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제왕벌

제26장 철인군단을 얻다.

오늘의 쉼터 2014. 10. 5. 08:28

 

제26장 철인군단을 얻다.

 

 

 

"......"
하후린은 창문을 비집고 들어오는 양광에 눈을 떴다.
문득,
그는 허전함을 느끼며 우측을 돌아보았다.
없었다.
밤새 온갖 행위로 그를 즐겁게 해주던 흑진주,
그녀의 모습은 자취도 없었다.
단지,
침상보에 묻은 혈화만이 간밤의 일을 보여 주고 있을 분이었다.
"......?"
하후린은 이불 밑에서 한 통의 서찰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부상으로 가옵니다,
천첩은 가문은 잊었으나 사문의 책임자.
그 후임을 정해 주는 것은 제게 주어진 책임입니다,
다시 강건히 뵈옵길 바라며......
                            흑진주 올림!>

"훗, 귀여운 여인이었는데......"
하후린은 서찰을 접으며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서찰의 후미에는 예쁜 글씨로 하나의 구결이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그것은 인법(忍法)의 최고정화 중 하나였다.

-무영(無影), 환신행(幻身行)!

소리도 없고,
형체도 없는,
설사,
바늘구멍만한 틈이라도 있다면 통과할 수 있는 환신술의 극치!
"훗, 꽤나 생각했나 보군!"
하후린은 흐뭇한 미소를 흘리며 손에 화력을 끌어올렸다.
순간,
화르르르-
서찰은 삽시간에 잿가루로 화했다.


지난 일 개월......
그 시각은 새로운 대륙의 영광이 떠올라 광휘를 뻗은 시간이었다.
창룡왕 하후린!

하후라는 괴이한 성씨를 지닌 초인의 탄생.....
그것은 검의 난세, 십자혈검난비세를 점차 안정시키고 있었다.

<오호검룡채!>

그것이 하후린의 방문에 절반이 물 속으로 가라앉았고,
결국 오호일검룡 수극성은 그 앞에 오호를 바쳤다.
그것으로부터 시작이었다,
만화검풍곡이 그를 대륙의 검왕지존으로 지존성검단에 추천하였고.

-취라검성!
-소림밀검원!
-환상신검막!

그들도 차례로 한 인물을 천거하였다.
하나,

지존성검단에 든 자는 십자구검의 동의하에

대륙지존검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니......


"흠, 대충 정리된 것 같은데......"
뚜벅,
관도를 걸어가는 창의죽입인,
그는 바로 하후린이었다.
너무도 잘생긴 얼굴탓에 그는 사람이 있는 곳에선 아예 죽립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이제 슬슬 북으로 올라가 북검무맹인지를 정리해야겠어.

그런 연후...

환우천하를 돌며 제왕벌의 소재지를 파악하고......"
그는 좀더 큰 것을 바라고 있었다.
대륙만으로는...

그는 뭔가 부족함을 느꼈기에.....
그럴 때마다 그의 피는 끓어오르고 있었다.
제- 왕- 혈!
바로 그것이었다.
문득,
두두두두-
관도의 앞에서 십여 필의 흑마가 짓쳐들었다.
그들과의 거리가 가까와지자

그제야 하후린은 죽립을 들어올렸다.
하나 그는 이내 무표정해졌다.
그런데.
"혹... 창룡왕이 아니십니까?"
선두의 마사인이 하후린의 앞으로 떨어져 내리며 물어오는 것이 아닌가?
"그렇소만,....."
하후린은 귀찮은 듯 대꾸하며 눈 앞의 인물을 바라보았다.
하후린의 키는 어언 팔 척에 달하고 있었다.
한데,
그의 눈 앞의 장한은 그보다 목 하나는 큰 인물이었다.
더부룩한 구레나룻에......
부리부리한 호목을 지닌 위맹한 인상의 흑의 거한.
그는 하후린의 앞에 그대로 정중히 포권했다.
"삼가... 창룡왕을 뵙게 되어 영광이오이다."
"....."
"그리고... 잠시 소인의 지존을 뵈오실 수 없으신지....."
"당신의 지존이 누군데......"
하후린은 의혹의 빛으로 물음을 던졌따.
"예! 이것을 보시면....."
흑의 장한은 품에서 한 통의 서찰을 꺼내며 내밀었다.
".....?"
하후린은 고개를 갸웃하고는 서찰을 폈다.

