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제왕벌

제44장 유리성전 아수라의 실체

오늘의 쉼터 2014. 10. 5. 09:32

제44장 유리성전 아수라의 실체

 

 

 

유리성전.
유리설빙국의 최대금지가 바로 그곳이었다.
산 자는 들어갈 수 없는 곳,
설사,
유리설빙국의 국후라 할지라도 출입할 수 없었다.
오직,
죽음에 이르러서야 마지막 힘을 가지고 들어서는 사계(死界).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므로......
유리성전의 주위는 철통 같은 방호막으로 봉쇄되어 있었다.
수백 개의 사진(死陣), 사관(死關)이 매설되어 있었고,
일천 금령설빙여전사!
유리설빙국의 최강정예군세!
그들이 하루종일 경비하고 있었기에.....
한데.
스스-
한 줄기 그림자가 유리성전 안으로

연기같이 스며드는 것이 아닌가?
'이곳이 수상하다!

빙후의 중독도 그러하고, 실종된 설녀들의 행방도.....'
그는 하후린이었다.
유리성전으로 조심스레 다가드는

그의 신색은 점차 굳어져 가고 있었다.
'또한... 빙극천무... 그것도 분명 이 안에 있으리라!'
그는 확신하고 있었다.
유리성전!
그 유리설빙국의 제일 성역엔

두 가지의 신비가 잠들어 있었음을.....
그리고
사라진 눈과 얼음의 진정한 정화!
그 두 가지가.....

스으스으-
새하얀 빙무는 을씨년스레 장내를 뒤덮고 있었다.
시체, 시체.
일백 장에 달하는 시체들은 모두 여인들이었다.
단정하게 질서정연히 좌화해 있는 시신들......
그녀들은 물론 대대의 유리설빙국을 이끌었던 국후들이었다.
수천 년 간,
생자의 입김을 받지 않았던 사계.
범인이라면,
그 자리에서 그대로 응고되어

얼음조각으로 부숴졌을 정도로 한랭한 빙설기가 있기 때문인 듯.
실내의 시신들은 완벽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었다.
한데.
"흐흐, 오늘로서 계집 사냥도 마지막이군!"
"크큭, 아쉬운 걸... 그 동안 계집 걱정은 안하고 지냈거늘...."
한 줄기 음탕한 음성이 대전을 울리는 것이 아닌가?
흑의인들.
삼 인의 흑영은 복면으로 얼굴까지 가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한 명의 어깨 위에는 자루 하나가 걸쳐져 있었다.
사람인듯, 축 늘어져 있는 자루.
그들은 실내에 아무도 없음을 확신하고 있는 듯 방관하기 그지 없었다.
하나,
'역시.....'
빙무 속에 숨어 흑영들을 응시하고 있는 한 쌍의 시선.
그 동공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그 눈은 분노한 제왕의 눈이었으니.....
"흐흐. 백작께서 기다리시겠다. 어서 가자!"
슷-
그들은 미로와도 같은 유리성전의 내부를 미끄러지듯 스쳐갔다.
그들은 알지 못했다.
자신들의 뒤를 따르는 또 하나의 인영을....

유리성전의 지하.
그곳엔 하나의 밀실이 자리해 있었다.
온통
암흑 일색의 실내.
뭉클뭉클...
죽음의 내음만이 사자의 세계인 양 칙칙하게 깔려 있었다.
검은 휘장, 검은 탁자!
그리고 흑영.
사자의 귀린과도 같은 푸르스름한 청광이

섬칫하도록 무심한 눈.
시신을 연상시키듯 비쩍 마른 체구의 흑포노인.
그의 앞에는 세 흑영이 도열해 있었다.
문득,
날카로운 쇳소리가 섞인 낮은 음성이 장내를 울렸다.
"결과는?"
세 흑영 중 장대한 체구의 인영이 앞으로 나서며 허리를 굽혔다.
"옛! 무사히 성공했습니다. 백작각하!"
우렁찬 그의 말에 백작이라 불리운 흑포노인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서 쉬어라."
"옛, 그럼."
슷-
세 흑영은 공손히 허리를 조아리며 신형을 날렸다.
'백작?'
어둠 속에 숨어 대화를 엿듣던

하후린의 눈가로 언뜻 이채가 스쳤다.
그때.
흑포노인은 깡마른 신형을 일으켜 세웠다.
"흐흐, 이제 나머지 한 계집이 채워쳤으니

본루의 대업이 눈 앞에 이르렀군!"
그는 스산한 미소를 지었따.
이어,
중얼거리던 그는 뚜벅 걸음을 옮기며

휘장을 젖혀 안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그는 몰랐다.
자신의 그림자 속에 한 인영이 따라오고 있음을....
'이것은 수십 년 동안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다!'
하후린은 점점 경악 속에 빠지고 말았다.
유리성전의 지하에는

오백에 달하는 신비인들이 들끓었으며
그들은 모두 백작이라 칭하는

흑포노인의 명령을 받고 있는 듯했다.
또한 지하광장의 규모는 일이 년에 이룰 수 없는 것이었다.
일천 평이 넘는 수많은 동굴과

기관의 장치는 가히 호혈(虎穴)이었다.
"백작! 어서 오십시오."
시커먼 철문 앞에 서 있던 두 흑의 장한이

고개를 숙이며 자리를 비켰다.
그와 아울러,
쿠르르르-
한 치 두께의 철문이 거친 탁음을 발하며 위로 올라갔다.
아수라계의 입구인가?
휘류류류-
시뻘건 혈기류와 와류(渦流)를 형성하며 휘몰아치는 동부(洞府).
깡마른 흑포노인은 주저없이 도부 안으로 들어섰다.
화르르르-
쿠쿠쿠쿠-
아아...

