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제왕벌

제27장 대설산의 열풍

오늘의 쉼터 2014. 10. 5. 08:31

제27장 대설산의 열풍

 

 

 

삼 일,
그리고
하루가 더 흘렀다.

하후린과 쌍서제왕!
그들은 지금 이 순간 끝없이 펼쳐진 설원을 걷고 있었다.
휘이잉-
눈보라가 몰아치는 이곳은 완전히 건곤일색이었다.
하늘도, 땅도......
우거진 숲도 모두가 하얀 은백의 날개로 뒤덮여 있었다.
일순,
길게 뒤이은 발자국을 힐끗 응시하는 서제 북궁혼의 입가로 미소가 어렸다.
"우리... 발자국들 좀 봐! 길게 이어지는데......"
이어,
"주인님!"
"......"
"천년설연실을 먹으니 추위를 하나도 못 느끼겠는데요?"
이때
하후린은 빙그레 미소를 머금었다.
"그럴 것이야.

본좌의 고향 사람들은 모두 겨울에도 얇은 베옷만을 입으니......"
고향!
천령삼인촌이리라!
하후린은 천천히 신형을 돌려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한데,
바로 그 순간,
"호호호!"
"아이... 재미있어!"
어디선가 맑은 교성이 설야를 울리는 것이 아닌가?
"모두 숨어라!"
슷-
하후린은 주의를 주며 신형을 흐트렸고,
"옛!"
"알겠습니다!"
쌍서제왕 역시 가볍게 설목의 숲으로 파고들었다.
그 직후,
"호호호."
맑은 교성이 더욱 가까와지더니,
이때 몇 명의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데,
금발!
그렇다!
나타난 세 인영은 모두 화려한 금발을 자랑하는 벽안 금발녀들이 아닌가?
보석을 박아 놓은듯한 푸른 눈,
오똑하게 솟은 콧날,
또한,
주사빛 입술은 중원의 여인들과는 또다른 분위기를 발산하고 있는데...
한결같이 타는 듯한 홍의를 걸친 그녀들의 미모는 실로 눈부신 것이었다.

눈으로 뒤덮인 설목수림에 숨은 쌍서제왕!
"....."
"......."
그들은 일시에 숨이 막혔다.
한데,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하후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니.
'역시, 주인님의 은신술은 독보적인 경지에 이르르셨군!'
'과연......'
쌍서제왕은 내심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어 그들은한껏 눈요기를 시작했는데......

대설산!
사시사철 은백의 세계가 펼쳐지는 이곳은

끝없이 연이은 설원과 눈으로 뒤덮인 수림이 극에 달한 풍치를 나타내고 있었다.

세 명의 여인!
한결같이 절세의 미모를 자랑하는 그녀들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공교롭게도 쌍서제왕이 숨어 있는 숲 속의 입구였다.
그녀들은 연신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호호호, 그 단우(端宇) 늙은이가 좀 전에 아가씨께 무안을 당한 생각을 하면......

지금도 배가 아플 정도로 웃음이 나요."
유난히 뺨에 많은 살이오른 좌측의 미녀가 가운데의 여인에게 말을 걸었다.
한데,
오호라!
가볍게 미소짓는 그녀의 표정을 보라!
양귀비가 이러할까?
아니면 서시의 아름다움이 이에 비할까?
양쪽의 미녀 역시 보기가 힘들 정도로 그 미모가 빼어났건만,
가운데의 여인이 지닌 미모에는 반도 이르지 못할 정도였다.
아니.
미(美)!
이런 추상적인 느낌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한데,
일순,
그녀의 입가에 맺혀 있던 미소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이에 어떤 느낌을 받았음인가?
우측의 여인이 걱정스러운 눈길로 말을 거네는 것이었따.
"아가씨! 그런 염려는 놓으세요.

설령, 영주님께서 아가씨를 그 단우 늙은이에게 시집 보내시겠어요?"
하자,
가운데 있던 미녀의 눈가에 짧은 회한이 어렸다.
"이 모든 것이 나의 타고난 운명이라면... 어쩔 수 없지....."
이렇게 뇌까린 그녀의 표정은 뭇 남성의 보호본능을 강력히 유발하는 듯했다.
한데,
그때,
숲의 입구에 은신해 있던 쌍서제옹은

그녀들의 풍만한 몸매를 감상하고 있었다.
"우히히, 형님! 눈요기감으로 그만인데요."
서제 북궁혼의 전음에 서왕 종리백은 미소로 답했다.

