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장 제왕동천(帝王洞天), 불사전황(不死戰皇)과의 만남
"......"
하후린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동공은 온통 의혹의 빛이 어려 있었다.
"이곳이 어디...... 윽!"
막 신형을 일으켜 세우던 그는 이내 낮은 신음을 발했다.
그의 전신은 온통 욱신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제길, 뼈마디마저 가루가 돼 버리는 줄 알았잖아!'
하후린은 그제야 정신을 잃기 전에
전신을 엄습해 들었던 가공할 수압을 상기했다.
회하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던 하후린.....
하나,
그는 그곳에서 태어난 후 초유의 고통을 받아야 했다.
미친 듯이 휘도는 죽음의 소용돌이......
그 가운데로 옹집되는 가공무비할 압력이란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으니.....
'흥! 양부가 이곳을 알고도 들어오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야!'
그는 한쪽의 벽면을 응시하며 내심 툴툴거렸다.
소용돌이의 미증유의 수압!
그것은 범인이 견딜 수 없는 대자연의 천력이었다.
오직!
초인적인 정신력과 금강불사체(金剛不死體)의 신체를 지닌
천인만이 들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었던 것이다.
황금제왕 나후제천!
그는 분명 그 범주에 속하는 인물이건만......
<제왕(帝王)... 동천(洞天)!
제왕의 길에 이르려는 자(者)......
들라!>
간단한 글귀였다.
사위는 칠흑같은 암흑의 공간 뿐이었다.
하나,
하후린은 그 곳이 사방 오 장여에 이르는
철벽의 상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좌측의 벽면......
그곳엔 이런 문자가 쓰여져 있었다.
물론,
이미 사멸어가 되어 버린 고대의 갑골상형문이었다.
문의 제왕......
하후린이 그것을 모를 리는 없었다.
"제왕의 문이라......"
뚜ㅡ벅-
하후린은 중얼거리며 좌측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치 두께로 패여 있는 글귀......
하나,
그것 뿐이었다.
인간이 들어갈 수 있는 문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흠! 찾아서 들어가라 이 말씀인데...... 응?"
팔짱을 끼고 철벽을 노려보던 하후린은 일순 기광을 발했다.
그- 그그그긍-
오오, 보라!
사위는그 두께를 모를 만년금강오금철로 이루어진 철벽상자가아닌가!
그런데,
천정이 서서히 쇠음을 발하며 하강해 오고 있었으니.
'나를 오징어로 만들 때까지의 시각은 일각.....
그 안에 문을 찾아 들어 오라 이 말인데......"
하후린은 힐끗 천정을 보며 이미 시간을 계산함과 동시,
스윽-
그는 천천히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츠으으-
일순,
그의 전신으로 가공할 경기가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오오, 그것이었다.
이제껏,
그 누가 앞에서도 보여지지 않았던 하후린의 실체......
그것은 범인이라면 그 자리에서 산산히 파열돼 버릴 철혈의 제왕지기였다.
"후후! 제왕이라 함은 기존의 모든 것을 파하는 것!
깨주마!"
하후린은 서서히 쌍수를 들어올리며 교차시켰다.
우우웅웅-
그의 어깨넓이만큼 벌어진 양손의 사이.
아.....
검을 들고 있었다.
그것은 전류(電流)의 검형이었다.
"뇌전검인류...... 이것이면 충분하리라!"
나직이 중얼거리며 그의 쌍수가 비쾌하게 내뻗었다.
순간,
쩌엉-
쩌- 저쩌정-
벼락이 치듯 철벽을 강타해 가는 한 줄기 검류......
일순,
퍼억-
콰지지지지직-
둔중한 파열음과 함께 철벽이 그대로 균열을 일으키고.....
콰콰콰쾅-
콰르르르르-
폭발!
철벽은 그대로 종이짝처럼 찢겨지며 폭죽이 터지듯 붕괴되었다.
실로, 전율할 무위(武威)가 아닐 수 없었다.
-뇌전검인류!
그것은 실제의 검이 아닌 강기의 검형이었다.
인간,
그 몸은 곧 소우주라 불리우기에 부족함이 없는 신비가 아닌가?
오행혈기의 천인정(天人精)은 인간이라면
그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었다.
하후린,
그는 자신의 체내 정력을 제어하지 못한 상태였으나.
그의 내부에 자리한 오행천인정은 그야말로 극대함을 이루고 있었다.
거기에,
유밀백종무심결(儒密白宗無心訣)이라는 청정부동심결을 얻어
수경지심(水鏡之心)을 이룩한 것이니......
뇌전검인류......
그것은 기실 인간 체내에 잠재해 있는 뇌정을 극대화시켜
하나의 검형으로 폭발시키는 것이었다.
대자연 최강의 힘, 뇌!
그것은 서천축의 신비사찰인 뇌정마찰(雷霆魔刹)의 실전절예였다.
그것이 어떻게 하후린에게 있는가는 그만이 알리라!