열화지옥도 이보다는 못하리라!
허공엔 가득 핏빛 혈무가 회오리치고,
바닥은 오... 끔찍했다.
인혈!
발바닥에 질퍽거리는 피!
혈무를 일으키며 끓어오른다.
그리고,
동부 내의 크기는 백 장여에 달할 정도로 넓었다.
동부의 중앙,
부글부글-
혈호-

핏빛 혈무가 휘감겨 있는

인혈로 채워진 핏물이 가득 고여 있다.
그리고 혈관!
백팔 개에 달하는 핏빛 관이 둥실 떠 있었다.
끓어오르며 소용돌이치는 혈류는

끊임없이 혈관의 주위를 맴돌며 혈관 속으로 꾸역꾸역 몰려든다.
오오...

참혹지경.
이것을 어찌 인세에 존재하는 현세라 하겠는가?
"흐흐. 귀여운 것들.

본 아수라백작의 노력 덕에 내일이면 본좌를 즐겁게 해 주겠지?

아수라혈염미령시를 본 백작이 직접 만들 수 있었다니...

지금도 실감나지 않는걸."
중얼거리는 깡마른 흑포노인
그의 청광이 감도는 눈가는

혈호의 가운데 떠 있는 혈관에 박혀 있었다.
지극히 음탕한 눈길로,
도대체 혈관에 무엇이 있길래?
한데.

-아수라백작!
바로 그란 말인가?
아수마루의 제이인자!
공포의 무적염시를 제작해.
환우천하를 아수라지옥으로 만들겠다고 호언했던 아수라의 후예,

그가 작업을 하는 곳이 바로 유리설빙국이었다니.....

-아수라혈염미령시(阿修羅血艶美靈屍)!

아무리 철석 같은 남자라도 흘려버리고 마는,
급기야 전신 내공을 몽땅 빼앗기고

죽어가는 그 가공할 염시가 아닌가?
더구나
'저 자가 아수라백작이란 말인가?'
어둠의 혈무 속에 숨어 있던 하후린은

경악 실색을 하고 말았다.
그는 제왕혈기록의 내용을 떠올렸다.
아수마백작-
대종말에 단신으로 십만혈사를 일으켰던 공포와 죽음의 대명사.
그는 제왕십로군단의 무적군단과도 대결하여

패사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아수라백작!
그 이름은 과거의 죽음의 사황을 떠올리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울러
하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곳도 지옥제국의 개...

아수마루의 짓거리였군.

아수라혈염미령시를 만들다니...

그것도 유리설빙국에서....'
아아... 누구도 예상 못했던 일....
유리설빙국에서 이런 파천의 염시가

재련되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르리라.
하후린은 자신도 직접 목도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믿지 못했을 정도였으니.....

아수라백작은 문득 득의로운 괴음을 발했다.
"크크, 유리성전에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고,

더구나 노부의 무공증진에도 도움을 줄

절세비급들이 즐비하니. 뿐인가?

멍청한 계집들이 내버려 두는 영약들이 부지기수니 게다가......'
그의 눈가로 음탕한 색소가 떠올랐다.
"천하에서 가장 강골인 유리설빙국의 계집들 중

고르고 골라서 아수라혈염미령시를 제련하니...

크하하핫...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 있겠는가?"
웃는다.
광소를 떠뜨린다.
유리설빙국!
눈과 얼음의 설국!
지상최악지를 눈의 천국으로 건립한

강골의 여인들만이 거주하는 곳.
모든 인간의 손길을 거부한 채...

오직 설인들만이 살 수 있는 대험지가 바로 이곳이었다.
유리성전은 그런 유리설빙국  내에서도 최대 금지!
함부로 아무나 들어올 수 없다.
설사,
국후라 할지라도 오직 죽음을 앞두고서야 들어설 수 있는 곳,
천하의 기진벽서와 대설빙에 사는

온갖 영물, 영약들이 즐비하다.
그런 이곳에서 천하를 뒤엎을 대사가 착착 진행되고 있었으니...
게다가 유리설빙국의 설녀들 중

강골의 여인을 골라 염시를 만들다니...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태연히 자랑하고 있는 인물,

아수라백작!
그는 천천히 혈호로 다가갔다.
"흐흐, 아수라미혼술을 펼치고 본좌의 피를 뿌린다면

저 귀여운 것들은 노부의 말에 사족을 못 쓰지.... 크흐흐!"
웃는다.
"크하하하핫 아수라혈염미령시가 탄생되는 날.

곧 제왕십로군단의 최후의 날이 될지니 파멸되리라

아수라의 힘을 보여 주리라!"
미친 듯이 굉소를 터뜨리는 아수라백작!
그의 눈은 확신에 찬 야망의 불꽃이

이글거리며 타오르고 있었다.

이곳
눈과 얼음의 대지...

유리설빙국이었다.
과연,
그 결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