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제왕벌

제45장 염시(艶屍)와의 싸움

오늘의 쉼터 2014. 10. 5. 09:33

 

제45장 염시(艶屍)와의 싸움

 

 

 

'그래! 맘놓고 웃어라. 곧 죽을 놈이니까.'
하후린은 살심을 굳혔다.
"흐흐, 어서 깨어나라!

본좌가 죽어서나마 너희들을 기쁘게 해줄 테니까....."
아수라백작의 욕염에 들뜬 목소리가 채 사라지기도 전,
"후후, 어지간히 더러운 놈이군.

시간(屍姦)까지 하겠다구?"
느닷없이 들려오는 싸늘한 살음.
"허억!"
아수라백작은 헛바람을 삼키며 팽이처럼 신형을 회전시켰다
"너... 너는?"
그는 아예 어이가 없었다.
'저 조그만 꼬마놈이 본좌의 일장 이내에 들어오도록 몰랐다니!'
이백오십 년 묵은 능구렁이 같은 아수라백작은

도저히 현실을 믿을 수 없었다.
그의 눈 앞,
십육칠 세 가량의 미청년이 서 있었다.
푸른 창의를 차려 입은 여인보다 아름다운 하후린이었다
그의 눈가로는 한기 어린 살광이 뿜어나오고 있었다.
"후후... 감히 눈과 얼음의 성지에서

이런 천인공노할 일을 저지르다니...

백 번 죽여도 시원찮을 늙은이로다."
"늙은이? 이.. 쥐방울만한 애송이가....."
처음엔 아예 어이가 없었다.
그러다가
그것은 분노로 바뀌로 분노는 주체할 수 없는 살심으로 변했다.
"죽어랏! 아수라혈파라강!"
푸화악-
아수라백작의 신형에서 일순 가공할 혈기류가 폭출되며

하후린의 전신으로 쇄도해 들어왔다.
숨쉬기조차 곤란할 정도의 아수마기!
하나 하후린은 손을 들어 올렸다.
"후후... 늙은이 이것을 보겠소?"
화르르르-
그의 손가락에 어리는 현란한 불꽃.
"태양천폭파황류의 변형인 화강지(火强指)라는 것인데... 타앗!"
쩌렁한 하후린의 대갈이 터지며.
슈아앗-
쿠쿠쿠쿠-
일직선으로 뻗어가는 화강지에 닿은 혈기류는

그 자리에서 산산히 부서졌다.
"크흑! 이럴 수가......'
어깨죽지를 쥐고 오장 밖으로 퉁겨져 나간 아수라백작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연신 신음을 발했다.
그러면서도.
'노부의 상대가 아니다! 그렇다면......'
늙은 생강이 맵다고 했듯,
아수라백작은 두 눈을 혈호로 돌리더니 별안간,
"우우우! 일어나라.

나는 너희들의 신.. 일어나라.. 일어나라.."
인간의 심혼을 갈가리 찢어버리는 사후가 터져나왔다.
순간,
부르르르-
휘이잉-
혈호가 광란하기 시작했다.
그와 아울러,
끼이이-
끼익-
혈관의 뚜껑들이 스르르 열리기 시작하여

일제히 손들이 나왔다.
하얀 실핏줄마저 보일 정도로 투명한 여인의 교수.
이어 드러나는 여체.
오오......
저것을 어찌 인간이 감당하랴!
둔부까지 흘러내리는 검은 머리카락만이 중요한 부분을 가렸을 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백팔 명의 나녀들.....

아수라혈염미령시(阿修羅血艶美靈屍)!
하늘마저도 침을 흘리며 덤비게 할 수 있다는

패천(覇天)의 요물들이 신비를 드러낸 것이었다.
아수라혈염미령시!
스스스-
우우우웅-
혈관을 박차고 흐느적거리며 다가서는 그녀들의 자태는

가히 폭발적인 염색을 흩뿌린다.
"우우... 나는 너희들의 주인...

저 애송이의 피를 말려라!"
아수라백작의 입에서는 연신 섬뜩할 아수라마후가 뿜어져 나오고.
눈!
시뻘겋게 충혈된 눈에서는 푸

르스름한 시퍼런 청광이 일렁인다.
그러자,
"호호호..."
"까르르..."
백팔 나녀들이 알아들었다는 듯

요소를 터뜨리며 하후린을 감싸기 시작했다.
일순,
"헉!"
하후린은 대경실색하고 말았다.
뜻밖의 눈요기 거리에 싱글거리던 그의 표정에는

어느듯 열기가 어려 있었다.
'이... 이럴 수가!

