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제왕벌

제47장 얼음 지옥의 기연(奇綠), 설원의 정사(情事)

오늘의 쉼터 2014. 10. 5. 09:39

 

제47장 얼음 지옥의 기연(奇綠), 설원의 정사(情事)

 

 

 

- 아이야,
일어나거라.
불사전황의 후예가 엄살이나 피우다니......


한 소리...
꿈결이었을까?
자상한 어머니의 꾸중인 듯 들려오는 음성엔

짙은 자애로움이 스며 있었다.
"......'
하후린,
그는 반짝 성목을 떴다.
그가 처음으로 느낀 것은 매우 춥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창자가 얼어붙어 쪼그라들 정도로.....
"에취!"
급기야.
하후린은 난생 처음 재채기라는 것을 해 보았다.
과거
천령삼인촌에선 발가벗고

설원을 뛰어놓았던 그가 아니었던가?
천령삼인촌에는 희귀한 영약들만을 보관해 놓은 천삼고가 있었다.
어린 하후린은 외할아버지인 궁단무의 뒤를 따라

그곳에 숨어가 무수한 영초기약을 훔쳐 먹었고.
그 덕분에 감기는커녕 재채기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게 자라온 그였거늘.....
뿐인가?
그 넘치는 양정(陽精)은 능히 일천 첩을 거느릴 정도가 아니었던가?
한데,
그런 하후린이 재채기를 하며 취위에 떨고 있었으니.....
"으으..... 얼음지옥에라도 온 것일까?"
하후린은 신형을 움츠리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천정은 능히 일 장이 넘는 거대한

고드름으로 빽빽이 들어차 있었고,
바닥 또한 무엇이든지 붙어 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가공할 유리 빙판이 깔려 있었다.
또한,
스으스으-
빙동의 내부를 안개처럼 휘저어가는 살인적인 빙무!
그것은 미증유의 한파를 하후린의 체내로 밀어넣고 있었다.
"으으... 딱딱!"
어지간한 하후린초자 이가 마주칠 정도였으니......
"만년 빙동!

이... 얼음 지옥이 존재해 있다니....."
그는 절망의 탄식을 터뜨렸다.
일명 천지빙정파멸지(天地氷精破滅地)!
민상의 그 무엇이라 할지라도

얼음가루로 부숴버리고야 마는 전설의 얼음지옥!
그안에 하후린이 와 있었던 것이다.
물론,
평소의 그라면 이런 한랭함 정도로

이리 요란을 떨지는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불사전황이 남긴 최강절학(絶學), 불사 적룡파천수폭강!
그것을 극대로 펼쳐 손실된 가공할 공력과,
유리성전이 폭파되면서 펼쳐든 무수한 파편들.
지저가 붕괴되면서 떨어져 버린 충격들.
그 모든 것은 그의 내면을 뒤틀리게 하기엔 충분한 것이었다.
물론,
그의 외부는 흠집 하나 없었다.
창룡보의(蒼龍寶衣)로 감싸져 있었기에.....
이미,
심각한 내상을 입은 하후린에게

만녀빙동의 천년한빙무(寒氷霧)는 치명적인 살인빙기가 되어

그의 내부를 서서히 얼려가고 있었으니.....
"으으....."
하후린은 전신을 움츠리며 가물가물해지는

정신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 초인적인 인내력을 발휘해야 했다.
한데,
환청이었을까?

-호호! 아가가 추운 모양이로구나!

한 소리,
어머니에게서나 들을 수 있을 정도의

포근한 음성이 하후린의 귓가로 스며드는 것이 아닌가?
"....."
하후린은 감겨드는 눈을 치뜨며 좌측 벽면을 주시했다.
그의 직감은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이... 얼음 속에....."
하후린은 가물거리는 동공 속으로 투영되는

하나의 인영이 있었다.
유리처럼 투명한 얼음의 벽 속에 들어 앉아 있는 인영 하나.....
여인이었다.
고대의 복장을 한 궁장차림의 여인.
그대로,
하나의 얼음조각을 깎아만든

유리인형 같은 여인이었다.
사십대 중반의 미부.
여인에게서는 얼음장 같은 냉혹한 한기와

중년 여인의 그윽한 자비로움이 동시에 느껴지고 있었다.
그와 함께
하후린을 기가 막히게 한 것은

분명 중년미부는 죽은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입화(立化)한 시신.
한데,

-호호,
불사전황이 아가를 허약하게 키웠나 보구나.
걱정 말아라.
네게 천 년의 빙정(氷精)을 줄 터이니.....

