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장 부상(扶桑)에서 온 여인사(女忍士) 여인의 길
드르륵-
"크어, 취한다."
하후린은 방문을 열고 비틀거리며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말술을 마신 듯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수려한 그의 얼굴은 술기운으로 인해 더욱 영준하고 아름다와 보였다.
한데,
방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하후린은 흠칫했다.
그의 눈가로 빠르게 한 줄기 기광이 솟았다가 사라졌다.
털썩-
그는 침상으로 다가가 태연하게 주저 앉았다.
극히 태연한 신색이었으나
내심 그는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
'누군가 있다! 숨소리는 없으나 냄새가 난다! 죽음의 냄새가...'
직감적으로 스치는 영감으로 그는 깨달을 수 있었다.
'인사(忍士)다! 지옥수련을 거친 인간 한계에 도전한 인사의 냄새다!'
오...
놀라운 일이 아닌가?
하후린...
그의 후각을 속이고 숨어 있을 수 있는 인간이 있단 말인가?
하후린은 긴장하며 생각을 굴렸다.
'숨소리도 없고 , 심장 뛰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체온 역시 실내의 온도와 똑같다.
단지,있다면 냄새뿐......'
일순,
그의 두 눈에 한줄기 이채가 스쳤다.
'위!'
생각보다 그의 행동이 앞섰다.
후익-
그는 심전 같은 신법으로 대들보 위로 사뿐 올라섰다.
그 순간,
"......"
하후린은 흠칫했다.
전면,
한 명의 흑영이 손에 검을 꽉 움켜쥔 채 웅크리고 있었다.
하후린은 조심스럽게 흑영을 향해 다가섰다.
순간,
"죽엇!"
뾰족한 살음과 함께 흑영이 돌발적으로 칼을 휘둘러 기습해 왔다.
"훗, 제법이군!"
하후린은 가볍게 신형을 틀어 피하며 손을 뻗어 반격했다.
다음 순간.
"으음!"
흑영은 그대로 풀썩 쓰러지며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휘익-
하후린은 가볍게 손을 뻗어 떨어지는 흑영의 완맥을 낚아챘다.
그 순간 하후린은 흠칫했다.
피......
흑영의 전신은 온통 난도질되어 있었으며 줄줄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순간,
"혹시... 이 소녀가....."
하후린은 흑의 살수를 일별한 순간 봉황루에서의 암습자를 떠올렸다.
하나,
하후린은 황급히 흑영의 맥문을 짚어 보았다.
"이럴 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참고 반격까지 시도하다니...."
그는 경악했다.
'오장이 파열되었고 전신 심맥이 끊어져 출혈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런데도 내 이목을 속이고 공격까지 해 오다니......'
그는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이 지독한 상황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굉장한 수련을 거친 친구로군. 누구지?"
그는 궁금증을 느끼며 흑영의 복면을 벗겼다.
순간,
"아니... 여인!"
복면을 벗기는 순간,
치렁한 흑발과 함께 파리한 안색의 미녀가 나타났다.
대략 십칠팔 세 정도 되었을까?
갸름한 얼굴 윤곽에 그린 듯 아름다운 미인이었다.
하후린은 문득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치료를 하자면 옷을 벗겨야 하는데......"
그는 잠시 망설였다.
하나 곧,
부욱-
그는 결심한 듯 여인의 옷자락을 찢어냈다.
그녀는 전신에 이 거미줄 같은 검상을 입어 선혈을 흘리고 있었다.
"......"
하후린은 황급히 손을 움직여 지혈시켰다.
여체,
비록 상처투성이었으나 그 몸매의 아름다움은 극치에 달했다.
한데,
"틀림없군, 분명... 그 계집이었군."
하후린은 여인의 여체를 본 순간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하나의 꽃무늬를 연상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유의 흔적을 남길 수 있는 무공은 오직 하나였다.
_검형천탄화류(劍形天彈花流)!
불사전황이 남긴 십대제옹천무류 중 제일류!
