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제왕벌

제48장 지옥성, 지옥의 저주는 시작되고

오늘의 쉼터 2014. 10. 5. 09:41

제48장 지옥성, 지옥의 저주는 시작되고

 

타클라마칸 사막(塔剋拉牙澗沙漠)!

지상에 지옥이 있다면 바로 이곳이리라!
신화의 지옥엔 팔한과 팔열지옥이 있다고 했다.
타클라마칸사막,
이 지상 최악지는 그 모든 요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었다.
낮,
하늘마저도 태워버릴 듯한 열기가 이글이글 타오른다.
대기는 활화산의 유홍불같이 뜨겁고,
모래의 대지는 모든 것을 녹여 버릴 듯

시뻘겋게 달구어진다.
이런 곳에서 살아 있는 생물을 본다는 것은 기적이리라!
한 마디로...

무생지옥!
바로 그것이었다.

밤,
뼈 속마저 얼려 버릴 정도의 한랭기가

땅거미처럼 사막 전역을 뒤덮었다.
저주스러울 정도의 화기와...
공포스러운 한기가 공존하는 곳...
그곳이 바로 이곳 타클라마칸사막이었다.
그리고,

콰콰우우우-
바람이 분다.
그것은 오직 이곳에서만 부는 죽음의 바람이었다.

-대용권풍!

저주의 화기와 공포의 빙기가 합쳐져 이룩한 죽음의 바람!
그 앞엔 그 어느 것도 온전할 수 없었다.
거치는 모든 것을 부수고 산산이 분해시켜

대기 속으로 흡수하는 죽음의 선풍(旋風)!

사사흑선풍역(死死黑旋風域)!
그런 지명을 가진 죽음의 악지가 이 사막 어딘가에 존재했다.
대용권풍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곳.
콰콰ㅏ카카ㅏ-
코우우우우-
미쳐 있다.
하늘도, 땅도, 모든 것이....
사사흑선풍역의 지형은 끊임없이 변모해가고 있었다.
한 번의 바람이 불면 거대한 사산이 사라지고...
그 반대편엔 하나의 거산이 생성되고...
생물이 존재해 있을 수 없는 온벽한 지옥!
이곳은 바로 지옥이었다.
한 점의 빛줄기도 스며들지 못하는.....
쿠쿠쿠쿠-
천지를 휘말아 버릴 듯 굉렬한 흑사풍 속에서 하

나의 시커먼 물체가 솟아올라 온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츠츠츠츠-
비산해 가는 모래 속으로부터 솟구쳐 오른 거대한 성곽,
검은 죽음의 성!
묵성(墨城)의 둘레는 거의 십 리에 달할 정도였다.
한 점의 생기조차 찾을 수 없는 죽음의 성.
한데,
그 거대한 묵성의 어디에도 성문은 존재하지 않았다.
성곽의높이는 무려 오십여 장이었다.
한데,

문이 없다니...
문득,
쐐애액-
묵성의 안으로부터 날카로운 파공음이 울렸다.
아울러,
스슷-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양

떨어져 내리는 열 개의 묵영이 있었다.
전신은 새까만 흑포로 두른 십 인의 묵인들....
쿠쿵-
그들은 출현하자마자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그 순간,
"크크크, 이제 믿을 놈들이 없다!"
한 줄기.
쇠를 서로 갈아대는 듯한 탁음이

묵성의 전역을 울리며 흘러나왔다.
쿠쿠쿠쿠-
십 리에 달하는 거대한 묵철성을 뒤흔드는 으스스한 괴음.
대체
그의 내력이 얼마나 되기에

이 사사흑선풍역의 대용권풍마저 꿰뚫고 울리는가?
대자연의 힘마저도 무참히 박살내 버리는 초자연적인 괴음,
"지옥제일령이시여... 하명을..."
십 인은 머리를 조아리며 공손히 말문을 열었다.
극악한 혈악기를폭출시키고 있는 십 인의 묵인들...
"크크크, 본제국 휘하의 악마, 요라, 백골, 아수라... 그

 모든 것들이 실패했다!"
"....."
"....."
"제국에서 제왕십로군단의 파멸선봉으로 키운

본 지옥성의 백대지옥혈령(百大地獄血靈)이 나서야 할 차례다."
"...."
"크크크... 지옥십혈룡!

비록... 너희들이 지옥성에서 서열 구십일 위로부터 일백위이나

너희들을 감당할 자,

제왕벌의 공작위의 인물들 정도... 가라!