하후린은 더 이상 놀라지 않았다.
"당신은 누구시오? 또 이곳은 어디요?"
그는 불사전황을 만났을 때에도 이런 일을 겪었지 않은가?
그때.

-쯔쯧!
아가는 머리가 나쁘구나.
그 주변머리 없는 양반이

나에 대해 얘기를 안해 주었더냐?

"아! 유리성모 할머니시군요?"
그제서야 하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오... 그렇다!

유리성모!
바로 그녀였다.
천 년 전,

그녀는 바로 눈과 얼음의 지배자였다.
아울러,

그녀는 여인의 몸이었기에

당연히 한 사내를 사랑했었으니.

불사전황!
그를......
직책상으로는 상관이었으나,
여인은 그를 사내로서 사랑했던 것이었다.
하나,
"후훗-

그 무공만을 최고로 치는 무뚝뚝한 사부를 사랑하셨다는

별 볼일 없는 할머니셨군요!"
하후린의 말처럼,
불사전황은 유리성모의 그런 애틋한 여심을 알리가 없었고,
결국,
그의 무관심에 유리성모는 사랑의 결실이 맺어질 수 없다는 아픔을 안고

유리빙설국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결국,
불사전황의 곤란에도 그

녀는 결코 구원의 손길을 뻗치지 않았으니......
-고약스런 아이로구나!
나의 아픈 가슴을 또다시 찌르다니.
그래, 아가 말이 맞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아가를 통해 하나로 될 수 있으니.
아쉬운대로 후회는 없다!
유리빙설국의 국후와 전황의 후예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

"아이구, 할머니!

다 좋다구요. 일처가 아니라 천첩도 좋으니...

제발 이 추위 좀 어떻게...... 얼어 죽는다구요!"
하후린은 이를 딱딱 마주치며 고성을 질렀다.

-호호, 엄살두......
그래, 어차피 아가에게 주려고 한 것이니.....

예의 자비로운 음성이 울리고,
빠지직-
유리성모의 시신이 묻혀 있던 좌측 빙벽이

그대로 균열을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그에 이어,
푸스스스스-
빙벽은 그대로 부서져 모래가루처럼 떨어져 내리고,
그 사이로 들어나는 유리성모의 실체!
여인은 얼음의 여왕이었다.
수정을 조각한 듯 각이 진 빙안!
고풍스러운 전포는 여인에게 강인한 철혈기를 풍겨 주고 있었다.
살포시 미소 짓고 있는 얼굴에 어린 것은

아들을 보고 웃고 있는 자애로운 모친의 미소였다.
초점 없이 풀어진 동공이었고,
한 점의 생기조차 없는 죽은 시신이었지만...
'어머니...'
하후린은 얼굴도 채 익지 않은 채 죽은

자신의 모친을 그리고 있었다.
한데,

바로 그 때였다.
돌연,
스스스스-
유리성모의 시신으로부터 새하얀 백무가

안개처럼 번져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하후린의 전신을 감싸들었고,
"으... 윽, 추.. 추워....."
백무가 피부에 닿고 하후린은 신음마저 흘리고 말았다.
심장마저 열려 버릴 듯한 가공할 냉기가

그 백무 속에서 내재되어 있었던 것이다.

-호호...
그것은 본녀가 일평생 눈과 얼음의 세계에서 이룬 천년빙정이란다.

"천년... 빙정!"
유리성모의 심령어에 하후린은 대경실색하고 말았다.
천년빙정!
말 그대로 일천 년의 시공을 만년빙동에서 살며

흡취할 수 있다는 설빙의 정화가 그것이었다.
한 줌의 빙기만으로도.
방원 일백 장 이내를 얼음지옥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빙한계의 무가지보(無價之寶)!
그것이 하후린의 체내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었다.
가공할,

이제껏 느낄 수 없는 최악의 고통을 수반한 채.....
"아이쿠, 할머니! 날 얼려 죽일 참이에요?"
하후린은 거의 혼절할 지경이었다.
하나,

-고약한 아이 같으니.....
아직 시집도 안 간 내게 할머니라니?

