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제왕벌

제22장 여중제일존(尊) 취라검후(翠羅劍后) 단리혜혜(端里慧慧)

오늘의 쉼터 2014. 10. 4. 23:35

 

제22장 여중제일존(尊) 취라검후(翠羅劍后) 단리혜혜(端里慧慧)

 

 

 

"......"
"......"
아무런 말이 없는 두 남녀,
그들은 바로 하후린과 백옥군이었다.
한데,
침상 위,
그곳엔 한 송이의 혈화가 흥건히  배어 있는 것이었으니......
그렇다면 백옥군은 아직도 청백지신의 몸을 간직하고 있었단 말인가?
시각은...

이미 어둠이 깔리는... 밤이었다.
문득...
밤하늘을 응시하던 하후린의 음성이 잔잔히 울렸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누님!"
"예? 누님......이라니?"
백옥군은 일순 어이가 없었다.
"쩝, 난 열여섯밖에 되지 않았거든요."
'세상에!'
뒷머리를 긁적이는 하후린의 행동에

그녀의 마음은 포근하게 가라앉았다.
저토록 장대한 체구에......
그 가공할 무위를 보여준 하후린이 아니던가?
한데, 지금의 그를 보면 마치 장난을 치다 들킨 개구장이와도 같으니......
"괜... 찮아요, 린!"
백옥군은 살포시 홍조를 떠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것은 한 송이의 농익은 백국화와도 같았다.
문득,
'기랑... 천첩은 이제......'
그녀는 자신의 정혼자였던 남성을 떠올리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누님... 정혼자는 누구였습니까?"
하후린은 조심스레 물음을 던졌다.
순간,
"그... 그것을 어떻게......"
백옥군은 화들짝 놀라며 하후린을 응시했다.
"그거야... 누님이 처녀였으니...

결혼까지 했다면...

어느 미친 놈이 누님 같은 미인을 ... 그냥 두겠소?"
하후린은 그녀의 눈치를 살피며 띄엄띄엄 말했다.
그의 말에 백옥군은 양볼을 붉히며

황급히 침상 위의 혈화를 이불로 가렸다.
"짖궂어요! 그런 말을......"
그녀는 하얗게 눈을 흘겼다.
이어,
그녀의 입에서는 처연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천첩의 정혼자는...

철혈검문의 소문주이신 철패잠룡(鐵覇潛龍) 패천기(覇天奇)...

그 분이셨어요......'
또르륵-
말을 잇는 그녀의 봉목에는

어느덧 한 줄기 이슬방울이 구르고 있었다.
그녀의 말......
그것은 곧 대륙 무림의 판도를 밝히는 것이었다.
그 내용은 대충 이랬다.

십자천검맹-
그것은 셋으로 분열되어 있었다.

<북검무맹(北劍武盟)>

-비검영(秘劍營)!
-검각(劍閣)!
-살예혈검루(殺藝血劍樓)!
-오호검룡채(五湖劍龍寨)!

<남천검무련(南天劍武聯)>

-환상신검막(幻像神劍幕)!
-소림밀검원(少林密劍院)!
-철혈검문(鐵血劍門)!
-만화검풍곡(萬花劍風谷)!

이들은 남과 북으로 갈려 서로 상잔을 거듭하고 있었다.

"현재는 본련이 밀리는 형세에요!

기실, 본곡을 비롯한 남천검무련은 대륙 패권엔 야욕이 없어요!"
백옥군의 말은 뜻밖이었다.
"검왕지존좌를 놓고 쟁패하는 것이 아니란 말이오?"
"그래요! 남천검무련은 십자천검맹을배신한

북검무맹에 대항하는것 뿐이에요. 하나......'
그녀의 봉목은 짙은 그늘이 깔려 있었다.
"취라검성은 지존성검단을 호위하고 있을 뿐,

중립을 취하고 있는 형국이에요."
"취라검성이라? 아... 그 여인 집단 말입니까?"
그녀는  한숨 섞인 음성으로 답했다.
"본련의 수석은 철혈검문이고,

천첩은 철패잠룡... 그 분과 검각에 간세로 숨어 들었으나....

그 분은 발각되어 비명에...... 흑!"
"알... 겠소.

누님의 원수를 꼭 갚아 드리겠소.