<삼가 하후공께 옥군(玉君)이 불행한 일을 당했음을 알리오!

소식 접하시는 대로 본문으로 와 주시길......>
서찰은 중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옥군 누님이 어찌 됐다고?"
하후린은 흑의 장한을 노려보며 다그치듯 물었다.
"소... 소인은 잘 모르니... 지존을 만나보심이......"
"안내하라!"
하후린은 그대로 신형을 앞장서서 뽑아올리며 흑의 장한의 팔을 붙잡았다.
순간.
"어어어....."
그들의 신형은 빛살같이 동천으로 사라졌다.
히히히힝-
주인 잃은 흑마는 서럽게 울고.....


<철혈검문!>

대륙 제일의 패검문(覇劍門)!
그들의 검은 오히려 도에 가까울 정도의 거검이었다.
하나 그들은 분명 십자천검맹의 일원이었고.......
그 검명을 드날리고 있는 무적패검가였다.
한데,
철혈검문의 전역은 우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패기마저 사라진,
흡사 초상집과도 같은 분위기였다.
그리고 이곳으로 한 인물이 찾아들었다.
한 마리 대창룡이......

"무... 무엇이? 북검무맹에서?"
하후린은 노성을 지르며 흥분해 했다.
그런 그의 전면,
흑오목 탁자를 사이에 두고 단좌해 있는 거한이 있었다.
구장에 육박하는 거구에
자신의 키만한 거검을 비껴들고 있는 흑포 노인.
난발해 있은 흑발은 그대로 전설제왕인 철사자를 연상시키고 있었다.
이 노인......
범인이라면 이 눈빛만으로도 심혼을 떨게 만들 패인!

-철혈검왕 패극!
철혈검문의 지존이자,
지상에서 가장 큰 검, 철혈거검을 쓸 수 있는 유일한 인물!
바로 그였다.
한데, 그의 안색은 무겁게 침잠되어 있지 않은가?
문득,
하후린의 눈을 주시하며 그는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옥군... 그 아이는 본좌으 며느리다."
"나... 하후린의 아내요."
"내 아들... 기아의 정혼녀다."
"죽은 자는 결혼할 수 없소."
"놈, 감히 본좌의 앞에서......"
"후후, 감히... 본공자의 앞에서 큰소리라니....."
서언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크하하핫, 과연...뱃심 한 번 두둑하구만. 창룡왕!"
"후후, 역시 철혈의 패왕답소! 철혈검왕 노선배!"
중반전의 양상은 이러했고,
"명불허전이로군.

기실, 자네의 예기는 옥군, 그 아이에게서 들었네.

물론... 본좌는 거기에 조건을 걸었지!"
"......"
"그 애는 우리 패가의 며느리...

본좌의 허락 없인 결혼할 수 없다."
"......"
그의 단호한 음성에 하후린은 움찔했다.
"하나, 조건이 있었지.

본좌가 보기에... 죽은 아들녀석보다 뛰어나다면 그 애를 주기로 말이야!"
"그래서 어떻습니까?"
하후린은 그의 말뜻을 깨닫고는 얼른 되물었다.
"좋으이! 최소한 내 아들보다 나아......"
말끝을 흐리는 철혈검왕 패극!
그의 노안엔 슬픔의 빛이 서려 있었다ㅣ.
불퇴전의 투사인 철혈검왕 패극!
그런 그도,
결국엔 부정이 흐르는 인간일 뿐이었으니.....
"자네에게 부탁이 있네."
"하명하십시오."
하후린은 콧등이 시큰해짐을 느끼며 정중히 고개를 끄덕였다.
"염치 없는 줄 알지만...

