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장 제왕신화 그 끝의 비밀은
"아무것도 묻지 마세요. 그리고 잊으세요."
금미공주 주소혜,
지고한 신분의 그녀가 하후린에게 꺼낸 첫마디였다.
"모든 것은... 하늘의 뜻이에요.
국묘(國廟)의 흥함도, 파멸도....."
사르륵-
금미공주는 교구를 일으키며 중얼거렸다.
"당신... 결코 관직 따위에 연연해 오신 분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아요. 그리고....."
그녀는 하후린을 향해 살짝 눈을 흘겼다.
"고금제일색황......
십오 세에 백팔 첩을 거느린 바람둥이 같으니... 흥흥!"
금미공주는 샐죽하여 콧방귀를 날렸다.
"훗!"
하후린은 일고의 변명도 없이 쓴웃음을 흘렸다.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그 모든 것이 사실이었고......
타인은 그것이 한 인간의 처절한 삶의 투쟁이었다는 것만을 모를 뿐이었던 것이다.
"하나, 언니를 볼 때 당신은 달랐어요!
분명, 인간의 생명을 우선하는 활인정신(活人精神)...... 그것을 보았어요!"
금미공주는 힐끗 시선을 돌렸다.
적미공주 주약란!
여인은 귀여운 아기같이 웅크린 채 하후린의 품에 안겨 있었다.
'훗! 꼭 고양이 같군!'
하후린은 적미공주의 홍옥같이 빛나는 탐스런 육봉을 쓸며 싱그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여인,
그녀의 젖가슴엔 사내의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좀전의 열기를 대변하듯......
그때.,
"황궁비고엔 수 많은 보물이 있지만, 그것이 당신에게 필요할 거예요."
금미공주는 어느 새 두 가지의 물건을 든 채 하후린의 면전에 서 있었다.
화르륵-
깃털처럼 펼쳐지는 한 벌의 보의.
그것은 대창룡(大蒼龍)이 수놓아져 있는 보의였다.
"용린천갑풍(龍鱗天甲風)이에요!"
금미공주의 말에 하후린은 흠칫했다.
"하(夏)의 우제(禹帝)가 입었다는 천룡보의!"
"역시... 알아보시는군요. 이것은 범인에게는 그냥 한 벌의 옷일 뿐......'
금미공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천년내공과 하늘의 지혜를 지닌 사람이라면
능히 용의 제왕이었던 하우의 천기를 얻을 수 있는 것이에요"
"......"
금미공주가 펼쳐든 천룡보의.
그것은 하나의 신화를 일컫는 것이었다.
용의 제왕, 하우!
한데,
천룡보의를 직시하는 하후린의 표정은 심각하게 굳어가고 있었다.
'저것은 과두문......'
오오, 그렇다!
천룡보의에 수놓여져 있는 대창룡의 생생한 비늘,
그것은 고대 사어 중의 하나를 나타내고 있었다.
<후세에 진정한 용의 제왕이 탄생하리라!
본인은 우라 하고, 제왕제국의 천룡대공작(天龍大公爵)이니라.>
그것의 서언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가공할 비사,
용의 제왕, 제우!
그가, 제왕벌의 공작에 불과한 직위였다니......
<천룡보의는 창천신룡(蒼天神龍)의 용린으로 만든 바,
그 무엇으로도 파하지 못하리라!
제왕 중의 제왕,
그 지존제왕의 십전제왕에 도전하였으나,
그 자리는 곧 천인좌(天人座).
인연있는 이여!
그대, 십전제왕의 길에 일익이 되길 바라며......>
그 마지막은 그런 당부의 말로 끝을 맺고 있었다.
그리고,
창룡천붕후(蒼龍天崩吼)!
창룡이 울며 하늘이 부서지고,
천라용린비폭무(天羅龍鱗飛爆舞)!
용린이 창천(蒼天)을 가르매 천벽(天壁)이 폭멸되고,
창룡비익술(蒼龍飛翼術)!
창룡의 날개가 펼쳐지면 창천을 날으리라.
그것은 세 가지의 절대 천무(天武)였다.
용린이 날개처럼 치켜 올려지면 그것은 곧 용익(龍翼)......
일만리의 대창천을 단지 일푼의 내공으로만 날아갈 수 있는
환우최강의 비천술(飛天術)!
환우최강의 후공(吼功)과,
천 년 내공을 주입시켜 천룡보의의 십만 개의 용린을 폭출시킬 수 있는 제룡무(帝龍舞)!
그 앞에 존재하는 그 모든 것을 파괴시키는 파천황의 천무!
'가...공하다!'
하후린은 넋을 잃고 말았다.
지금껏 보아왔던 무수한 기공을......
하나,
지금 그가 눈으로 보고 있는 무공은 하늘의 무학이었으니......
'제왕벌의 공작위, 하나하나가 저토록 가공하다면......'
하후린은 고개를 저었다.
'제왕십로군단, 그 모두를 깨고자 한다는 건......'
그의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천문대공작 백리군의 유체와 약속했던 제왕벌의 본체...