점점 내공이 흩어진다. 이...이러면...'
아아... 초절륜의 정력을 가지고 있는 하후린마저

백팔나녀의 한 가닥 요소에 심혼이 진탕되며

가슴 밑바닥에서 엄청난 열류가 치솟는 것이 아닌가?
하나,
그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호호호..."
"까르르..."
오오...
너울너울 나비가 꽃을 탐하듯 춤을 추기 시작했다.
출렁거리는 풍염한 유방,
둔부까지 내려온 치렁한 흑발이 흔들거릴 때마다

여인의 신비림이 드러났다 사라지고.....
살짝 포개졌다 활짝 벌어지는 대리석 옥주이 현란함이여....
"헉헉!"
어느 새
하후린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입에서는 거친 야성의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수라백작!
한 옆에 서서 아수라혈염미령시를 부르고 있는 그는

득의로운 미소를 머금었다.
"흐흐... 제깟 놈이 그러면 그렇지!"
아수라백작은 더욱 백팔나녀를 재촉했다.
"아수라의 제황으로서 명하노니...

너희들의 재물로써 저놈을 죽여라!'
그의 말에 답하듯 나녀들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졌다.
"호호호..."
"호호호..."
염기 어린 교소가 사위를 뒤덮기 시작했다.
백팔나녀는 서로 짝을 지어 흐느적거렸다.
상대의 젖가슴을 간지르고
여인의 비밀지문을 서로 문지른다.
"하아... 하아..."
"흐으응..."
앵두 같은 입술에서는

연신 숨 넘어가는 교성이 흘러나오고...
"헉헉..."
그와 비례하여 하후린은 더욱 타올랐다.
아아... 아수라혈염미령시!
고금 이래 한 번도 등장치 못햇던 가공할 염시의 위력!
하후린마저 이럴 정도라면?
오오... 보인다!
나녀의 숨결에 광기어린 숨을 토하며 광란하는 천하가.....
하나,
하후린
그는 범인과는 달랐다.
눈은 튀어나올 듯 충혈되어 있고,
전신 혈관은 터져버릴 듯이 팽창되어 있어도

처음의 자리에서 꼼짝도 안하고 있었다.
'으으... 실수... 저들을 처음부터... 부숴버리는... 것....'
가물거리는 이지를 붙잡으며

하후린은 최대한 심력을 일으켰다.
그러나,
봇물 터지듯 밀려드는 가공할 열류에

점차 무너져 가는 자신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자신과의 싸움.
이것은 타인과의 싸움이 아닌 자신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인간 한계의 싸움인 것이다.
어느 새,
하후린의 악다문 입술은 터져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한 번의 방심.
상대를 경시하여 얻어진 결과로는 참혹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때,
"흐으응....."
"하아... 아..."
백팔나년들은 연신 교음을 발하며

하후린에게로 다가들었다.
눈 앞에까지 다가왔다가는 재빨리 물러나고,
풍염한 유방을 문지르다간 옥주를 활짝 벌린다.
곧이어,
흑발을 쥐어 여인지문을 감추고

또다시 활짝 걷어올리고....
아아.....
그것은 처절한 유혹의 물결.
하후린은 저도 모르게 손을 내밀었다.
순간,
물컹-
손안 가득히 들어오는 매끄러운 육봉의 감촉,
그것으로 하후린의 신형은 무너졌다.
"헉헉!"
그의 손은 쉴새 없이 나녀들 교구 곳곳을 헤집었다.
'으으... 이... 이러면 안 돼... 몸과 마음이 따로....'
아아......
하후린의 극에 달은 인내심은 무너지는가?
어느 새,
그의 신형은 나녀의 몸을 깔아 뭉개고 있었다.
"흐으응..."
한 나녀는 꽃뱀과도 같이 하후린의 전신을 얽어맸다.
'으으.. 몸... 마음...'
하후린은 처절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주르르 흘러내리는 피!
그때
'그렇다!'
하후린은 꺼져가는 심화를 끌어올리며

한 줄기 영감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몸... 마음... 둘을... 분리시킨다!'
오오..
이 무슨 해괴한 말인가?
그러나
'유밀백종무심결 중의 삼결...