가서... 대전여황국(對戰女皇國)과 폭풍십로군벌을 깨라!"
"존명!"
"지옥혈세명(血洗命)! 이 목숨 다 바쳐서 충성을..."
십 인의 묵의인들은 깊숙이 대례를 취하고는 얼굴을 들어올렸다.
특이하게도
그들의 동공엔 초점이 없었다.
대신,
그들 십 인의 눈에서는

가공할 혈마기류가 뇌전처럼 폭사되고 있었다.
그것은 영혼을 악마에게 저당 잡힌 자의 눈이었다.
그 댓가로 지옥유부의 무한한 마력을 얻은 눈,

바로 그것이었다.
이윽고, 둥실...
그들의 신형이 동시에 허공으로 떠오르고...
쐐액-
쐐애액-
열 줄기의 묵선이 허공으로 그어졌다.
그들이 가는 곳은 서쪽이었다.

"크크크...

이제껏 제왕이 이단혈(異端血)을 앞세워 제왈벌을 공략했으나...

본 지옥성의 백대지옥혈령이 만들어진 이상

제왕벌의 전위군단인 제왕십로군단을 파멸시키는 것은 식은죽 먹기다!"
예의 탁음은 득의의 미소를 흘린 채

사막의 광풍을 꿇고 울려펴졌다.
"일만 년을 ... 지옥에 갇혀 있던

지옥제국의 염원은 두 달 뒤면 풀리리라!"
쿠쿠쿠-
미친 듯이 휘몰아치는 검은흑선풍!
"본... 지옥성이 할 일은 그 지옥혈인들께서 출관하시기 전...

제왕벌의 잔존세력을 쓸어 버리는 일이다!"
콰우우우우-
대기가 미쳐 광란의 파랑을 일으키고...
"크크크,

위대한 지옥제국이 환우천하 위에 군림하리라!

일만 년을 지상을 다스려 온 제왕벌을 으스러뜨리며... 크카카카."
쿠쿠쿠쿠-
콰콰콰콰-
하늘도, 땅도, 천지가 뒤흔들린다.
그는 지옥제일령이라 불리는 자였고,
이곳은 지옥성이었다.
그리고,
백대지옥혈령이 존재해 있었으며......

-지옥십혈룡!
지옥성이 백대지옥혈령 중

서열 구십일 위부터 일백 위 이내의 지옥사자들!
그들이 세상으로 뛰쳐나온 것이었다.
오오... 지옥혈세!
환우천하 위에 군림하고자

일만 년을 지저에서 보내고 있는 지옥혈인들!
그들의 출관인은 고작 두 달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제왕벌이여!
일만 년을 지상 위에 군림했던 무적패왕천이여!
잠든 사자여...
깨어날지어다.

휘이이잉-
지상에서 가장 높은 곳.
희마랍아대산(希馬拉雅大山)인 성모봉을 가리킨다.
모든 것은 발 아래 있고,
그 위로는 오직 하늘만을 이고 있는 지상 최고봉, 성모봉!
".....'
그 정봉을 밟고 우뚝 서 있는 인영 하나가 있었다.
화르르르-
귓전을 스쳐가는 대빙풍의 한랭함도

그의 신형을 움직이지는 못했다.
단지...
길게 늘어진 긴 수발만이 해초처럼 휘날릴 뿐,
그 사이로 언뜻언뜻 드러나 보이는

환상적인 미안은 황홀하기조차 했다.
수천 개의 별을 함박 담고 있는 성목은

회색의 천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하후린...
지상에 가장 높은 봉우리는 성모봉 하나이듯.
지상에 이런 유의 인물은 오직 그밖엔 없었다.
문득,
"서 있다!

지상 최공봉을 밟고서.. 나 하후린이..."
그렇다!
하후린의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만상이 그의 발 밑에 엎드려 있었다.
"만악(萬嶽) 중 최고봉인 성모봉 같이..

만인 중의 제왕이 되리라! 십전제왕이....."
츠으으-
하후린의 유현한 성목으로부터 집념의 불길이 타올랐다.
"이제... 자신이 있다!

이미 제왕십천무 중 오할을 얻었고

그것은로  충분하다!"
하후린의 전신에 어려 있는 기도!
그것은 제왕의 풍도였다.
이미.
그의 무위는 과거의 제왕벌 최강 고수자인

불사전황에 육박해 들고 있는 상태였다.
"지옥제국...