제왕제국의 재건은 결국 제왕십로군단의 모든 것을 합일시켜야 가능한 것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화르르르르-
오오... 타오른다?
그것은 불가능에 도전하는 사나이의 거대한 야망의 불꽃이었다.
"아... 린! 당신은 정말!"
금미공주는 하후린의 몸에 천룡보의를 입혀 주고는 나직이 탄성을 발했다.
보라,
짙푸른 가을 하늘을 연상시키듯 싱그러운 창천색의 바탕에 수놓아져 있는 대창룡......
그 하나하나의 비늘은 야명주의 불빛을 받아 휘황하게 반딱인다.
허리까지 치렁하게 자라고 있는 긴 수발은 하늘색의 끈으로 질끈 동여매져 있고,
좌수에는 열두 장의 깃털이 들려 있다.
유종무적풍은 고아한 풍도를 더욱 높여 주고 있으니......
그 자체로도 하나의 천품인 하후린이 아니던가?
거기에
그에게 꼭 맞춘 듯한 창의를 걸친 하후린의 모습,
그것은 더이상 인간의 모습일 수 없었다.
"아......"
어느새 깨어난 적미공주는 나직한 탄성을 발했다.
"창천을 날으는 한 마리 용......"
"린, 당신은 용 중의 왕이에요."
꿈결에 머무는 듯 몽롱한 눈길.
적미공주와 금미공주의 찬사에 하후린은 멋적게 웃으며 뒤통수를 긁었다.
"원, 당연한 사실을... 새삼 강조하기는......"
결국은 자신이 그렇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시인하는 하후린.
아울러,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창천을 날으는 한 마리의 용중왕이라?"
이어,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이으면 창궁제일룡이 되는데...... 좋아. 아취가 풍기는 이름이야!"
"창궁... 일제룡?"
"어머! 정말 멋있는 별호예요!"
여인들은 더욱 눈을 빛내며 감탄 어린 신객으로 하후린을 올려 보았다.
"그래? 좋아. 그럼, 앞으로 그것을 내 별호로 쓰겠어!"
하후린은 흡족한 듯 빙그레 미소를 머금었다.
-창궁일제룡(蒼穹一帝龍)!
창천을 날으는 한 마리 용의 왕!
차후,
일천 년의 무림역사를 이끌어 갈 , 대창룡!
그 이름은 이렇게 만들어졌던 것이었다.
자금성의 두 마리 아름다운 사슴에 의해......
영원히 군림할 십전제왕의 이름 앞에 항상 부연될 위대한 천명!
"그리고 이것은 불사신침(不死神針)이라는 것이에요!"
금미공주는 하나의 옥갑을 하후린에게 내밀었다.
"불사신침?"
하후린은 고개를 갸웃하며 옥갑을 받아들었다.
달칵-
백옥갑은 손쉽게 열려졌다.
그 안엔 두 개의 침이 들어 있었다.
하나는 황금빛의 금침!
하나는 검은 색의 묵철침!
"그것은 인간생사에 관한 신에의 최후도전의 신화가 담겨 있는 것이에요.
그 신비는 천첩으로서도 알 수 없지만......"
금미공주의 설명은 장황했다.
하나,
"아... 요다위 조그마한 것들이 무슨 대단한 것이라고?"
하후린은 장난스레 금묵쌍침을 요리조리 돌려 보았다.
흡사,
별 볼일 없는 장난감을 버릴까 말까 하는 고민을 하는 아기와도 같은 행동.
"킥......"
그의 모습에 어느새 잠이 깬 적미공주는 가벼운 미소를 흘렸다.
'꼭 어린 아기 같아......'
그런 생각은 금미공주도 마찬기지였다.
그런데,
"......"
"......"
두 여인은 문득, 의혹의 빛을 떠올렸다.
하후린,
"흠! 신농(神農)씨라......"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침중하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불사신침,
이미,
하후린의 눈은 그 내면에 숨겨진 비의(秘意)를 발견하고 있었던 것이다.
길이는 손바닥의 반만한 대침......
그 겉면에는 알지 못할 문양이 음각되어 있었다.
그저 보기좋게 보이는 장시그이 조각인 듯한 문양이었다.
"초령비의문(草靈秘醫文)... 이 고대의 사문어가 새겨져 있다니... 놀랍군!"
하후린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
그것은 하나의 사라진 신화의 재현이었다.
초령비의문-
이것은 상당히 독ㅊ특한 일종의 암호문이었다.
풀의 뜻을 따르는 자,
초령비의천이라 부르는 역천비의술(逆天秘醫術)을 연구하는 미친 의생들의 집단이 있었다.
그들은 범인의 눈엔 그저 미친 사람으로밖엔 인식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광의들의 파멸의 날은 도래했으니......
한무제(漢武帝)!
대한시대를 화려하게 꽃피운 대현군.
하나,
그런 그도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병에는 어쩔 수 없이 총기가 흐려지고 말았으니......
그도 결국 죽지 않음의 허망함을 꿈꾸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무제는 역천비의술을 연구하는 초령비의천에 의지하게 되었다.