"엉?"
사방을 둘러보던 하후린은 일순 망연한 표정을 떠올렸다.
대전,
화강암으로 만듯하게 깎은 오십 장 넓이의 대전을 그는 밟고 있었다.
그를 가두고 있는 금성철벽.....
그것은 그야말로 개를 가두는 철고였던 것이다.
"나를 야수 취급을 했단 말이지?"
하후린은 몹시 기분이 언짢아졌다.
그렇다!
그가 갇혀 있던 오장 넓이의 철벽은 그야말로 상자였고,
그는 그것을 부수기 위해 전력을 다한 것이었으니......
"어떤 괴물이 이따위 장난을......'
하나,
하후린은 말을 채 잇지 못했다.
"크하하하핫"
쿠쿠쿠쿠- 쿠쿠쿠-
대전의 전체를 뒤흔들며 전해오는 대소성!
"윽!"
일순,
하후린은 두 귀를 틀어막으며 신형을 휘청였다.
"누... 누가......?"
그의 동공은 경악과 불신으로 치떠져 있었다.
내공 일도에서는 철혈대공작이라도 맞먹을 정도로 자신이 있었던 그였다.
하나,
이 단 한 소리의 광소성은 그런 그의 자그임을 산산히 부숴 버리고 있었다.
뒤틀리는 기혈!
목구멍까지 치솟는 비릿한 역혈.....
"크하하핫! 실로 오랜만에 인간을 보는도다!"
예의 광소는 잦아들며 패도적인 일언이 하후린의 귓전을 울렸다.
"......"
하후린은 기혈을 진정시키며 서서히 신형을 돌려세웠다.
순간,
"시...시체가 아닌가?"
하후린은 다시 한 번 경악의 신음성을 토했다.
그의 전면,
한 명,
일 장에 달하는 거대한 체구의 거인이 단좌한 채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하나,
하후린은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거구의 몸에서는 한 줌의 생명력도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그가 걸치고 있는 옷은 현세엔 없는 고대의 전포가 아닌가?
천년 이전의 인물......
'저토록 생생하다니.....'
단지 시신임을 알고 있음에도
하후린은 자신이 왜소해짐을 느껴야 했다.
좌화해 있는 거인......
분명 죽은 시체임에 분명했으나
그 신형에서는 가공할 패력이 서려 있었다.
만일,
하후린이 아니라면 보는 시선만으로도
심혼이 박살나 즉사할 듯 강력한 패천력!
하나,
하후린이 놀란 것은 그것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는 분명 살아 있는 인간의 육성을 들었지 않은가?
한데,
그의 눈에 비친 것은 천년 이전에 죽은 시체 뿐이었으니.....
"놀랐느냐? 아이야!"
한 소리
예이 패도적인 음성이 다시금 하후린의 귓가로 흘러들었다.
'분명 저 시신에서 나는 소리..... 그렇다면.....'
하후린의 머리는 심전같이 스쳐가는 상념 하나가 있었다.
"천세...... 격공천음술(隔空天音術)!"
하후린은 신음하듯 중얼거렸다.
-천세격공천음술!
그것은 경이의 비술이었다.
대자연의 섭리마저 거부할 수 있는 초인의 천무!
생명이 불꽃은 사그러드나......
그 내지된 뜻과 기를 천 년 간 잠재워 전할 수 있는 역천비술이 그것이었다.
"크하하하핫!
과연, 본전황의 후인으로 손색이 없도다!
단번에 그것을 알다니.....'
예의 음성이 감탄의 염을 내재한 채 울려퍼졌다.
한데,
그 순간,
"전... 전황!"
하후린은 대경하며 두 눈을 치떴다.
그의 뇌리로 스쳐가는 나후제천의 일언!
-제왕벌!
그 공포의 신화를 움직이는 것은
제국삼태천황이라 일컫는 삼 인의 초인이다!
일컬어
전황, 의황, 검황,
오오......
들었는가?
예의 신비음은 분명 자신을 전황이라 일컬었다.
"네가 어찌 본제국을 아느냐?
본좌를 아는 자는 더더욱 없을 것인데.....'
신비음,
전황의 음성엔 의혹이 어려 있었다.
하후린은 장난스레 미소지으며 답변했다.
"후후, 소생의 본가는 철혈가이고 양가는 황금가예요."
그의 말에 전황이 음성은 뜻밖이라는 듯 격앙되었다.
"호오, 철혈가라면 본 삼태황을 제외한
오대작위가문 중 최강의 가문인 철혈루이거늘.
네가 철가의 후예란 말이냐?"
"그렇습니다.
린이란 이름이 있으나 성은 하후라 하오이다!"
"엉?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철가의 후예가 어찌 하후씨를 쓴단 말이냐? '
"난... 제왕이 될 거예요.
왕중왕, 십전제왕이....."
하후린은 단언하듯 말끝을 흐리며 입을 다물었다.
"십전... 제왕!"
전황은 신음과도 같은 탄성을 터뜨렸다.