그들이 어떤 연유로 아직

본격적인 야욕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지는 모르나

그 시기가 임박해 왔다!"
하후린은 단정적으로 확신했다.

그는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제왕의 이단혈이 천 년의 잠 속에서 깨어났고,
그들이 노리는 것은 과거의 제옹십로군단의 파멸임을...
아울러,
그들을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집단인

제왕벌을 영원히 폐쇄시키려 하는 것임을.....
"제왕벌은 갇혀 있으나 그 힘은 천하무적!

그 파천력을 깨울 수 있는 것은 오직

제왕십로군단의 제왕십천무가 합일된

제왕파천무만이 가능하다. 하나..."
하후린의 입가로 싸늘한 조소가 흘렀다.
'후후.

그들은 나의 존재를 모른다.

이미 제왕십로군단이 없어도

지옥제국이 펼친 천년금제를 깨뜨릴 힘이 내게 있다는 것을.....'
휘이이잉-
싸늘한 설풍 속에서

하후린의 눈은 열기로 확산되고 있었다.
"이제 한다!

천불제왕무만 얻는다면... 제왕벌은 열리리라! 연

후, 십전제왕이 되리라.

왕중왕의 천좌에 오를 것이다!

그리고..."
하후린은 짖궂은 미소를 피워물었다.
"지상최강의 철인...

철혈대공작을 어머니의 무덤 앞에 무릎 꿇리는 것으로

나의 제왕지로는 막을 내리리라!"
그의 입가로 어린 풋풋한 미소.
그것은 결코 강자의 여유가 아니었다
하나,
강자존의 철혈율법을 깨달은

진정한 초인만의 미소였으니...
하후린.
그는 강자존의 무림 세계에서

진정한 강자의 도를 깨달은 것이었다.
한데,

문득,
".....'
하후린의 눈가로 기광이 번뜩였다.
하나,
그의 의혹 어린 생각도 잠시였고,
그의 입가로는 곧 스산한 냉소가 번져가고 있었다.
"후후...

감히 처가(妻家)의 성역에서 피를 흘리다니....."
스슷-
쐐애액-
하후린의 신형이 그대로 허공으로 둥실 떠오르더니

가공할 속도로 사라져갔다.
그가 날아가는 곳은 동천이었다.

"차앗!"
"죽어랏! 지옥의 개들..."
파츠츠츠츠-
쐐액-
"크아악!"
"지옥한 계집들...크흑!"
수백 명의 각양각색의 인물들...
비록 부류는 달랐으나 그들의 공통점은

결코 인간답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악마적인 마기를 폭출시키는 마인...
극사의 혈안을 번뜩이는 혈사인들...
강시를 보는 듯 비쩍마른 채 흐느적거리는 유령백인들...
검은 해골을 가슴에 새긴 고루복을 걸친 고루인들...
공통적으로 인간 같지 않은 괴인들은

네 명의 여인들을 포위한 채 공격해 들고 있었다.
네 명의 여인들...
그녀들은 중년, 혹은 칠순의 노파들이었다.
날카로운 예기를폭사시키고 있는 범상치 않은 여인들,
하나같이 초일류의 고수들이었건만

그들은 중과부적으로 괴인들에게 서서히 밀리고 있었다.

전(戰)!
네 여인들의 가슴에는 하나같이 싸울 전자기 수놓아져 있었다.
츠츠츠츠-
콰르르르-
"크흑!"
"크아악!"
육 인의 고루인들이 공격하다가

한 여인의 일검에 모조리 허리가 두 동강으로 갈라지며 나뒹굴었다.
하나,
그녀들도 결코 무사하지는 못했으니....
백, 적, 흑, 청의를 걸치고 있는 네 여인.
이미,
백의 중년미부는 왼팔에 검상이 길게 그어져

핏물이 새하얀 팔뚝을 적신 채 흘러내리고 있었다.
흑의 미부는 복부를 움켜쥐고 있었다.
"으음... 지독한 놈들!"
방금 복부에 일검을 맞은 흑의 미부가 쥐어짜듯 시음을 토했다.
빙 둘러선 채 정신 없이

괴인들이 공격을 막아내고 있는 네 여인의 가운데...
한 명의 백의 여인이 서 있었다.
늘씬한 몸매에...
흑발을 허리까지 치렁치렁 늘어뜨리고.
전신에서는 성스러움과 함께