유리성모는 천년 빙정무를 폭출시키며

하후린에게 못마땅한 듯 혀를 찼다.
이에,
그녀는 추위에 몸부림치는 하후린의 마음 속으로

자애로운 심어(心語)를 보냈다.

-천년빙정을 다스릴 천년빙결을 가지고 있지 않느냐?

"천년... 빙폭풍(千年氷暴風)?"

-호호,
그렇다. 아가야.
그것은 본녀가 불사전황에게 준 것이란다!
그 멍청이는 본녀의 마음인 줄은 모르고

그저 나머지 아홉 개와 동류로 취급했지만...

'불사...

전황을 멍청이로 부를 사람은 유리성모님 밖엔 없으리라!'
하후린은 내심 고소를 지었다.
아울러,

그는 천천히 불사전황이 남긴

제왕십무류 중 천년빙결을 운용했다.
스스스스-
천년빙정무는 솜에 물이 스며들 듯

하후린의 모공으로 빨려들어갔다.

천년빙폭풍!
그것은 운래의 제왕십무류보다 한 단계 높은 무적빙강결이었다.
제왕십무류는 제왕십로군단의 천공들이 지닌 것들보단

한 수 아래의 무공들이었다.
단지.
그 제왕십무류를 알고 있다는 것은

불사전황의 후예라는 것만을 뜻할 뿐.
하나,
천년빙폭만은 달랐다.
원래,
제왕십로군단의 제왕천공들은

각기 하나씩의 무적일류를 소유한 초일류들이었다.
오직 그들만이 지릴 수 있는 특이한... 

십천 제왕무라 총칭되는 천무(天武)!
그런데.
유리성모는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천년빙폭풍의 구결을

불사전황에게 주었던 것이다.
자신의 애틋한 사랑과 함께.
그러나,
불사전황은 아무 뜻도 없이

그것을 자신이 알고 있던 제왕십무류에 섞어 동일시해 버렸고,
그녀에겐 한 번의 눈길조차 주지 않았으니......
유리성모는 시각이 지나면서

그를 배신한 것을 후회하였고.
언젠가
제왕벌을 열 임무를 띤 불사전황의 후예가 유

리빙설국을 찾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예언할 수 있었다.
결국,
그녀는 만년빙정에 자신의 몸을 묻은 채

천 년의 잠에 빠져든 것이었다.
몸으로는 천년빙정을 이루고.
그녀의 영혼은 천 년의 잠에서 깨어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예견은 적중한 것이었다.
유리성전이 무너지며 폭발한 대파멸 속에

유리성모는 깨어난 것이었고.,
지저로 떨어져 내린는 하후린을

염력으로서 만년빙동으로 끌어들인 것이었으니...

-아가야.
부디 대공을 성취하고 제왕벌을 열어...

왕중왕... 십전제왕이 되거라...
그리고...
본녀의 후예를 거두어... 주길.....

유리성모의 심령음은 점차 흐릿해져 갔고.....
급기야 그것은 아주 끊기고 말았다.
'못다 이룬 사랑...

꼭 냉화빙 누님을 행복하게 해 주겠습니다.

할머님, 편안히 잠드시어, 지하에서나마 불사전황,

그 눈치 없는 할아버지와 꼭 이루어지시기를.....'
하후린은 유리성모의 천세심령기가 다했음을 느끼며

마음 속으로 기원했다.

스스스슷-
천년빙정무는 하후린의 체내로 급격히 스며들고 있었다.
그에 비례하여,
그의 신형은 유리처럼 투명해져 가고,
그것은 천년빙폭풍의 극을 향해 치달리고 있는 현상이었다.
십이성 대성하면 그래도 투명한 유리와도 같이

자신의 신형이 사라지고야 마는...

천년의 빙공!

천년설인의 탄생!
그것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천 년 이전의 사랑을 시발로.....

달,
설야의 월경보다 아름다운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현공의 중앙에 박혀 금무리를 발하고,
대지는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하얀 눈속에 감춰져 있다.
그 위로...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월광이 있고,
월광을 받은 백설은 금무리에 휘감기어

신비로운 무지개 빛으로 반짝인다.
그것도,

끝이 보이지 않는 대설원 전부를.....
대자연만이 연출할 수 있는 극미로움.
한데,
그런데 말이다.
있었다!
그 모든 것보다 아름다운 무엇이

대자연의 야경 속에 존재해 있었던 것이었다.
"......"
설원 위에서.
홀로 현광을 올려보고 있는 여인을 본 적이 있는가?
추녀일지라도 아름다와 보인다는 것이 월하여인일진대.
눈 속에 핀 한떨기 백국화와도 같이

청초하면서도 아름답기 그지없는 미녀라면?
오오...