분심이체비령술(分心移體秘靈術).

그것밖엔 없다!'
하후린은 질끈 눈을 감았다.
그런 중에도 그의 입은 달콤한 꽃잎에 황홀해 있었으며.....
손은 여인의 신비지문을 더듬고 있었으니.
'공증색, 색즉공... 유는 무... 무에서 허로 모든 것은 공...'
끊임없이 머리를 스쳤다 사리지는 심오한 구결,

분심이체비령술!
설사,
하늘이 붕괴된다 해도 무너지지 않을

절대부동심결, 유밀백종무심결!
그것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뉘어져 있었다.

-제령부동심결(制靈不動心訣)!
마음의 흔들림을 제어하는 심결,

-유밀청정무심결(儒密淸淨無心訣)!
마음 속의 욕망과 사념을 제어할 수 있는 청정심결,

-분심이체비령술(分心移體秘靈術)!
그것은 심도의 가장 심오한 경지였다.
마음은 깨끗하나
그몸이 영혼의 제어에서 벗어나 있을 때
육체와 영혼을 일시적으로 분리시킬 수 있는 유계의 신비술이었다.

일순,
스르르르-
하후린의 전신에서 새하얀 백무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슈웃-
낮은 소성과 함께 빛살같이 솟구치는 희끄므레한 빛.
창졸간에 일어난 일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천정 위의 백무 속에 감춰진 환영은 점차 하나로 합일됐다.
오오... 하후린이 아닌가?
분명,
바닥에는 발정난 수캐마냥

여인을 탐하는 하후린이 있었다.
한데,
허공 중에 부유하는또 하나의 하후린은?
아아...
이 신비로운 기경을 어찌 피럴로 형용하랴?
몸과 마음을 원하는대로 분리시킬 수 있는

신비지술이 펼쳐진 것이다.
"흐으응-"
"하아-"
뜨거운 열기를 토하며 뒤엉키는 나녀들.
자신들을 탐하는 사내가 환영,

또다른 하후린임을 아는 여인은 없었다.
아수라백작.
그는 욕정 어린 눈빛으로 연신 괴소를 터뜨렸다.
"흐흐.. 노부조차 맛을 못본 계집들이거늘...

하지만 저놈이 내공을 흡취하여

다시 본좌가 그것을 취한다면.. 크흐흐..

노부의 내공은 가일층 진보하리라!"
이어,
그는 더욱 청광을 짙게 발하며 주문을 외웠다.
"오오... 아수라의 제홍으로서 명하노니..

아수라극혈사음무를 펼쳐라!"
끔찍한 아수라의 저주음.
그의 말이 끝나자 나녀군에 변화가 일었다.
휘류류류-
쿠쿠쿠쿠-
혈기류...
나녀들의 신형에서 핏물 같은 혈무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이내 하후린을 비롯한 삼

십여 장을 완전히 덮어 버렸다.
나녀들의 아수라극혈사음무!
보통 여인보다 십 배의 순음지기를 지닌 남아라도

절로 양기를 잃고 탈진해서 죽는다.
바람 빠진 고무공같이....
한데,
그것도 한둘이 아닌 백팔 인에 달하는

여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아수라극혈사음무라면?
맙소사..  생각지도 말자.
'후휴... 조금만 늦었다면 뼈도 못 추릴 뻔했군!'
허공 중에 비상하는 하후린은 내심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어,
그의 눈길이 돌려지며 가공할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한쪽에 물러서 있는 아수라백작이 눈에 뛴 것이다.
"후후! 네놈이 감히 본좌를 건드려?

더구나 아무 죄없는 여인들을 염시로 만들다니!"
슷-
하후린은 지면으로 날아내렸다.
"꿀꺽! 빨리 끝내라! 본좌가 미칠 지경이다."
아수라백작은 혈무로 뒤덮인 광장을 주시하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한데,
"후후... 늙은이가 몸이 달았군!"
싸늘한 조소가 그의 뒷등에서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헉!"
아수라백작은 절로 헛바람을 삼켰다.
"너... 너는... 네가 어떻게..."
인간이 놀람이 극에 이르면 할 말을 못한다.
귀신이라도 보는 것처럼 사시나무 떨듯

신형을 가누지 못하는 아수라백작,
백팔 아수라혈염미령시의 가운데에 묻혀

열락의 양기를 뿜어내고 있는 하후린이 바로 눈 앞에 있으니.....
아수라백작이 혼비백산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문득 하후린은 웃음을 거두었다.
"묻겠다! 어디 소속인가?"
심장이 파열될 것 같은 공포가 사위를 뒤덮었다.
"으으... 사... 사술..."
주춤주춤 아수라백작은 뒤로 물러섰다.
그러면서도 그는 내심 생각을 굴리고 있었다,
'으으... 어디서 귀신 같은 놈이..