감히 범접치 못할 기도가 흘렀다.
무공을 모르는듯 한풍에 얼어 발그레한 두 뺨.
상큼한 아미는 날아갈 듯 귀밑가지 뻗었고,
동그랗고 커다란 두 눈에는 백의에 어울리는 순수함과

한없는 지혜의 빛이 어려 있었다.
뿐인가?
늘씬하게 뻗은 키에 봉긋한 가슴과 팽팽한 둔부는

어디 하나 흠잡을 곳조차 없었다.
오히려,
풍만하다고 표현해야 할 아름다운 육체였다.
한데, 지금
백의 소녀는 초조와 당혹으로 고운 아미를 찌푸리고 있었다.
"어머니께서 본 대전여황국(對戰女皇國)의 위급함을 알려 주시라고

저들을 피해 이곳까지 왔건만..."
소녀의 옥용으로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이 무슨 소린가?

대전여황국!
대천산의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여인들만의 나라,..
싸움을 선천적으로 좋아하고,
여인 이외의 모든 것을 배타시 하는 호전적인 여인 집단.
남자라는 존재는 철저히 백안시 하는 금남의 지역,
과거
제왕십로군단의 일원이면서도...
대전여황국은 여타의 세력과는 접촉을 피하고

오직 유리설빙국과만 행동을 같이 했다.
같은 여인끼리만의 집단이었으므로.
한데,
이 백의 소녀가 바로 대전여황국의 여인인 듯했으니.....
"아아... 악인마교와 사사천교, 아수마루, 백골단종,

그들이 지옥십렬룡이란 자들과 보군을 와해하다니...

유리설빙국에 원군을 청하려

대전사신모(對戰四神母)와 함께 탈출했거늘..."
전장을 둘러보는 그녀의 봉목은 안타깝게 떨리고 있었다.

-대전사신모!
대전여황국의 최고원로들이었다.
대대로,
대전여황국의 지존여후를 가리키는 존사(尊師)로서,
또한
대전여황국의 수호신으로 존재해 왔던 신비의 여전사들...

-혈천파파(血戰婆婆)!
-전모(戰母)!
-천수여제(千手女帝)!
-무적검후(無敵劍后)!

여인 이전에
일대일로서 천하에 두려울 것이 없다는 무

적의 여전사들이 바로 그녀들이었다.
수공(手功), 검무(劍武), 불퇴전의 철혈기.....
각기
한 방면에서 일가를 능히 이룬 여인들......
또한
그녀들은 과거 제왕벌로부터 자신들의 선조로부터 이어받은

제왕후작위를 지닌 제왕여인들이었으니......
한데,
그녀들이 이 오지에서

한 소녀를 보호하고자 혈투를 벌이고 있다니....
더구나
그녀들은 이미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위태한 지경에 국면해 있었다.
"크크, 년들은 지쳤다. 일제히 공격하라!"
"크크크, 저 날카로운 검은 장미는 본 사사천교에서 잡숴 주마!"
"켈켈켈, 악인마교에선 노소를 가리지 않지."
츠츠츳-
괴인들은 일제히 기력이 쇄진한 대전사신모를 향해 덮쳐들었다.
그들의 눈은 야수처럼 번들거리고 있었다.
이미,
사십이 넘은 대전사신모였지만......
찢겨진 옷자락 사이로 드러나는 풍

염한 육체는 농밀함의 극치였으니......
"추잡한 개들!"
"더러운 잡종놈들!"
대전사신모는 노성을 지르며

마지막 기력마저 모조리 끌어올렸다.
쩌엉-
"무적 파천검무!"
무적검후의 장심에서 새하얀 백검이 낙뢰처럼 폭발하고...
"혈봉파천류!"
혈전파파의 노인답지 않은 섬세한 교수가

우뢰성을 동반한 채 날았다.
콰크르르르르르-
이어,
츠파파팟-
천수여제!
일천 개의 손에서 폭산하는

날카로운 비검, 비표, 비도는 대기를 가르고.....
"호호호, 싸움에 있어 무러섬은 곧 죽음!

전신천탄갑(戰神天彈甲)!"
전모는 두 손으로 가슴을 감싸안으며

그대로 괴인들 속으로 폭풍같이 돌격해 갔다.
츠와아아아-
피피피핑-
쿠르르콰콰-
츠츠츳-
가히,
그것은 폭풍 같은 기세로 짓쳐나가는 파천의 위력이었다.
일순,
쿠쿠쿠콰앙-
양측의 기세가 격돌하며

천붕지열의 대파멸음이 터져오르고,
"크아악!"
"캐애액!"
"크흑!"
"허억!"
설원의 백설은 일천 장을 솟구치며 안개처럼 번져나가고,
그 사이로 처절한 단말마가 줄지어 터져나왔다.
이윽고,
일 다경의 시각이 흐르고 난 후,
드러나는 장내.
오오...

