(蒼龍飛翼術)!"
쐐애액-
콰쾅-
하후린이 사아라를 안고 솟구침과 동시에

병력굉천뢰가 터지고,
콰콰콰-
쿠쿠쿠쿠-
천붕지열의 폭음이 천지를 진동하며...
일천 장 이내에 가공할 태양화기가 해일같이 휩쓸고 지나갔다.
"으음..."
하후린이 위험을 느끼고

주위에 철혈제왕호갑기를 일으키며 더욱 신형을 솟구쳤다.

-창룡비익술!
용왕 우(禹)가 남긴 지상 최고의 경공!
제우가 기르고 있던 대창천룡의 비늘로 제조한

창룡보의의 비늘이 퍼지고...
용이 등천하듯.
허공 일천 장 위로 날아오를 수 있는 대창룡의 비익술!
그것이 펼쳐진 것이었다.
하나,
벽력굉천뢰의 가공할 파고력은

그런 하후린의 내부를 뒤흔들 정도였다.
이윽고,
하후린이 천천히 하강했다.
한데,
우르르르-
콰콰콰콰-
대폭설!
수십만 년 간 잠들어 있던 빙설이

벽력굉천뢰의 가공할 위력 앞에 무너져 내리며

눈사태를 야기시키고 있었으니....
"허억!"
하후린의 안색도 이때만큼은 창백하게 굳어졌다.
제 아무리 초극강 고수라 한들

대자연의 엄청난 위력 앞에는 미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기에......
한데,
문득,
"...."
하후린의 눈가에 기광이 스쳤다.
파앗-
산사태가일어난 설봉 위에서

뭔가 동공을 파열시킬 듯한 기광이 솟구친 것이다.
'눈사태가 날 때 밑으로 가는 것은 위험하다.

원시발점으로 가는 것이 그래도 안전한 편이다.'
하후린은 한 차례 심호흡을 하더니
"환상신영비보!"
쇄애액-
마치 학이 날 듯 신형을 비스듬히 뽑아

섬전을 방불케 할 속도로 날아갔다.

-환상신영비보!
불사전황이 남긴 환상의 경공!
그것은 내공이 없는 상태라도,
한 줌의 진기만이 있으면

천 리를 날 수 있는 새의 비보술이었다.
허공 중에 든 채로도 좌우 어디로든 날 수 있는.....

오오...

구 층에 달하는 황금거전!
그것은 불가사의였다.
지상 최고의 대설산... 희

마랍아대산!
하후린이 내려선 곳은 바로 황금거전의  첨탑 부분이었다.
우연찮은 눈사태로 인하여 웅자를 드러낸 황금거전...
"....."
"....."
하후린과 사아라는 어이가 없는 듯 마주보며 천천히 내려섰다.
얼음과 눈의 대설원 속에 묻혔다가 드러난 신비거전,
과연 ...

그 정체는?

"이상하단 말이야..."
하후린은 황금거전의 문 앞에서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천불지존각(天佛至尊閣)>
하후린이 주시하고 있는 것은

문 위에 금강지로 써서 걸어 놓은 편액이었다.
하후린과 사아라는 이미 열흘 동안이나

이곳에서 지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곳은 제왕십로군단 중

천불사원의 성전임에 틀림없다!"
한데,
천불사원이 이곳이라면

그들은 천 년 쟁투에서 승리자가 되기에 충분했거늘 대체....?
그럴 수가!
뉘라서 모르랴...
대소림 탄생 이전에 존재했던 불문의 대종가!
만사(萬邪), 만요(萬妖), 만마(萬魔)의 사악기를 물리치는 천불공으로

악마의 천적이라 불리던 막강 불사가 아닌가?
또한,
그들은 호갑불강기로

무적이라 불리우며 천하 위에 군림하였으니.....
한데,
뭔가 모순이 있지 않은가?
천불사원...
과거,
제왕십로군단의 천불제왕군이자.
당세의 환우십지패인

우주십극천패세 중의 천불패세...

천불사원!
그곳이 위치해 있는 곳은 분명 천축이 아닌가?
만불의 시조지이자,

천불의 성역인 천축,
그곳에 분명히 천불사원은 존재해 있었거늘...
그렇다면,
이곳은 천불사원에 알려지지 않은

또다른 천불류라는 말인데...

