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제왕벌

제42장 아수라의 후예들

오늘의 쉼터 2014. 10. 5. 09:29

제42장 아수라의 후예들

 

 

 

스으스으-
핏빛의 혈무가 안개처럼 번져오르고,
휘류류류륭-
그 혈기류는 허공으로 휘돌며 대기마저 피로 물들인다.
우우우우-
그 사이로 흐르는 아수라의 호곡성은 귀기스럽기조차 했다.
그리고
그 귀곡성은 한 곳에서 울려퍼지고 있었으니.....
해골의 누각!
수천 수만 개의 해골로 이루어진 삼층의 해골루,

우우우웅-
퀭하니 뚫린 눈과 입의 부위로부터

아수라의 귀곡성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삼층을 이루고 있는 해골들 중 일부는 검은 해골이었다.
그 흑고루들은 글자의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아수마루.
아수라의 마루!
대체 그 의미는?

해골 해골 해골......
바닥도, 벽도, 천정도 온통 해골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 해골대전의 상좌에는 거대한 금고루가 자리해 있었다.
무려 반 경만 일 장에 달하는 금빛의 해골!
금고루의 앞에는 십여 명의 인물들이 부복해 있었다.
선두의 흑의인,
츠으으-
사자(死者)의 귀린(鬼燐)과도 같은

푸르스름한 청광이 섬뜩하도록 무심한 눈.
그의 신형은 그대로 한 구의 고루를 연상시키듯 비쩍 말라 있었다.
흑의 노인은 청광을 빛내며 상좌의 금고루를 올려보고 있었다.
그런 그의 시선에는 무한의 존경과 경외감이 어려 있었고.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은 무한대의 공포로 떨렸다.
"삼가...아수라천황의 명을 받고 신이 왔나이다!"
순간,
"흐흐흐흐. 왔는가? 아수라백작!"
오오.. 인간의 목소리라고 할 수 없었다.
저 ... 파천황의 마계인 아수라계에서 흘러나오는 아수마음!
"하명하소서! 위대하신 아수라천황이시여!"
흑의 노인, 아수라백작은 머리를 더욱 조아렸다.
"흐흐흐, 아수라백작! 그대는 본루의 염원을 아는가?"
"아... 알고 있다 뿐이겠습니까?

각골 명심하고 있습니다. 천황이시여!"
"그래. 본루의 염원은 오직 하나다!

그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명심 하겠습니다! 이 머릿속에, 신의 가슴 속에....."
아수라백작은 확신하듯 답했다.
"과거 본루의 시조이신 아수마백작께선

제왕벌로부터 백작위를 하수 받으셨다. 겨우......"
아수라마음에는 짙은 혈한이 배어 있었다.
"결국... 선조께서는 그것에 불복하시어 단신으로 제왕벌에 맞섰다!

아수라의 제왕이 도신 그분께 겨우 백작위시라니....."
우우웅-
혈한이 서린 마후는 점점 고조되어 갔다.
"제왕십로군단에 쫓긴 선조께서는

최후의 힘으로 아수마루를 창건하시고 장렬히 전사하셨다."
"....."
장내의 인물들은 모두 정적 속에 혈광을 폭출시키고 있었다.
그들의 눈가로 피어오른 것은 저주였다.
피어린 원한의 저주.
"본루는 지옥제국의 비호 아래 당금에 이르렀다.

천년 보호의 댓가는...

제왕벌의 파멸로 치루어 준다!

그것은... 겨우 이루어졌고

남은 것은 제왕십로군단의 후신인 우주십극패천세다!"
"제왕벌......"
"제왕십로군단..."
"우주 십극패천세..."
아수라마인들은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그 이름을 짓씹듯.
"다른 류파는 모두 실패했다.

결국 제국은 본루를 지목했다!"
예의 아수라마후가 다시금 어어지고,
"아수라백작!

본 아수마루는 제왕십로군단의 모든 것을 부순다."
"흐흐흐, 천황!

모든 준비는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십 년을 이어오며....."
아수라백작은 흉소를 발하며 말을 꺼냈다.
"그것들만 이루어지면...

제왕십로군단 쯤은 모조리 강시로 만들 수 있습니다!"
오오...
이 무슨 말인가?
제왕십로군단!
제왕벌의 전위정예군단으로서
제왕벌의 공포신화를 이룩한 무적의 패세!
제왕벌의 권역에서 벗어나 약화된 힘을 가졌다 하나

그들 모두의 힘은 가히 우주파천황세가 아닌가?
한데,
그 무적의 대군단을 모조리 강시로 만들 수 있다니?
"믿는다! 본좌는 ...

시좌님이 원하신 공작위보다 높은 천황의 좌를 차지했다!

그리고 그 분의 원한이 서린 백작의 칭호를 그대에게 주었다!"
"....."
"이루어라! 제왕을 파멸시키고...

백작위를 버리라! 아수라제왕의 직우를 주겠노라!"
"오오... 아수라제왕작위를!"
아수라백작은 흥분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기필코 이루겠습니다! 제왕벌의 파멸을......"
그는 감격해 하며 머리를 지면으로 박았다.
"목숨으로... 임무를 완수할 것입니다. 천황이시여!"
쿵쿵-
아수라백작은 머리에서 피가 흐르는 것도 모른 채 머리를 박았다.
감격에 겨워 전신을 떨며......
오오...
저, 잊혀진 아수라의 전설을 아는가?

-아수마백작!
아수라계의 제왕!
그는 홀로 암흑을 평정한 아수라의 후예였다.
당연히
제왕들만의 집단인 제왕벌로 그는 갔던 것이고,
그는 하나의 작위를 수여받았다.
백작,
그 직위는 불과 제왕벌의 중간 서열에 밖엔 끼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천공작위는 무난하리라 생각했던 그로서는

당연히 불만을 토로했다.
하나,
한 번 결정된 것은 결코 번복되지 않았다.
결국,
그는 피의 쟁투를 시작했다.
기존의 제왕백작가 일백류를 깼고,
삼십이 제옹후작류를 박살냈으며
삼파의 제왕천공작을 농락했으니....
그의 염원은 하나였다.
비무를 통하여 자신을 인정받아

제왕천공작 아수천공작의 위를 제수받는 것이었거늘......
하나,
제왕벌은 오히려 그런 그를 이단시했고,
그는 대륙을 피로 씻어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는 쫓기기 시작했다.
무적의 제왕십로군단!
환우를 십으로 갈라 포진해 있는 천라지망!
그가 숨을 곳은 전무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가 죽음에 이르렀을 때
하나의 혈수가 그의 손을 잡아왔다.
지옥의 혈수와 아수라계의 마수가 굳게 잡혀지고,
하나의 세계가 만들어졌다.

아수마루(阿修魔樓).
아수라의 세계.
그것은 그렇게 탄생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 공포는 이제 기지개를 펴고 있었으니.....
오오. 천하여 떨어라!
아수라지옥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