옥군에게서 난 아이에게 패씨를 줄 수 없겠나?"
그의 음성은 간절하기조차 했다.
말년에 얻은 아들,

철패잠룡 패천기!
그가 죽고 난 후, 가장 염려되는 것은 그의 사후,

철혈검문의 대가 끊기는 것이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하후린은 흔쾌히 승낙했다.
"고마우이.....'
철혈검왕 패극은 진정으로감사를 표했다.
이어,
스윽
그는 신형을 일으키며 말을 꺼냈다.
"따라오게! 자네에게 줄 선물이 있네!"
철혈검왕은 앞장서 실내를 빠져나갔다.
"이... 이것은.....?"
하후린은 놀람의 탄성을 터뜨렸다,
그가 있는 곳은 철혈검문의 지하밀실이었다.
그의 앞.
철혈검왕 패극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득의로운 미소를 머금은 채 전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관(棺)!
그것도 족히 백여 개에 달하는 검은 관들이 질서정연하게 놓여져 있었다.
관의 내부,
그곳에는 한 구씩의 철갑덩어리가 들어 있었다.
온몸이 묵철로 이루어진 철의 인간!
"철인군단......"
"본가의 전통은 스스로... 철혈동부에 들어 철인이 되는 것이네.

철혈동부엔 무적 철혈기라는 철의 기운이 깃들어 있는 곳이네."
"철혈동부?"
"죽는 것이 아닌, 가사 상태로

철혈묵린기(墨鱗忌)를 빨아들이며 천 년을 사는 무적군단!"
철혈검왕 패극의 음성에는 어떤 가희마저 서려 있었다.
"저것을 쓰는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네만...

놈들이 먼저 본좌를 건드렸네."
츠으으으-
패극의 전신에서는 가공할 철기가 폭출되어 나왔다.
그것은 부러질지언정 휘어지지 않는 강철의 기운이었다.
"자네에게 주겠네!

비검영... 대설산으로 가서 옥군을 구해오게!

백소군들은 그곳에 있네!"
그의 음성엔 진한 살기마저 서려 있었다.
"감사... 합니다! 반드시 옥군누님을 구출하겠습니다!"
하후린은 재차 포권하며 확언했다.
"잘 다루게!

철인군단. 저것들은 마물(魔物)일세!

그무엇으로도 부술 수 없는... 시험해 보면 알겠지......"
패극은 중얼거리듯 당부의 말을 하고는

하후린에게 한 권의 철경을 던져 주었다.
"철혈... 철인술(鐵人術)?"
철경을 받아든 하후린은 무심코 철편을 넘겼다.

-철인제령술(制靈術)!
그것에는 철인군단의 조종술이 수록되어 있었다.
모르리라......

<철인군단!>
그 전율적인 마물의 힘을,
그 누구도 알지 못하리니......
하나 알게 되리라.
그 공포의 무적군단을.
그 전율적인 파괴력을......

이곳 철혈검문이었다.


쌍서제왕!
서왕 종리백.
서제 북궁혼!
그들은 대륙천금전에서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며 뒹굴고 있었다.
물오른 돼지같이 퉁퉁하게 살이 올라 있는 그들.
한데,
그들은 그리 기분이 썩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서제 북궁혼의 입에서 볼멘 음성이 흘러나왔다.
"저... 형님!"
"왜불러?"
서왕 종리백은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
"제길... 주인님 덕에 술 먹고 밥 먹고, 태평하긴 한데...

심심하단 말야! 몸도 근질근질 하고......"
"실은... 나도 그게 불만이야!"
한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돌연,
툭!
하나의 물체가 그들 사이로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엇?"
"응?"
그들의 시선이 일제히 떨어진 물체에 쏠렸다.

<환상신영비보(幻像身影飛步)와 검형천탄화류(劍形天彈花流)를 남긴다!
그리고,
이것을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도록 천년설연실(雪蓮實) 두 개를 보낸다.
삼 일 내로 익히도록 하라!>

쌍서제왕은 그 서찰이 누구의 것인지 직감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한데,
그 글 밑에는 하나의 옥갑이 달려 있었고,
달- 칵-
옥갑이 열리고 그 안에는 두 알의 설연실이 들어 있었다.
"천녀... 설연실......"
"하나를 먹으면 백 년의 공력을 얻을 수 있다는 이 절세의 영약이......"
쌍서제왕!
서왕 종리백과 서제 북궁혼!
"주인... 님......"
"이 은혜를....."
그들의 눈가에는 간절한 염원이 서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기쁨의 희열의 눈물이었다.
희망의 눈물이기도 한 것이었고.

쌍서제왕...
그들이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그 목적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