십 일.
하후린은 그 동안 천불지존각을 샅샅이 살펴보았다.
구 층인 천불지존각,
일 층과 이 층은 불가에서 무가지보로 치는

선종, 교종, 밀종 등의 수십만 불경이 가득했고,
삼사 층은 마불대서전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는데.
패도나 마도에 가까운

수만 권의 불무비학(佛武秘學)들이 소장되어 있었다.
오륙 층은 환희비선고라 불렀으며,
그곳엔 혼희밀교, 라마교의 사이한 방증미요비술들이

끝도 보이지 않을 만큼 비장되어 있었다.
그 뿐인가?
칠팔 층,

천불대비고에는 천불사원의 천불무학을 소장하고 이썼으니.....

-금불대선공(金佛大禪功)
-금라천불무(金羅天佛舞)
-금강천불호령강(金剛天佛護靈强)
-대천불수(大天佛手)

그것은 이제까지 알려진 천불사원의 가공할 무공 수위마저

몇 배 뛰어넘는 대청불무학들이었다.
하나,
하후린으로 하여금

곤혹에 빠지게 한 것은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오로지 책... 책... 책...
엄청난 분량의 책들만이 있을 뿐 도

무지 천불지존각의 내력이나,
그것이 왜 생겼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분명 뭔가가 있다."
석연치 않은 의문을 품은 하후린은

모든 지혜를 총동원했으나 풀 길이 없었다.
하후린은 뭔가 가느다란 실마리라도 잡은 듯

천불지존각의 꼭대기를 주시했다.
"천불지존각의 높이는 정확히 일백 장,

한데... 아무리 재어봐도 안에서는 구십팔 장이란 말이야."
그렇다면...
이 장에 해당하는 부분은 어디로 연기처럼 사라졌단 말인가?
스슷-
"좋아! 오늘은 기필코 밝혀내고 말리라!"
하후린은 중얼거리며 천불지존각 안으로 사라졌다.
거실,
사방에 빽빽하게 서책들이 들어찬 백여 평 가량의 실내,
하후린은 뚫어지게 천정을 응시하고 있었다.
하후린의 눈에서 휘황한 금광이 번뜩였다.
"천불만자공 중의 금불천안공...

이제야 비로소 완전히 익혔군.

이제까지 불온전해서 구 층까지 뚫어보지 못했지만...

이제 사라진 이 장 부분에 대한 의구심을 풀 수 있으리라."
츠읏-
하후린의 붕안에서 뿜어지는 금광은 기세가 더욱 강렬해졌다.

-천불만자공(天佛卍字功)!

천불의 공...
역시,
불사전황이 남긴 제왕십로군단 중

천불군단을 이끄는데 필요한 불가의 수호 불무(佛武)가 그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에는 한 가지 특이한 불심안이 내재되어 있었다.

-금불천안공(金佛天眼功)!
그것은 일명 세존성불안이라 일컫는 것으로,
만상을 꿰뚫어 투시할 수 있는 특이한 안공이었다.
극성까지 익히면 백 장 이내의

무엇이라도 뚫고 볼 수 있는 투시안을 지닌다.
하후린은 이제껏 그것을 등한시했으나

의혹을 풀기 위해 하루만에 익혀 버린 것이었으니....
츠으으-
하후린의 눈에서 뇌전 같은 금광이 폭사되었다.
"으응... 틈이 없군!"
하후린은 인내하며 계속 투시했다.
삼사 층의 마불대서전,
오륙 층의 환희비선고,
칠팔 층의 천불대서고까지는

하후린의 생각과 달리 빈 공간이 없었다.
"어디..."
츠츳-
오기가 생긴 하후린은 마지막으로 최선을 다 한다는 기분으로

전신의 내공을 모조리 끌어올려 구 층의 첨탑을 투시했다.
순간,
"헉! 저... 저건..."
하후린이 경악한 것은 대체 무엇 때문인가?
보였다.
이제까지는 금불천안공이 구 성밖에 되지 못해 보지 못했으나

하루의 고심참담 끝에 온전히 익히고 나서 투시해 보니

이제까지는 보이지 않던 것이 눈 앞에 나타나 것이었다.
일천 고승들의 불정이 응집되어

유형의 기운으로 변한 일천 개의 사리...
구 층의 천정 위에는

이 장 사이와 그 일천 개의 불정들이

첨탑의 형상을 이루고 있었으니....
하후린은 이제까지 수도 없이

일 층부터 구 층까지 올라가 보았다.
하나,
이제까지 그곳에는 성스러운 불기만이 가득할 뿐

다른 것은 볼 수 없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
십 성의 금불천안공으로 구 층까지를 꿰뚫어 보게 되자

일천 개의 불정으로 이루어진 첩탑의 신비가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때.
스슷스-
첨탑의 신비를 밝히던 하후린의 봉안에

무엇인가 아지랭이 같은 것이 일렁이는 것이 아닌가?