오직 그것만이 지금의 이런 상흔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하나,
하후린은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여인의 상세는 촌각을 다투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 달 간 꼼짝말고 요양해야 하거늘... 또다시 공격해 오다니......"
하후린은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어,
그는 품에서 하나의 옥갑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혀를 살짝 이빨로 깨물었다.
그의 혀로부터 향긋한 보혈이 흘러나오자
그는 천천히 여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갔다.
"달콤하군!"
그는 자신의 보혈을 여인의 입안으로 흘려넣어 준 다음 빙긋이 미소지었다.
이어,
그는 옥갑에서 불사신침을 꺼냈다.
"초령불사천의술이면 오장을 제자리로 돌릴 수 있고 끊어진 심맥을 이을 수 있다."
다음 순간,
팟- 파팟-
금침과 묵침이 차례로 하후린의 손을 떠나 여인의 나신으로 날아가 박혔다.
그렇게 일각이 흐르고 나자.
스스스스-
신비로운 오행강기가 하후린과 여인의 나신을 감쌌다.
동시에 말할 수 없이 그윽하고 향긋한 내음이 방 안을 진동했다.
다시 일각이 흘렀다.
한 순간,
스스스-
오행강기는 하후린의 전신으로 흡수되었다.
이어,
슷-
하후린이 가볍게 손을 내젓자
여인의 몸에 꽂힌 금침들이 일제히 소안으로 회수되었다.
그러자 드러나는 여인의 적나라한 나신!
아... 아름다왔다.
빙기옥골의 빼어난 미태와 풍염하고 탄력있는 몸매는 그야말로 천향구객이었다.
하후린은절로 감탄성을 발했다.
"진정 아름다운 몸이다."
그때
번쩍!
죽은 듯 혼절해 있는 여인이 눈을 떴다.
그녀와 시선이 마주치자 하후린은 멋적은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본의가 아니었소. 치료를 위해 할 수 없었소."
"....."
여인은 말없이 몸을 일으켰다.
이미 사태를 짐작한 그녀는 금침을 끌어당겨 나신을 가렸다.
"당신은,.. 왜 저를 살렸죠?"
빨아들일 듯 신비롭고 깊숙한,
유난히 까만 그녀의 동공,
하나 그것은 절대무심안이었다.
그녀의 음성 또한 무미건조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하후린은 그 눈을 본 순간 내심 중얼거렸다.
'철저한 인사의 수련을 거쳤군!'
이어 그는 담담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나는 하후린이오. 낭자는 누구시오?"
"태랑전학(太郞田鶴)!
태랑오랑(太郞吾郞)은 나를 흑진주라 불러요>"
하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흑진주라, 정말 낭자에게 꼭 알맞는 이름이군."
흑진주는 아무런 감정 없이 무심한 눈길로 하후린을 주시했다.
"우리나라 여자는 알몸을 보이는 남자에게 시집을 가야 해요."
그 말에 하후린은 질겁을 했다.
"치료를 하기 우해 그것은 불가피한 일이었소."
하나 흑진주는 상관치 않고 말했다.
"나는 인사십관(忍士十關) 중 오관을 익혔어요.
중원에 나와서 치욕을 당했으니 당신은 결정하셔야만 해요."
"무엇을 말이오?"
"당신이 죽든 내가 죽든 둘 중의 하나를!"
하후린은 흠칫했다.
하나 흑진주는 무심한 음성으로 분명하게 말했다.
"나는 할 일이 있어요.
부상으로 돌아가 십관을 통과하는 것이에요.
하나 당신은 내 알몸을 보았어요."
"그건......"
흑진주는 하후린의 말을 막으며 잘라 말했다.
"바둑을 둬요. 내가 지면 당신의 노예가 되겠어요.
대신 당신이 지면 자결하세요."
"하나......"
하후린은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흑진주는 막무가내였다.
"우리나라 바둑은 패하면 자결하는 것이 원칙이에요."