패형님께서 편히 잠드시도록......"
하후린은 여린 교구를 보듬어 안으며 확인했다.
"......"
일순, 백옥군은 그의 호언에 물끄러미 그를 올려다 보았다.
십자천검맹!
대륙 천하를 군림해 온 그 무적의 검단!
비록,
그것이 분열되어 단지 네 개의 문파만으로 이루어진 북검무맹이라 하나......
그 위력은 가히 파천왕일진대......
하나,
'그래. 이 분이라면......'
단신으로 대륙에 도전하는 겁없는 잠룡!
백옥군은 그 광오한 발언에도 수긍할  수 있었다.
하후린,
그만이 그런 말을 할 수 있기에......
그리고 그런 믿음은 그녀에게 모든 불신의 장벽을 허물어뜨렸다.
" 한 분을 구해 주세요!"
"그 지체가 놓으신 인간 말인가?"
"예! 사실 그 사실을 알고는 본련에 연락을 취하다 발각된 것이에요."
"누구요?"
"취라검성의 성주예요.

그 분이 본련의 초청으로 회합을 하시고자

항주로 오시는 중이에요. 한데......"
"......"
"불검무맹은 그 길목에서 그 분을 급습하여.....

취라검성을 흡수하려는 음모를 세우고 있어요."
"취라검후를......"
하후린은 미간을 좁히며 중어거렸다.

-취라검후 단리혜혜!

여중제일존!
그렇게 불리우는 검의 여왕이 그녀였다.
여인만으로 이루어진 취라검성의 당대 성주이자,
일명, 사자철여제라 불리우는 대 무후!
거기에 그녀는 또한 여인다운 조용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그녀는 분쟁에서 벗어나 있는 상태였고.
단지 지존성검단만을 철통같이 호위하고 있었다.
아무도,
십자천검맹의 누구도 그런 그녀가 지키는

지존성검단에 함부로 난입하지 못했다.
결과는... 죽음 뿐이기에......
"그 분이 잘못된다면...

대륙은 그 살쾡이 같은 배신자들의 손에 떨어지고 말아요! 부디......"
"어디죠? 그 암습의 예정지가?"
하후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이곳... 항주의 봉황루예요."
"좋... 소! 그 대신......"
스윽-
하후린은 싱그러운 미소를 머금으며 손을 뻗었다.
순간,
물컹-
탄력이넘쳐흐르는 농밀한 육봉이 그의 손아귀에 가득 잡히고....
"흐윽!"
백옥구은 가벼운 기성을 발했다.
하나,
여인은 결코 사내를 거부하지 않았다.
둔중한 남성의 육체가 여인의 풍염한 나신 위로 올라가고.
여인은 스스로 허벅지르 개방시켰다.
사내의 굴강한 화기가 천천히 밀려들고.....
"아....."
여인은 살풋이 눈을 감았다.
'기랑... 이젠 ... 당신을 잊어야 해요... 안... 녕...'
도르르-
여인의 감긴 눈가로 뜨거운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흐윽! 아... 아... 린!"
깊숙이 자신의 내부를 침습해든 사내를 느끼며

여인은 영사처럼 그의 목을 휘감았다.
여인,

그녀의 이름은 백옥군이었다.
한 떨기 청초한 백국화!
그 은은한 향기는 점점 농밀해지고 있었다.
사내의... 뜨거운 손길에......


<봉황루>

색향 항주의 대표적인 기루(妓樓)
천인에 하나 있을까말까한 미녀들이 있는 곳.
꽃이 아름다우면 자연히 벌이 날아들게 마련인 것이 자연의 섭리였고,
이곳 봉황루는 문전 성시를 이룰 정도로

풍류한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하나,
그 곳에는 세인들이 알지 못하는 또다른 비밀이 있었으니.....

"크흐흐, 고 계집이 저 안에 있단 말이지?"
은린인(銀鱗人)!
그는 거대한 잉어의 비늘 같은 옷을 걸치고 있었다
아울러,

그의 드러나 있는 피부 또한 고기의 비늘같이 기름지게 빛났다.
물고기같이 유난히 양옆으로 쳐진 눈......
그 동공엔 온통 흰자위만이 번들거린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등 뒤,
일백 여인이 밤의 그늘 속에 도열해 있었다.
한데, 빛나고 있었다.
그들은 일백 인들도 마찬가지로 전신이 은빛의 비늘로 덫혀 있지 않은가?
오오.. 이런 유의 인간들은 오직 한 곳밖에 없었다.

-오호검룡채!

장강을 비롯 대륙 오호을 장악하는 저 중원수계(中原水界)의 제왕!
그들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종족은 특이한 인간들이었다.

