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제왕벌

제30장 공포의 살인병기, 철인군단

오늘의 쉼터 2014. 10. 5. 08:36

 

제30장 공포의 살인병기, 철인군단

 

 

 

눈,
대설산의 눈은 여우너히 녹지 않는 만년설,
도대체 당이란 것이 존재하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순백의 대설원......
하얗다.
모든 것이 온통 설색이었다.
하늘도,
얼음도,
심지어는 천공에 뜬 태양마저도......
한데,
그 때였다.
돌연,
쩌쩌적!
우지지직-
흡사 지진이라도 만난 듯 설원에 거대한 균열이 일어나며

거북이 등짝처럼 쩍쩍 갈리지는 게 아닌가?
그와 동시에,
파파파파팟-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는 무수한 인영들이

유령처럼 불쑥불쑥 솟구쳐 올랐다.
인영,
아아...

그것은 아예 사람이라고 할 수 없었다.
철인,
황혼의 역광을 받아 전신에서 한결같이 으스스한 청철색의 괴광을 폭사하는데......
뿐이랴.
두 손 또한 모골이 송연하리만큼 지독한 암흑의 기운을 내뿜는 흑수.
그 손은,
암흑의 손이었다.

철인군단!
맹세코 단언하건데,
만약 그들이 죽음 옆에 서 있는다면 그들은 그냥 죽음이라 불리우리라!
순간,

기마대의 모든 고수들은 소스라치게 놀라 경악성을 터뜨렸다.
"엇! 저게 뭐냐?"
"어... 어디서 저런 괴물들이......'
하나,
그들의 경악성은 더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쐐애액-
쉬이익-
철의 군단들은 가공할 속도로

일천철갑기마군 속으로 빛살처럼 쏘아오는 것이 아닌가?
"크아악!"
"으악!"
"카아악!"
눈 깜짝할 사이에 맨 선두에 있던 삼십여 고수가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며 즉사했다.
말과 사람이 동시에 전신이 걸레조각처럼 갈기갈기 찢어졌다.
피하고 말고 할 사이도 없었다.
오오!
놀랍게도 철인의 흑수가 기마대를 스쳐지나갈 듯 싶은 순간,
말과 사람이 순식간에 난도질되어 죽어간 것이었다.
실로 통천가공할 일이 아닌가?
전신을 갑옷과 투구로 무장한 기마대가

이토록 허무하게 죽어가다니......
흑수......
어둠의 손......
그 위력은 도대체가 인간으로서는 항거할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었다.
"으... 이럴 수가....."
"미... 믿을 수 없다......"
일천 철갑 기마군은 혼비백산했다.
그들은 지금 자신들이 악몽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때.
"당황하지 말고 모두 침착하게 싸워라!"
기마대의 중앙에서 막대한 위엄이 서린 음성이 들려왔다.
중인들은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들은 전력을 가다듬어 철의 군단을 향하여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와... 아... 죽여라!"
일천 철갑기마군은 일제히 검을 흔들며 무섭게 쇄도해 들었다.
츠파파파파팟-
그들의 공세는 언뜻 보기에는 매우 혼란스럽고 어지러워 보였다.
마치 우두머리를 잃은 오합지졸처럼,
그러나 아는 사람은 알리라!
그 무질서함 속에 실로 가공할 진세가 포진되어 있음을......

잔극사사섬멸대진(殘極死死閃滅大陣)!
오직,

완벽한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천신이라도 벗어날 수 없고,
하늘과 땅마저도 역전시킬 수 있는 악마의 파천마진,
불파!
그것은 도저히 파괴할 수 없는 진세로 알려졌다.
번쩍-
섬광,
십여 명의 기마대의 검이 철인의 몸에 떨어졌다.
끼낑꽝-
새파란 불꽃이 작렬했다.
순간 날아오던 철인의 신형이 다소 멈칫하는 듯했다.
'이 때다.'
'설사 전신이 쇠로 되었더라도 우리의 폭멸굉염탄(爆滅宏炎彈)엔마지막이다!'
파파팟-
쐐애액-
열 명의 기마대의 저닌에서 돌연 무서운 화광이 충천하며