하나,
그의 말투는 곧 긍정을 표시하고 있었다.
"고놈, 기개 한 번 좋다!
뭐? 왕중왕 십전제왕이 되겠다고?
제왕벌의 일인지존이 되고 싶다 이 말이지?"
전황.......
그의 성격은 호탕하기 이를 데 없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크크, 놈!
어디 그에 상응하는 실력이 있는지 보겠다!"
조소마저 서린 일갈과 함께,
돌연,
쩌- 엉-
죽은 시신의 두 눈에서 벼락같은 뇌기가 작렬하는 것이 아닌가?
"헉!"
하후린은 기겁을 하며 신형을 뒤로 날렸다.
하나,
퍼억-
"윽......"
하후린은 빗심으로 둔중한 격타음을 울림과 함께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찌푸러진 그의 안색으로 보아 매우 고통스러움을 알 수 있었다.
'이... 이럴 수가?
죽은 시체 따위가 공격을.....'
그렇다.
이것은 분명 괴사가 아닐 수 없었다.
이미,
천 년 이전에 죽은 시신이 산 인간을 공격하다니......
그것도 앉은 자리에서 단지 눈빛만으로.....
"크크, 어떠냐?
감히 삼태제황 중 하나였던 본좌의 일푼 공격도 받지 못하고서
뭐 십전제왕이 되겠다고?
크크크!"
조소 어린 전황이 비웃음이 들리자,
"이익!"
하후린은 피가 끓어오름을 느끼며 신형을 일으켰다.
아울러,
"차앗, 길고 짧은 것은 대 봐야 아는 것이오!
철혈, 수발, 폭풍결!"
츠으으으-
낭랑한 대갈일성이 터짐과 함께
하후린의 치렁한 긴 수발이 십여 장을 뻗어오르고,
우우우우-
그것은 하후린을 중심으로 거대한 원을 그으며 회전했다.
순간,
콰콰콰콰쾅-
오오, 폭풍!
그것은 폭풍의 공포를 동반한 암흑의 폭풍강이었다.
대전의 모든 것은 그대로 균열되어 부숴져 내리고......
"철혈루의 최강절예......"
부르짖듯 울려오는 전황의 목소리엔 다급함마저 어려 있었다.
"이... 이놈아! 그만해라!
내 몸이 다 가루가 되겠다!"
사정하는 전황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후훗, 진작 그러실 것이지!"
츠으으응-
하후린은 내공을 풀며 수발을 회수했다.
십 장이 넘게 뻗어갔던 그의 장발은
다시금 그의 허리께서 출렁이고 있었다.
만족한 미소를 머금은 채 당당히 서 있는 하후린.
대전은 그야말로 붕괴 직전에 있었다.
거북의 등껍질인 양 균열된 사면의 벽!
하나,
전황의 시신 주위엔 먼지 하나 일어나있지 않았다.
그때
"크으...
고약스런 놈!
존장을 위해하려 하다니......"
전황의 꾸중섞인 질타에 하후린은 뒷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칫! 누가 먼저 손을 쓰래요?"
하후린은 퉁명스레 대꾸했다.
이어,
슥-
그는 전황의 시신 앞으로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주세요!"
"뭘... 달란 말이냐?"
의혹의 빛이 서린 전황의 물음은 당연한 것이었다.
"아...... 천 년 동안이나 날 기다리신 것 아녜요?
줄 것이 있으시니까......"
하후린은 태연자약했다.
오히려,
그는 당연히 제 것을 달래는 양 당당하기 이를 데 없었다.
".....'
전황!
비록,
죽은 시신이어서 그의 표정은 알 수 없었으나
그의 영정은 아예 기가 꽉 막히고 말았다.
"조..... 좋다! 주마!"
급기야,
전황은 진저리를 치듯 승낙하고 말았다.
"뭘, 당연히 주실 걸 가지고 그래요? 째째하게....."
하후린은 아예 전황의 시신 앞에 털썩 주저 앉으며 싱글거렸다.
"허어...... 감히...
본좌 불사전황 앞에서 요 쥐방울만한 놈이......"
하나,
전황,
불사전황은 말을 채 잇지 못했다.
"쳇! 내가 비록 열다섯 살이지만,
나두 천년을 살면 십 장은 더 클 수 있어요."
날카로운 반격,
"아... 알았다! 알았어,
말로선 상종 못할 놈이로군!"
불사전황은 아예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문득,
"음! 이제부터 본좌가 하는 말을 잘 들어라!"
불사전황은 신중한 음성으로 말을 꺼냈다.
"예!"
하후린은 자세를 고쳐 단좌하며 불사전황의 앞에 앉았다.
죽은 시신이 분명하건만.....
지금,
하후린은 살아 있는 인간과 대좌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불사전황의 음성은 생생했다.
"과거, 제왕십로군단과 본 제국의 연락이 좌절되었을 때....."
불사 전황이 서언은 과거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 1권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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