월하미인도!
그것은 차라리 한 폭의 그린 듯한 선화(仙畵)였다.
부서져 내리는 은하의 폭포수 속에 서 있는 월녀.
달마저도 고개를 숙이고,
대자연도 숨을 멈춘다.
여인...
눈의 여인인 듯 성결스럽다.

-유리설빙후 냉화빙!
얼음과 눈의 지배자, 유리설빙국!
그 신비국의 국후가 되는 여인이었다.
문득,
그녀의 맑은 눈망울에 한 줄기 그리움이 솟구쳐 오른다.
"린....."
한 줄기 옥음이 새어나왔다.
달은,

어느덧 한 인간의 영상을 담고 있었다.
시리도록 아름다운 사내.
비록 어리나 태산 같은 장중함을 지녔었고,
약간은 짖궂으며 가벼워 보였어도,
한 목숨 희생으로 타인의 생명을 살리는 열혈을 지닌 사내.
"흑, 린..."
여인은 또르륵 눈물을 떨구며 흐느꼈다.
비록,

한 번의 만남이었으나.
지난 이십삼 년 간의 시공만큼이나

그를 생각해야 했던 지난 십일.....
그 시각은 그리움의 나날이었다.
그녀는 사랑에 빠졌던 것이었다.
하나,
죽은 님을 어이 만나리.
"사랑해요, 린.....'
여인은 달 속의 정랑을 향해 미소지었다.
그리고,
여인의 옥용엔 서서히 얼음이 깔리기 시작했다.
"이제...

당신의 죽음과 함께 천첩의 여인의 의미는 끊겼어요.

지옥파멸로를 걷겠어요!

그리고.. 당신의 뒤를 따르겠어요! 린..."
유리설빙후 냉화빙!
여인은 이가 살 속에 파고드는 아픔도 잊은 채

꼬옥 입술을 깨물었다.
여인은 지금부터 스스로 여인임을 포기함을 선언했다.
하나,
모든 일은 인간의 뜻대로만은 되지 않는 것이니....
설원의 일각.
투명하여 신체는 보이지 않으나

격동에 떠는 한 쌍의 열기 어린 눈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스스-
그것은 이내 하나의 형상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화빙누님... 그

대가 나를 그토록이나 생각해 주다니....'
환희...

주체할 수 없는 사랑에 신형마저 떨린다.
완전히 드러난 실체...
하후린!
바로 그였다.
만년빙동에서 천년빙폭풍을 극성으로 이르도록 연마하고 나타난 하후린.
'아아... 나의 여인...'
하후린은 물씬 사랑의 불길이 치솟음을 느끼며 신형을 움직였다.
순간,
상념에 젖어 있던 냉화빙은

문득 이상함을 느끼며 교구를 틀었다.
"누구......?"
그녀는 말을 채 잇지 못했다.
예의 치기 어린 것 같은 미소와...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물씬 풍기는

미청년의 모습이 눈으로 흡입되고.....
"당신... 린..."
냉화빙은 교구를 파르르 떨었다.
불신 어린 그녀의 봉목은 경악으로 치떠졌고,
하후린은 천천히 그녀의 앞으로 다가섰다.
"....."
"......'
격동이 두 남녀의 사이를 흐르고,
"훗- 내가 죽은 줄 알았나 보지?"
하후린의 뜻깊은 말투와 함께

그의 한쪽 눈이 장난스레 찡긋거렸다.
'그래... 꿈이 아니야...'
여인의 봉목은 환희의 물결이 넘실거렸다.
"린... 당신... 흡!"
여인은 말을 하지 못했다.
입술이 막혀 있는데 어찌 말을 할 수 있으랴?
'아아... 린...'
남자의 뜨거운 입김이