"그러게 말이다. 주인님을 따라오면 고생은 되도......"
한데,
일순,
서왕 종리백은 말을 그만 끊고야 말았다.
"야... 저... 저것이 도대체 뭣이냐?"
서왕 종리백의 전음에 서제 북궁혼은 어리둥절했다.
"무엇을... 말인데... 엇!"
서제 북궁혼은 역시 무엇을 확인했음인지 갑작 기겁을 하고야 말았다.
"저...저것은 대설산의 설원에서만 생식한다는 백... 호!"
그들의 시야를 자극한 물체!
아!
그것은 !
바로 털이 하얗기로 소문이 자자한 백호가 아닌가?
순백의 모피를 자랑하는 백호의 용맹성은 백수의 왕이라 할 정도로 뛰어난데.
그 백호는 숲의 중간 지점에서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는 것이었다.
"아이고... 형님! 어떡하면 좋습니까?"
"이런... 젠장할! 하필이면 이럴 때.. 저런 망할놈의 호랑이 새끼가......"
서왕 종리백과 서제 북궁혼은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가자니 여인들에게 발각될 것이고,
가만 있자니 백호가 점점 다가와

그 예민한 후각으로 자신들을 발견할 테니 말이다.
"몰라요! 그걸 내가 알면 속이라도 편하게요?"
서왕종리백과 서제 북궁혼은 투덜거리는 동안

백호는 서서히 그들의 곁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그때,
"어맛, 백호예요."
좌측의 여인이 한 걸음 옮기며 백호에게 손짓을 하는 것이었다.
하나,
으르릉-
으르르릉-
백호는 인적을 맡았는지 사나운 이빨을 들어올렸다.
순간,
"아이고, 주인님!"
서제 북궁혼은 그만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냅다 지르고

숲 속의 입구에서 빠져나온 것이었으니......
"저런... 바보같은...아차!"
서왕 종리백 역시 육성을 발한 것을 알고 자신도 숲 속의 입구에서 빠져나왔다.
순간,
으르릉-
백호의 용트림이 사납게 발해졌고,
"앗!"
"어맛!"
세 여인은 일제히 비명을 터뜨렸다.
갑자기,
자신들의 앞을 가로막은 두 남자!
그들은 보기에도 우스꽝스럽게 생긴 서왕 종리백과 서제 북궁혼이었다.
한데,
그 찰나,
"쌍서! 남쪽으로 오리 정도 달려라!"
어디서 하후린의 전음이 그들의 고막을 자극해 왔다.
순간,
"야호!"
"히호!"
쌍서제왕은 특유의 괴성을 지른 후,
바람처럼 질풍처럼 남쪽으로 신형을 날렸다.
그 뒤를 이어,
으르릉-
사납게 울부짖는 백호가 그들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
가운데 있는 미녀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얼음이 깔렸다.
"감히 외인이 침입하다니...

본영이 어떤 곳인지를 가르쳐 주겠다."
찰나,
그녀의 입에서 싸늘한 명령이 튀어나왔다.
"쫓아라!"
이에 좌, 우측의 여인들은 물찬제비처럼 신형을 날려갔다.
그들을 응시하는 홍의 여인,
그녀는 한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걸음을 옮겼다.
한데,
하후린,
그는 대체 어디에 은신했단 말인가?
고목!
눈이 두텁게 덮인 고목의 그루터기에 앉아 있는 그는

품 속에서 금빛 단침을 꺼내들었다.
겨우 두 치,
그것은 불사신침 중 불사천령금정이었다.
하후린은 잠시 망설이는 기색을 발하더니.
금침을 엄지와 식지 사이에 끼우며 기회를 노렸다.
대체,
그의 행동은 무엇을 나타내는 것일까?
그의 예리한 시선이 멈춘 곳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홍의 미녀의 발바닥이었다.
'단 한 방이면......'
순간,
그의 손에 잡힌 금침이 둥글게 휘어졌다.
그때,
홍의 여인의 발바닥은 지면에서 떨어져 걸음을 옮기는데,
그 찰나적인 순간과 하후린의 손에 들려 있던 금침이 날아간 것은 거의 동시였다.
피융-
미세한 파공성과 더불어 금침이 빛살과 같은 속도로 날아갔다.
순간,
"아얏!"
홍의 미녀는 자신의 발바닥을 부여잡고 제자리에 푹 쓰러지는 것이었다.
"아야, 왜 이리 따갑지?"
고운 아미를 가볍게 찌푸리던 그녀의 눈가에 경악이 어렸다.
"침.... 금침이......"
그녀는 자신의 오른발 바닥을 유심히 살폈다.
편화를 신었음에도 불구하고

금침은 신발을 뚫고 그녀의 발바닥에 꽂힌 것이다.
그 금침이 박힌 곳은 정확히

그녀의 발 뒤꿈치에서부터 식지의 두 마디 정도 되는 곳이었다.
고목의 그루터기에서 은신하고 있던 하후린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어렸다.
'성공이다!'
벌떡!
그는 더 볼 것 없다는 듯 상체를 일으키며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순간,
인기척을 느낀 홍의 미녀의 봉목의 의아함이 어리는데,
"아!"
짧은 탄성,

그것은 그녀의 순수한 감정에서 우러나온 탄성이었다.
한데,
돌연,
갑자기 하후린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음탕해지는 것이 아닌가?
고고하고
쌀쌀맞고,
극히 차가움으로 이루어진 그녀의 눈빛이 이토록 음탕해지다니,
하후린은 그러한 눈빛을 발하는 그녀를 당연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여슬혈(女膝穴)!