도저히 내 적수가 아니다... 그러나...'
그의 눈이 일순 데구르르 굴렀다.
'밖으로 유인해서...'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는 체하면서 그는 문쪽으로 다가갔다
일 마장쯤 남았을까?
'흐흐... 이제 조금만 더 가면...'
그가 내심 득의로운 미소를 지을 때.
돌연,
"크아악!"
"캐액!"
"적이다! 크악!"
밖에서 들려오는 일단의 비명소리,
그때.
휘익!
한 줄기 흑영이 들어서며 아수라백작 앞에 널브러졌다.
"백작! 설녀들이... 어서..."
흑영은 핏물을 토하며 띄엄띄엄 말을 늘어놓다가

그대로 고개를 꺾어 버렸다.
아수라백작!
그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 계집들이...'
경악과 분노가 범벅이 되어

부르르 신형을 떠는 그와  마찬가지로

하후린의 얼굴에는 의아함이 번지고 있었다.
'으응? 누가 또 쳐들어 왔단 말인가?'
그러나,
그는 뚜벅 아수라백작의 정면으로 걸어나왔다.
"다시 한 번 묻겠다. 너의 소속은?"
"으으......'
아수라백작은 구슬 같은 땀방울을 흘리며 신음을 발했다.
'이젠 틀렸다! 밖에도 강적, 그렇다면.....'
일순,
그의 눈가로 청광이 이글거렸다.
이미 틀어졌다고 판단한 이상 도망갈 곳도 없었다.
"죽어랏! 아수라혈천파라강!"
일성 대갈과 아울러,
파츠츠츠-
휘르르르-
가공할 혈강이 빛살같이 폭출되며

사위를 혈광 속으로 뒤덮었다.
"후후... 최후의 발악인가? 태양천폭파황류!"
쩡어-
푸화악-
오오... 혈

공을 밀어내며 퍼져나가는 가공할 태양도기!
"크아악!"
아수라백작은 핏물을 토하며 십여 장 밖으로 나뒹굴었다.
"끄으으......'
괴로운 듯 신음을 발하며 일어서려고 안간힘을 다한다.
그러나,
"후후... 나를 보아라!"
재빨리 다가선 하후린의 말에

아수라백작은 무의식중에 고개를 치켜올렸다.
순간,
"나는... 만사(萬邪)의 제황... 너는 나의 종이다."
하후린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섬뜩한 사음(邪音).
그의 눈가로는 핏빛 혈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전신에서는 푸르스름한 귀린이 일렁이고.....
유계의 아수라와 같은 몰골,
아수라백작의 동공이 썩은 물고기의 눈알같이 흐트러졌다.
아울러,
"오오... 나는 당신의 종복입니다... 죽음의 제황이시여..."
아수라백작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
대체
이 무슨 일인가?
그것은 간단했다.
불사전황이 남긴 십대제황천무류......
그것들 중 천사(天邪)의 사공(邪功)이 펼쳐진 것이었다.
한 번 걸려들면 영원히 헤어나지 못하는....
죽어서도 심령을 제압당하는 신비지술...
"너의 소속은?"
하후린의 물음이 던져지자

아수라백작의 눈가로 갈등의 빛이 어렸다.
"너의 소속은 어디인가?"
하후린은 더욱 내공을 끌어올려 다그쳤다.
그러자.
"나는 지옥제국 휘하...

아수마루의 아수라백작... 울컥!"
아수라백작은 힘겹게 말을 하다가

급기야는 핏물을 토하고 말았다.
심령이 제압된 상태에서도 지옥제국이란 이름은

그에게 무한한 공포를 주고 있었다.
"으음... 역시 지옥제국의 아수마루였군!"
하후린은 침음성을 삼키며 대법을 풀었다.
그러자,
털썩-
썩은 고목이 무너지듯

아수라백작의 깡마른 신형이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문득,
하후린은 시선을 돌렸다.
여인.
성스러움과 만인을 은연중에 압도하는 기질을 갖춘 여인.