수백 개의 화탄이 폭사하는 게 아닌가?
그들은 상대가 도저히 무공으로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음을 깨닫고는 화탄을 사용한 것이다.
순간,

철인의 흑수가 어지럽게 허공을 헤집었다.
그러자,
날아오던 화탄들은 놀랍게도

올 때보다 수백 배나 더 빠른 속도로 되퉁겨 나가는 것이 아닌가?
쐐애액-
슈우욱-
"으헉!"
"피... 피... 피해라!"
기마대원들은 안색이 적빛이 되어 사력을 다해 몸을 솟구쳤다.
하나,

이미 때는 늦었다.
꽈꽈꽝-
우르릉-
"으악!"
"크아악!"
가공할 폭음과 함께 그들의 몸은 잿더미로 화해 흩날렸다.
휘익-
철인은 또다시 수백 명의 기마대가 혼전을 벌이고 있는 곳으로 화살처럼 쏘아갔다.
실로 엄청난 우세가 안닌가?
무적!
철의군단은 무적이었다.
도검도,
화탄도 소용이 없었다.
"크아악!"
"카악!'
여기저기서 연신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이 터져나왔다.
잔극사사섬멸대진!
절대로 깨지지 않는다는 불파의 전설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상대는 인간이 아니지 않는가?
아아...

무너지고 있었다.
참혹하게,
일천 철갑기마군,
그들의 숫자는 이제 백 명도 채 남지 않았다.
"크아악!"
"끄악!"
속수무책이었다.
오직 죽고,

또 죽어갈 뿐이었다.
철인군단!
그들은 그 자체가 하나의 인간 살인병기였다.
전신 어느 곳 하나도 병기가 아닌 데가 없었다.
갑자기 머리가 몸 속으로 쑥 들어가는가 하면,
두 흑수가 용수철처럼 십여 장의 길이로 늘어난다.
두 눈알이 폭사되어 기마대의 머리를 박살내는가 하면,
사지가 사면팔방으로 암기처럼 쏘아나가 수십 명의 목을 자른다.
"크아악!"
"크악!"
"크으윽!"
기마대원들은 완전히 전의를 상실했다.
그들의 뇌리 속에 떠오른 것은 단지 죽음,

그 한순간 뿐이었다.
도망가고 싶었다.
하나 그럴 여유조차 없었다.
"크아악!"
"으윽!"
"캑!"
아아,

이토록 일방적인 도살이 있을 수 있을까?
아예 싸움이란 말을 쓸 수가 없었다.
......
거암.
그 꼭대기에서 장중을 내려다 보고 있는 삼 인이 있었다.
사우, 초운기,
그리고 단우량이었다.
이때 그들의 얼굴은 새하얗게 탈색되어 있었다.
"세... 세상에... 저런 괴물들이 있었다니......"
"천하무적이라고 자부했던 일천 철사무적검군이 저토록 허무하게 무너지다니!"
그들은 아예 할 말을 잃었다.
혀가 굳어 버린 듯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일천 철사무적검군!
일천 명의 철혈검호로 이루어진 무적파황세!
최소한 개개인의 내공이 백 년이 넘었고,
그들 개개인이 지닌 검 또한 신병이 아닌 것이 없었으니,
그들이 있었기에.
북검무맹은 탄생될 수 있었다.

대륙제일쾌, 검각!
대륙제일살, 살예혈검루!
대륙제일비, 비검영!
대륙제일수, 오호검룡채!

각기 합일될 수 없는 독특한 검학의 최고봉들,
그들은 자신들의 것을 합일시켜 하나의 무적검단을 구성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굳게 믿고 있었다.
그들이라면 대륙천하를 쓸어 버릴 수 있을 것이고,
그무엇의 도전도 궤멸시킬 수 있으리라고,
하나,
그것은 신기루와도 같은 환몽이었다.