그녀의 여린 꽃잎을 타고 흘러들어왔다.
입맞춤.
난생 처음으로 느끼는 홍홀감에

냉화빙은 정신이 아득해져 옴을 느꼈다.
영겁을 떨어지지 않을 듯 얽혀 있던 두 여인,
문득,
하후린은 그녀의 교구에서 신형을 떼었다.
".....?"
한참 황홀지경을 헤매던 냉화빙의 시선에 의혹이 어렸다.
한데.
"응! 화빙누님의 알몸을 보고 싶은데!"
하후린의 천연덕스런 말에

냉화빙의 옥용은 노을처럼 물들어갔다.
"아이... 여기서 어떻게..."
월하의 미녀 나신...
"어서... 린은 보고 싶다고..."
하후린의 채근에 냉화빙은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푹 숙였다.
죽은 줄 알았던 꿈 속의 낭군...
죽음으로 뒤를 쫓을 결심까지 했던 그녀가 아니었던가?
'저 분이... 원하시는 것이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사내가 보여달라는 데에야...
냉화빙은 천천히 옷고름으로 옥수를 가져갔다.
이윽고,
툭투툭-
사를르르-
매미가 허물을 벗듯.
냉화빙의 유리같이 투명하며

매끄러운 살결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아... 진정 얼음의 여신...'
하후린은 넋을 잃고 말았다.
쏟아져 내리는 은하의 폭포수 사이로...
억겁의 시공을 두고 만인의 장공이 다듬은 듯

환상적인 얼음의 조각품!
웬만한 여인이라면 눈도 돌리지 않는 하후린이건만.
그의 눈썹이 파르르 떨리게 만들 만큼

냉화빙의 나신은 폭발적인 미염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빙기옥골의 피부...
팽팽하게 부풀어오른 젖가슴의 융기와

그 위에 수줍게 떨고 있는 붉은 앵두.
끊어질 듯 가는 세류요.
그 아래,
풍요롭게 벌어진 둔부가 절로 숨을 죽이게 만들고,
팽팽하게 탄력이 넘치는 우유빛의 옥주.
하복부의 끝,
아아...

미끈하게 뻗어내린 허벅지 사이의 밀림.
부드럽고 소담스레 덮여있는...
"으음..."
하후린은 절로 침음성을 삼켰다.
혈기왕성한 청년,
더우기,
유밀백종무심결로 잠재웠다 하나

그의 내부에 잠재해 있는 미증유의 양기는

그대로 폭발할 듯 끓어오른다.
일순,
그의 하체 일부가 끊어질 듯 아파오고,
"후훗!

정말... 아름다운 몸이오. 화빙누님!"
싱긋 미소를 지으며

하후린은 냉화빙의 알몸을 덥썩 안았다.
"린..."
냉화빙은 낮게 비음을 토하며

그 자리에 무너져 내렸다.
여인의 성......
이십삼 년을 굳게 닫혀졌던 여인지문이 활작 열리고,
잔인한 해일이 사정없이

원시의 비림을 마구 헤집기 시작했다.
팽팽하게 솟아오른 둔덕이 힘겹게 눌려지며.....
"아흑!"
여인은 난생 처음 맞이하는

파괴의 아픔에 아미를 찌푸렸다.
하나,
그것 뿐이었다.
너무도 거대한 사랑을...

여인은 가슴에 안은 것만으로도 벅차오르는 희열을 느꼈고,
그것으로서 여인은 모든 아픔을 감내할 수 있었다.
등 뒤로 느껴오는 차디찬 눈의 감촉도...
연신 허벅지를 열어젖히며

성난 들소처럼 밀려드는 고통의 해일도...
하나,

고통은 순간이었다.
"학...아아... 린..."
여인은 몸으로서 사랑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것은 이제껏 체험하지 못했던 미증유의 열락이었다.
"흐윽... 아아... 더... 아흑!"
여인은 손을 뻗었다.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여인은 열기를 식히려는 듯,

눈더이를 움켜쥐며 사내의 등을 부여 안았다.
"헉헉!"
"으흥...린...마음껏... 가지세요...

린... 나의 님이시여..."
여인은 미쳐가고 있었다.
저 맑은 달무리..
그 빛을 받아 반짝이는 설원의 무지개빛 은광...
그 모든 것은 환상이었다.
어느 한 순간,
"하아악! 린..."
여인은 폭죽처럼 번져오르는 환상의 무지개 속으로

한없이 빨려드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설원은 뜨겁게 달구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