하나,
인간의 수명은 늘릴 수는 있어도, 어찌 천 년을 살 것이며,
천 년 군림이 일 인으로 지속된다면 그 폐허는 또 어찌 당할 수 있겠는가?
그 연유로 이미 혜지가 사라진 노년의 한무제는 선도(仙道)의 방사(方士)에게 매혹되고 말았다.
의생과 방사,
그들은 서로가 천적이 아니었던가?
결국,
방사들은 혼미한 군주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천적을 궤멸시키니......
초령비의천의 파멸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대륙의 역천비의계는 집요한 방사들의 추적에 완전히 멸절되고 말았으니......
주(註): 정화이년(征和二年),
무제는 몸이 불편하였고 방사 강충(江充)은 무제의 병은
어떤 사람이 목우(木偶)를 땅에 묻고 저주한 때문이라 하였다.
무제는 강충에게 명하여 이의 색출을 명하니 수만명이 피살되었다.
이 비극을 <무고(巫蠱)의 옥(獄)>이라 함.
그렇게 역사의 전면에서 사라졌던 초령비의천!
그들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자로서 기록을 남겼었다.
초령비의문.
대한 초기에 완전히 사멸어가 된 고문자,
그것이 불사신침이라 불리우는 조그만 침신에 나타나 있는 것이었다.
아울러,
그 내용은 초령비의천의 근원이라 일컬을 수 있는 것이었으니...
<만 가지의 풀을 씹고 또 씹어 그 비의(秘意)를 알았도다.
만상의 우주비의가 만초에 있으니,
이로써 대자연의 창조가 이루어진 것이었다.
나... 신농의 뜻은 곧 풀의 뜻.
인간에 귀의하면 곧 멸일지니...... 천리(天理)를 따르라!
제왕의 문이 열리고......
그대. 제왕제국이 삼태제황(三太帝皇)의 초의 제왕(草醫帝王)이 되리라.
의술은 곧 인(仁)일지니......
결코 살로서 천하를 도모치 말라!
천하를 초의로서 살림을 그 영원으로 알고 활의지도(活醫之道)를 펼칠 것을 명하노라
제국에서 삼황 중 의황 신농이 남기노라.>
의황, 신농!
그것은
바로, 전설의 삼황 중 신농의황이 남긴 유물이었다.
"신농의황... 저 전설의 삼황신화가 사실이었다니......"
하후린은 망연자실했다.
"거기에 그 조차도 제왕벌과 연관이 있는 듯하니...
그렇다면 제왕벌의 연원은 상고(上古) 이전에 존재했었단 말인가?"
충격적인 비사-
하나,
불사신침의 내용은 모든 것을 완전히 밝혀놓지 않고 있었다.
단지,
두 가지의 풀의 가공함이 남겨져 있었다.
-초령불사천의술(草靈不死天醫術)!
-초우천라비섬폭(草雨天羅飛閃爆)!
바로 그것들이었다.
금묵(金墨)의 불사신침,
신침들의 재료는 결코 금속철강이 아니었다.
오천 종의 영초(靈草)...
오천 종의 독초(毒草)...
바로 그것들의 정화였던 것이었다.
불사천령금정(不死天靈金精)!
죽은 시신도 오천 종의 활초령(活草靈)으로 회혼시킬 수 있는 영정!
천사묵령독정(天死墨靈毒精)!
하늘마저 죽일 수 있는 가공할 필살의 독정!
그 두개를 합쳐 불사신침이라 이르니.....
천하의 무엇이라도 살리고.
반하여 그무엇이라도 파멸시킬 수 있는 절대천병!
그 강은 비록 강철일지라도 비할 바가 아니었다.
하늘의 섭리마저 거역할 수 있는 대역천비의술!
그것이 초령불사천의술!
밟아도 타 버려도 다시금 난생하는 풀의 뜻......
환우최대의 천의술!
풀의 비(雨)가 날매 번개가 작렬하고, 환우천하가 폭멸하리라.
초우천라비섬폭(草雨天羅飛閃爆)!
암기술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하나,
그런 것들과는 아예 비교도 될 수 없는 대자연공(大自然功)!
대지의 풀을 비롯,
나무의 잎사귀, 대기 중의 먼지.
그 모든 것을 휘몰아 낙뢰의 힘으로......
비줄기와도 같이 폭사시킨다면......?
오오......
그 누가 피할 수 있으리오......
거치는 그 무엇이라도 파괴시키는 초토화의 대황력(大荒力)을......
"이것이 인간의 힘으로 가능하단 말인가?"
하후린......
대지가 찢어지고 하늘이 쪼개진들,
눈썹 하나 움직이지 않을 철혈인간!
한데,
그런 그조차 검미를 파르르 떨고 있었다.
속속 출현하는 전설의 신화.
그리고,
그것들은 모두 하나의 공포신화와 연결되어 있었다.
제왕벌!
일명, 제왕들의 제국이라 불리우는 초인의 세력!
과연
그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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