"그럴 수 없소."
하후린은 흑진주의 뜻을 거절했다.
그러자,
흑진주는 비장한 신색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다면 할 수 없군요."
획-
그는 손을 뻗어 칼을 잡고 금침을 젖혔다.
이어 나신이 드러나는 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무릎을 꿇었다.
동시에 망설임 없이 칼로 자신의 배를 향해 가는 것이 아닌가?
순간,
"안 돼!"
휙-
하후린은 빠르게 흑진주이 완백을 낚아챘다.
흑진주는 여전히 무심한 눈길로 하후린을 응시했다.
"당신은... 내 알몸을 보았어요.
나는 그것에 불복해요.
그러면 정당한 승부가 필요해요.
바둑으로 내가 이기면 당신이 죽고 내 몸은 다시 청백함을 되찾을 수 있어요.
또한 나는 동영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당신이 바둑을 거절하면 나는 자결할 수밖에 없어요."
하후린은 곤혹한 표정을 지었다.
하나 그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한데,"
문득 그는 나색을 떠올렸다.
"이곳에는 바둑판이 없지 않소?"
"구두쟁기(口頭爭碁)!"
흑진주는 망설이없이 잘라 말했다.
-구두쟁기
입으로 하는 바둑을 말함이다.
먼저 흑진주가 무심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좌상, 육, 삼!"
하후린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호! 일자걸침! 좋은 수, 좌하 삼, 육!"
흑진주는 이채를 발하며 하후린의 두 눈을 마주 바라보았다.
"마주 걸치시는군요. 좌상 삼, 삼, 육!"
"삼삼 침입...
상대의 근거를 없애고 자신의 실리를 확보한다...
좋은 수요. 좌상 육, 사!"
흑진주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대세력 작전... 좌상 칠, 삼!"
하후린은 지체 없이 입을 열었다.
"좌하 육, 삼!"
"좌하 칠, 삼!"
"우하 삼, 삼!"
"우삼, 오!"
......
가히 엄청난 속기.
상대의 입이 채 닫히기도 전에 되잡아 착점한다,
어느 듯 일 각의 시간이 흘렀다.
벌써 팔십여 수가 두어졌다.
흑진주!
그녀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머리에 그려진 반상......
흑은 짭짤한 실마리를 확보하고 있었다.
그외 반면 백의 확정호는 거의 없었다.
광대한 세력, 허술한 듯하면서도 돌 하나하나마다 활력이 넘쳐 흐른다.
가히 철옹성과도 같은 세력......
"으음......"
흑진주는 침음성을 흘리며 생각을 굴렸다.
'백의 대세력을 삭감시키지 못하면 팔괘다!'
......
다시 일각의 시간이 살같이 흘렀다.
이윽고
"졌어요!"
공허한 그러면서도 꿋꿋한 여인의 옥음이 실내를 울렸다.
이어 그녀는 고개를 떨구며 침상 위로 교구를 눕혔다.
"저는 이제 당신 거예요.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자결하겠어요."
"나... 낭자, 그것은......"
하후린은 당황하며 급히 무어라 대꾸하려 했다.
하나 그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흑진주,
그녀의 눈빛에서 이미 결심이 굳어졌다는 것을 읽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거부하면 자결하겠군!'
문득,
창문 틈으로 월광이 스며들어 흑진주의 나신을 비추었다.
은은한 월광 아래 드러난 눈부시도록 아름답고 고혹적인 여체,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하후린,
그는 한 창 혈기왕성한 청년이었다.
폭발적인 여체의 아름다움 앞에
그는 가슴 밑바닥에서 뜨거운 열기가 솟구쳐 오름을 느꼈다.
하나 그는 동요를 억제하며 시선을 돌렸다.
이어 담담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우선, 묻겠소. 왜 나를 죽이려 했소?"
"원수를 갚으려고요."
여인... 흑진주는 태연히 답했다.
"원... 수? 나는 그대에게 원한을 산 일이 없는데......'