<대성불지안을 얻은 것을 경하하오이다...>

하후린의 입에서 경악으로 물든 탄성이 터져 나왔다.
"사라천기문자..."

오오...
이 말이 진정 사실이란 말인가?

-사라천기문자(沙羅天機文字)!
아득한 태고 시절,
석가모니불이 입멸할 당시

최후의 부력으로 허공에 기를 형성하여 불법을 나타낸 범문,
지금은 사멸한 지 이천 년이 넘었거늘

이 천불지존각의 대기에 띄여 있을 줄이야...
사라천기문자는 조금만 사이한 마음을 지니고 있더라도

결코 눈에 띄지 않는 신비의 문자였다.
하후린이 글을 볼 수 있었던 것은

기실 금불천안공을 십성 연마했기 때문이 아니라

연마 도중에 자신도 모르게

완전히 공(空)과 청정의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진정한 천불의 지존만이 이 글을 보시리라.
과거,
본 천불사원이 제왕벌에 저지른 죄과는 구

천지옥으로 떨어질 만한 대죄오이다.
빈승을 비롯한 일천 천불승의군이 죄를 만분지 일이라도 씻으려

천축에서 십만 리 떨어진 이곳..

대험지에 천불지존각을 세우니...
전황의 후인이시여,
천 년에 걸친 성불지기도

금강불성제왕지신(金剛佛聖帝王之身)을 이루십시오!
진정한 천불지존이 탄생하실 때
지옥대원정로의 선봉이 돌 죄인들이 나서리니.
--- 중략 ---
천불지존께
미천하나마 하나의 불무를 드리오니,
억조창생을 위해 환우에 찬란한 불기를 베푸시길.....
                           악승 천불대성존 읍서.>

"천불 대성존!"
하후린은 묵직한 신음성을 터뜨렸다.
천 년 전,
제왕벌에 등을 돌렸던 천불사원!
당시의 원주가 바로 천불대성존이었던 것이다.
한데,
그런 그가 말년에 참회를 하였고,
천축에서 십만 리 떨어진 이곳 희마랍아대산의 설봉 위에

자신의 일천 천불승의군과 함께 천불지존각을 건립한 후...
그들과 함께 입적한 것이었으니.
하나,
하후린은 계속 놀라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사라라라랑-
사라진 불문에 뒤이어

또 다시 문자들이 나타나고 있었기에.....

<사라금륜천불강>
한 개부터 일백팔 개까지 자유자재로 불정기로 이루어진

금륜을 만들어 내어 호신과 공격을 겹비하는 륜강(輪强)!
일단,
사라금륜천불강을 펼치면

십 장 두께의 금성철벽도 박살내어

흔적조차 사라지게 할 수 있으며,
또한
그 어떤 것에도 파괴 당하지 않는다.
스스스스-
하후린은 환우최강의 불공인 사라금륜천불강의 구결이 나타남에 따라

자신도 모르게 운기를 하기 시작했다.
한데,
바로 그 순간,
쏴아아아아-
천 년 전부터 형성되었던 구 층 첨탑의 일천 개의 불사리....
그 하나하나에 깃들인 불정들이 파천지력으로 화하여

하후린의 체내로 스며드는 것이 아닌가?
"대승반야밀다...

성불만공일...

항마보리불령..."
득도한 고승과도 같이 조정한 하후린의 입에서

은은한 성음이 흘러나옴과 동시.
사라라라앙-
츠으-
전신에서 빛살처럼 퍼져나가는 칠채성광,
오오...
그 장엄함이여...
하후린의 몸은 점차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급기야 섬광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되었다.
천 년의 시공을 두고 수 많은 고승들이 쌓아왔던 불정이

하후린의 몸을 천년불괴지신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만사만악이 어쩌지 못하고,
천 년 불력은 환우에 찬연히 꽃피우리니...
하후린.
그는 천하만불지존으로 탄생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