은린부어족(銀鱗駙漁族)!
전신에 물고기의 비늘이 서려 있는 신비로운 인간들......
그들은 물 속에서도 육지에서와 같이 자유로이 활동할 수 있었고,

특히,
그들의 전신을 가린 철갑은린은 도검마저도 뚫을 수 없는 무적의 방패였다.
수효는 일백여 명,
하나,

그들 모두가 출동할 시엔 무적군단이 되는 괴물이 바로 그들이엇다.
선두의 인물.,
그는 너무나 유명한 인물이었다.
분수자(分水子)를 양손에 비껴 쥐고 있는자......

-오호일검룡 수극성(水極星)!
바로 그 자였다.
대륙수계의 제왕!
그의 십팔 분수검전풍(十八分水劍電風)은 무적의 검풍이었다.
한데, 물 속에 있어야 할 그가 이곳 항주의 육지에 와 있단.....
"흐흐, 고 계집만 잡아 먹으면.....

대륙의 사분지 일은 본채의 수중에 들어온다!"
그의 눈은 음욕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하나,

나머지 세 놈을 모조리 물고기 밥으로 만든 후..... 검왕지존이 되리라!

검후라는 계집을 제일첩으로 삼으며.....'
야망의 불꽃!
그의 눈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이어, 그는 좌수를 들어올렸다.
순간,
스으으-
그의 눈 앞에서 한 줄기 암영이 안개처럼 피워올랐다.
전신을 검은 야행복으로 감싼 흑의인.
"......"
오호일검룡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무감각했다.
아무런... 사념도 느낄 수 없는 허무지안!
"인간같지 않은 놈들!"
오호일검룡 수극성의 이마가 살짝 좁혀졌다.
'살예혈검루... 확실히 기분나쁜 놈들이야.'
그는 자신의 마음을 감추듯 싸늘한 한기를 폭출시켰다.
"준비는?"
"완벽!"
야행인은 무감동한어조로 짤막하게 말했다.
"좋아! 공격하라! 봉황루를 흑오루로 만들도록!"
"존명!"
잠시고개를 까닥인 흑의인은 그대로 신형을 흐트렸다.
스스슷-
그리고
슷-
츠츠츠ㅊ츠-
여기저기의 암흑일각이 무너지고.
수백 줄기의 흑영이 새까맣게 봉황루로 스며드는 것이 아닌가?
"흐흐, 과연 어둠의 자식들이로군..."
소리없이 사라지는 살예혈검루의 무영살인군을 바라보는

오호일검룡의 입가로 만족한 미소가 어렸다.
이어,

그는 좌측을 돌아보았다.
일단의 백의 검수들이 질서정연하게 도열해 있었다.
그들의 선두에는 한 명 금의 검수가 봉황루를 응수하며 서 있었다.
츠으으-
전신이 예리한 보검의 검날 같은 날카로운 예기에 휩싸여 있는 노검수.....
"금라검존(金羅劍尊)!

좌우측을 협공하라! 본좌는 정면을 치겠다."
"알았소!"
금라검존이라 불린 노검수가 그대로 신형을 떠올렸다.
"백팔검룡천단! 진격!"
백팔 인의 백의 검수들은 비쾌하게 솟구쳐 오르며 봉황루의 담을 타넘어갔다.
쇄액-
스스슷-

-백팔검룡천단(百八劍龍天團)!

검각의 최고 정예군단!
그들은 최소한 일갑자 이상을 검도 수련에 바친 검호들이었다.
또한,
그들을 이끌고 있는 인물은 대륙제이쾌검으로 불리는

검각의 제이인자 금라검존이었다.
그리고......
"크크크- 가랏! 모조리 부숴라!"
오호일검룡 수극성,
그는 대갈을 터뜨리며 봉황루의 정문으로 날아올랐다.
순간,
콰콰쾅-
거대한 철문이 종잇장처럼 찢겨져 박살나고......
"크하하핫- 단리혜혜 그 계집을 나오라 해라!"
쩌렁 울리는 앙천광소에 봉황루 전역은 들썩이고 있었다.
"적이다......'
"막아... 아악!"
"아... 아.... 악!"
봉화루의 오백여 기녀들......
그녀들은 바로 취가검성의 여거무들이었다.
허나 상대는 자신들과는 비교도 될 수 없는 삼대검맹의 주력군단이었으니......
콰코콰쾅-
파츠ㅡ츠츠-
"아악!"
"이... 비겁한...악!"
삽시간에 봉황루는 아비지옥으로 화하고 말았따.