꿈결인 듯,
그렇게 무적의 검단은 무너지고 있었다.
한데,
그때
"후훗, 친구들...

그래. 일천철사무적검군이 전멸하는 것을 보니 감상이 어떤가?"
갑자기 삼 인의 등 뒤에서

지극히 무심한 음성이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엇!"
"으......"
그들은 기절초풍하며 황급히 신형을 돌려 세웠다.
음성의 주인공,
언제 나타났을까?
그들의 뒷전에 하후린이 태연히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으... 우리 삼 인의 이목을 속이고...

이토록 가까이 접근할 자가 있었다니......'
그들은 내심 가슴이 섬뜩했다.
하나,

그들은 다시 한 번 더 크게 놀라야만 했다.
하후린,
츠응으으-
그의 전신에서 폭출되어 흐르는 가공할 초인기도에......
'저 자, 이 세상에서 가장 다루기 힘든 부류의 인간이다!'
'이미... 극강을 넘어선 절대 초강의 기도다!'
'으... 지상에 저런 자가 존재하다니!'
고수만이 그 이상을 알아보는 법!
아울러,

그들 삼 인의 공통적인 상념이 뇌리를 지배했다.
'철혈대공작 철무강......'

-철혈대공작, 철무강!
지상에서
더 이상 강할 수 없는 불멸의 대철인!
그 이름이...

그들의 머리에 떠오른 것은 웬일이었을까?
그들은 한눈에 하후린이

평생 동안 보지 못했던 무서운 강자임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후후, 너희들의 일천철인무적검군단이 가공할 검대임은 틀림없다. 하나......"
하후린의 눈에서 냉전 같은 신광이 번뜩였다.
"철인군단을 만난 것이 최대의 불행이었다."
"오,......"
"그.. 그럼... 네놈이 저 철인군단을 이곳에 매복시켜 놓았단 말이냐?"
사일검황 사우는 이를 부득 갈았다.
"후후, 글쎄......"
하후린의 대꾸는 극히 무심했다.
순간,
"흐흐, 네놈이 철인군단의 주인이든 아니든, 네놈은... 죽어야 한다!"
사우의 전시에서 태양 같은 살기가 스물스물 피어올랐다.
하나 그는 섣불리 발작하지는 못했다.
일대 일의 승부로서는 승산이 없음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는 옆의 두 사람에게 눈짓을 보냈다.
"초영주! 단우루주! 합공을......"
"흐흐, 그럴 생각이었소."
초운기와 단우량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끝까지 치졸한 쥐새끼들이로군!"
하후린은 비릿한 조소를 흘리며 걸음을 옮겼다.
뚜벅뚜벅-
쩌쩌억-
그의  한 걸음 한 걸음의 발자국이 지나가는 곳,
거암은 날카로운 쇳소리를 발하며 비명을 토했다.
균열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었다.
족히 일만 년의 풍상을 견디어 냈을 만년 거암일지라도.
하후린의 가공할 잠력엔 그대로 두부 조각과도 같은 것이었으니......
"으으... 처... 철인..."
"으으, 가공할 기도!"
삼 인은 숨이 막힐 듯한 압박감을 느끼며 주춤 뒤로 물러났다..
"후후, 본좌는 절대 먼저 건드리지 않는다. 하나......"
츠으-
하후린은 그들의 일 장 앞에 우뚝 걸음을 멈춘 채

냉혹한 시선으로  삼 인을 주시했다.
"본좌의 앞길을 막는자... 파멸뿐이다!"
하후린은 단언하는 말을 끊으며 좌수를 들어올렸다.
고오오오-
그의 좌수는 팔목까지 기이한 혈기류로 휩싸여 있었다.
그 안을 자세히 보면

그 곳엔 무수한 적룡이 꿈틀거림을 볼 수 있으리라.
'같이 죽으리라!'
'우리 셋이라면 하늘도 부순다!'
삼인,
주춤주춤 두로 물러서던 그들은 최후를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더이상,
그들은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었다.
눈 앞의 인물,
창룡왕이라 불리우는 저 가공할 초인이 있는  한......
대륙은 더이상 그들의 당이 될 수 없었으니......
"차앗! 죽어랏! 사일(射日), 천폭류(天爆流)!"
쩌엉-
대륙에서 가장 빠른 검을 지녔던