이토록 끔찍할 수가.....
새카맣게 타죽고,
묵사발이 되어 분육시가 되어뒹굴고,
미간이 날카롭게 균열되어 죽고,
괴인들은 겨우 십여 명이 살아 있을 정도였다.
그나마,
성한 자는 하나도 없이....
하나.
대전사신모도 결코 무사하지는 못했다.
"으음..."
"울컥!"
그녀들의 안색은 밀랍같이 창백해져 있었고,
피부는 거미줄같이 갈라진 채 핏물이 흐르고 있었다.
"파파!"
백의 소녀는 황급히 비틀거리는 혈전파파를 부축했다.
"울컥, 소황녀, 어서 피하시게!"
혈전파파가 피를 토하며 말하자

백의 소녀는 고개를 도리질했다.
"안돼요, 파파를 두고 어찌...."
소녀는 이번에는 전모를 부축했다.
"모모, 힘 내세요."
전모는 고개를 저으며 분노의 탄식을 토했다.
"이곳만 넘으면 유리설빙국이거늘..

여기까지 와서 당하다니..."
이때.
스스슷-
갑자기 장내로 열 명의 묵의인이 날아내렸다.
츠으으으-
물씬 죽음의 내음을 풍기며 그들은 그렇게 서 있었다.
"지옥 십혈룡!"
"네놈들이 이곳까지 쫓아오다니....."
"그렇다면... 본국이 벌써 네놈들의 손에....."
열 명의 묵의인들을 본 대전사신모는

부르르 교구를 떨며 신음했다.
"크크크, 대전여황국엔...

위대하신 지옥제국의 소종사이신

혈해잠룡 소종사께서 접수하고 계시지."
묵의인 중 선두의 인물이

스산한 마후를 터뜨리며 조소를 흘렸다.
"흐흐, 저 계집이 유리설빙국에 닿기 전

알아서 처리하라는 명을 내리셨기에...

본좌들이 직접 왔다."
츠으으-
묵의인들의 저신에서 일순 가공할 묵기류가 흐름과 동시.
푸화확-
그들의 전신을 가리고 있던 목포가 폭죽처럼 터져오르고......
오오...

드러나는 그들의 실체.....
핏빛의 혈인!
그들 십 인의 전신은 용의 비늘인 듯한

혈린갑주로 감싸여져 있었다.
"흐흐흐,

왜 우리들을 지옥혈룡이라 부르는지 알게 되리라!"
십 인의 혈인들.
공포의 살기를 흘리고 있는 그들은

천천히 자신들의 명호를 부르고 있었다.
지옥 십혈롱!
-지옥혈마룡(地獄血魔龍)!
-지옥혈패(覇)룡!
-지옥혈사(邪)룡!
-지옥혈검(劍)룡!
-지옥혈뇌(雷)룡!
-지옥혈비(飛)룡!
-지옥혈도(刀)룡!
-지옥혈미(美)룡!
-지옥혈조(爪)룡!
-지옥혈악(惡)룡!

"크크크, 네년들을 잡숴 준 후,

유리설빙국의 특미도 곧 포식할 것이니...

너무 서러워 마라!"
지옥혈마룡은 야수같이 번들거리는 시선으로

전모의 뜯겨진 옷 사이를 훔쳐보며 다가들었다.
"아....."
그들이 다가서자 대전사신모는

그대로 옥용을 딱딱하게 굳혔다.
'평소라도... 일 대일이라면 모를까 한데... 지금 상태로는...'
백의 소녀의 안색도 절망감으로 물들어 있었다.
'아아... 유리설빙국을 눈 앞에 두고...

화빙언니와 금령설빙여전들이라면...

본국의 위난을 해소할 수 있건만...'
스스-
츠으으-
지옥십혈룡은 이들의 안색을 보면서

상대의 공포를 음미하듯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들었다.
지옥에서 온 열 마리 혈룡들.....
그리고,
그들의 추격을 받아 얼음과 눈의 세계로 날아든

대전여황국의 소황녀!
과연 운명의 여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