밀실,
실내는 지극히 정갈했다.
그 주인의 성품을 그대로 드러내듯 다아한 실내......
한 여인.
"......"
거울 앞에 단좌해 있는 여인은 은은한 취의를 걸치고 있었다.
나이는 삼십대 초반은 되었을까?
성숙한 육체는 곧이라도 터져오를 듯

취의 자락을 팽팽하게 당기고 있었다.
문득,
"호오... 검왕지존...

그것은 기다림의 자리이지 결코 쟁취하는 것이 아니거늘......"
그런 그녀의 전신엔 상반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감히 범접지 못할 철혈기와,
포근한 어머니 같은 따사로운 온유로움.
이런 유의 여인은 오직 한 명에 불과할 뿐이었다.

-취라검후, 단리혜혜!

바로 이 여인!
여중제일이라 불리는 무적의 검후!
아울러,
그녀는 채찍같이 긴 편검(鞭劍)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연검(軟劍)의 최극고수자였다.
평소에는 자수 등을 즐기는 평범한 여인.
그것이 바로 그녀의 무서운 점이었다.

그녀의 아미는 곤혹감에 젖어 있었다.
"본성의 검후는 일천 년 간 검왕을 기다려 왔다!

그리고 검왕지존의 자리를 노리고  사대 검파가 반란을 일으켰다.

기실 그들의 힘은 본맹의 칠할 전력이거늘......'
단리혜혜는 답답한 듯 중얼거리며 방안을 거닐었다.
한데 바로 그때
"검... 검후님! 대적이 침입...흑!"
쾅-
돌연 방문이 열리며 한 기녀 차림의 소녀가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지는 것이 아닌가?
"소홍! 무슨 일이냐?"
"아... 검후님... 오호일검룡을 비롯한 삼대 검파가... 기습..."
툭!
소홍이라 불린 기녀는 힘겹게 말하고는 그대로 고개를 떨구었다.
"오호일검룡! 그 작자가 감히.....'
츠으응-
오오...

저 폭출되어 흐르는 가공할 살기!
이미 그녀의 교구엔 온유로움의 빛이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철혈전사!
휘익-
핏빛 적린피풍(赤鱗皮風)을 두르고......
촤악-
허리춤에서 폭사되어 나온 취옥빛 연검......
그 길이는 무려 십 장에 달할 지경이었다.

-취라구룡검편(翠羅九龍劍鞭)!

내공을 주입시키면 아홉 가닥으로갈라져......
그것은 아홉 마리 용으로 화해 꿈틀거릴지니......
구룡폭풍검강풍!
천하의 그 무엇도 산산이 부숴 버리는

검후지학(劍后之學)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 이럴 수가?"
취라검후 단리혜혜는 아예 기가 막히고 말았다.
아울러,
그녀의 전신에서는 주체할 수 없는 살광이 해일처럼 폭사되기 시작했다.
오오... 보라!
화르르르르-
악마의 숨결처럼 봉황루를 질식해드는 불길......
콰르르르르-
쿵- 쿠쿠쿠- 쿵-
거대하며 화려한 전각들은 시커면 잿더미로 쓰러져가고......
"카앗! 계집들 죽어랏!"
"흐으... 고것들 참......"
츠- 파파파팟-
콰콰콰- 콰-
난무하는 검무 속에......
"아악!"
"비겁한... 아윽!"
그 가운데...

여인들은 속속 쓰러져가고 있었다.
이것은 대결이라고도 할 수 없었다.
도살! 일방적인 살륙극이었다.
급기야......
"야망에 눈먼 배신자들!"
차가운 한음이 취가럼후 단리혜혜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이어,
츠읏-
그녀의 교구가 가볍게 지면을 박차고 허공을 갈랐다.
"버러지들....... 죽이리라!"
여인은 이를 악물며 수중의 연검을 떨쳤다.
"배신자는 지옥으로..... 구룡파천황!"
츠파파파파-
쩌쩌- 쩡-
낙뢰가 작렬하듯 아홉 줄기 연검강이 부챗살처럼 폭출해갔다.
일순,
"거... 검후... 패해라... 크악!"
"캐애액!"
"크아악!"
추풍낙엽!
삽시간에 일백팔검룡천단의 검수 중

십여 명의 목이 그대로 지면을 굴렀다.
하나.
그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었다.

분노한 암사자,
그 가공할 철혈기를 누가 막을 손가......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