사일검황 사우의 쾌검이 광섬처럼 대기를 가르고......
"창룡왕, 받아랏! 살인... 천예무(天藝舞)!"
쐐애액-
한 점의 변할 수도 없는......
오직,
완벽한 살인만을 추구하는 극상의 살인예술이 작렬하며

하후린의 사혈만을 노리고 폭사해 들었다.
뿐인가?
촤라락-
천수비검옹 초운기!
그는 자신의 겉옷을 신경직적으로 찢듯이 벗어던졌다.
순간,
번쩍-
빛무리를 받아 휘황한 예광을 번뜩이는 그의 신형,
오오...

그의 전신은 온통 풀잎 같은 초검으로 뒤덮여 있는 것이 아닌가?
물고기를 보는 듯......
그의 가슴은 날카로운 은린초검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흐흐, 본좌는 이제껏 일천 개를 모조리 날려 본 적이 없었다."
일천 개......
초검의 수효는 정확히 일천 개였고,
그의 장담대로 그는 이제껏

그 누구에게도 그것을 모조리 펼쳐 보인 적이 없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채 일천 개의 초검을 날릴 겨를도 없이 상대가 죽었기 때문이다.
한데,
"흐흐, 풀의 비(草雨)가 하늘을 가르매 만상이 파멸되리니......

초우비천만상폭!"
득의의 광소가 울려퍼지고.....
파앗-
그의 손이 보이지도 않게 움직였다.
쇄애액-
오오...

풀의 비!
천공은 짙푸른 녹음으로 에워싸이고......
미세한 풀잎검들은 번개와도 같이 대기를 갈랐다.
일천 개,
그것이 폭사되는 데는 불과 수유의 시각이 걸렸을 뿐이었다.
쐐애- 쐐애액-
그 하나하나에 일만 근의 파괴력을 담은 채 광 속으로 짓쳐드는 비검의 우박!
하늘에서...
좌우, 사방을 완벽히 제압하여 쇄도해 드는 가공할 검예들......
하나,

하후린은 태연했다.
"후후, 하루살이들......

가랏! 불사, 적룡, 파천, 수폭강!"
쩌엉-
쩌쩌쩌쩡-
적뢰(赤雷)!
핏빛의 수천, 수만 가닥의 붉은 뇌전이

가공할 폭뢰음과 함께 폭발했다.
하후린의 좌수,
그것은 적룡혈린수갑이라는 무적파천황수에서 나오는 역도였다.
천년의 힘!
그것이 폭발한 것이었다.
"......"
"......"
"......"
삼인!
야망의 화신이 되어 난세를 일으켰던 효웅들(梟雄)...
그들이 떨친 공세는 이미 무기력하게 흩어진 지 오래였고,
그들은 그저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쩌쩌억-
오오...

균열을 일으켰다.
삼 인의 신형은 얼음조각처럼 부숴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푸스스스스-
무(無)!
대지는 모든 것을 잊은 듯 원래대로였다.
"배신자는 지옥으로......"
하후린은 차갑게 중얼거리고는 신형을 돌렸다.

-배신자는 지옥으로......!
그 말은 십자혈검난비세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아울러,
그것은 대륙에서 위대한 초인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이었으니......

<검왕 지존!>
대륙지존검,
바로 그것이었다.
'아, 린! 정말......'
국화선자 백옥군!
여인의 봉목은 몽롱한 꿈길을 헤매고 있었다.
십자혈검난비세,
대륙을 검풍으로 몰아넣었던 피의 쟁투...
그것이 종식되는 것을 그녀는 본 것이었고,
또한 그것은 오직

한 인간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었으니......

-하후린!
그렇게 불리는 초인!
그는 바로 그녀의 님이었기에 여인은 기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