"무영...은밀종이 바로 천첩의 조부님이세요."
"무영은밀종!"
"그래요."
흑진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분은 비록 좋지 않은 일을 했지만 중원에 와서 패사했으니...
당연히 원수를 갚아야지요. 부상에서는 이단자셨지만......"
흑진주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떨구었다.
"한데, 지금은 왜 내게 굴복하는 것이지?"
하후린은 그런 그녀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했다.
두 번이나......
그것도 목숨을 걸고 자신을 암슬하려 했던 그녀가 아니던가?
한데,
지금은 그녀는 그저 다소곳한 새색시와도 같았으니......
"천첩이 패한 순간, 이미 천첩은 태랑가가 아닌 당신의 사람이에요."
"......?"
"그 말은 태랑가의 원한은 제겐 상관 없는 일이란 뜻이에요."
"그렇게 되나?"
하후린은 뭔지 모르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부상살인막(扶桑殺忍幕)!
이것이 그녀의 가문이었다.
살인술,
인자법의 최강가문.
그들의 인자살법술은 오히려 대륙 제일살검, 살예혈검루를 능가하고 있었다.
그리고,
흑진주는 그곳의 소막주였다.
무영은밀종......
그는 부상에서 이단으로 몰려 추방된 자에 불과했다.
그는 자신의 추종세력을 이끌고 중원으로 도피했으며
갖은 악행을 자행한 것이었으니......
그러다가 하후린에게 걸려 파멸된 것이었다.
"열흘 전, 천첩은 조부께서 피살되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중원행을 결심했어요. 한데......"
흑진주는 말을 이었다.
"어제, 웬 여인이 원수를 갚으라며 당신의 거처를 알려 주었어요."
"웬 여인?"
"정체는 모르겠어요.
단지, 천첩은 원수만을 갚을 생각으로 당신을......"
흑진주는 죄책감을 느낀 듯 홍조를 띄었다.
'부상살인막의 내정까지 아는 자가 있다니... 대륙인은 아니다!'
하후린은 빠르게 상념을 되새겼다.
'제삼의 세력, 어쩌면 제왕벌에 패멸한 그들의 후예가.....'
그의 신객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혹... 십자천검매의 분열도......'
하나,
그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닐 것이다.
그들은 야망을 가지고 있던 인물들... 일을 서둘러야겠군.'
하후린은 결론을 내린 듯 사념을 떨구었다.
이어.
그의 시선은 흑진주에게 모아졌다.
조그마한,
흡사,
한 마리 귀여운 토끼와도 같은 여인.....
"그대를 진정한 여인으로 만들어 주겠어!"
하후린은 싱그러운 미소를 머금어며 침상으로 다가갔다.
이어,
그는 자신의 옷을 훌훌 벗어 던졌다.
그리고,
우뚝!
그는 흑진주의 앞에 섰다.
굳강한 사내의 근육질은 탐스럽게 빛나고......
그 하체의 일부는 거대하게 솟구쳐 있었다,
이미 나신이 되어 있는 여인......
"아......"
그녀는 숨이 막힌 듯한 열류를 느꼈다.
그리고,
스윽-
그녀는 교구를 앞으로 다가가 사내의 하체에 옥용을 고정시켰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니었다.
하나,
스윽-
여인은 교수를 뻗어 사내의 거물을 움켜쥐었고,
천천히...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그 거대한 불덩이를 함뿍 입에 담았다.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불덩이의 열기......
'학!'
여인은 목구멍을 넘나드는 거물에 숨이 막혀옴을 느끼며 더욱 입을 벌렸다.
"헉헉!"
하후린은 더욱 깊숙이 자신을 밀어 넣으며 여인의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그의 손은 천천히 밑으로 뻗어갔고,
물컹-
자그마하나 단단하게 솟은 육봉을 움켜쥐었다.
여인의 머리는 미친 듯이 흔들거리고,
그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여인의 길에 이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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