-유리설빙후 냉화빙!
바로 그녀였다.
극빙독천사의 독액에 중독되어

사경을 헤매던 눈과 얼음제국의 국후!
그녀의 뒤로는 삼백에 달하는

금빛무복을 걸친 여인들이 늘어서 있었다.
일천, 금령설빙여전사!
여인이되,...
여인의 길을 포기한 철강골의 전사들...
그녀들의 표정은 기묘하게 변색되어 있었다.
아울러,
냉화빙의 눈에도 곤혹감이 가득 어려 있었다.
그녀 뿐만 아니라 늘어서 있는 여인들의 눈도

한결같이 휘둥그레 떠 있었으니.....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보라!
한쪽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쓰러져 있는

백팔 명의 나녀 사이에 얼굴을 처박고 있는 색한... 하후린.
그리고
아수라백작 앞에 오연히 서 있는 하후린.
어찌 한 인간이 둘일 수 있으랴.
"쩝."
하후린은 쓴 웃음을 머금으며 신형을 돌렸다.
아수라혈염미령시.
그녀들이 아무리 파천의 염시라 하나

혼백 없는 껍질에다 자신들의 모든 기력을 불어 넣었으니.

아수라극혈사음무.
그것은 상대방의 양기가 사라질 때까지

계속 분출되는 것이다.
게다가 염시를 조종하는 아수라백작마저 혼절해 있으니...
급기야는 기력이 탈진하여

모든 신경이 정지해 버린 것이었다.
스윽-
하후린은 나녀군 사이로 신형을 옮겼다.
그리고,
이 지상에서 도저히 벌어지기 힘든 일이 나타났다.
스르르르르-
오오.....
둘이 하나로 합쳐졌다.
마치
환영처럼 두 하후린이 하나로 돼버린 것이다.
"헉! 어... 어찌... 저럴 수가!"
냉화빙은 불신어린 봉목으로

아무렇게나 쓰러져 있는 나녀군의 사이를 뚫어질 듯 주시했다.
여인의 나신을 바라보는 부끄러움도 없었다.
경악실색!
오히려 놀라지 않는 일이 이상할 지경이었다.
한편,
'이.. 이것은..?'
다시 본체로 돌아온 하후린은 대경실색하고 말았다.
혈관을 꿰뚫을 듯이 휘몰아치는 강기!
오오....
아수라극혈사음무!
극음의 정화가 그의 체내에서 들끓고 있는 것이었다.
하후린은 전신이 파손될 것 같은 고통에 혼절할 지경이었다.
그는 황급히 가부좌를 틀었다.
'이 세상 그 어떤 심공도 이것을 다스리지는 못한다.

오직 불사천황심공으로 잠재울 수 있다!'
아아....
무려 백팔 명에 달하는 여인들의 순음지기를

한 몸에 지니고도 신체가 파열되지 않다니.
한데,

-불사천황심공(不死天皇心功)!
불사전황이 남긴 무적의 힘.

불사천력기!
그것은 하후린의 체내에서 맴돌며

그의 정신력을 북돋워 주고 있었다.
내공과는 또다른 제 삼의 힘!
하후린은 그것과 백팔녀의 아수라음정이 응집된

아수라극혈사음무(邪淫霧)를 합일시키려고 하는 것이었다.
'성공한다면 제왕십천무 중

천사지정(天邪之精)을 얻지 않아도 이루어진다.

진정한 만사의 정화가...'
하후린은 가부좌를 틀며 내심으로 중얼거렸다.
하후린의 전신은 입정한 부처와도 같았다.
쿠쿠쿠쿠-
아울러,
굉렬한 뇌음이 그의 신형에서 흘러나왔다.
불사천력기에 의해 잠재된 아수라극혈사음무,
그것은 도저히 몇 갑자라고 칭할 수 없으리만큼 가공할 천사지기였다.
만일,
그것을 본신의 내공과 융합시킬 수 있다면?
오오... 생각지도 말자.
그 파천의 무위를 어느 누가

일초 반식이라도 받아낼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