인체의 삼백육십 혈도 가운데 가장 은밀한 부위를 자극하는 혈도!"
아아.
분명 여슬혈이라 했는가?
여슬혈!
계집 녀(女)자에 무릎 슬(膝) 자!
여인이 무릎을 꿇고 만다는 비혈(秘穴)이었다.
이 혈도의 신경조직을 자극하게 되면

그야말로 절개가 강한 과부도 하루 아침에 탕녀로 변신하게 된다.
그 독성이 강한 춘약의 효력도 이에는 못 미친다는 그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하후린과 홍의 미녀의 시선이 짧은 순간 수십 번은 교차됐다.
지극히 음탕한 눈빛을 발하는 홍의 미녀의 시선은

하후린의 얼굴을 지나 굳강한 가슴으로......

그 굳강한 가슴의 선에서 복부를 지나 하반신에 이르고 있는데.
"아......!"
돌연,
야릇한 비음을 토한 그녀는 벌떡 일어서며

하후린의 목을 휘어감는 것이었다.
뭉클-
그녀의 팽팽한 가슴이 기분좋게 하후린의 가슴을 압박해 들어왔다.
"아! 날 좀 어떻게......"
비음을 토한 홍의 미녀는 그대로 하후린을 쓰러 넘어뜨리고 말았다.
'아이쿠!'
하후린은 무방비 상태에서 갑자기 그녀의 공격을 받고 넘어졌다.
한데,
보라!
하후린을 향해 자세를 취하던 그녀의 무릎이

세우지지 않고 꿇는것이 아닌가?
여슬!
드디어 여자가 무릎을 꿇었다.
"아흑......'
더운 입김을 토하는 홍의미녀의 입술은

하후린의 얼굴을 자유자재로 훑어내리고 있었다.
이어,
그녀는 자신의 옷을 허물 없이 벗어내리는데......
'흡!'
하후린은 너무나 놀라 급박성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두 개의 출렁이는 유실.
그것이 그의 시야를 급속도로 자극해 왔기 때문이다.
일순,
누워서 여인의 육탄공세를 받은 하후린의 얼굴에 비장한 결의가 일었다.
'어차피 내친 일!'
그 때였다.
하나의 부드러운 섬섬옥수가

하후린의 상체를 서서히 벗겨가기 시작했다.
밝은 햇살이 비추는 이곳은 설원,
저 맑은 태양 아래로 비추이는 설원의 정경은

꿈길을 헤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데.....
"아음......"
"......"
하후린과 홍의 미녀!
아아.
그들의 육체는 서로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으니......
홍의 미녀는 하후린의 굳강한 가슴 위에서

잉어가 팔딱거리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 풍기는 단내는

하후린의 의식을 몰아지경에 몰아가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일순,
어금니를 꽉 깨문 하후린의 음성이 떨리듯 나왔다.
"얼마 전... 납치되어 온 여인... 있지?"
"아음!"
대답하기 싫다는 듯 홍의 미녀는 계속 달빛 같은 선율을 보이고 있었다.
"그 말을 안하면 그냥 갈 테야."
하후린의 이 엄포에 홍의 미녀는 움찔했다.
"그 여인... 중원에서 납치되어온 여인이 있는 곳은.....?"
하자,

홍의 미녀는 자신의 금발을 쓰다듬고

새하얀 치아를 사알짝 벌리는 것이었다.
"본... 본영의 후원에......"
"정확히 말해!"
"본영의 후원 두 번째 누각 일층에!"
말을 하면서도 홍의 미녀의 움직임은 끊이지 않았다.
순간,

하후린은 간신히 참았다는 표정을 띄웠다.
이어,
그는 그녀의 수혈을 번개같이 점했다.
털썩-
홍의 미녀는 마치 죽은 사람처럼 엎어지는데.
아아......
화려한 금발 밑으로 쭉욱 뻗은 현란한 나신이여!
하후린은 천천히 옷을 입었다.
한데,
일순,
무엇인가가 그의 사야를 자극해 왔으니.....
선혈!
그것은 바로 처녀를 상실했다는 혈화가 아닌가?
하후린은 그녀의 나신에 옷을 입혔다.
연후,
잠든 미녀의 얼굴을 유심히 내려다 보는데,
"당신이 누구이든 상관 않겠소."
자책 어린 음성이었다.
하후린은 돌아서다 말고,

그녀의 잠든 얼굴에 입술을 맞추었다.
"당신은 행복한 여인이오.

천하의 하후린이란 존재를 지아비로 맞게되니......"
이어,
그는 신형을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
"후후, 비검영!

오라는 날짜에 못 와서 상당히 미안하군."
아아!
그렇다면 지금 그는 행로를 비검영으로 정했단 말인가?
그렇다.
이곳은 대설산,
이 대설산을 거점으로 하는 비검영에 도착하긴 했는데,
대설산의 첫관문은
여체,
여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